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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인연구, 민음사, 김윤식 저
    책/한국문학 2016. 7. 2. 11:33

     

    0.

     김윤식 선생님은 한국 문학 연구계에서 '내가 곧 텍스트다'라고 말할 수 있는 분들 중 한분이다. 그의 수 많은 연구들은 나도 가끔 논문 찾다가 먼저 볼 정도로 기준을 제시했던 연구다. 초기 연구자들의 성과란 첫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연구 성과들은 처음임에도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갖추려고 한 흔적들이 보인다. 이들 대개가 엘리트 출신이라서 그런가, 지금은 논문들이 '양산형'이라고 해도 될 만큼 연구 논문들이 많다.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수 많은 석사논문이 이를 뒷받침 하는 게 아닐까, 물론 박사논문은 지금도 쓰기 어렵다고 하지만, 이전처럼 유명한 박사 논문들은 더 이상 들어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유명한 학자들의 박사 논문은 그의 인생사 첫 연구 정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데, 그러한 유명한 학자들의 첫 박사 논문에서 볼 수 있는 연구자의 방향, 주 관심사 등이 아무래도 연구자의 미래를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뭐, 그렇게 알려질 연구자였다면 떡잎부터(박사 논문이 떡잎인가....) 알아봤을테니 생각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긴 하다. 어쨌거나, 지난번에 이은 김동인 관련 연구 책을 읽고 정리해놓은 것만 간단하게 적고 글을 짧게 줄인다.

     

    1. 러시아 문학의 영향

     20세기 초반의 한국문단의 경향 중 가장 중요한 영향을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러시아 문학'의 영향을 고를 것이다. 묘하게 러일 전쟁의 시기와 겹치면서 러시아 문학은 일본에 영향을 끼쳤고, 일본에 가 있던 수 많은 유학생들 또한 이 러시아 문학의 영향을 받았다. 그러한 러시아 문학 작가들은 대개 톨스토이나 체호프, 도스토예프스키와 같은 작가들로 압축할 수 있다. 이전에 이광수의 '흙'에 관한 글을 쓰면서 이광수가 톨스토이의 예술론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글을 썼던 적이 있는데(http://milkrevenant.tistory.com/241) 김동인과 그 당시의 유학생들도 러시아 문학의 영향을 받았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중에서 이광수와 김동인은 톨스토이에게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경우다.

     톨스토이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은 해야겠다. 보통은 전쟁과 평화를 더 많이 생각할 것 같은데, 사실 전쟁과 평화보다는 안나 카레리나와 부활이 더 중요작품이 아닌가 싶다. 안나 카레리나는 전형적인 러시아 소설의 한 단면을 보여주면서 '레빈'과 '안나 카레리나'라는 주인공을 통해서 작가가 추구하는 미래상과 인간형을 '레빈'으로 드러냈고, 부활에서도 역시 작가가 추구하는 인간형을 드러낸다. '인간'을 드러내려 했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작가는 신이 되어야 한다는 게 김동인의 생각인데, 김동인은 톨스토이의 저런 면모를 보며 자신의 '인형조종술'이라 불릴만한 가치 체계를 수립한 것 같다. 작가가 신이 되어서 작품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는 게 김동인이 말하는 신이 아니었을까, 특히 '감자'의 결말 부분에서 단 몇줄로 소설을 정리해내는 능력은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부분 중 하나이다.

     

    2. 집안 환경

     김윤식 선생님의 표현을 따오면 '집안의 귀공자'라고 부를 수 있는데 집안의 위치상으로 그럴만하다. 또한 집안의 환경이 그에게도 영향을 많이 끼쳐서인가 항상 집안의 '윗사람'으로 밖에 자리할 수 없는 그가 주요한과의 학업성취에서 아랫사람으로 비쳐지거나,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보면서 겪은 깨달음을 보면 숙이고 싶지 않지만 숙일 수 밖에 없는 순간은 오기 마련인가 보다. 모든 사람에게 우위를 지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집안의 위치는 나이차이가 10살이 더 넘는 형이 있고, 아버지는 '할아버지 뻘'의 나이에 위치, 어머니는 아버지의 둘째 부인이다. 게다가 평양에서 내로라하는 부자집에서 태어났으니 부족할 것이 없다. 그가 부족하다고 했던 것은 어린 시절 다양한 어휘를 배우지 못하여 '염상섭'이 구사하던 다양한 어휘력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항상 서울말이 부럽다고 했으니..

     집안 환경이 이미 '귀공자'이기 때문에 자신보다 높은 사람이 거의 없는데, 한 때 자신보다 높은 사람이었던 '주요한'이나 그의 부인과의 갈등, 고뇌는 다소 김동인에게 어려움으로 작용하면서 극복해야만 하는 것으로 삶에 주어진 것 같다.

     

    3. 계몽주의가 아닌 소설

     그는 이광수를 생전에 존경했지만 이광수의 작품은 자신이 운영하던 동인지에 넣어주지 않았다. 그건 이광수의 문학이 계몽주의를 드러내는 도구였기 때문이며 자신이 생각하기에 문학성은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말은 지금에 와서도 타당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광수를 사람으로서 존경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김동인은 '이광수'를 존경하였다. 이광수가 그를 직업적으로 구제해준 사례도 몇 번 있을 정도로 말이다. 내 생각보다는 1920년대의 문단은 다소 유기적이지 않았나 싶다. 정말 가깝다고 해야하나..

     

    4.

     당분간 이렇게 작품이랑 작가 연구 관련 책 하나씩 읽으면 좀 쌓이는 게 많이 생기겠다. 자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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