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당신들의 천국 - 이청준, part.1
    책/한국문학 2013. 8. 11. 17:35



    당신들의 천국

    저자
    이청준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2012-09-2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한국 소설의 거장 이청준, 그 문학세계의 정점!이청준 문학의 요...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거의 1년이 다되도록 내가 책을 읽을때 너무 지나치게 외국문학 위주로 선택했던 경향이 강했다. 어떤 이유인지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대략 내 생각을 정리해보면, '세계문학전집'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정복욕 비스무리한게 있었던것 같다. 마침 여기에 있는 도서관의 구조도 들어가자 마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있었기에, 책을 읽어야한다는 마음은 '세계문학전집'을 읽어내자는 마음으로 바뀌어 버린듯, 어느새 내 손에는 '주홍글씨', '이름 없는 주드', '안나 카레리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포르노그라피아'같은 작품들이 들려있었다. 그 작품들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는 하지 않지만, 분명한건 내가 그동한 한국문학에 대해서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점은 생각해볼만한 부분이다.


       최근 한국문학 작품들은 확연하게 '재미'를 추구하는 문학과 '문학성'이란 타이틀을 얻으려는 문학으로 나눌 수 있다. 사실 '문학성'이라는 것도 평론가,비평가들이 붙인거라고 이야기 할만한게, '문학성'이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가 워낙 다양하고 어느 하나만 우월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비교적 잘 팔리는 신경숙씨의 문학작품들 중에서 '모성'에 관한 작품을 꼽으라면 '엄마를 부탁해'와 같은 작품을 고를것이고, 과거의 기억을 가진채 현재를 살아가는 작품을 고르라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고를것이다. 그렇지만 이걸 바로 본격문학이라고 이야기하긴 힘들고, 책이 출간되던 시기마다 '화두'가 되던 소재들을 가지고 작품을 썼다는 느낌을 받는다.


       분명 각 작품마다 작가가 지니는 색이 공통되게 나타나기 때문에 다 '가치'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세상은 그렇게 이야기 하지 않는다. '본격문학'과 '일반문학'을 나누는 지금의 문학평단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난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와 같은 소설을 보고서 본격문학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이고, 조금은 '문학성'을 지닌 작품들을 선호한다.(물론 박민규의 작품 전체를 말하는건 아니다.) '재미있다'라고 말하고 끝나는 책은 좀 그렇다는 말이다. 그런의미에서 '이청준'이라는 작가에 대한 내 느낌은 매우 '사회적'인 작가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 '사회적'이라는 말 속에서 이 사람이 단순히 사회비판을 위해 작품을 만들었기 보단, 정말 중요한 소재를 가지고 책을 써냈기 때문에 오해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이청준의 소설중에서 우리가 가장 쉽게 접했던걸 고르라면 '눈길'을 고르겠다. 어머니에 대한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들었던 눈길은 국어교과서에 실려있는 작품이었다. '이어도'도 교과서에 나왔고, '매잡이', '소문의 벽'과 같은 작품은 수능공부를 위해서 언어영역 지문을 풀다보면 한번은 스쳐갔던 작품들이기도 했다. '당신들의 천국'또한 문제에서나 볼만한 지문이었지만 그의 작품성은 익히 들었었고, 나는 우연히 한 대형서점에서 이청준 문학전집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동안 세계문학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이청준의 문학전집을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던참이었는데, 마침 기환형이 내게 한마디했다. '한국문학에도 관심을 가져보는건 어떠냐.'


       이야기는 '상욱'이라는 화자로 시작된다. 소록도에 있는 한 병원의 과장인 '이상욱'은 새로 부임해온 원장 '조백헌' 육군 대령을 통해서 소록도의 상황을 조금씩조금씩 화자에게 전해준다. 1부의 이야기는 대개 조백헌 대령을 통해서 상욱이 떠올리는 '주정수 전 원장'에 대한 부분이 많았다. 주정수 전 원장은 일제시대에 소록도에 부임해온 원장인데, 처음에는 소록도를 '낙원'으로 만들고자 했지만 결국은 자신만의 낙원을 만들고자 한 사람이 되어버렸던 사람이다. 말그대로 '당신들의 천국'인 셈이다. 환자들을 위한 공간이 아닌 자신의 꿈, 자신의 이상, 환자들의 마음이 아닌 원장 자신의 마음속에 품고있던 것들을 실현하느라 바빠져버린 주정수의 과거이야기는 지금 내가 살고있는 공간에도 적용이 되는것 같았다.

       지나칠 정도의 성과주의, 실질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는게 아닌, 어떻게 하면 위에사람들이 보기에 좀더 효율적이고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을만한 공간으로 만들지 고민하는 이 조직은 내게 있어서 점점 안타까움과 실망감이 들 뿐이다. 내 세금이 장기적으로 이 사회에 흘러갈것을 생각한다면 이 사회는 '동상'을 세우려고 노력하는 사회가 되어선 안되고, 진정 사람들을 위한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도무지 그럴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째서 이 사회는 점점 동상을 세우려는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개인의 명분아래 다른 모든것들이 보이지 않아서일까? 도무지 모르겠다..

       윗사람들의 생각을 아랫사람들은 잘 모른다고 한다. 윗사람이 되지 않고서야 그 느낌을 어째서 알겠는가. 하지만 내가 있는 이 조직은 그런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하지만 그 이유가 비단 정보의 불균형뿐만이 아니다. 자신의 신념과 명분을 남들에게 강요할때도 '동상'을 세우는 일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런 일들이 워낙 잦아서 난 요즘 깊은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과연 이런 곳에서 개개인들의 생각이 존중받고 가치있다고 느낄 수 있는 날은 올 수 있을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변하지 않을것만 같다.


       어쨋거나, 조백헌 대령과 이상욱 과장의 미묘한 갈등과 동시에 소록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이 책에서 나는 왠지 세계문학에서 느끼지 못한 다른 느낌을 받을것 같다. 아무래도 그 느낌은 대개 '사회에 대한 비판' 혹은, '실망'에 가까운 감정이 아닐까 싶지만, 이 책을 통해서 스스로가 좀 더 성숙해질 수 있을것 같다. 2부는 조만간 다시 올려야겠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