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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른하르트 슐링크,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책/외국소설 2011. 5. 29. 14:00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었던 때가 고등학교 떄였던걸로 기억한다. (책나온지 몇년 되지도 않은게 사실이지만.)나는 일본의 연애소설을 자주 읽던 중이었다. 그래서 사랑이나, 성관계에 대한 자세한 묘사에 적응은 되어있었다. 하지만, 보통 그런 책들의 관계는 '충분히 가능한'관계였는데, 이 책은 약간 그런 범위에서 벗어낫다고 해야하나? 중학생 꼬맹이랑, 30대 여자가 우연히 만날 수는 있는데, 그 다음부터의 전개가 '처음'읽을때에는 역시 잘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책이라는게 읽는 나이대별로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읽을때랑 두번째 읽을때랑도 다르기 때문에 분명 더 공부해야하는게 많은 소설인건 확실했다. 내가 분명 이 책을 처음읽을때에는 그래도 나름 내가 성숙한 고등학생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던것 같은데, 이게 또 지금와서 보니까 아니다는게.....어찌보면 씁쓸하기도 하고,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기도 한것같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 책의 구성은 매우 독특하다. 주인공은 '미하엘'이지만, 자꾸 눈이 가는건 '한나'이다. '미하엘'이 '한나'만 바라보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다. 아무래도 화자 '미하엘'의 focus는 온통 '한나'이기 때문에, 한나의 모습을 묘사하고 한나가 어떤 사람인지 느낌을 말하고,  한나가 자신에게 어떤 존재로 다가오는지 자신의 심정을 묘사한다. 그리고, 그가 한나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습또한 매우 애정이 가득하다. 어찌보면 '연인'의 조건을 다 갖춘 관계의 모습이라고 해야할까? 하지만 이런 관계속에는 항상 모순이 있기 마련일 수밖에 없다. 그 모순은 '한나'가 소리소문 없이 미하엘에게서 사라졌다는 점에서 시작되는것 같았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 책은 흔하지 않은 '구성'에 흔한 '소재'로서 '나치'를 집어넣었지만, 결정적으로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흔하지 않지만 '중요한 제재'를 끌어온것 같다. 대개의 유럽인들과, 유태인들은 '나치당'을 악마와 같은 존재였으며, 학살자로서, 파괴자로서 기억하는게 사실이다. '나치스 친위대'가 죽인 유태인들과, 독일이 시작한 2차 세계대전은 그야말로 피로 물든 전쟁이었으니까. 하지만 난 '나치당'에 대해서 근본적으로는 매우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작년에 읽었던 '모던타임스'라는 근현대를 배경으로하는 역사책에서 알게된거지만, '나치당'은 국민의 지지를 전폭적으로 받으면서 집권당으로 올라섰다고 되어있었다. 처음에는 '나치당'도 국민의 지지가 적었지만, 당시 독일사회의 취약점을 파악하고 있었던 '나치당'은 합리적인 발언과, 국가의 경제를 부흥으로 이끌겠다고 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얻어냈고, 그 결과 독일은 '나치당'이 집권하게 된것이다. 물론 '연설가'적인 기질이 다분했던 히틀러의 연설도 영향이 있던건 사실이나, 근본적으로는 독일경제가 1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자, 주도국으로서 물어야 했던 '배상금'이 독일경제에는 매우 큰 타격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물가상승으로 인해서 마르크의 화폐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고, 돈이 아닌 종이로밖에 취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 살리기'를 실패한 기존의 집권 여당과, 주류 야당에게는 국민들도 등을 돌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한나'같이 글을 읽지 못하지만, '일을 해서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먹고 살길을 찾아가야 했고, 그게 바로 '나치당'의 일원이 되는 것이었을 것이다.

       나는 '친일파'를 처단하는것에 대해서 매우 필요한 일이며,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도 시행하지 못한 역사의 비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왜 역사의 비극이냐 하면, 친일행위를 자신이 정말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해서 한거라면 그나마 조금은 이해를 하겠는데, 그게 아니라 망할 부호들이, 당대에 나름 잘산다고 하는 사람들이 친일행위를 했는데도 그걸 처벌을 못하고 있으니 그게 비극이라는거다. (그나마 독일은 나은편이다.) 난 '한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벌을 줘야한다고 묻는다면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할 것 같다. 영화에서 법학 교수가 한말중에서 '사회가 도덕성에 의해 운영된다고들 생각하지만, 사회는 법에 따라서만 운영된다.'고 했던게 바로 이점이다. 법이라는게 얼마나 가혹한지, 한편으로는 지극히 '평등'할 수밖에 없는지 느껴졌다고 해야하나?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프로필 사진을 보니까, 영화에서 '미하엘'이 중년으로 나오는 인물의 얼굴과 느낌이 매우 비슷하더라. 이건 우연인걸까???아니면, 영화감독이 의도한것이려나??하여튼 뭐, 영화의 느낌은 좋았다.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소재들이 적절하게 표현된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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