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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기합리화일까, 자기 연민일까, 아니면
    개인적 기록/일기 2017. 6. 17. 15:57

    가끔, 이별에 관한 글들을 읽고는 한다. 시간은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이를 아직 만나지 않은 이에게 그 이야기들은, 이제는 과거 같다고 느끼다가도 어느 순간 현재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요즘은 그 글들이 마음 편하게 읽히지 않는다. 그 이유에는, '상대방에 대한 부정'이 있어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느낌들을 '자기 합리화'를 담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자기 합리화라, 어감이 좋지는 않은데, 모든 합리적 사고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일 것이다.

    나는 사실 방어기제가 강하지 않다. 방어기제가 강하지 않아서 상대방에 대한 부정을 잘 하지 못한다. 이건 상대방이 친구든 연인이든 부모님이든 친척이든 예외없이 적용된다. 그들이 '옳다'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내가 옳다'라고 생각하는 비율보다 좀 더 높다. 특이하게도 어떠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의견을 나눌 때는 그렇지 않은데, 그런 '공적'인 주제가 아닌 '사적'인 주제, 특히 '나'에 대한 주제를 이야기 할 때 만큼은 상대방이 옳다의 비율이 더 높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자기 합리화를 잘 못하는 편이다.

    처음에 헤어지고 나서는 한참동안 자기 방어와는 거리가 먼 '자기 학대'를 했었다. 그 자기 학대에는 '나는 부족한 사람이었다'라는 전제가 가득했다. 나는 부족하다고 스스로를 느끼는데, 과연 어느 누구를 두고서 '너도 부족한 사람이다'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타인들에 대해서 생각하기를, '부족한 사람들이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냥 '보통의 사람'정도가 그들에 대한 가치관이었다. 그런데 이 '보통의 사람'은 적어도 나보다는 괜찮은 사람에 속했던 것이었나보다.

    헤어져서 힘들다는 글들에는 대부분 '헤어진 상대방이 인연이 아니어서 헤어진 것이다', '헤어진 상대방은 나에 대해서 간절하지 않아서 헤어진 것이다' 등의 말들이 달리고는 한다. 뭐, 대개 많은 내용들은 글쓴이의 감정을 챙겨주는 말들이다. 하지만 이런 댓글들은 결국 상대방에게 책임을 보내는 말들이다. 나는 그게 옳다 그르다를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상대방이 ~~해서 헤어졌다'는 말처럼, 원인 소재를 회피하려는 태도가 그대로 드러나는 말도 없다고 생각한다. 일방적으로 관계파탄행위를 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관계는 항상 쌍방 과실, 쌍방 기여다. 예를 들면, 나의 취향과 상대방의 취향이 충돌하는데, 그 취향이 '공존'할 수 없을 때에는 누군가의 취향은 일단 뒤로 물러나야 한다. 관계의 초반부에는 서로가 '양보할 수 있는 여유'를 지니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은 적응을 하기에, 상대방의 양보에 무감각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신의 배려에 더 민감해지는 경우 또한 생긴다.

    요즘 내가 스스로를 딛고 일어서고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과거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에 있다. 부족했던 나, 생각이 많았던 나, 어떻게 결정을 내려야 할 지 선뜻 결론을 내릴 수 없었던 나, 갈등을 만들고 그 갈등을 능숙하게 해결하지 못했던 나에 대한 '인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과거의 나를 더 이상 부정하지 않는다. 과거에 일어났던 많은 갈등들에 나도 50퍼센트는 기여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니까, 타인들이 밉지도 않고, 타인들이 내 인연이었다, 아니었다 라는 운명론에 휩쓸리지도 않는다. 나를 사랑하고 나니까, 오히려 나를 되돌아볼 여유가 생기고, 타인들의 생각과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글을 마치려고 보니 나의 이 글은 누군가에게는 '자기합리화'로 보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는 자기 합리화를 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부족했다고 느꼈던 관계들이 더 많기 때문에, 나는 나의 부족함을 타인의 문제로 돌리고 싶지는 않다. 그냥 깔끔하게, '내가 부족했었어'라고 인정하고 싶고, 인정하고 있따. 하지만 결국, 자기 합리화냐, 자기 연민이냐는 사실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 순간에,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내가 어떻게 하느냐가 정말 중요하할 것이다. 항상 모든 관계는 서로가 노력할 때 선순환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진다. 반드시 선순환을 하리라는 법은 없다. 가능성이 좀 더 커질 뿐이다. 그리고 나는 그 가능성을 믿고, 모든 문제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는다. 상대방도 상대방의 선택에 이유가 있을 것이기에, 그 이유를 헤아리다 보면 어느샌가 해답은 내가 가지고 있던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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