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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생활 정리 4 /160313 / 동료와 요리.
    여행/봉사활동 하면서 2016. 3. 13. 13:48

    '동료'라는 단어를 내가 쓸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많은 일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들에 속하지만, 특히 나도 이 '동료'라는 개념은 내게 생소했다. 가까운 예를 들자면, '동료'는 원피스에서 등장한다. 원피스에서 등장하는 '동료'의 개념은 꽤 인상깊다. 루피가 말하는 '동료'는 끝까지 지키고 믿는 대상이다. 아마도 왠만한 '사랑'을 뛰어넘는 그런 '동료애'를 루피가 보여주는 것 같은데, 나라면 쉽게 못하는 거다. 나를 다 버리고서라도 동료를 지킨다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말이다. 물론 배우고는 싶다. 어쨌거나, 하고자 하는 말은 나는 그곳에서 루피가 말하는 '동료'까지는 아니어도, 나름대로의 '동료'는 얻었다는 것이다.

     

    한국에 일찍 오게 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Paid staff(support worker)와 volunteer간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support worker를 제외하면 다른 사람들과의 업무적인 차이는 상당히 나는 편이었다. 하지만 우리와 가장 일을 같이 많이 하고 오래 하는 건 support worker였고, 그로 인해서 나는 개인적으로 차이를 못느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위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volunteer는 support worker를 도와야만 했다. 그래서 support worker와는 '유대감'같은 걸 쌓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해야 하나..그랬었다. 그래서 volunteer들끼리는 '동료애'가 생길 수 밖에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 volunteer의 처지를 이해할 사람은 volunteer 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이 친구이자 동료들과 한 일을 이번 포스트에서는 적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밥 먹는 일', 사실 그게 가장 행복했던 일 중에 하나이기도 해서 이걸로 정했다.

     

        

    - 왼쪽의 비빔밥은 가기 전에 대접했던 것, 자세히 보면 비빔밥 말고도 다른 요리들이 많다. 오른쪽은 김치찌개 -

     

    1. 식사

     

    '먹는 것'은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했던가, 그 '먹는 것'을 해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 취향에 맞는 음식을 먹는 다는 것은 매우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곳에서 먹었던 기본 음식들을 한 번 적어보면 이렇다.

     

    1) 볼로네즈 파스타(펜네/스파게티)

    2) 으깬 감자와 소세지, 그리고 샐러드

    3) 피쉬 앤 칩스

    4) 치킨 카레+쌀밥

    5) 양고기 볶음 요리 + 쌀밥

    6) 돼지고기 스테이크와 삶은 야채 그리고 gravy

    7) 치즈 토스트

    8) 칠리 콘카레 + 쌀밥

    9) 치킨너겟 + 칩스

    10) beans & 토스트

    11) 베이컨 + 으깬 감자 + 샐러드

    *참고로 칩스(Chips)는 감자튀김을 말한다..French fried potato 생각하면 그게 맞다.

     

    그 다음에 디저트를 예로 들면,

     

    1) 애플 크럼블

    2) 바나나 케이크

    3) 레몬 케이크

    4) 벨벳 케이크

    5) 초콜릿 케이크

    6) 파이

    7) 사과 으깨서 삶아낸 것 + 커스타드

    8) 아이스크림.

     

    그런데 여기에서 쉬운 메뉴들은 대개 잘 보일 것이다. 쉬운 메뉴들은 FIsh & chips, Beans and toast, 치킨너겟 & chips, 소세지랑 으깬 감자도 매우 쉽다. 이런 메뉴들은 대개 '냉동 식품'을 오븐에다가 익히는 걸로 끝나는 메뉴들인데 처음 몇 번은 괜찮지만 나중에 가면 너무 아쉬운 음식들이다. 그다지 내 선호가 아니었다. 나는 old-fashioned 한 방법을 좋아했다. 그러니까 일일히 재료를 썰거나 다지고 삶거나 볶아서 내는 음식들을 좋아했다. 한 마디로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이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면서 내가 자주 먹었던 건 이런 것들이다.

     

    - 치킨너겟, 감자칩, fish head, 참치 볶음, 연어회, 양파 절임 2종류 - 이날은 밖에서 연어를 사온 형의 '연어 요리'가 메인이었다.

     

    1) 오리엔탈 드레싱을 바탕으로 한 샐러드(토마토, 양상추, 이름 모를 풀, 양파, 당근, 샐러리, 오이, 파프리카)

    2) 베이컨, 파프리카, 양파, 버섯이 들어간 크림 파스타

    3) 고기를 바탕으로한 볶음 요리(양파와 파프리카는 필수, 당근, 브로콜리, 감자는 그날 재료에 맞춰서)

    4) 간장 양념을 바탕으로한 오븐 구이(주로 닭 허벅지와 다리살)(마늘과 간장, 식초, 꿀이 바탕)

    5) 딱 3번 해본 비빔밥

    6) 스테이크용 돼지고기를 썰어서 만든 돼지고기 볶음 덮밥

    7) 해쉬브라운위에 치즈와 닭가슴살을 얹은 요리 - 냉부에서 본 요리

    8) 고기 구이에 사이드 요리(grater에 갈아낸 사과와 칼로 썬 버섯 볶음 + 흑맥주 소스

    9) 계란 후라이...

     

    그중에서도 계란은 자주 먹었던 것 같다. 계란이 가장 구하기가 쉽고 접하기 쉬운 '단백질'이었기 때문에 계란을 자주 먹었었고, 텃밭(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큰 Garden)에서 따온 야채들은 그야말로 신선도 1위의 채소였다. 당근, 토마토는 여전히 기억난다. 아쉽게도 마늘, 단호박, 양배추, 파 등은 가져올 기회가 없어서 쓰지는 못했지만 아마 썼다면 더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을 선호했던 이유는 이렇다.

    1) '요리'가 상당히 성취감 있는 일이다. 그 성취감 있는 요리를 하기 위해서는, 손이 많이가고 재료를 일일히 사용하는 요리를 했어야 했는데, 냉동식품과 '캔'에서 온 재료로는 이런걸 해볼래야 할 수가 없었다.

    2) '냉동음식'과 '캔'의 음식 맛이 너무 한결 같았다. 그게 싫었다. 아주 조그마한 변화를 하고자 했었다. 그게 요리였다.

    3) 손이 많이가는 음식은 귀찮지만 동료들끼리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서로 돕기에는 제격이다.

    4) 많은 연습을 통해서 한국에 가면 다시 잘해보고 싶었다.

     

     

    2. 여행

     

    - 런던 Victoria Coach station 근처 Starbucks 매장 안에서, 왼쪽부터 William, Camila, April(Ma jing), Alice, 그리고 나다. - 겨울 휴가 첫 날,(2015/12/19)

     

      동료들과 아무래도 여행을 갔다. 음, 일하다보면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내 경우에는 브라질에서 온 친구 한 명, 콜롬비아에서 온 친구 한 명, 그리고 한국에서 온 형 한명과 친구 한 명이 마음이 잘 통했다. 처음에는 런던에 같이 가서 자전거를 같이 타고 돌아다니던 여행, 리버풀에 같이 가서 같이 걸어다니고 술도 마시고 요리도 했던 날들, 파리에 같이 버스타고 가서 파리 시내 돌아다녔던 기억들, 바르셀로나의 공원과 성당에 가서, 그것도 크리스마스에, 같이 미사하고 시간 보내던 것들,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 들어가서 경기 봤던 것들 등 같이 한 일들이 참 많다.

    이런 여행을 하다 보면 그러니까 상대방을 아무래도 '생각'하게 되다보니, 나 하나만 생각하는 일정보다는 다른 사람을 고려하게 되는 일정을 고르게 되고,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해야 할 것 같으면 서로 이야기를 해서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할 지 아니면 협의를 자연스레 하게 된다. 그런데 그 협의 과정은 사실 예전에 일하다가 자주 했던 것들이라 그런가 어렵지가 않았다. 믿고 따르는 상대라면 논의도 굉장히 합리적이었달까, 대개 우리는 '가장 싼 교통편'과 '가장 편한 교통편' 그리고 '가장 편리한 교통편'을 놓고 고민을 했다. 대개는 어느 정도 싸면서 편리한 걸 찾는 쪽이 많았다. 비싼건 엄두도 못냈다. 특히 저 사진을 찍은 시점의 유럽은 Peak season중에서도 가장 Peak일 때라서, 티켓을 예매하기 시작한 10월 말에도 이미 티켓 가격은 장난 아니었었다..

      친구들과 여행을 가는 건 상당히 좋은 일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정리하면 이렇다.

     

    1) 같이 만난 사람들끼리 여행 논의를 하기에 매우 좋다.

    2) 개인의 취향을 넣기가 쉽다.

    3) 안전을 좀 더 보장할 수 있다.(그럼에도 동료 한 명의 지갑이 털려서 안타까웠다.)

    4) 심심함을 조금은 덜랠 수 있다.

    5) 먹을 것을 먹거나 재료를 사서 해먹을 때 양의 부담이 적다.(많이 사도 다 먹을 사람이 있음)

    6) 개개인의 지식들이 총 동원된 다양한 컨셉의 여행이 혼재된다.

    - 이게 무슨말이냐 하면, 나는 예술과 역사, 문학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는데, 이를테면 노트르담 성당에 갔을 때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하거나, 스페인의 프라도 미술관 앞에 있는 고야와 벨라스케즈의 동상을 보면서, 이 사람들은 스페인의 국민화가이기 때문에 이럴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를 간단하게 하는 식이다.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아는 바를 여행에서 이야기해주었기 때문에 나도 덕을 좀 보았다고 할까, 윌리엄은 스페인어를 알았기 때문에 스페인 여행을 같이 다니는 동안에는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이 없었고, 카밀라는 내가 한참 인간 문제로 우울함을 겪을 때마다, 여행 도중에도 힘내라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여행지를 생각하라는 말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7) 숙박 장소를 예약함에 있어서 좀 더 유연성을 더할 수 있다. 여러명이 머물면차라리 에어비앤비가 편한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좋지 않았던 점을 생각한다면,

    1) 내가 너무 많이 걸어서 다른 사람들이 좀 힘들어했다.

    - 나는 본디 많이 걷는다. 하루에 6시간 정도 걸었던 것 같다. 물론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6시간을 통으로 걷는 바보 같은 짓은 안한다. 걷다가 2시간 정도 지나면 지치니까 카페로 들어가서 차 한 잔 하고, 다시 걷다가 차 한 잔 하는 식으로 걸었다. 그러다보니 카페에 많이 갔다. 밥을 해먹을 재료를 사는 도시일 때는 '커피 값'이 재료값보다 많이 들어간 듯 싶다. 워낙 많이 커피를 마셨으니..

    2) 먹을 것에 조금은 신경을 써야한다.

    - 나는 사실 여행지에서 먹을 걸 잘 신경쓰지 않다가도 도저히 먹을 곳이 안나오면 비싼곳으로 들어간다. 물론 대부분은 그냥 샌드위치로 먹고 끝나기도 한다. 그래서 문제다. 내가 샌드위치 먹고 싶다고 나만 먹기가 그렇다. 그걸로 배가 안찰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면서 식당을 찾아서 그런가 마땅히 '먹을 만한 곳'을 찾아내기가 여간 어려웠다.

     

    이 외에는 없다.

     

      바르셀로나에서 같이 여행 온 형이 지갑을 도난 당한 건 여전히 화가 나는 문제다. 순간의 부주의와 방심으로 인해서.....사실 그날 까지도 그런 생각을 안했었다. 워낙에 그런 걱정을 안하고 다녔었는데 막상 당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사진들을 고르려고 icloud에 들어갔다가 오니 도서관 컴퓨터는 그냥 뻗고 난리도 아니긴 한데, 그래도 옛 생각을 하는 건 참으로 괜찮은 일이 아닌가 싶다. 동료와 요리는 Coleg에서 얻은 소중한 자산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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