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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애를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서 바라볼 때.
    인간 관계/관계에 대해서 2016. 5. 1. 11:50

    -1.

     

    Q. 남자친구가 절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요, 연락을 해도 잘 안받고, 무슨 말을 해도 시큰둥하고 저에 대한 애정이 식은 것 같은 데 어떻게 해야하죠?

    A1. 당장 헤어지세요. 남자분이 글쓴이님에 대한 애정이 식었네요.

    A2. 잘 이야기 해봐요~ 아마 남친이 힘들어서 그런거일 수도 있잖아요

    A3. 헤어져요, 뭘 고민하는지 어차피 글쓴이분도 마음 떠나셔서 이런 글 쓰시는 것 같은데

     

     

    0.

     

    불현듯 저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다. 갖다가 붙이려면 남아도는 게 이유겠지만, 굳이 구구절절 이유를 써야할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이런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고 싶을 뿐이다. 이 이야기는 매우 흔하고 흔한 이야기일 뿐이고 그 이야기에 대한 대처 방식 또한 흔하게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적어보고 싶다.

     

     

    1.

     

    저 상황에 대한 대응방식은 각기 다른 데 그냥 주관적인 생각을 적겠다.

    A1은 상대방의 태도가 자신의 가치관에서 바라보았을 때 '애정있는 태도'가 아니면 헤어지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A2는 상대방의 태도가 어떤 상황인지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려고 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A3은 상대방의 태도 여부와 상관 없이 이미 마음을 정리하고 싶어하기 시작한 마음으로 고생할 바에는 차라리 빨리 정리해 버리는 게 낫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만약에 파르메니데스가 말한 '가벼움'이 긍정이고 '무거움'은 부정이다라는 말에 동의할 수 있다면 나는 주저없이 A1의 방식대로 살려고 할 것이다. 사실 세상을 '내 중심'으로 생각하면 어떤 일이든 판단하기 쉽다. 상대방의 가치관에 끼어들어가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굳이 노력하고 무리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A3은 약간 다르다. 내가 해석한 A3은 무거워질 스스로를 생각하고 그럴 미래를 보니 헤어지는 게 낫겠다 싶어서 헤어지는 것으로 봤다. 인셉션 영화가 나오고 나서 이런 생각들에 대한 '동의'가 늘어나는 것 같은데, 어떤 생각이 한 번 움트기 시작하면 그 생각을 지우는 것은 쉽지 않다. 생각이 자라는 것 보다 더 어려운 게 막 자라나기 시작한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서 생각을 다시 안자라게 할 수 없기 때문에 한 번 자라기 시작한 '중요한 생각'들은 쉽사리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는 한다. 그러니 그게 한동안 머릿속에 남아 지속적으로 생각날 수 밖에.

    A2는 무겁든 가볍든 상대방을 이해해보려고 한다. 관계가 길게 가려면, 길게 가소 싶다면 서로가 이런 마음가짐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많은 대화는 당연히 따라와야 하는 것이고, 생각만 하고 그것들을 서로에게 털어놓지 못하면 이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장고 끝에 긍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는 확률 만큼이나 헤어진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확률도 높지 않을 까 싶어서 그렇다. 이제까지 보면 한 반반 이었던 것 같은데, 친구들을 봐도 그렇고 내 경우를 봐도 그렇고. 결국 대화를 해야한다.

     

     

    2.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다보면 가장 자주 등장하는 주제는 바로 '가벼움'과 '무거움'이다. 파르메니데스는 '가벼움'을 긍정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작가는 베토벤의 삶을 이야기하며 '항상 그래야만 한다'고 해석되는 독일어 구를 인용하여 '무거움'에 대해서도 긍정일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사실은 두 가지의 가치, 즉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한 가치판단을 유보하고 독자에게 맡기는 게 아닌가 싶은 데, 그런데에는 주인공인 토마시, 테레자, 사비나, 프란츠의 삶이 무거움과 가벼움의 일직선 어딘가에서 움직이다가 끝나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가벼움과 무거움의 이야기가 나오냐하면, 사실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그 가치가 정해져 있는 사람들에게는 '연애'가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방식을 그저 실천할 뿐, 그런데 왜 가벼움과 무거움의 사이냐면, 어느 사람이든 가벼움과 무거움을 양 극단으로 하는 '수직선'의 위에 올라와있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는 그렇다.

     

     

    3.

     

    작년보다 올해가 더 심한 것들을 몇 가지 고르라면 가장 첫 번째는 '미세먼지'를 고를 것이고, 두 번째는 '커플 마케팅'을 고를 것이다. 생각 이상으로 '커플 마케팅'에 대한 총량이 늘어난 기분이다. 이색 데이트 장소로 낚시 카페 같은 곳이 생겨나고, 대부분의 놀이공원에서는 '커플'을 대상으로 할인 행사를 하고 있으며, 음식점들도 2명 이상 왔을 때 할인 행사를 하는 등 한국사회에서는 '혼자 무엇을 하는 것'에 대한 마케팅이 늘어나기 보다는 '둘이 하는 것'에 대한 마케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물론 이것과 별개로 1인 가구를 위한 가전 제품, 예를 들면 1인용 세탁기처럼 특정 수요층을 위한 제품들은 나오고 있지만 그 자체가 '마케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이게 괜찮은 마케팅 전략이다. 한 사람만 오는 것 보다는 '두 사람'이 같이 왔을 때 공간도 훨씬 효율적으로 쓸 수 있고 수익률이 높아지며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은 더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 맞춤형 광고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커플 맞춤형'광고에는 한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특정 커플이 특정광고를 둘 다 싫어한다고 하더라도, 커플이기 때문에 그 광고를 인식하고 기억할 확률은 더 높다고 생각한다.

     

     

    4..

     

    그만큼이나 늘어난 게 연애하는 사람들이다. 이 연애하는 사람들을 규정짓는 책이 제대로 한 권 나온다면 아마 그 책은 평생 놀고 먹고 살 돈이 나올텐데 아직까지는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를 뛰어넘는 책을 보지 못한것 같아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그 책을 읽고는 한다. 가장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남자는 자신의 감정을 '혼자'서 해결하는 편이고, 여자는 자신의 감정을 '같이'해결하는 편이라는 것이라는 원리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지금도 서점에서 잘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관계에 대한 시각을 상당히 폭넓게 해주는 책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여전히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 놓여있는 그 누군가에게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것인지는 알려주는 책이 없다. 알려주는 책은 있지만 그건 '자신'을 위한 책이 아닐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다른 사람의 가벼움과 무거움 위에 놓여있는 판단일 것이고, 그 판단과 기준은 개개인에 따라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5.

     

    이렇게 글을 쓰는 나는 연애를 무겁게 생각하는 편이다. 무겁다는 이미지, 무거우면 보통 '크다'와 연관지어 떠올리기 쉬우니까 나는 이 부분이 '무겁다'에 가깝다고 인식한다. 하지만 결국 언어란 모두 '자의성'에 기반하여 생성되어 사용되는 것이니까 이렇게 연관하는 것 또한 '자의적'인 것일뿐 절대적이지는 못하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사비나는 한 없이 가벼워지고 싶었지만 그 끝에 남은 건 허무함 뿐이었는데, 한 편 토마시는 무거워지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가벼움과 무거움에는 가치판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한 사람의 선택이고 그 선택에 대한 '느낌'과 '익숙함', '생소함'일 뿐, 그렇기 때문에 '연애'만큼 개인적인 이야기는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들어서 내 선택이 조금 바뀔 수는 있지만 맨 처음에 강하게 들었던 특정한 '생각'은 연애하는 상대방과 나에게 달린 문제이지, 친구들이 정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친구들이 정해줬으면 하고 바란다면 그것은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확신이 없어서 다른 사람의 조언을 구하고 싶거나, 그냥 내가 정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다른 사람이 정해줬으면 하고 바라거나, 그것도 아니면 다른 사람이 자신의 연애 상황을 정말 잘 이해해주는 것 같아서 그런 경우가 많을 텐데, 그 어떤 '결정'이든 짐은 스스로가 지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결정을 따르더라도 그 결정에 대한 '결과'는 스스로가 진다. 그러니 결국 물어볼 대상은 정해져 있다. 상대방와 내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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