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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생활 정리 3 /160302 / '긍정적인 태도'(positive attitude)
    여행/봉사활동 하면서 2016. 3. 2. 17:53
    긍정적인 사고 방식은 그렇게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기억을 되살려보면, 음, 아마도 12월 전까지도 나는 여전히 회의적인 생각이 많았다. 어떤 현상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면이 강했던 것이다. 음, 사회의 분위기 때문일까, 가족 분위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그냥 그렇게 태어난건지 그렇게 자라버린건지, 어느 이유 하나만 있는 건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걸 막을 수 없었을지는 모르겠다. 무슨일이든 엄청난 긍정의 에너지를 보여주시던 산드라 할머니와 루코 아저씨의 태도는 가히 문화충격이라고 부를 만큼 사내 분위기가 매우 좋았음을 되새기게 한다. 한국에서는 아직 경험해본적 없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여기에서 다 받고 가는 기분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자신감이 좀 붙는다. 이상히게 대학교 1.2학년 때 자신감이 있었지만 그 자신감은 어째 이상한 자신감이었다. 군대 다녀와서 생긴 자신감은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감이었고, 나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소시민처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된지 시간이 지났지만 별 느낌이 없었다. 별 느낌이 없었다는 게 더 아쉽다. 그만큼 나도 그냥 타성에 조금 젖은 사람이었을 뿐이었나 되새기게 된다.
     
    도대체 무슨일이 내게 있었던 걸까. 어떤 일들이 나를 변화하게 만들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려고 했다. 아마도 가장 일상적이고 기억에 쉽게 남는 건 학생들에 대한 반응일 것이다. 
     
    1. 긍정적인 피드백.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 다는 상당히 오래된 이야기는 음, 그냥 이야기로 생각했다. 말 그대로 그냥 나와는 '동 떨어진 이야기'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내가 있던 곳에서 현실로 이루어지던 중이었다. Christine koller의 말대로 학생들은 단계적으로 조금씩 조금씩 변해갔다. 물론 처음에는, 처음 1/2년 동안은 힘들다. 힘들어 하고 다들 개인의 공간을 바란다. 다들 힘들어 했었다고 한다. 온지 얼마 되지 않은 학생들의 반응을 보면 실제로도 힘들어 보인다. 안좋은 말들 자주 내뱉고, 무서워하고, 더 안타까운 건 그들이 나중에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미안하다고 하는 것이다. 화가 날때, 답답할 때 자신들의 감정을 표현했지만, 그게 자신들이 결코 원하는 게 아님에도, 그들에게 그게 유일한 방법이라서 그렇게 표현하던 것이었다. 그들은 느리다. 일반인들에 비해서 그들의 변화속도는 상당히 느리다. 일반인들도 느린데, 나조차도 내 변화속도를 지각하기 힘들만큼 느린데, 그들은 얼마나 느릴까 싶다. 그런 그들을 바꾸는 건 바로 칭찬이다. 내 하우스 매니저에 말에 따르면 내가 일하던 곳 학생들 중에서는 처음에는 방에서 아예 안나오거나, 아니면 매일 같이 소리지르고 나가는 경우가 대반사였다고 이야기했다. 내가 6개월간 지켜본 변화도 어마한데 하우스 매니저가 바라본 변화는 오죽할까...그렇게 학생들은 변화하고 또 변화했나보다. 그리고 그 변화는 내게도 아주 느린 속도로 왔던 것 같다.
     
    2. 모델이 된다는 것.

    유독 문서에 자주 쓰여있던 말중에 하나는 모델이 되어야한다는 말이었다. 그놈의 모델이 뭐길래 말이다. 모델, 또각또각 걸어다니는 모델 말고, 행동을 잘하는 본보기가 되라는 말이다. 행동의 본보기가 된다는 건 쉬운일이 아니다. 왜냐면, 그만큼 해야할 일이 많으니까 힘들다. 그래도 나는 본보기를 보여주는 게 기뻤다. 옳은 행동을 보여주고, 또 보여주고, 지속적으로 계속 보여주다 보면 결국에는 사람들은 거기에 따르게 되어있다고 나는 믿게 되었다.(나 나름대로도 효능감이 상승했다.)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어하는 나의 Key student였던 '패트릭'은 나와 같이 지내기 전에는 항상 손을 뻗고 소리를 내서 사람들의 주목을 끌어오는 식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다 나도 답답해서, 내가 대화할 때는 다른 이들의 '이름'을 부른다고 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면, 네가 대화하고 싶어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 그 사람이 볼 것이라고 말이다. 그랬더니 실제로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정확히 그 날 이후로 말이다. 대화하는 방법을 스스로 변화시킨 것이다. 물론 이런 생각도 한다. 과연 학생들은 내 모든 행동들을 이해했을까, 항상 앉기 전에 앉아도 되냐고 묻는 것부터 시작해서 내가 차나 커피를 마시면 같이 마실 거냐고 묻는 것들까지 이해하긴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항상 배려하면서 살아가는 모든 것들이 그들에게 모델이 되려고 한 건 아니다. 그래도 모델이란건 항상 좋은 행동을 보여줄 때 진정한 모델이 된다고 생각했고, 내 나름대로는 노력했던 것 같다. 조금 더 침착해지고 관대해지고 여유로워지고, 그런 태도들은 처음에는 '가면'이고 '일'이었지만, 나중에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3. 배려라는 기본 덕목.
    배려를 잘하는 게 가장 어려웠던 일인 것 같다. 행운이라면, 먹을 것을 위한 재료들은 마음 것 쓸 수 있었다. 그래서 요리를 하면 나 혼자만 먹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아주 가끔 예상치 못할 때는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대체로 같이 사는 건데, 공유하고 싶었다. 남들을 배려하다 보면 얻는 것도 많고 주게 되는 것도 많았으니 오히려 내 기억에는 좋았다. 내가 배고픈 시간이면 남들도 배고플 수 있는 시간이라고 알려준 루코에게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에는 내가 무언가를 먹으려고 하는 순간에 다른이를 같이 생각하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학생들과 밥을 먹을 때도 그들의 '취향'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이 사회가 개인에게 '특정한 프레임'을 강요하는 사회가 아닌, 개인의 취향 존중을 하는 사회라는 걸 참 실감나게 깨닫게 만들었다. 나이를 다 먹었지만,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양파를 싫어하기도 하고, 토마토를 싫어하기도 하고, 돼지고기를 싫어하기도 한다. 아마 한국이었으면 이런 말이 분명 나온다. "아직도 갓난 아기나 초등학생도 아닌데 아직도 가려 먹어요?" 겉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속으로는 이런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안타깝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 것만으로도 나는 참 행복했다. 누군가가 양파를 안먹는다고 했을 때 나는 그냥 이런 이야기만 했다. "이 요리의 핵심은 양파니까, 혹시나도 내 요리에 관심이 생기거든 꼭 한 번 먹어보면 좋겠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끔찍할 수도 있지만 맛이 괜찮을 수도 있다." 이런 식의 제안?을 하지 않았을까..

     

    4. 이번 글을 마치며,

    쾰른에서 만난 두 명의 덴마크 남자들은 내게 중요한 것들을 다시 일깨워준다. 봉사활동이 끝나고 나서 내가 얻은 것은 긍정적인 사고 방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 대한 것이다. 내가 느끼고 스스로에 대해 평가한 것 이상으로 기관에 있던 분들도 그렇고 여행중에 만났던 사람들도 그렇고 다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과거의 나는 왜 회의적이었던걸까, 하고 고민해봤다. 스스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 적은 누군가가 내게 너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해준 상황을 빼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아쉽다. 이런게 정말 아쉬운 점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그 회의적인 사고 방식에 더해서 '판단하던 습관'들은 그동안 사람들에게 너무 칼로 찌르는 말만 많이 하게 만든 것 같다. 물론, 문제는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서다. 여전히 필터링은 안되는 것 같지만, 말하기 전에 이게 무례하게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먼저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더 해주고 싶다. 판단하는 이야기 말고, 네 생각은 좋은 생각이고 한 번 그대로 밀고 가보는 게 어떻냐고 말이다.
    그 다음은 좋은 반응을 보여주고 샆다는 거, 좋은 반응, 긍정적인 반응이 정말 사람들에게 에너지가 된다는 걸 나는 새삼 깨닫는다. 전에는 어떤 사람과 친해지기 시작하면 그 사람이 싫어하는 것을 안하자는 게 나름대로의 목표였는데 지금은 그것도 있지만 거기에 하나 더 더해서, 좋은 반응을 더 잘 보여주자는 게 추가되었다. 사실 이게 상당히 효과가 크다고 생각하는데, 좋은 반응은 상대방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다.  그 자신감은 결국 그 사람의 긍정적인 생각과 반응으로 내게 돌아오게 될테니까, 선순환은 이런데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아, 그 동안 나는 참 모자랐던 것 같다. 많이도 모자랐다. 왜이리 모자랐는지는 몰라도,어쨌든 부족하긴 부족했다. 사람들에게 항상 양날의 말들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앞으로의 내 인생 삶은 웃고 즐거운 삶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격려해주고, 잘했다고 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의 삶 말이다. 한국 사회에는, 안타깝게도,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나도 그랬었고. 하지만 더 이상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존중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다. 그게 아마도 그곳에서 얻은 가장 큰 자산이 아닌가 싶다.

     

     

    2016/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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