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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주차 / 개인상담 / 160429
    인간 관계/상담 기록 2016. 4. 29. 01:16

    0.

    지난주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서 5주차 상담후기를 읽었더니 기억하기가 쉬웠다. 기록은 정말 쓸모가 많다.

     

    1.

    어린시절에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뿐이었던 것 같다. 부모님이 안들어주시는 건 아니지만, 부모님에게는 한 기억이 거의 없다. 항상 부모님과 갈등이 있었다면 그 일을 할아버지 할머니께 이야기하는 식이었다. 그렇게 풀었던 것들이, 음.. 두분 다 돌아가시고 나서는 어려웠다. 할아버지 돌아가셨을 때는 펑펑 울었다. 울었던 기억밖에 나질 않는다. 장례식 기간 내내 안울다가 발인날, 나는 장손이었기 때문에 할아버지 영정을 들고 맨 앞에 섰다. 지금에 와서 그게 가혹한 것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장손이라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그 감정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리긴 했다. 그렇지만 감정에 어리고 나이들고가 어디 있을까, 펑펑 울기밖에 더했지..정말 펑펑 울기밖에 더했다. 아버지가 옆에 계셨었는데, 아버지가 같이 차를 타고 담양까지 가셨는데 아버지는 눈물을 쉽게 보이지 않으셨다...생각해보니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화장하기 시작할 때 눈물을 흘리셨다. 그것 만큼은 아버지도 슬픔을 참을 수 없으셨던 것 같다..나는 정작 화장할 때보다는 성당에서 장례미사 할 때, 그리고 영정들고 발인날 장례식장 나설 때, 담양 천주교 묘지가서 장례미사 다시 한 번 더할때 울었지..휴..

     

    2.

    할머니는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내게는 사실 할머니가 돌아가실 것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이미 초등학교 3학년 전에 나는 죽음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그 고민을 시작하고 나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도 교통사고로 인해서 돌아가시면서 내게는 내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두 분이 곁에 계시지 않게 되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신 후 많이 외로워하셨다. 그래서 나는 가끔 할머니 집에서 자곤 했다. 그게 막 싫지는 않았다. 유치원 시절에 할아버지 할머니랑 같이 살았으니까, 어색하지도 않고 내게는 어찌보면 부모님보다는, '기억나기 시작한 어린 시절'에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가장 가까운 분이셨지..

     

    3.

    그렇게 꺼내기 시작한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는 생각보다 감정이 컸다. 내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예상치 못한 울음이 터져나오던 오늘 상담은 참으로 묘했다. 한 단어로 표현하기 힘들다. 어떤 감정이든지 복합적으로 드니까 한 단어로 표현하는 건 원래 말이 안되긴 하는 데, 그래도 이번에는 정말 힘들었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쨌거나 이렇게 예상치 못한 감정을 느꼈을 때, 그게 슬픈 감정이라면 나는 울음을 터뜨리곤 하는 것 같다. 상담하면서 나를 더 알아가고 있다.

     

    4.

    나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집안의 상황이 기억난다. 아버지와 작은 어머니와의 갈등, 작은 아버지와의 갈등, 할머니와의 갈등, 집 문제, 상담 선생님은 내게 '어린 시절의 수창 학생에게는 그게 다소 부담이지 않았을까'의 뉘앙스를 담은 말을 하셨다. 부담이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의 이야기들이었으니까, 그 당시에는. 나이를 먹고 그 일들을 생각하면 그 일은 상당히 복잡한 일이었지만, 나는 사랑손님과 어머니에 나오는 '옥희'만큼이나 순수한 눈을 가지고 있던 시절이었다. 유치원생은 아니어도 여전히 초등학생이었던 내게 그 일들은 단순한 일이었지만, 단순한 일이 아니기도 했던 것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아계시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다. 지금도 그건 여전하다. 그 두 분은 내게 정말 큰 존재들이었다. 나는 이것을 알게 되는 데 까지 10년이 넘게 시간이 걸렸다.. 초등학생 이후로 제대로 이 부분에 대해서, 이 삶의 한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오늘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늘 상담은 좀 의미가 크지 않나 싶다.

     

    5.

    선생님이 이야기를 듣고 있자 하니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맺었던 관계의 느낌이 내 주위의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느낌과 비슷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나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며, 동시에 내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사람과의 관계가 참 소중한 편이다. 그게 하나하나 떨어져 나갈때마다 가슴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아픈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고통이 심했던 것이겠지, 제작년처럼 그 같은 고통을 또 겪었으니 전보다는 익숙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일'이 되니까 더 커지는 거구나..

     

    6.

    두렵다. 사실. 모든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것 자체가 두렵다. 친해졌다가 또 깨질까봐 두렵다. 너무나 두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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