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영화, '건축학개론'
    영화 2013. 4. 27. 20:09



    건축학개론 (2012)

    8.6
    감독
    이용주
    출연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조정석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한국 | 118 분 | 2012-03-22
    다운로드 글쓴이 평점  


    다음주까지 숙제가 있습니다. 리포트.

    지금 자기가 사는 동네를 여행을 해보는거야.

    평소에 그냥 무심코 지나치던 동네 골목들, 길들, 건물들.

    이런걸 한번 자세히 관찰하면서 사진으로 기록을 남겨보세요.


    자기가 살고있는 곳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이해를 시작하는 것,

    이게 바로 건축학개론의 시작입니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첫 수업에서-



       간만에 영화한편을 또 보았다. 굉장히 보고 싶었던 영화, 계속 끝자락만 보게 되서 답답해 죽을뻔한 영화, 바로 '건축학개론'이다. 이용주 감독이 10년을 공들여 만든 역작, 영화 '건축학개론'은 내가 그간 보던 한국의 멜로영화중에서 가장 최고였다. 내가 봤던 멜로영화중에서는 '만추'가 인상깊긴 했지만, 만추의 서사방식과 몇가지 장면들이 내게 기억에 남을만큼 잘 만든 영화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또 현빈과 탕웨이라는 조합도 그랬고. 그러나 건축학개론은 조금 다르게 내게 '인상깊은'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일단 내가 중시하는 '배역'의 비중을 상당히 높인점이 좋았고, '소재'와 서사방식, 시간을 교차하며 이야기를 풀어가는것도 마음에 들었다. 감독의 센스가 발휘된 음악선정도 한몫했고, 실제로 집을 다시 지은것도 역시 좋았다. 여러가지 이야기 할게 많은데, 하나하나 이야기 하면서 글을 시작할까 한다.





       양서연(한가인,수지)과 이승민(엄태웅, 이제훈)은 첫 만남을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한다. 약간 지각한 서연을 쭉 바라보던 승민은 호감을 느끼면서 첫 수업에서 '인연'이 닿게 된다. 정릉동, 정릉이 어떤 능인지 물었더니 정종의 무덤이다, 정조의 무덤이다, 정약용의 무덤이다 하면서 순수하면서 약간 바보같은 이미지를 풍기는 첫 인상. 같은 동네인 '정릉동'에 사는 서연과 승민은 그날 수업끝나고 집에가는 버스에 같이 올라탄다. 서연을 바라보는 승민의 이미지는 대학 신입생 시절 남자들이 예쁜 여자들에게 보냈을법한 눈길이다. 대부분의 남자가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눈빛과 행동 말이다.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던 승민에게 카메라의 뷰파인더에 잡히는 서연은 말을 건네고, 둘은 같이 정릉동을 돌아다니게 된다. 이 동네에서 어릴적부터 자랐던 승민은 상당히 많은걸 알고 접근하지만, 서연은 하나도 모른채 이곳저곳 눈길을 주면서 돌아다니다가, 한 빈집을 발견한다. 아무도 살지 않고 자신의 집이 아니기 때문에 들어가지 않는 승민과 비어있으니까 들어가도 된다고 생각하며 들어가는 서연의 모습은 대조적이면서 아름답다. 서연의 모습은 소설 '페르디두르케'의 '주트카'같다고 해야할까? 빈집의 마루에, 먼지가 아주 많은 마루에 앉으려는 서연을 잠시 멈추고, 공책을 깔아주는 승민, 말을 놓자고 하면서 먼저 말을 놓은 서연의 모습에 승민은 당황하면서 좋아한다. "제가 이러면 말을 잘 못놔요" 하면서. 승민과 서연을 이어주는 첫번째 공간은 바로 '빈집'이다. 후일, 첫눈오는날 그 빈집에서 만나기로 했던 약속은 바로 그곳에서 처음 서로간의 '벽'인 언어의 벽이 허물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집이라는 공간은 둘에게 매우 중요하다. 서연이 부탁하는것도 '집'이고, 둘이 말을 놓는곳도 '집'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제대로된 만남을 시작하는 공간은 다 '집'이었다. 건축학개론이라는 영화제목이 걸맞는 장소 선정이었다.(괜히 10년동안 이용주 감독이 고민한게 아니라는 점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후일, 서연이 '청담동 여주인'이 되어서 리모델링을 맡긴 집은 나중에 서연이 자신의 아버지와 같이 살게될 공간으로서 다가가는데, '딸'이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을 통해서 승민이 자신의 어머니를 다시한번 보게되는 점은 딸의 현명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여튼, 첫번째 소재는 바로 '집'이었고, 두번째 소재는 바로 음악이다. 건축학개론 수업의 두번째 과제는 자신의 집에서 가장 먼곳을 가서 그곳을 '탐험'하고 '이해'하는 것이었다. 승민이 가고 싶어했던 가장 '먼곳'을 같이 버스를 타고가서 옥상에 올라가 듣는 음악이 있다. 바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다. 독창적인 음악분이기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전람회의 명곡 '기억의 습작'을 아주 오래된 일본의 S사의 CD플레이어와 함께 듣는 장면은 이 시대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상당히 공감했을 내용이었고, 이 시대에 살지 않았더라도 뭔가 '향수'가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게다가, 요즘 '기억의 습작'같은 노래를 들은경우가 없으니 하나의 이어폰을 반쪽씩 귀에 꽂아서 같이 음악을 듣는 그 장면을 통해서 나는 이 영화가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전람회의 1집 앨범을 나중에 집을 지을때 '계약금'으로 미리 주는 서연과, 이를 받아두었다가 돌려주는 승민의 모습에서 둘의 관계가 좋게 끝나지 않을것임을 상징한다는게 아쉬움이 들었다는 점이 있긴 하지만. 승민에게 CD플레이어가 없다는 점은 간접적으로 그녀의 계약을 성사시킬 수 없음이 드러났다는 말일것이다. 하지만 후일 승민의 택배를 받은 서연은 자신이 15년전 놓고 갔던 CD플레이어와 앨범을 받고 이를 통해서 옛 기억을 되살린다.





       15년을 연결해주는건 바로 '눈'이다. 현재의 '눈'은 둘의 이야기거리가 되서 '혹시 그 썅년이 나야?'라고 물을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주고, 과거의 '눈'은 약속을 의미한다. 물론 과거의 약속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첫눈오는날 그때 봤던 빈집에서 보자고 했던 그 약속은 승민의 선언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음...정확하게는 이루어지지도 않았고, 이루어진것도 아니지만. 서연은 첫 눈이 오는날 저녁늦게까지 빈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승민은 뒤늦게서야 그 빈집에 들러 CD플레이어와 전람회1집을 가지고 온다. 서로의 첫사랑을 확인하는 'CD플레이어와 앨범', '집 모형'은 '눈'이라는 매개체 속에서 하나로 연결된다. 서연과 승민은 서로에게 각각 추억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 사건으로 인해서 승민이 마음을 닫고, 서연은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채 결국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고 둘의 첫사랑은 끝이 난것이다.



       남자들은 보는 내내 한가인과 수지를 보면서 예쁘다고 하지만 그 한편에는 '승민'이라는 캐릭터를 맡은 이제훈과 엄태웅에 감정이입을하며 빠져든다.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각 연령대별로 보는듯한 '승민'은 나에게도 역시 상당한 수준의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서연을 좋아하면서 행동하는 그 '풋풋한 행동'부터말이다. 그리고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에, 여전히 잊지 않는 그 '배려'까지 말이다. 분명 건축학개론은 내가 최근에 본 멜로영화중 최고였다고 말하고 싶다. 여자친구와 같이 보지 못한건 아쉽긴 하지만.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