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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번째 내가 죽던 날(Before i fall)'을 보고
    영화 2017. 6. 1. 11:20

    이번에도 짧은 리뷰. - 스포일러 있습니다. -

    1. 제목에 대한 내 생각

     원제는 Before i fall, 직역하면 '죽기 전'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누가 번역했는 지 모르지만 '7번째 내가 죽던 날'은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 나온 건지 모르겠다. 주인공은 참고로 7번도 더 죽어 본다. 죽어도 죽어도 끝이 나지 않는 타임리프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이것도 스포일러이긴 하겠지만, 뭐 영화 소개에 죽어도 다시 '그 날'(토요일)로 돌아간다고 나와있으니 스포 아닌 스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여튼, '죽기 전'이라고 번역하면 너무 식상해서 바꾼 것 같은데 살짝 아쉽기도 하다. 나는 그냥 7이란 숫자가 마음에 안든다. 별다른 이유가 없는 숫자이기 때문에 마음에 안든다.

     

    2. 소재, 이야기

    타임리프라는 소재는 이제 너무 익숙한 소재가 되어버렸다. 내가 인상깊게 보았던 타임리프 영화는 역시 '시간을 달리는 소녀'이다. 그 영화는 '타임리프'라는 소재를 나름대로 '일상'과 '낭만'속에서 녹여내려고 노력한 영화였다. '사랑한다'고 말을 듣느냐 마느냐로 타임리프를 쓰는 것, 그리고 교통사고나 나느냐 마느냐로 타임리프를 쓰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가서는 물론 나름대로 '타임리프'의 의미를 찾아가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게 익숙해진 이 소재가 이 영화에서는 '시시포스'라는 소재와 결합하면서 조금 독특하게 '변형'되었다고 본다. 사실 이 영화는 타임리프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영화 속에서 수업에서 다뤄지는 시시포스 자체가 영화의 이야기이니 말이다.

    시시포스 이야기를 모를 수도 있으니 잠시 소개하자면, 제우스가 '시시포스'라는 사람에게 벌을 내렸는 데 그 벌이 바로 '돌을 언덕에 올리는 벌'이었다. 언덕에 돌을 올리면 그 돌은 다시 밑으로 떨어져버리기 때문에 시시포스는 끊임없이 돌을 올려야만 하는 형벌을 받은 것이다. 영화의 내용 자체도 이 시시포스의 이야기와 같다. 주인공인 '샘'은 끊임없이 'the cupid day'/토요일 아침에 깨어난다. 끊임없이 깨어나면서 샘은 일상의 다양한 의미들을 찾는다. 일탈도 해보고, 가족들과 시간도 더 보내보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그 속에서 샘은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게 된다.

    이 영화에서는 선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어린시절에 얻은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건 가장 일상적이면서, 영화같기도 하다. 실제로 현실세계의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어렸을 때 소방관으로부터 구해졌기 때문에 나는 소방관처럼 사람을 구하는 일에 삶을 바치기로 결심했다.'는 생각과 비슷한 생각들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켄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울던 자신에게 '영웅'이 되었었던 '샘'에게 앞으로는 자신이 영웅이 되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항상 네게 잘해줬다고 샘에게 이야기를 해준다. 소소한 것에서 시작된 사람들의 선행이랄까.

    샘의 엄마가 '어린시절에 너는 다정한 아이였단다'라고 이야기하며 한 마리의 말만 '타면', 다른 말은 서운해 할 것 같아서 모든 말을 타고 나왔던 기억들 때문에 너는 '좋은 아이다'라고 말해주는 그 장면 속에서 샘은 나름대로,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을 얻는다. 영화의 마지막이 '내가 누구인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리고 시시포스의 형벌을 가장 죄를 많이 지은 것처럼 보이는 '린제이'가 아니라, 가장 일상적인 삶을 살아온 것처럼 보이는 '샘'이 진다는 점에서 영화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 소시민들에게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 같다. '너는 어떤 사람이냐고'말이다.

     

    3. 마치며.

    밥을 먹다가 친구에게 이 영화 이야기를 하고서 물어봤다. 한참 그 친구가 애인이랑 갈등을 많이 하고 있어서 물어봤다. "너 당장 내일 죽는다고 하면 그 사람에게 뭐라고 할거야?"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는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해왔다. 오늘의 삶은 어제 죽은 누군가가 그토록 바라던 삶이라고 하던 어느 인터넷에서 본 구절이 떠오른다. 내가 누구인지 생각하며 살아가는 하루가 되어보자. 나름 추천할 만 한 영화이다. 뻔한 이야기 전개 속에서도 우리는 생각할 거리들이 있다. 뻔하다는 게 '일상적이라는 것' 그리고, 진부한 만큼 나름대로의 '보편적인 느낌'은 가져다 준다.

    P.S. 여자분들은 주위에 오랫동안 잘해주는 남자가 있다면 그 사람에게 왜 잘해주는 지 한 번 물어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영화 속 '켄트'처럼 아주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 내가 봐도 '롭'은 답이 없는 그냥 늑대에 불과하다. 생각해보면 '켄트'는 애기도 아니고 늑대도 아닌 올바른 청년이었다. 청년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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