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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인 단편선, '감자'외 11편,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책/한국문학 2016. 6. 21. 16:00

    1.

     연이어 읽게 된 작가는 김동인이다. 사실, 이번에도 재미를 충족할 수 있을까 기대했으나,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김동인의 작품이 내가 알던 소위 말하는 '유미주의'와는 거리가 먼 작품도 많다는 것을 알아서 그런가, 생각하지 못한 소설의 분위기가 내 머릿속에 녹아들지 않아서인지 읽다가 재미가 없다고 느끼는 순간이 너무 많았다. 그럼에도 김동인이라는 작가의 가치가 폄하될 수는 없으며(절대로) 이 작가만의 고유한 작품 세계는 한국문학에서 독특한 자기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고, 이 작가의 두 작품인 '감자'와 '약한자의 슬픔'은 시험에도 나온 적이 있어서 나름 다시 보고 싶긴 했다. 보통 김동인의 경향을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유미주의'안에 들어있는 허무와 죽음 정도로 정리할 수 있는데, 모든 작품이 그런건 아니라는점, 그리고 다소 환경에 몰입되어버리는 주인공의 대표격인 '복녀'가 가장 유명하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환경에 영향을 받아 바뀌어버리는 복녀 때문에 자연주의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여기 실려있는 작품 다 설명하기에는 이번에는 내 필력이 부족함을 너무 많이 느끼기에 몇개 빼고 하려고 한다. 이마저도 어찌 써야할지 모르겠어서 이번에는 논문도 읽었다. 참고논문은 마지막에 참고문헌으로 표기하도록 하겠다.

     

    2.

     김동인은 유미주의 예술론을 주창한 대표적인 작가다. 1910년대가 이광수를 필두로 한 '신소설'의 확립, 즉 현대 소설 다운 소설이 나타나기 시작하려는 과도기적 특성을 지녔다면, 1920년대는 그러한 것들을 본보기로 삼아 '현대소설이다'라고 할 만한 것들이 만들어진 시기이다. 대표적인 작가는 여기에 있는 김동인이나, 현진건, 염상섭과 같은 작가들이 있고, 다른 한 편 계급문학이 20년대 중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계급 문학 이야기는 여기에서는 하지 않고, 나중에 계급문학 작가들의 단편집을 읽고 글을 올릴 때 이야기하는 게 낫겠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수많은 연구자들이 연구를 했는데, 나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학은 '수단'이기도 하고 '예술 작품'이기도 한 게 아닐까,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에서 어떠한 사상도, 가치관도 '틀리다고'말할 수 없는 시대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존중받는 것이고, 그렇다면 계급문학도 김동인이 보기에는 아니꼬왔겠지만, 계급문학가들에게는 의미있는 것이었다. 딴 이야기가 길었는데, 생각해볼 게 하나 있다. 그가 쓴 '광염소나타'와 같은 유미주의 작품을 쓰기 전에는 나름대로의 '리얼리티'가 강한 작품들을 썼다는 것이다. 그게 '감자'나 '태형'과 같은 작품인 데, 약한 자의 슬픔은 리얼리티가 나타나지만 아직은 내면의 각성을 드러내는 방식에서 작가의 개입이 드러난다는 점이 조금은 아쉽다. 초기작은 초기작이다. 다만 여기 안에서도 서사를 구성하고 있는 것들은 개연성이 있었다.

     

    1) 약한 자의 슬픔 : '엘리자베트'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부터가 나는 조금 색다르다고 생각했다. '가정교사'라는 자리에서 생기는 일들, 사랑에 관한 고민들, 남작의 태도 등 여기에서는 주인공이 어떤 사회적인 문제와 대립하는 이야기가 나타나지 않는다. 김동인 소설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상하리만큼 작품에 묘한 '허무함'이 깔려있다. 주인공이 허무한 감정을 느끼게 되거나, 죽음으로 끝나거나 주인공이 죽음을 보거나, 주인공이 삶의 의미를 잠시동안 잃거나, 누구를 찾아 해매거나 등등 소설이 쓰여지던 사회 현실과는 조금은 거리가 먼 '갈등'이 나타난다. 김동인은 사회 현실에 몰입된 주인공들을 그리고 싶어하지 않았던걸까, 아니면 그렇게 그려내도 현실이 바뀌기 힘들 거라고 생각해서 인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약한 자'인 '강 엘리자베트'는 가정교사라는 위치도 '약한 자리'이며, 임신 이후 남작의 집을 나와 오촌모의 집에 살면서 고민이 끝나기 전까지는 '약한 자'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마지막에 각성을 통해서 '사랑'만이 살아갈 힘임을 깨닫는다. 자신이 약함을 지각할 때 '강한 자'가 됨을 엘리자베트는 깨달으며 소설은 끝난다.

    2) 배따라기 : 배따라기라는 말은 '뱃노래'의 하나를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과연 이 작품을 읽으면서 '배따라기'가 뱃노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먼저 지각하고 내용을 읽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지..) 뱃노래가 이 작품 서사의 전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따라기'에 얽혀있는 이야기를 액자식으로 풀어내는 소설이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풍경을 묘사하며 배따라기의 아름다움과 '뱃노래를 부르던 이'를 그리는 장면은 다시 봐도 멋진 묘사다.

    3) 태형 - 옥중기의 일절 : 가슴아픈 이야기, 나는 '태형'이라는 소재가 도대체 어떻게 나올 것인지 궁금했었다. 어떤 소설이든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도대체 태형을 어떻게 그려내는지에 따라서 이 소설의 구조가 결정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기 때문인데, '서술자'인 내가 '태형'을 받게 된 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작가 자신의 체험이 담겨 있는 옥중체험의 소설이기도 하다. 마지막에는 서술자인 '나'가 깨달음을 얻는 부분이 나타난다. 주인공은 결국 각성했다.

    4) 눈을 겨우 뜰 때 : 주인공인 '금패'의 죽음으로 끝나는 작품, 이렇게 주인공이 죽으면서 끝나는 작품은 사실 외국 문학 작품에서 많이 보았던 것들인데 이렇게 보니 신기하고 새롭기도 하다. 죽음은 항상 끝맺음으로 상당히 괜찮은 장치라고 생각한다. 묘할 정도로 미적 완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 같다. 아마도, '죽음'이 지니는 의미가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인 것 같다.

    5) 감자 : '은폐'의 서사가 나타난다고 연구자들은 그러던데, 하기야 복녀의 '타락'으로 인해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이 아닌, 사회 현실에서 복녀가 그렇게 밖에 될 수 없었다는 생각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복녀'가 죽음에 이르는 이유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남편의 무능함일 수도 있고, 남편이 무능하든 안하든 가난함 때문일 수도 있고, 아버지 때문일 수도 있고, 복녀가 그냥 자신이 가지고 있던 '윤리관'을 버려서 일 수도 있고, 뭐 어찌되었든 자본주의는 완벽하지 않다.

    6) 광염 소나타 : 우리가 보통 '유미주의 작품'을 생각하면 대부분은 이 광염 소나타를 떠올린다. 현실과 또 다른 '예술의 세계'가 세워지는 소설작품이다. 하지만 그 예술은 멀지 않음을 서술자의 대화를 통해서 알 수 있다. 현실 세계와 예술 세계가 등장한다는 측면에서 이 작품은 인상적이다.

    7) 배회 : '노동 문제'가 드러나는 김동인의 소설이다. 그의 작품 세계가 다양했음을 알 수 있었다.

    8) 발가락이 닮았다 : M이라는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생식 능력이 없는데 아내는 아이를 가졌고 그 아이가 출산한 후 아이를 보여주면서 이 아이의 발가락이 자신의 발가락과 닮았다고 이야기한다. 이런게 김동인의 리얼리티라면 리얼리티인 것 같다.

    - 광화사, 김연실전, 곰네는 못쓰겠다. 너무 어렵다.

     

    3.

     자료 조사를 하다보니,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김동인은 리얼리티를 추구했었던 작가였다는 점, 계급 문학을 반드시 비판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점, 이광수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는 것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리고 '인형조종술'이라는 말, 즉 작가는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확실하게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이 사상은 상당히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김동인은 분명 1920년대, 즉 '계몽주의'가 더 이상 설득력을 잃어가던 시기에 상당히 의미있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계몽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비단 이 작가 뿐만 아니라, 채만식의 '레디메이드 인생'에서도, 계몽을 하기 위한 공부는 먹고 사는 부르주아주의와는 거리가 멀어짐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맥락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읽을 연구 서적을 두 개 빌렸는데 읽고, 내용을 덧붙일 부분이 생긴다면 결론 부분에 덧붙여야겠다. 작가를 좀 더 다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참고문헌

    김구중(1992), 김동인 단편 소설 연구, 한남대학교 한남어문학회, 한남어문학 제 18집, p395-415
    손유경(2004), 1920년대 문학과 同情(sympathy) - 김동인의 단편을 중심으로, 한국현대문학회, 한국현대문학연구 제 16집, p163-183
    유승환(2007), 김동인 문학의 리얼리티 재고, 한국현대문학회, 한국현대문학연구 제 22집, p10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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