영화 '버닝'(Burning)을 보고

 

버닝을 본 지는 오래되었으나 글을 좀 늦게 쓰게 되었다. 쓰고 싶었으나 쓰는 것을 미루었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고 느껴진다. 솔직히 글을 쓰고 싶었으나 버닝의 여운을 조금 느낀뒤에 감정이 정리되고 나서 글을 쓰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 날이었을 뿐이다. 이번 글은 '이창동 감독', 영화적 기법, 내용, 영화를 보고 나서 드는 나의 생각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영화를 해석하려고 이 글을 쓰지는 않았다. 영화에 대한 내 생각이 더 중요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최근 영화중에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이랑 같이 영화관 안에서 같이 있던 건 처음이었다. 사람들이 이렇게 리얼리즘 영화에 관심이 많았나 하는 의문과 함께 말이다. 솔직히, 어느 시점 이후로 나는 수 많은 대중 영화들을 관심 없이 그냥 넘겨버렸다. 블랙팬서도 어벤져스도 데드풀도 무관심 등 나의 영화 취향과는 그닥 관계 없는 영화들만 해서였다. 이유라면, 슈퍼히어로 영화가 마치 신데렐라 스토리의 변형물인 것 마냥 과도하게 범람하고 같은 형태로 반복을 이루다보니 지겨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루 이틀이어야지, 계속 그것만 보는 것도 질리고 재미없고 판에 박혀서 돈이 아까웠다. 예측 가능한 서사에서 재미를 찾기란 나에게 힘든 일이었다. 최근에 본 클레어의 카메라나 플로리다 프로젝트, 셰이프 오브 워터는 이런 판에 박힌 것과는 달랐다. 소재도, 이야기도, 그리고 이번에 본 이창동 감독의 '버닝' 역시 그랬다. 지루함이라는 감정이 원래부터 없었던 것 마냥 나에게는 예측 불가능한 영화였다.


1. 이창동 감독이라는 명성

한국 영화 감독들 중에서 '이창동'이라는 감독이 차지하는 위상은 어디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다. 단 하나 확실한 건, 그가 '리얼리즘'을 추구해온 영화 감독이라는 것이다. 리얼리즘에도 층위가 많지만, 그는 정말 '극 사실주의'를 추구한다. 변형되고 왜곡된 현실을 그려내는 걸 하지 않는다. 인상주의나 낭만주의처럼 현실의 아름다운 면이나 순간적인 면들을 포착하는 것도 하지 않는다. 그의 대부분의 영화들은 삶 그 자체를 그렸다. 그리고 그 '삶'이란 영화적인 주인공이 아니라 일상적 주인공이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전의 영화 몇 편들을 조금 살펴보면 막동이(초록 물고기), 영호(박하사탕), 신애(밀양), 미자(시) 와 같은 주인공들이 나타나는 데 여기에서 나타나는 인물들이 '일상적'이라는 점이다. 산업화 속의 소시민이었고, 518을 겪은 소시민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시를 쓰고 싶어했던 여인이기도 했다. 이 영화들은 하나 같이 일상적인 주인공을 소설처럼 '영화'로 만든 이창동의 색이 듬뿍 베어있다. 감독의 명성을 '상'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분명 이창동의 영화는 일반적인 '소설'과 같은 영화로 읽어야 하는 영화들이기 때문에 더더욱 리얼리즘 감독이면서, 작품을 낼 때마다 상을 쓸어갔던 영화이기도 했다. 그런 '이창동'이라는 감독의 명성이 이번 영화의 어떤 홍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즘의 영화 트렌드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는데, 요즘 영화시장은 일종의 수요 공급 곡선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중영화 시장이 되어버렸다. 나는 어벤져스도 보지 않고 쥬라기 공원도 보지 않는다. 어떤 메시지를 읽어낼 만한 영화들이 아니며, 그 영화들은 일종의 시각적인 재미를 보여주기 위한 영화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약 2시간 남짓한 감정 상품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창동 영화는 감정 상품이라는 용어로 불리기에는 일종의 고급 요리다. 그것도 평소에 먹어보지 않아서 맛을 잘 모르며, 오히려 맛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는 그런 요리들이다. 나는 이제까지 트러플이나 캐비어, 송로버섯 요리를 먹어보지 않았으니 그런 요리들로 비유하면 될 것 같다. 그 요리들을 먹었을 때 과연 나는 그 요리들이 맛있다고 느낄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이상하다고 느끼겠지. 마찬가지다. 이창동의 영화는 그 격이 높음에도 대중들의 입맛에는 별로인 영화다. 그래서 이 '명성'과 영화의 내용 및 관객들의 수용이 대치된다. 아무리 트러플과 캐비어가 비싼 요리인들, 삼겹살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입맛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버닝'만큼은 이창동이라는 감독의 명성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고 본다. SNS와 인터넷의 발달로 더할나위 없이 바뀐 세상에서 이창동의 영화는 유행처럼 번졌으나 불이 붙지 않은 것이다. 묘하게도, 스마트폰이 나오기 시작했던 2010년도에 그는 '시'를 사람들에게 보여주었고, 그로부터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며 또다른 대중 문화가 형성되던 시기에는 단 한 번도 감독으로서 작품활동을 하지 않았다.


2. 영화적 기법

시기적으로 요즘 나오는 영화들중에서는 '버닝'처럼 롱테이크와 몽타주를 지속적으로 노출하는 경우가 드물다. 몽타주는 상당히 고전적인 기법이다. 이걸 본격적으로 영화에 사용한 건 러시아의 영화감독인 에이젠슈타인이다. 몽타주 기법을 통해서 그는 다양한 대상들의 연속적 배치를 통한 의미 전달을 암시적으로, 동시에 세련되게 이루어냈다. 문제는 이러한 영화적 기법인 '몽타주'가 오늘날의 한국 관객들에게 너무 어려운 기법이 되었다는 것에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지금의 한국 영화는 시장에서의 공급과 소비의 개념으로 접근하게 된다. 시간과 감정을 소비할 수 있는 '유흥과 상품'의 일종으로 여겨져 있다. '영화'라는 예술 장르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과자나 커피같은 일반적인 소비재로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은유적이고 함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란 특이한 '음료'이다. 사람들은 직설적이고 어렵지 않은 이야기 전달 방식인 아메리카노나 프라푸치노를 고르지 에스프레소나 필터커피를 잘 고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마치 극 중 '벤'(스티븐 연)이 종수에게 너무 진지하게 살지 말고 베이스를 느끼라고 하는 말처럼, 대중들은 벤의 사고처럼 '즐기며 사는 것'을 원하지 종수처럼 '진지하게 사는 삶'을 원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 공감하지 못하는 게 나는 당연한 일로 보인다. 정작 벤의 삶은 수수께기로 가득하고, 종수의 삶은 반복되고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는 일상들만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창동 감독은 이전에 찍었던 그의 영화들에서도 그랬듯이 직접적인 이야기 전달을 거부했다.

이창동 감독은 예전부터 영화적 기법을 잘 보여준 사람 중에 한 명이다. 대표적으로 역순행적인 영화 구성을 보여주는 박하사탕을 떠올리면 좋을 것 같다. 액자식으로 이루어진 이 영화는 정말 보기 드문 한국 영화의 실험작이니까. 게다가 근본적으로 '직접적인 이야기 전달'은 영화와도 배치되며 현실과도 배치된다. 서술자를 두는 영화가 아닌 이상, 그저 보여주는 방법을 띈 영화이기 때문에 이창동 감독은 주인공인 '종수'마저도 그냥 보여주었다. 그리고 종수를 보여주기 위해서 필요한 '현실성'에 있어서도 그만의 치밀함으로 다양한 부분들에서 사실적인 부분들이 보였다. 종수의 핸드폰(루나), 옷, 녹슨 트럭, 방치된 고향집, 밥먹는 것, 자위, 벤의 집에서 찾는 화장실, 그리고 대마초를 피우지 못하는 것, 거의 비슷한 옷, 그리고 택배 기사라는 직업 등등 많은 것들이 종수라는 인물을 구현해내기 위한 하나하나의 장치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이런 걸 사람들이 잘 신경쓰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그 가치가 빛이 바랜 것 같다고 느꼈다.

내 경우, 종수가 만약에 아이폰 X를 들고 다니는 택배기사였으면 아마 영화를 보며 납득이 안갔을 것이다. 종수는 가난한 인물인데 가난한 인물이라면 가난한 인물이 들만한 전화기를 들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아이폰 X를 쓸 수 있나 했을 것이다. 하루하루를 택배기사로 살아가는 종수가 140만원짜리 핸드폰을 들고 다닌다는 건 뭔가 어불성설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감독의 리얼리즘을 나는 마음에 들어했다.

롱테이크가 영화 곳곳에 나와서 뭘 이야기 하면 좋을까 싶은데, 두 가지 롱테이크가 좋을 것 같다. 하나는 해미가 노을 앞에서 그레이트 헝거를 생각하며 보여주는 춤사위다. 왜 그레이트 헝거냐고 물어보면 할 말이 없다. 다만 해미는 어느정도 리틀헝거를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가 '벤'을 통해서 그게 일정부분 해소되고, 그 후에는 그레이트 헝거의 형태로 춤을 추었다고 보았다. 새가 날아다니는 판토마임의 형태로 그레이트 헝거가 나타나는 점에서 인상적인 장면이고, 하늘이 붉은색에서 푸른색으로 점점 변해가는 장면을 직접 카메라로 잡아주는 신이 이어지는 부분을 통해서 해미는 종수의 집에서 자신이 가장 행복했었던 시절을 회상한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다른 하나는 영화 마지막에서 종수가 벤을 죽이는 장면을 언급할 수 있다.


3. 내 생각

포스트 모더니즘 사회에는 판단이 의미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종수가 옳고 벤은 그르다는 판단이나, 해미가 가장 잘했다는 판단 등의 '결론'은 무의미하지 않지만 옳은 길을 제시해주지는 못한다. 그냥 하나의 '길'이고 삶의 방향이다. 그러나 내가 만약 종수의 삶과 벤과 같은 삶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벤과 같이 못살 것 같다. 벤은 일상의 모든 것들에서 따분함을 느끼고 공감을 하지 못한다. 그는 영화속에서 나오는 용산 참사와 관련된 전시회장에서도 식사를 편히 하는 일종의 '부유하는 사람'에 가깝다. 삶에 열기나 생명력이 없으며 일상이 따분하고 노는 것 밖에 없는 삶 속에는 눈물을 흘리지 못하고 타인들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지점들이 보였기 때문에 나는 영 내키지 않았다. 과연 타인들의 고통까지도 소비해버리는 모습들로 내가 비쳐지고 싶냐고 물어보면 난 그렇지 않은 것이다. 사물들을 그저 관찰하고 즐기지만 공감과 소통에는 나아가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어서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종수의 삶은 조금 다르다. 종수의 삶은 분명 가난하지만 남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보려고 지내온 삶이다. 아버지의 삶을 바라보며 많은 일들이 있음에도 집으로 돌아오며, 아버지의 마지막 재산인 '소'를 보냄으로써 과거를 매듭짓고 정리한다. 그리고 보이지 않지만 '보일'이라는 고양이에게 밥을 주며 타인들을 믿는다. 그래서 나는 종수의 삶이 조금 더 괜찮았다고 느꼈다. 종수의 삶은 소설 쓰기를 통한 자기 표현을 그려내는 삶이었다. 마지막에는 그런 자기 표현을 하는 공간으로 '유일하게 햇빛을 본' 해미의 방을 택한다는 것 또한 나는 뭔지 모를 공감을 했다. 팍팍한 삶을, 오늘날의 많은 젊은이들을 상징하는 이 종수의 모습에서 해미의 방이라는 작은 행복한 공간도. 영화 초반부에 해미의 방에서 '햇빛'을 보는 장면을 통해서 해미의 방은 종수가 유일하게 '행복함'이라는 감정을 인식하는 공간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해미의 방에서 지속적으로 자위를 했다. 그러나 이러한 자위를 마치고 영화의 후반부에 나오는 '소설쓰기'는 일종의 자기 극복이라고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4. 글을 마치며.


포르쉐와 포터가 기억나는 밤이다 강변북로 주행씬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1. Favicon of http://hanwhainssu.tistory.com BlogIcon 아파트담보 2018.06.16 00:00 신고

    이창동 감독님의 버닝이네요 ^^

미인나라전대점_180605

http://hairshop.kakao.com/store/676
나는 공기에 민감하다. 공기의 탁하고 맑고 이런 공기의 개념이 아니라, 어떤 장소나 공간이 지니고 있는, 뿜어내고 있는 공기에 민감하다. 특정 공간의 특정 공기는 그 공간의 분위기를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중에 하나이다. 보통은 인테리어나 조명들로 분위기를 구성하거나, 음악으로 구성한다. 요즘은 이러한 시각, 청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하나의 공간에 대한 분위기를 결합시키는 추세인데, 요즘은 여기에다가 '사람'까지 공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는 이해한다. 이 이야기를 왜 먼저 했냐면은, 내가 오늘 쓸 주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염색을 했다. 염색을 하기까지의 과정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가격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도록 할 것이다. 내 기준에서 염색은 보통 5만원 이상 한다고 인식이 박혀있다. 나의 첫 염색이 자끄데샹쥬라는 한 프렌차이즈에서 했던 기억을 되살려보면, 그 때 내가 머리가 길었어서 기장 추가까지 해서 55000원이 나왔는데, 그때와 비교해보면 벌써 시간이 7년 가량 지났고, 나는 이번에 약 49000원의 상품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과정은 이러했다.
1) 나의 스타일리스트님께서 어느 하루는 이제 여름이 되어 가니까 여름이 본격적으로 접어들기 전에 머리 색을 바꿔서 다니면 더 괜찮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2) 맨 처음에는 머릿결이 상할 걱정에 하고 싶지 않았지만, 스타일리스트님에 대한 나의 신뢰는 거의 무한대이기 때문에 여름 즈음에 밝아지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3)색을 고르기 시작했다. 이 과정이 좀 힘들었다. 에쉬계열이나 카키브라운과 같은 유행하는 색들은 내 안중에 없었다. 그 색들은 2순위나 3순위 정도가 아니라 아예 순위에 없었다. 그래서 고르다가 보라색.
4)파란색은 해도 먹힐 것 같았다. 빨간색을 하려다가 보라색 하자고 하셔서 보라색으로 했다.
5) 언제가 좋을 까 고민하다가 덜컥 정했다.

6)열처리 - 하면 색이 더 잘나온다며..
7)뿌리 - 빠르게 색이 물들기 때문에 늦게..
8)끝

보라색으로 했는데 브라운계열이 나왔다. 아마 탈색을 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탈색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탈색 하면 머리카락이 다 부서져버릴 것 같아서 그것까지 감당할 자신은 없었다.
스타일리스트님은 긴장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재미있어 하신 것 같다. 나는 그날 좀 긴장했다. 너무 오랜만이어서 마음의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더더욱.. 그리고 머릿결도 불안했달까.


장점
1. 밝아보인다
2. 이미지가 좀 부드러워졌다
3. 오랜만에 검은색을 벗어났다.
4. 유행하는 색이 아니다.

단점
1. 머릿결 관리를 많이 해야 한다. 세럼 에센스 오일 식초 등등..
2. 머리를 헹굴때마다 나의 머릿결이 상해있다는 걸 깨닫는다. 아예 안상하는 건 불가능하다. 스타일리스트님 말씀처럼 건조할 때는 괜찮아도 젖어있는 머리상태에서 머릿결이 드러난다.
3. 옷을 새로 신경쓰게 된다.


이 정도..

아까 분위기에 관한 이야기를 쓴 것은, 대학가 헤어샵의 특성상 매우 발랄한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데 그 분위기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처음 보이던 분의 인상이 너무 차갑고 무거웠고 샵이 늘 발랄하고 에너지가 넘치던 분위기에서 묵직하고 엄숙한 분위기로 바뀌어버린 것 같다. 만약 음악이라도 아예 고전적인 기악곡을 틀어주었다면 잘 어울렸을지도 모를텐데 음악은 90년대 초반의 음악들 00년대 초반 음악들이 나오니까 장단을 맞출 수가 없었다.
아쉽다. 이렇게 되면 밝은 분위기가 좋아서 갔었던 나 같은 사람들은 그냥 들어가기만 해도 눈치채고 이상함을 느낄텐데 나만 그런것일지..
다음에 갔을 때는 분위기도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
도움말 Daum 지도

'클레어의 카메라'를 보고

이번주 주말에 연휴가 끼어있었다. 그래서 그런걸까, 주변에서 같이 스터디하던 사람들이 여행을 간다고 했다. 여행을 간다는데, 내가 느끼는 감정은 뭔지 모를 부러움이었다. 나는 왜 휴가 없이 주말까지 스케줄이 짜여있어서....하하 어쩌다보니 스터디가 매일 아침은 아니더라도 화수금 오전들을 차지하고, 주말 이틀은 학원에서 일을 하고. 이리저리 시간이 없는 일주일을 반복해서 보내다보니까, 요즘은 점점 나의 하루하루에 약간씩 지쳐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뭔가 조금이라도 다른 무언가를 해야 기분이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어서, 영화라도 봤다.

왜 하필 홍상수 영화인지, 홍상수 영화의 팬이냐고 물을 수 있는데, 나는 홍상수 영화의 '팬'은 아니지만 관심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요즘 영화관을 점령하고 있는 '어벤져스'와 같은 영화에는 별 관심이 없다. 마블의 세계관에 관심이 없으며, 슈퍼히어로 영화를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고민을 하지 않는 영화에 대해서는 더더욱 관심이 없다. 과거 내가 좋아했던 슈퍼 히어로 영화는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와,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 트릴로지인데, 이 때의 영화들만 해도 영웅이란 어떻게 탄생되고 악인들이 어떻게 탄생되는지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벤져스는 이미 영웅과 악당이 설정되어 있어 고민이 나타나지 않는 작품들이기 때문에 관심이 없고, 지금처럼 아예 '대중영화'의 위치에 자리해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더더욱 관심이 없다.

홍상수의 영화는 즉흥적인 각본 설정으로 영화를 찍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랬는지는 나도 잘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많은 부분들이 그럴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한 편안함이 있었다. 적어도 홍상수 영화를 볼 때면 눈이 덜 피곤하고 귀가 덜 피곤하다. 부수지도 않고 눈이 번쩍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잘 안들리는 것 같은 대사들도 있으며 대체로는 편안함과 집중사이에서 왔다갔다하며 영화를 보고는 한다. 약간의 호기심, 매 순간순간을 이전 장면들과 연관을 지어보거나 다음에 올 장면들에 대해서 예측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장면들을 보면서 말이다. 그래서 영화를 볼 때면 확실히 펜과 함께 영화를 보게 된다. 오늘도 이전과 비슷하게 노트에 필기하면서 영화를 봤다. 수첩말고 내 갤럭시 노트 FE에.

--

0) 줄거리 : 이 영화는 줄거리가 간단하다. 만희(김민희)의 회사 상사가 칸 영화제에 와서 영화를 팔러 같이 온 소완수 영화감독(정진영)는 애인사이였는데, 만희가 소완수와 술자리 이후 사랑을 나눴다는 이유로 만희를 짤라버린다. 그리고 만희는 싼 비행기표 때문에 남은 시간들을 칸의 해변가와 도심에서 보내며 클레어를 만나 클레어와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다. 

1) 홍상수 영화의 전형성 : 홍상수 영화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언급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지만, 많은 홍상수 영화에서 등장하는 '속내 토로'에는는 항상 술이 있다. 이 술이 도대체 왜 등장하는 건지 도통 홍상수가 말했던 이유나 서사적인 기법과 같은 내용의 인터뷰를 본적도 찾아본적도 없어서 잘 모르겠으나, 내 개인적인 생각에는 이제까지 내가 본 영화들(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그 후,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클레어의 카메라)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려보자면, 결국 마음 속에 있던 말을 꺼내는 장치로 볼 수 있었다. 마음 속에 있던 말을 '하려던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술을 마시기 전까지 인물들이 '그 말'을 하려고 하는 건 아니라고 느꼈다. 그러나 술을 마시는 동시에 인물들은 이야기를 꺼내곤 했다. 그것도 뭔가 이야기를 듣고 있는 누군가와 관련이 있는 매우 중요한 이야기를 했다. 이 영화에서는 술을 마시는 장면이 단 하나 밖에 없었다. 회사 대표와 소감독 간의 술자리였는데 그 자리에서 소감독은 대표와의 관계를 '정리'한다. 소감독은 자신의 판단을 믿어달라며, 이렇게 '정리'하고 비즈니스로만 만나야 관계가 오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장면은 영화의 전반부에서 만희와 대표간의 대화 회상신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 데, 회사 대표는 만희에게 자신의 판단을 믿어달라고 하며 만희의 순수함이 정직함까지 담보하지 않고 그로인해서 같이 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장면을 관객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대표와 만희와의 대화는 술자리가 아닌 커피를 통한 대화자리에서 나타난다.

이를 통해서, 나는 홍상수 영화의 술자리나 카페 혹은 음식점에서 혹은 거리에서 대화하는 모든 것들이 영화의 서사성에 많은 부분들을 차지한다는 점들을 가져온다고 생각했다. 대화가 거의 전부였던 비포선라이즈나 비포선셋, 미드나잇과 다르게, 홍상수 영화에서의 '대화'는 뒤에 올 이야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거나 앞에서 제시된 이야기에 대해 설명을 덧붙여주는 장면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 영화 역시 카페에서의 대화, 중국 음식점 술자리에서의 대화, 클레어와 만희의 해변가에서의 대화, 만희가 머무는 숙소에서의 대화 등 많은 것들이 영화의 내용들을 이루는 걸 넘어서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기분이 든다. 이 영화도 그렇고, 이전의 그의 영화들도 그렇고.

2)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의 의미 : 프랑스에서 교사를 하다가 칸 영화제에 친구를 따라온 '클레어'는 사진 찍기를 통해서 대상의 변화를 관찰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관찰들에 어떤 의미를 두는 지는 알 수 없다. 클레어가 언급했던 유일한 '이유'는 사진 찍기를 통해서 대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클어는 소중함을 느끼고 높은 가치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클레어의 '사진 찍는 행위'가 묘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소완수나 회사 대표처럼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처럼 이해한 것은 아니다. 나는 사람들의 변화가능성을 믿는 쪽이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그들이 변화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클레어는 이러한 믿음을 '오랫동안 상대방을 관찰하거나 사진을 찍는 것'으로 대신하는 것 같았고, 나는 다양한 반응들(피드백)을 보이는 걸로 행하고 있을 뿐이다.

클레어가 스스로 'sensitive'하다고 말하는 장면은 분명 한국 같았으면 이상하다고 느낄 법한 장면이다. 사실 누가 나는 '예민하다'라고 말하는 경우, 대개는 그 사람들이 '예술가'가 아닌 이상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적 관습이 한국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은 'artist'로 영화속에서 서로를 규정한다. 클레어와 만희가 해변가에서 대화를 나누며 'artist'다, 'artist'가 되고 싶다, 당신은 'artist'다 등등의 발언들을 하는 맥락은 그녀와 만희, 그리고 크게는 모든 사람들이 삶의 작은 부분들에서 'artist'임을 알려준다. 자기만의 노래, 자기만의 시, 자기만의 사진 등, 다양한 부분들을 우리는 'artist'라고 부를 수 있는 것으로 가지고 있다. 다만 그것들을 남에게 공개적으로 보여주고 인정정을 받으면 대중예술가가 되는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대중 예술이 아닌 '개인의 예술'로서 존재하는 것일 뿐.

사람들마다 클레어가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사진을 찍는다고 사람이 바뀌냐, 이상하다고 반응을 보이는 회사 대표와 소감독의 반응이 나는 지극히 보통 사람들을 대변하는 반응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사진을 찍어서 바뀐다는 개념을 넘어서서, 무언가를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가치를 두는 쪽이다. 아마 사진을 찍는다고 해서 당장 바뀌는 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진을 찍고 난 뒤의 '나'는 더 이상 사진을 찍던 당시의 나와는 다르다. 엄밀하게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할 수 없기 때문이며, 그로 인해서 본질적으로 '나'라는 물질이든, 정신이든 조금은, 아주 조금은 변화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이게 보편적인 생각인지는 좀 고민해볼 지점이 있다.

3) 홍상수 영화가 보여주는 실험 : 최근에 내가 보았던 일련의 홍상수 영화들 -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밤의 해변에서 혼자, 그 후 - 중에서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다 어느정도씩 실험성이 보여지는 영화들이었다. 앞에서 언급하지 않은 홍상수 영화의 특징 중에 하나가 바로 '구성'을 전환 시키는 것인데, 늘 서사 전개를 평범하게만 하지는 않는다. 어느정도의 변형을 꼭 보여준다. 이 전의 영화들에 대해서는 언급하기엔 너무 길어서, 이 영화만 짧게 언급해야겠다.

이 영화에서는 처음에 회사에서 '짤려' 혼자 거리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에 대해서 어떻게 짤렸는 지 회상을 보여준다. 그것도 자의에 의해서 회상을 하게 되는 것 보다는, 만희가 칸을 돌아다니던 중에 만난 전 회사의 직원을 만나면서 시작한다. 만희가 왜 회사를 나오게 되었는지를 후배 직원에게 설명하게 되면서, 장면은 그 날의 '카페 담소'로 이어진다. 회사 대표는 만희에게 그만둘 것을 이야기 하고, 만희는 이제까지 같이 일한 기념으로 사진을 같이 남긴다. 이후 회상장면이 끝나고 회사 대표와 소 감독이 바다에서 이야기하는 장면, 만희가 바다를 혼자 걷다가 소감독의 제자를 만난다. 소감독의 제자 역시 '정직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솔직해야 영화를 잘 만들 수 있다'는 말을 하며 성숙해야만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님을 이야기한다. 그러는 한 편 소감독과 클레어는 카페에서 처음 만나고 클레어가 소감독의 사진을 찍으면서 둘이 이어진다. 이후에 도서관을 들려 프랑스어로 된 시를 같이 읽고 클레어와 회사대표, 소감독이 술자리를 가진다. 여기에서 한참 이야기를 하고, 클레어가 떠난 뒤 남녀로서의 관계를 정리하자는 소감독의 발언, 그리고 혼자다니는 만희를 클레어가 사진으로 찍고 서로 가까워지는 장면, 소완수와 회사 대표간의 술자리를 통해서 둘의 연인관계가 끝나는 장면들을 보여준다. 이렇게 영화가 시작되고 나면 어느 순간 부터는 이게 '회상'인지 처음 시작했던 이야기에 연결된 시점의 계속된 부분인 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그러한 판단이나 구분이 필수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보다보면서 느낀 건데, 특정 장면의 시점이 과거이든 현재이든 그게 엄청나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어서, 판단이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 판단하지 않아도 서사가 전개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 이러한 영화적 특징은 홍상수 영화에서 보여주는 실험이면서 동시에 최근 5편에서 보이는 특징이기도 했다.

4) 클레어 : 처음에는 클레어가 어떤 인물일 까 했는데, 내 생각에 클레어는 이 영화에서 서술자 아닌 서술자 역할을 한다. 소감독이 만희가 짧은 바지를 입은 것을 보고 예쁜 그대로 살지 않고 이렇게 노출을 하고 싶냐고 뭐라고 하는 부분들 이후에 만희는 울게 되는 데, 그 장면까지도 클레어는 찍는다. 이것 역시 변화를 바라는 것처럼. 물론 그러한 변화에 대한 기대를 노출하는 것이 부담이 될 때도 있다. 만희 역시 자신의 우는 모습을 찍고가는 클레어에게 'Don't take photo'라고 말한다. 내 생각이지만, 만희는 자신의 모습이 사진에 담겨짐으로 인해서 스스로를 순간 '객관화'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고 본다. 

나의 삶은 클레어의 삶 같지는 않지만 클레어처럼 변화를 추구하고 싶다. 그리고 클레어가 입은 노란색 트렌치코트도 너무 예뻤달 까. 결코 그 트렌치코트가 부러워서가 아니다. 그냥 클레어의 패션이 영화에서 가장 화려했던 것 같다. 만희는 수수한 아름다움이었다면.

5) 글을 마치며 : 사랑도 영원하지 않고 사람의 '정직'한 면도 영원하지 않다. 그리고 사진을 찍힌 후의 '나'는 사진을 찍기 전의 '나'와 분명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 차이를 알아보는 건 '나' 스스로와, 굳이 있다면 나를 sensitive하게 보아주는 사람들, 그리고 나의 판단을 믿어주는 사람들일 것이다.

새삼 다음 영화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할 지 궁금하다. 나도 폴라로이드 카메라라도 들고 클레어처럼 살아야 할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지는 않겠지, 나는 세상에 그다지 관심을 많이 갖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게도 비교적 무심한 편이어서 더더욱더.

정직하기 어려운 시대에 변화하기는 어디 쉬울까 싶긴 하지만. 변화할 수 있겠지.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

오늘은 일요일이었다. 신피질이 있는 사람들은 '하루'를, '일주일'을, '한달'을 끊어서 살아가며, 오늘과 같이 일요일에는 '한 주가 끝났다'는 생각을 종종하고는 한다. 하지만 난 최근에 주말에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주말'이라는 감각이 특별히 살아있지는 않았다. 보통의 사람들은 주말에 쉬기 때문에 주말이라는 감각을 유지할 수 있지만, 내 경우 주말에 쉬지 않고 일을 하다보니 '주말'이라는 휴식의 시간은 더 이상 휴식의 시간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수업 준비를 조금 할 겸 집 앞에 있는 스타벅스에 걸어왔다. 이런 평범하고 사람 적고 한적한 동네의 도보에는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어떤 특별한 일이 생길 일도 없고, 어떤 위험한 일이 생길 일도 없다. 도로에 있는 승용차가 갑자기 인도로 뛰어들 지 않는 이상은 난 이 길에서 매우 안전한 삶을 산다. 그런데 오늘은 이런 '위험한 일'이 아닌 어떤 특별한 일이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특별한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영국을 다녀온 뒤로 특별하게 보이는 어떤 일이 있었다.

두 분의 여성이 걷고 있었다. 한 분은 검정색 선글라스를 끼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옆을 지나칠 때 보니까, 선글라스를 낀 그 분은 바로 앞에 걸어가시는 분의 옷을 잡고 걸어가고 계셨다. 아 눈이 보이지 않는 분이시구나, 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까지만 들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꼭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도대체 왜 사람이 필요했던 걸까. 어디를 걸어가야 하는 데 앞에 걸어가는 그 분이 필요했던 걸까. 시각 장애인 안내견 이런 건 없었나. 아니면 국가의 복지서비스의 일부로는 이러한 사람들을 돌볼 수 없었던 것일까. 제도적인 미비가 있나. 나는 안타까웠다. 현실이 안타까웠다. 영화에서 볻보던 '시각 장애인 안내견'은 영화뿐이었을까 하는 그런 생각들이 교차했다. 이 동네의 길에는 시각 장애인 안내 표시가 되어 있는 도로가 없다. 그 '노란색 전용 특수 타일' 도보가 없다는 말이다. 나는 그런 안내를 할 수 없는 걸까 싶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저렇게 다른 사람이 늘 붙어다닐 수 없기 때문에 시각 장애인 안내견이라는 게 있었다는 것도

잠시 나는 가정을 했다. 만약 시각 장애인을 전담으로 같이 붙어다니는 직업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물론 복지 정책이니까 국가가 주도하고, 민간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지만 하루 종일이나 매일매일 한 사람만이 일할 수는 없기에 운영하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한 명을 맡게 되는 일종의 '서비스'라도 있으면 어떨까 싶은 그런 생각들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은 복지의 사각지대 수준이 아닌 '빈틈'이 대부분인 나라다. 쓸데 없는 생각은 아니지만 실현현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생각해보니, 나중에 하고 싶은 일 중에서 수화 배우기도 있었다. 장애인 안내 서비스에 대해서도 배울 필요가 있다는 것,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장애인 복지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고 그 부분에서 정책 입안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것까지.

미인나라 전대점_180426

 날이 풀렸다. 며칠 비오면서 시원했는데 더 이상 그런 날은 오지 않으려는듯 낮에는 강렬한 햇빛이 가득하다. 거리에는 녹음이 짙은 나무들로 가득하고, 더군다나 대학가이기에 점심시간에는 수 많은 대학생들이 후문 거리를 걷고는 한다. 그런 거리에 내가 요즘 가는 곳이 있다. 바로 미인나라 전대점이다. 미인나라 전대점은 전대 후문에 있는 헤어샵이다. 헤어샵? 미용실? 음 머리자르는 곳? 어떤 표현이 괜찮은 표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어'에는 사고가 반영되어 있다는 말을 생각하면 어떤 괜찮은 단어가 있지 않을까 하고 늘 생각하게 된다. 내 개인적인 최근 경험들을 반영해보자면, 이 곳은 나에게 있어서 단순히 '머리카락'을 다듬고 손보는 곳이 아닌, 휴식을 하러 가는 장소에 더 가깝다.
 나는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파워 블로거와는 거리가 매우매우매우 멀다. 보통의 파워블로거들이 갖추어야 할 '역량'을 몇 가지 고르자면, '다작', '홍보', '이모티콘 사용', '접근성 높은 네이버 블로그 사용' 정도가 있을텐데 나는 전업블로거도 아니고, 다작의 글을 써내는 블로거도 아니며, 이모티콘도 거의 쓰지 않고, 접근성이 높은 네이버 블로거도 쓰지 않는다.(있긴 한데 잘 안쓴다.) 게다가 나는 한 번에 써내는 글의 길이가 긴 편이다. 짧게 쓰이지 않는 글로 인해서 나는 많은 시간들을 글에 투자한다. 요즘에는 그러한 시간에 덧붙여져서 나의 글쓰기 습관 중 하나인 '고쳐쓰기'까지 곁들여지더니 매우매우매우 오래걸려서..

 다시 본 이야기로 돌아가서, 광주에 온지 어연 4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나는 늘 이곳에서 머리카락을 손보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지만 그 중 첫번째 이유는 '카카오헤어샵'이라는 어플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어플을 이용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가까운 곳'이 필요했다. 도서관으로부터 가까운 곳. 물론 상대 쪽, 인문대 뒤편에도 있긴 하지만, 그런 곳들은 내가 후기를 볼 수 없었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곳들이었다. 그래서 미인나라 전대점의 엄청난 후기의 양들을 믿고 골랐다. 그리고 그게 내게는 어찌보면 가장 쉬운 선택 방법이기도 했다.
 두 번째, 이 헤어샵에도 여러분이 계시지만 내가 지금의 한 스타일리스트 'A'님을 처음 고를 때에는 그분의 프로필인 '공감'에 관심이 갔다. 한참 친구가 없었던 때였어서 더더욱 그랬었다. 나의 이런 기대는 적절하게 맞아 떨어졌다. 공감형 스타일리스트라는 말이 아주 적합한 분이셨달까.
 세 번째로, 나는 그분을 신뢰할 수 있었다. 나는 늘 사람들을 믿는 편이다. 나의 요즘 성격 자체가, 여전히 사람들의 어떤 일에 대한 순수함, 열정을 지닌 면모등을 보았을 때, 그 면들을 계속 보고 싶어한다. 운이 좋게도 그 스타일리스트 'A'님은 그런 면도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제일 중요한 건 개인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합의점에 있었다. 이 부분 역시, 나는 만족스러웠다. 군대에 가기전의 나는 긴머리를 고수했고, 군대에 다녀온 이후에는 항상 짧은 머리를 고수했다. 아무도 모히칸을 하지 않는 시대에 나는 모히칸을 하고 다녔다. 소프트 모히칸이든 하드 모히칸이든 상관없었다. 나는 늘 유행타는 머리 스타일은 싫어하는 편이어서, 한참 투블럭 할 때도 늘 '투블럭만은 하지 말아주세요'라고 했고, 한참 쉼표머리나 가르마가 유행할 때도 그 머리만큼은 '절대'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만큼 나에게 머리스타일은 일종의 개성표현의 도구로 쓰였었는데,  이 지점을 스타일리스트 'A'님은 잘 이해해주셨다. 내가 설명을 많이 하지 않았음에도. 더 적을 수 있는 이유들이 있겠지만, 일단 이 정도가 어떤 '스타일리스트'로서의 전문성과 관련되는 지점인 것 같아서 일단은 여기까지만 쓰고, 인테리어를 잠깐 보는 게 좋겠다.

samsung | SM-N935S | Normal program | Center-weighted average | 1/214sec | F/1.7 | 0.00 EV | 4.2mm | ISO-50 | Flash did not fire | 2018:04:26 11:00:57

samsung | SM-N935S | Normal program | Center-weighted average | 1/384sec | F/1.7 | 0.00 EV | 4.2mm | ISO-50 | Flash did not fire | 2018:04:26 11:00:50

samsung | SM-N935S | Normal program | Center-weighted average | 1/120sec | F/1.7 | 0.00 EV | 4.2mm | ISO-80 | Flash did not fire | 2018:04:26 11:00:42

samsung | SM-N935S | Normal program | Center-weighted average | 1/260sec | F/1.7 | 0.00 EV | 4.2mm | ISO-50 | Flash did not fire | 2018:04:26 11:00:29

samsung | SM-N935S | Normal program | Center-weighted average | 1/60sec | F/1.7 | 0.00 EV | 4.2mm | ISO-64 | Flash did not fire | 2018:04:26 11:00:25

samsung | SM-N935S | Normal program | Center-weighted average | 1/30sec | F/1.7 | 0.00 EV | 4.2mm | ISO-160 | Flash did not fire | 2018:04:26 11:00:21

여기에 나와있는 사진은 2층 사진이다. 건물로서는 3층에 해당하고, 샵 내부 공간만 따지면 '위층'공간이다. 이 공간은 목요일과 토요일에만 열리는 데 나는 오늘 처음으로 들어가보았다. 아주 마음에 들었다. 기본적으로 '대화'를 위한 '낮은 테이블'은 나에게 많은 기쁨을 가져다 주는 공간적 구성이었다.
아래층 사진은 아직 찍지 않았지만, 아래층의 테이블들은 어느 정도 '오픈'보다는 '개인적 공간'을 지향한다. 나중에 사진찍을 일이 생긴다면 찍을 예정이니, 다음 달 후기를 참고하시면 될 듯 하다.
처음 카카오 헤어샵 어플리에키션을 이용하는 분들에게는 일단 '샵의 규모'를 좀 따져보라고 하고 싶다. 샵이 커지면 커질 수록 분명 '조직화 된 면'은 마음에 들 수는 있으나 그만큼 인간적인 면은 떨어진다. 인간적인 면을 중시하는 이용자라면 규모가 작은 곳을 골라야한다. 하지만 요즘은 기업형 헤어샵이 많기 때문에 그런 곳을 고르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없는 것이 아니니 찾기를 권유한다.
두 번째, 미리 요금을 지불하고 가는 것인 만큼 확실하게 갈 수 있는 날에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내 경우 이 지점이 매우 편했다. 정해진 시간에 딱 가서 하고 올 수 있는 편안함은 예약시스템의 가치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세 번째로, 개인의 지갑사정을 활용한 선택이 가능하다. 개개인이 생각하는 적정 가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부분을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돈이 비교적 많이 드는 '여성 고객'들에게는 괜찮은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여기까지만 글을 쓰고, 당분간 약 4주에 한 번씩 갈 때마다 간단하게 사진이라도 좀 남기고 싶다. 오늘은 여기까지.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 | 미인나라 전대점
도움말 Daum 지도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