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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완서 대표중단편선, '대범한 밥상' 외 9편,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책/한국문학 2016. 6. 1. 23:42


    1. 오랜만에(?) 책 읽고 포스팅


     사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을 맨 처음 산 건 신경숙의 '외딴 방'이었는데 어째 그 소설이 장편이라 안읽힌건지, 아니면 특유의 신경숙씨의 문체가 마음에 안들어서 읽히지 않은 것인지 그 책은 미완의 책으로 남아버렸고, 결국 돌아와서 1권인 김승옥 작가님의 중단편선을 사지 않고 돌아가신 박완서 선생님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사실 장편 소설을 읽어내기에는 집중력과 흡입력, 그리고 끈기가 필요하다..그래서 단편으로 사려고 했는데 그 중에서 내가 잘 알고 있던 작가는(저 전집안에서) 김승옥, 박완서, 김소진, 최인호가 있었고 김승옥 선생님 소설은 이 책을 사기 전에 김승옥 문학전집으로 조금 읽어둔 뒤어서 넘기고, 박완서, 김소진의 책을 구매했다.. 하여튼 내력은 이러했다..

    간단하게, 실려있는 작품들의 주제 의식만 간단하게 적어두고 글을 마칠 것이다.

    1) 부처님 근처 : 데뷔작은 '나목'으로 알려져 있는데, 나는 사실 나목을 다 읽어보지는 못했다. 그냥 첫 작품이라서 이야기를 덧붙인 건데, 하여튼 '나목'과 별개로 이 책의 첫 작품인 '부처님 근처'는 시주를 하고 오는 모녀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시주'하는 이야기는 예전에 박경리의 '불신 시대'에서도 읽었던 적이 있다. 이 역시 부처님에게 시주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까지 일어나는 '나'의 심리를 묘사한다. 여기에는 아버지와 오빠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있으며, 결국에는 자신 내면에 눌러두었던 것을 꺼내어 어머니 만큼은 '고운 죽음'을 겪으실 수 있게 하겠다는 '나'의 의지로 작품이 마쳐진다.

    2)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 이 작품은 2번을 이혼하고 3번째 결혼한 '나'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서술자인 '나'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 당시 현실을 날카롭게 묘사했다. 의도되어 있는 '세련된 몸짓'을 하는 경희를 바라보면서, 자신을 양공주로 못만들어 한을 토해내는 어머니의 모습을 묘사하면서 한국사회가 지니고 있던 50년대, 60년대의 문제점을 드러낸다.

    3) 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 : '남성 서술자'가 등장하는 작품, 할머니든 젊은이든 결국 노파나 처녀가 아닌 모두 '여자'였다는 결론으로 마쳐진다. 이 작품은 뭔가 이야기하기에 약간 복잡하지만 내용 자체는 단순하다. 내가 설명력이 부족할 뿐이다.

    4) 그 가을의 사흘동안 : '낙태'를 주 업으로 삼아온 산부인과 의사인 '나'의 의사 영업 마지막 사흘간의 이야기이다. 정확히는 더 과거의 이야기도 있지만, 어쨌든 여기에서의 '사흘'은 주인공인 '나'가 의사 영업을 마치기 사흘을 남겨두고서 '아이'를 받아봤으면 하는 소망을 남기는 작품이다. 평생 매춘부들의 낙태 시술만 해와서 아이를 죽이기만 했던 자신 속에 꼭꼭 눌러담겨있는 죄의식과, 동시에 태어나는 '아이'를 받아보고 싶다는 서술자의 소망이 강렬하게 드러난다. 당시 '양공주'의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중에 하나이다.

    5) 엄마의 말뚝 2 : 전쟁의 상흔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작품, 달리 이야기하기보다는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작가의 전쟁에 대한 체험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다. 세 번 정도 읽으니 어째서 이상문학상을 받았는지 이해가 간다.

    6) 아저씨의 훈장 : 너우네 아저씨를 대상으로 하여 관찰자이인 '나'가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전쟁중에 데려온 집안의 종손인 성표형은 처음에는 그럭저럭 아저씨를 챙기지만 어느샌가 아저씨를 챙기지 않고 있었고, 이를 알게된 '나'는 아저씨를 찾아가면서 과거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 역시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으며 '물질 가치'가 우선시 되기 시작하는 사회를 그렸다.

    7) 지 알고 내 알고 하늘이 알건만 : 이 작품 읽으면서 '여자들의 뒷담화'는 몇 십년 전에도 있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성남댁'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진태 엄마'의 비인간적인 면모와 진태 엄마 친구들의 비인간성을 드러내며 당시 사회 현실을 드러낸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성적인 것, 물질적인 것으로만 바라보는 사람들을 비판하며 진정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8)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 제일 읽기 어려운 소설이었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이 작품은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상실감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그 안에서의 친척들과의 얽혀있는 인간관계 또한 나타난다.

    9) 너무도 쓸쓸한 당신 : '아내'인 '나'가 아들의 졸업식에 갔다가 오는 상황의 이야기, 과거에는 남편을 싫어했지만 남편이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남편 역시 자신을 희생해 온 한 사람이었음을 느끼고 남편에게 연민과 사랑을 느끼는 소설이다.

    10) 대범한 밥상 : 어느날 손자와 손녀를 두고 간 딸과 사위 때문에 바깥 사돈과 같이 지내게 된, 서술자의 친구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알고 있었지만 정작 아이들을 챙기면서 그러한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며 '다른 이들의 시선'속에 갇힌 삶을 살아가는 서술자인 '나'와 그렇지 않은 친구의 모습이 대조된다. 그러면서 '친구'의 모습이 추구해야 할 모습으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다른 이들의 시선 속에 갇히지 않는 삶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지만 그것을 실현하고 싶은 내 생각과도 일치했기 때문이리라.


    2. 마치며


     이문열 중단편집도 이런식으로 글 써놔야겠다. 김소진 중단편집 역시..이렇게 글 써놓아야 할 것 같다. 간단하게나마 단편소설들로 작가가 다루었던 소재나 주제의식등을 읽어낼 수 있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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