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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The Age of Adaline)을 보고
    영화 2018. 3. 7. 15:26
    영화를 보게 된 동기 : 가까운 사람이 추천해서 보았다. 가까운 사람 중에서도 매우 가까운 사람이 보라고 해서 보았다. 거의 음 몇 달 만에 보는 영화인지 모르겠다. 시험 전에 영화본 것도 상당히 오래전의 일이라서 그런지 매우매우매우 오래전 일이다. 영화에 대한 오랜만에 좋은 기억이 생긴 기분이다. 블레이크 라이블리를 처음 알게 된 건 16년도에 보았던 카페 소사이어티라는 우디 앨런의 영화에서였었다. 블레이크의 얼굴은 내가 생각하는 백인 미인이라기보다는, 뭔가 백인 미인 중에서도 이지적인 얼굴이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엘르 패닝 같은 얼굴이 있고,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굳이 따지자면 케이트 블란쳇과 비슷한 부류의 얼굴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왜 얼굴 이야기랄 하는거냐면, 배우의 얼굴이 주는 어떤 분위기적 특성이 영화와 적절히 어울린다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런면에서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얼굴은 동시대적이라기보다는 좀 더 고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왠지 다른 배우가 아닌 그녀가 이 역할을 하게 되어서 젊음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마냥 어리게만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 몇 가지 생각해 볼 주제

    1) 나이듬 : 나이든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영화는 원제가 '아델라인의 이야기'인 만큼, 아델라인의 일생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일생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영화 초반부에 도서관에서 새로 분류해야 할 '오래된 필름' 중 하나를 보며 과거 회상을 하는 모습을 통해서 드러난다. 얼마만큼의 시간을 살았는지는 사실 나도 알 수가 없다. 나는 고작 이제까지 27살, 28살 남짓의 나이를 먹은 것일 뿐이다. 영화 속에서 아델라인은 100살이 넘었기에 그녀가 겪었을 '떠나보냄'의 감정을 나는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이제까지 경험해본 가까운 이들의 죽음, 그러니까 어린시절에 겪었던 죽음이 아니라, 20대 이후에 자의식이 어느 정도 형성되고 난 이후에 겪었던 죽음에는 첼리가 있었으니. 어찌되었든 아델라인은 원치 않아도 많은 회상들을 종종 하게 된다. 그녀가 친구로 여기는 것으로 보이는 피아니스트를 파티에서 볼 때에도, 파티장 한 편에 걸려있는 사진에는 그녀가 두 명의 친구와 같이 사진을 찍었던 흔적이 남아있었다. 분명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시간에서 살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살고 있지만 실제로는 '혼자'서 살아가는 것과 같았다고 느꼈다. 그녀가 유일하게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는 것은, 딸을 만날 때와 친구를 만날 때 뿐이었으니까. 그래서 이 '나이듬'은 위조된 나이듬이 되었다고 느꼈다. 나이가 들었지만 주변은 나이가 들지 않았기 때문에 정작 '나이들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는 아델라인의 모습은 심히 외로웠다. 사진을 담아두고 정리하는 모습에서도 외로웠고, 강아지의 고통을 감싸 안을때도 외로웠다. 윌리엄을 만났을 때에도 그 외로움은 드러났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회상 할 일들이 많아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 데, 그 단면을 보여주는 데에는 많은 부분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2) 영화의 흔한 복선들 : DELLA C 가 오는 것과 아델라인의 세포가 다시 나이들기 시작하는 것은 아델라인의 마음먹기와 몸이 동시에 변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시나리오의 장치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별이 돌아왔다는 건 간접적으로나마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다만 별이 오는 걸 먼저 제시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리고 교통사고가 나는 부분 역시 또다른 복선에 해당하는 것 같다. 이런 복선이 있을 때 보통 '영화'가 개연성을 띄기는 하는 데,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한편으로 아쉬운 면이기도 하다. 너무나도 뻔한 설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게 한 몫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정작 정책 입안자가 아니니까 이런 것들이 대해서 뭐라고 할 권한 같은 건 없다. 다만 그냥 '별이 온다'와 아델라인의 세포가 다시 생체 시계대로 돌아간다는 너무 비슷한 느낌이었어서 아쉬웠을 뿐이다. 

    3) 그래서? : 아델라인 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나마 했다. 하지만 난 그럴 자신이 없다. 일단 너무나도 많은 삶을 짊어져야 한다. 끝이 나지 않는 삶이란 얼마나  그건 다 같이 늙지 않을 때의 삶을 가정했을 때 였을 뿐이다. 그러니, 오늘은 다시 오지 않을 내일이기에 의미있는 시간으로 살아야만 한다. 요즘 듣는 교육학 강의를 담당하는 그 선생님의 말씀처럼, 매 시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보살펴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 어느 순간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하루 24시간을 모두 의미있는 시간을 살기는 어렵더라도, 하루에 몇 시간 만이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하루처럼 살아가고 싶다. 누군가와 같이 늙고 싶다와 같은 생각은 잘 들지 않았다. 아직 나는 불멸의 삶을 살아본 적은 없으니까. 하지만 내가 만약에 어떤 사랑하는 이를 만나게 된다면면 그 사람과 같이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지 않은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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