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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어니스트 헤밍웨이
    책/외국소설 2013. 12. 4. 22:37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1

    저자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2-05-3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노벨 문학상, 퓰리처상 수상 작가 20세기 미국 문학을 개척한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읽을 책을 고르는데 정하는 기준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책의 디자인이 아름다운가이다. 최근에 부대내 도서관에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이 많이 추가되서 그중에 책을 막 고르려고 했었다. 하나가 바로 전에 읽고 글을 썼던 '사랑할 때와 죽을때'이고, 그외에 내가 고민한건 '페스트'나, '유리알 유희'나, '무기여 잘 있거라'나, '데카메론'과 같은 책들이었다. '유리알 유희'는 같이 사는 기환형이 말했던 책이라 들어보기만 하고 예전에 해세 작품을 읽으면서 그냥 궁금했어서 그랬고,(게다가 분홍색이라 좀 눈에 띄기도 했고) 카뮈의 '페스트'는 압도적인 두께로 날 놀라게 했기 때문에 머릿속에 남아있다. '무기여 잘 있거라'는 워낙에 자주 귀에 들렸던 작품이어서 보고 싶었고, '데카메론'은 조반니의 작품이자 민음사의 세계문학작품중에 상당히 오래된 축에 속하는 작품이라 보고 싶었다. 또한 '종교'와 '문화'가 결합되어 있는 책을 꼭 읽어봐야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고민끝에 나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보고 싶었을 뿐이다. 두권의 책이기도 하고, '해밍웨이'의 작품을 한번도 읽지 않은 나에게 그의 작품을 하나쯤은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었고, 색이 마음에 들었다. 매우 '시각적'이고 '외모중심적'이라고 말하기도 하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하지만 색에서 느껴지는 느낌과는 다른 내용에서 나는 이 책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바로 전에 읽었던 '사랑할 때와 죽을때'가 2차세계대전 이야기를 배경으로 했다면 이 책은 2차 세계대전의 전초전이라고 불리는 '스페인 내전'을 소재로 쓰였다. 1936년~1939년까지 벌어진 일련의 스페인내전은 현대사에서 차지하는 '사상과 자유'에 관한 역사중에 가장 복잡하고 이권이 치열하게 얽혀있는 사건이었다고 말할만 하다. 보통의 국가들이 크게 '사회주의'와 '자유주의' 또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로 갈렸었다면 스페인의 경우는 이보다 더 확대되어 있었다. 왕당파와 가톨릭, '프랑헤'와 같은 파시스트들이 한 집단을 이루고, 인민전선, 사회주의 총연맹, 국제여단, 그리고 자유주의성향이 짙은 카탈로니아 분리독립주의자와 아스투리아스 분리독립주의자들도 공화파에 몸을 담그면서, 이보다 더한 '사상'적인 투쟁이 없을정도의 집단이 얽혀있었다. 하지만 공화파 정부가 프랑코를 필두로 하는 우익의 반란을 제대로 진압하지 못하고, 동시에 주민들의 자치로 이뤄낸 '자유 수호'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으면서 전세는 점차 프랑코의 우세로 넘어간다.

       작가는 스페인 내전에 실제로 참여했던 경력이 있었다. 게다가 '내전'중에 '자유'를 위해서 행동한 적도 많았다. 해밍웨이의 소설 테마가 아무리 '전쟁'이라지만 이정도로 열심히 '자유'를 수호한적은 전에 없었던 일이었다. 그는 스페인에서 활동하다가 미국으로 돌아와서는 순회강연을 펼치며 스페인의 인민세력에 도움이 필요한다고 호소한다. 물론 그를 비난하는 보수주의자들도 다수 있었다. 왜냐하면 당시 스페인의 '자유'세력에는 사회주의를 중심으로한 사회주의노동자당이 매우 강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국민을 챙기지 않은것이냐 하고 물어보면 난 그것에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여러 논문들을 통해서 당시 스페인내전중에 '인민전선', '공화군'등은 매우 다양한 세력의 집합체였으며, 기득권층, 왕권층, 가톨릭계, 지주, 유산가를 바탕으로한 프랑코를 몰아내기 위함에는 변함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중에 사회주의노동자당이나 스페인공산당 같은 세력이 끼어있었다고 보는게 맞다. 공화파는 다국적 국가(미국, 영국, 폴란드,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아일랜드, 쿠바, 스코틀랜드 등등)로 구성된 국제여단과, 소련, 멕시코 등이 지원했었고, 프랑코파는 나치스독일과 무솔리니의 이탈리아 정부가 지원했다. 파시즘과 사상의 자유가 충돌한 2차세계대전의 전초전이라고 할만한 데는 이러한 다양한 국가들이 참전해서 규모가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전면적인 병력도입을 하지 않은것일 뿐이지, 참여국가의 수만 따지면 이만한 내전도 없었다. 그래서 해밍웨이는 미국사람들이 스페인의 '자유'를 원하는 인민들을 돕고 싶었다. 그의 인본주의적 사상의 첫 발현은 바로 이 소설에서 시작된 것이다. '로버트 조던'이 파시스트에게 당했던 '마리아'를 사랑하면서 그녀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건 작가 자신의 생각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부분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난 마리아를 사랑하면서 로베르트가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는걸 읽을때마다 이건 '로버트'의 생각이 아닌 '작가'의 신념이란걸 여러차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로베르트'만 가지고 하는게 아니다. 노인 안셀모를 가지고도 그는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표현했다.


    오테로를 습격하던 날 밤 그는 난생처음으로 사람을 죽였고, 이번 습격에서는 사람을 죽이게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안셀모와 로베르트의 서술을 통해서 작가는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한 고민을 옮겨놓았었다. 둘다 어쩔 수 없다면 살인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중에서 안셀모는 좀더 살인을 피하고 싶은 사람이었고, 로베르트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어쩔 수 없으니 잘 해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이러한 서술방식을 한번도 본 적이 없어서 나는 신기하다고 좋다고 읽었다. 보통은 주인공 한명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서술했었다. '소피의 선택'에서의 '스팅고'가 그랬고, '안나 카레리나'의 레빈이 그랬는데, 이 책은 다양한 주인공이 동시에 생각을 표현해내다 보니 뭔가 달랐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는 건지' 작가는 처음부터 제시했다. 바로 내 '죽음'을 위해서 종은 울린다고 서두에 밝혀져 있다. 여기에서 나는 주인공인 '로버트 조던'을 의미하고 동시에 이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한 독자들도 해당이 될 것 이다. 게다가 저자는 로버트 조던을 제외한 나머지 주요인물들을 모두 살리는것도 아니며 안셀모와 같은 노인과 페르난도와 같은 집시는 결국 죽는것으로 마무리를 한다. 


       여담이지만, 해밍웨이에게 있어서 스페인이라는 국가는 매우 흥미로운 대상으로 바라본 대상인듯하다. 책의 내용 곳곳에서 스페인에 대한 찬양(스페인만한 곳이 없다는 글귀를 통해서)을 보면서, 이 국가에 대한 애정이 매우 깊었던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유독 푸른 숲에 대한 느낌을 서술한 부분이 많았다고 느꼈다. 스페인에 대한 많은 흥미를 가지고 이 책을 써서 매우 좋았다. 물론 해밍웨이가 스페인에 대해서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쓴건 아니라는걸 다른글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지만, 그가 전쟁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들, '자유'에 대한 태도등을 느끼는데 이 책은 충분했다. 참으로 안타까운게 있다면, 그건 돌아오는 월요일부터는 당분간 책을 못읽게 될 것 같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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