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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대지진(aftershock)' 리뷰
    영화 2013. 7. 6. 13:41



    대지진 (2010)

    Aftershock 
    7.7
    감독
    펑샤오강
    출연
    서범, 장국강, 장정초, 왕자문, 진도명
    정보
    드라마 | 중국 | 128 분 | 2010-11-04
    다운로드 글쓴이 평점  






    <뭔가를 잃는다는 것이 어떤 건지 잃어버리기 전에는 절대 모른다.>



       탕산 대지진에 대해서 조금 찾아봤다.  뉴스위크 선정, 1900년대 이후 최악의 지진의 1위로 뽑혔던 탕샨 대지진. 공식적인 사망자만 25만명이 넘고 추정되는 사망자는 60만명을 넘기도 했다고 한다. 사실 잘 느낌이 오지 않지만, 왠만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난민이 되고 다수의 가족들의 일부가 지진으로 인해서 죽었다는건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EBS 토요시네마에서 틀어준 영화 '대지진'에 대해서 오늘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 영화는 1976년에 일어난 탕산 대지진을 시작으로 해서 '지진'이라는게 한 개인과 가족과 사회에게 어떤결과를 불러일으키는지를 아주 담담하게 차분히 풀어내었다. 보면서 슬프고 가슴아픈 장면도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대단하고 다행이라는 생각도 교차했다. 아마도, 지진으로 인한 '참사'속에서 남아있는 생존자를 어떻게든 구하려고 하는 영화속 인물들에게 경외감과 격려를 보내고 싶었기에 그렇지 않았나 싶다.
       여기에 살면서 지진을 경험한건 딱 한번있었다. 자고있엇는데 6시쯤 눈을 떳던것 같다. 그날이 휴가날이라서 조금 일찍 눈을 떴는데 갑자기 침대가 흔들흔들 거리는게 정말 무서웠다고 해야하나....다행하게도 그 흔들림이 금방 멈춰서 잠을 깨지 않고 다시 잠에 들 수 있었지만, 순간의 이 느낌은 내가 상상한것 이상이었다. 이전에 이렇게 내가 딛고잇는 '대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걸 상상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그 공포가 만약 엄청난 형태의 진도로 나타난다면 아마도 영화속에서 본 이미지처럼 나는 철골구조물과 콘트리트 아래에 갈렸을지도 모르겠다.

       두 쌍둥이를 둔 어머니가 두명다 깔려있는 상황, 두명은 같은 콘트리트 아래에 깔려있어서 한명을 구하면 다른한명이 눌려서 죽을 수 밖에 없다는 생존한 구조자의 말에 어머니인 위안니는 한참동안 둘다 구해야한다고 울부짖지만, 결국은 아들을 구해달라고 울부짖는다. 그리고 딸은 그 말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고 이윽고 딸을 잡아주는 화면이 어둠으로 변하면서, 아들을 구해내지만, 눈을 뜨지 않고 반응을 보이지 않는 딸을 안으며 어머니는 통곡한다. 지진으로 인해서 자신의 남편과 딸을 잃게 되면서 자신의 삶에 매우 큰 변화를 겪게될 미래에 대해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살아야 하기 위해 아들을 안고 가는 장면은 정말 가슴아팠다. 정말 다행인건, 딸이 비를 맞으면서 시체사이에서 정신을 차리고 걷기 시작하자, 한 인민해방군이 딸(팡다)을 데리고 고아들이 모인곳으로 데려가게 된다. 고아들만 모인곳에서 인민해방군인 양부모 밑에서 키워지게 된다.

       팡다와 팡덩은 각각 다른 환경에서 자라기 시작한다. 팡다는 어머니와 같이 매번 지진이 일어났던 그 날마다 지전을 태우면서 아버지와 누나의 영혼이 돌아오길 바라면서 차근차근 커가기 시작하고, 팡덩은 양부모님 밑에서 가끔씩 꾸는 악몽(자신의 친부모와 동생을 만나는 꿈)을 꾸면서 자신의 옛기억을 숨긴채 자라나가기 시작한다. 이윽고 팡다는 사업가로 성공하게 되고, 팡덩은 의과대학을 가게 되지만 팡덩이 4학년이 되어 임신을 하게 되면서 그녀의 꿈은 무너지고 자신의 양부모님과도 연락을 끊고 살게 된다. 한편 팡다는 사업가로 성공해 자신의 어머니와 재회하고, 어머니를 어떻게든 더 나은 환경에서 살게해드리고 싶지만 어머니가 '이젠 지쳤다'고 하시는걸 들으면서 지진 후 이사온 곳에서 계속 살게 해준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기존의 재난, 지진영화와 다르다는걸 느낀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만든 재난영화들은 대개 '재난'의 순간 장면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투모로우나 아마겟돈, 2012와 같은 영화들을 보면 재난이 어떻게 해서 삶의 터전을 파괴시키는지 그 무서운 '위압감'에 초점을 맞추고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이는 할리우드가 만들어내는 영화의 특색이 조금 퍼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중국영화는 조금 달랐다. 1976년 이후 약 10년정도의 기간을 차근차근히 지나가게 하면서 주인공들을 그려낸다. 이 기법의 의미는 '재난'을 보자는게 아니라, '사람'을 보려는데 있다. '재난'영화는 '재난'이 어떻게 보여지는지가 중요한지를 그려내는게 할리우드 영화라면, 이 '대지진'은 재난때문에 사람의 삶과 생각과 가치관이 어떻게 바뀌고,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위안니가 항상 자신의 남편과 딸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데 이건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남편과, 자신이 아들을 선택해 상처를 받은 딸을 생각하는 것이다. 게다가 팡다는 한쪽팔이 없어서 힘들었지만 차근차근 일을 하면서 나름대로의 생활을 살아가며 자신의 누나를 생각한다. 팡덩은 자신이 선택되지 않은 그 순간을 잊지 못하고 살아오다가, 쓰촨대지진의 참상을 보면서 다시금 그 재난현장을 가서 자신이 받았던것을 최대한 돌려주려고 한다. 한번의 탕산대지진이 많은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버린것이다. 그리고 그 바뀌어버린 삶을 그려내기 위해서 감독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가슴깊이 이해했다.
       팡다(아들)가 위안니(친어머니)의 말을 안들으면서 이러실거면 누나를 구하지 왜 나를 구했냐고 했을때, 위안니는 팡다의 뺨을 때린다. 누나를 희생해서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왔다는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감사하지 못한것에 대한 벌인것이다.




       팡덩이 쓰촨대지진의 현장에 가서 자신의 딸을 구해달라고 울부지는 한 어머니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매우 복잡했을 것이다. 자신의 어린시절 자신이 선택되지 않아 고아가 되어버리고, 친부모님을 잃은채 양부모님 밑에서 자랐던 그 시절들이 모두 떠올랐을 것이다. 결국 이 장면에서 보이는 어머니는 딸의 다리를 잘라서라도 구해달라고 말하고 딸은 오른쪽 다리를 잃은채 구해지지만 그걸 보며 어머니는 울부짖는다. 내가 후회할 짓을 했다고, 내 딸의 다리를 빨리 달라고 하면서 말이다. 울부지는 어머니를 뒤에서 끌어안은채 그저 아무말도 할 수 없는 팡덩에게 쓰촨대지진은 자신이 다행히 살아남았던 30년전의 아픈 기억을 돌아보는데 충분했을것이다. 이제것 재난영화를 보면 항상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 궁금해했고 상상으로 그려보기도 햇었는데 이 영화는 내가 호기심을 가진 부분들을 제시해줌으로써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대지진'이라는 단어보다 'aftershock'라는 단어가 더 마음속에 와닿는건 지진하나로 인해서 그 후 충격이 어떻게 삶에 퍼지는지를 그리는걸 이 영화가 매우 잘했기 때문이다. 잃어버리기 전에는 그 의미를 모른다는 말한마디가 내 마음속에 남는다. 나도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은 하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 말하는것처럼 막상 잃어버리기 전에는 그 의미를 몸소 체감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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