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소장품전 '균열' 후기
    예술 읽기/전시회 후기 2017. 8. 16. 14:22

    소장품전에서 추구하는 '균열' 전시회의 목적은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나타났던, 나타날 균열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현대사회는 균열이 엄청나게 많으니까 보여주는 메시지도 다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 균열의 형태가 대체로 비슷하다는 이유 때문에 많이 다르지 않다. 고독한 현대인, 반복적인 일상, 문화의 획일성, 이미지에 갇힌 현실, 국가주의, 전쟁, 언어의 문제, 위작 논란, 민주화 운동 등 막상 써놓고 보니 다양하지만, '소통의 부재'로 인한 사회문제가 가장 많은 파이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그 외에는 표현의 문제가 주를 이뤘다고 파악했다. 참고로 영어 제목에는 콘크리트에서 일어나는 crack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콘크리트는 확실히 현대의 비인간성을 상징할 수 있는 회색 재료임에 분명하기 때문이다.

    뭐 작품은 상당히 많았지만 인상깊었던 작품들만 몇 가지 언급하고 전시회 후기를 요약하려고 한다.

    1. 작품

    1) 친구의 초상, 구본웅

    내가 이번 전시회에서 보려고 했던 작품이 2작품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친구의 초상'이라는 작품이다. 1930년대의 모더니즘 문학의 중심에 서있었던 이상(본명 김해경)을 모델로 그려진 그림으로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특유의 붓터치와 색조합이 인상적으로 나타나는 작품이며, 담배를 물고 있는 모던 보이를 볼 수 있다. 이 그림은 당시 예술계 안에서 일어났었던 교류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 중 하나이고, 초상의 주인공인 '이상'은 사회에서 보기 힘들었던 균열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2) 미인도

    국립현대미술관(이하 국현)측은 이 그림을 위한 전시 공간을 상당히 많이 투자했다. 이 그림이 있는 곳만 바닥 재질도 카페트로 바꿔놓았으니 유독 더 눈이 가는 건 사실이었다. 국현은 전시회의 전시 공간 설명에 이 그림과 관련된 논란들을 객관적으로 제시하고 싶었다고 서술해놓았다. 거기에 제시되어 있던 자료에는 처음 이 그림을 입수 했을 때 만들었던 각종 보관 증서들을 진열해 놓았고, 처음 위작 문제가 제기되었던 신문 기사들을 같이 스크랩해놓았다. 또한 천경자가 이 그림이 '위작'이라고 말했던 것에 대한 공증서와, 최근 검찰 수사 당시 증언을 번복한 작가의 발언도 적어놓았다. 물론 처음 이루어졌던 X-ray, 적외선 검사들도 같이 놔두었다. 최근의 기록들 중 뤼미에르 광학연구소의 자료는 아쉽게도 볼 수 없었다. 뭐 어떻게 보든 이 작품을 처음에 '내가 그렸다'고 증언했던 작가의 증언이 번복되어 '아 이 그림은 진짜다'와 같은 내용의 말을 했다는 부분이 영 내키지 않는 부분이다. 게다가 그 위작 작가는 어떠한 수치나 자료 들을 근거로 들어서 '진품'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니라 자신의 눈을 가지고 판단했기 때문에 신뢰성을 확보하기가 더 어렵다. 하지만 뤼미에르 연구소의 경우는 자신들의 검증 결과를 학회지에 올리겠다고 계획까지 하면서 '위작'이라고 판단을 한 상황이다. 대체로 한국 기관(검찰과 안목감정단)들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뤼미에르 연구소쯕의 발언에 힘이 실리는 것은 사실이다. 즉 이것도 하나의 균열로 볼 수 있었다.
    뤼미에르 연구소가 어느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던 기사가 있어 첨부한다.
    (http://pub.chosun.com/client/news/viw.asp?cate=C01&mcate=M1003&nNewsNumb=20170223326&nidx=23327)

    3) 제페토의 꿈, 노진아

    피노키오, 다시 말해서 제페토를 표현한 작품인데, 작품해설에서는 '인간이 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로봇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즉 AI시대에 대한 하나의 예언에 해당한다. 아직까지는, '인간이 되고 싶다'는 로봇들을 상상하는 시대이다. 예를 들면, 영화 '바이센테니얼맨'과 같은 작품들이 이를 대변한다. 다만 내 생각에 미래에는 오히려 '인간'이 로봇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될 시점도 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종종 사람들은 '로봇'같이 되고 싶어한다. 반복된 작업을 실 수 없이 할 수 있다거나, 아무 생각없이 일을 하는 행위에 대해서 말이다.

    4) 등, 권순철

    인간의 고통을 표현한 등이라고 쓰여있었다. 도대체 어디가 균열일까, 잘 모르겠다.

     

    2. 후기 정리.

    오랜만에 전시회를 갔더니 천천히 걸어다니는 바람에 시간이 생각보다 더 걸렸다. 뭐 그러더라도, 이번 전시회의 목적은 크게 2가지였으니, 그 두가지는 다 이룬셈이다. 그림을 보는 것과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사진을 찍어두는 것이었다. 어려운 점이라면, 한국 작가들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많이 없다보니 어떤 흐름에서 이 작품을 만들어냈는지 작가론에 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먼저 말하고 싶다. 하지만 뭐, 어떻게 지금 당장 그들의 자료를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냥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겠지 싶다.

    꺼져 있는 다다익선  켜져있는 다다익선

    P.S. '등'과 '제페토의 꿈'의 전시 텍스트를 첨부한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