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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누아르 전시회 후기 - 서울시립미술관 기획전시실
    예술 읽기/전시회 후기 2017. 1. 27. 15:23

    0.

    르누아르는 인상주의를 열었던 화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그림들 중에서, 특히 그 '인상주의'를 아주 잘 설명해주는 '빛'을 표현해낸 유명한 그림들은 서양 미술에 대해서, 인상주의에 대해서 한 번이라도 제대로 그림을 봐보신 분이라면 알만한 그림들이 있거든요. 예를들면 이런 그림들이 있습니다.

    이런 그림들인데요, 안타깝게도 이번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에서는 이 그림들이 없었습니다. 기획전 자체가 르누아르 전생애적 미술작품과 유명한 작품들을 살펴 보는 것에 있다기 보다는, 그가 항상 미적 대상이나 그림의 대상으로 추구했었던 '여인'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시회 이름도 아예 '르누아르의 여인'이니까요. 일단 이걸 감안하셔야 될 것 같군요.


    1. 인상주의

    르누아르가 '인상주의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평탄한 삶의 과정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고되고 고된 삶의 연속이었죠. 그 이유는, 바로 그가 기존의 예술, 그러니까 당시에 대세였던 '고전주의'를 따라가지 않고 그만의 가치관을 표현해내려했기 때문입니다. '인상주의'라는 말은 사실 르누아르가 가지고 있는 '사상적 기반'을 설명해주는 말은 아닙니다. 인상주의라는 말은 어떠한 화풍을 일컫는 말이지, 사상과는 거리가 멀죠. 하지만 대체로 그들이 주목했던 건 사실주의와는 다른 방향의 그림이라는 점은 반드시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미술계는 고전주의와 사실주의 두 가지의 형태로 양분되어 있었습니다. 고전주의는 르네상스 미술의 재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고, 사실주의는 쿠르베와 같이 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중시하는, 다시 말해서 그림을 통해서 현실 비판의 기능을 수행하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 사조에 해당하는데, 르누아르는 이 둘 다 따라가지 않고, '아름다운 모습'을 그리는데에 주목합니다. 그 '아름다운 모습'은 다소 제한적인 아름다운 모습에 해당합니다. 왜냐하면 이건 실제와는 거리가 먼 이상적이면서 제한된 현실에 불과하거든요. 어쨌든, 이러한 '인상주의'라는 표현은 르누아르를 비롯한 수 많은 인상주의 화가들 - 예를 들면 마네, 모네 같은 사람들도 여기에 들어가겠죠 - 이 전시를 열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떠한 신문이 '인상 - impression - 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하면서 화가들이 가져다가 씁니다. 어쨌든 19세기 후반까지는 이 화가들의 협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상주의 그림의 특징은 대개 '빛'을 이용한 그림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존재하는 데, 가장 큰 이유는 '고전주의'의 화풍과 다르게 현실의 모습을 그려내려고 하면서 야외에서의 모습을 많이 비추다 보니, 빛이 등장하고 동시에 '인상주의' 특유의 분위기가 밝은 모습을 그려내려던 경향이 작용했던것을 들 수 있습니다.


    2. 전시회 컨셉이 '여인'인 이유.

    여러가지로 생각을 해봤는데, 뭐 답은 하나 뿐입니다. 르누아르가 여자를 매우 좋아했다는 것이죠. 여기에서 '좋아하다'라는 말의 의미는 육체적인 욕정을 서로 합하려는 상대로서 '좋아한다'와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르누아르에 관한 기록들을 살펴보면 그가 '여인'을 이상적인 아름다움으로서 생각했던 흔적들이 매우 많이 남아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취향상 '싫어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최근 어쨌든 페미니즘이니 뭐니 성평등이 이슈인데, 여성을 대상화하는 행위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제가 남자라서 그런가 이런 부분은 참으로 부럽기만 합니다. 대개 많은 화가들이 여성을 아름다움으로 대상으로 그린 것과 다르게, 남성을 아름다움의 대상으로 그린 건 거의 없거든요. 화가들의 개인적인 취향이자 당시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인 것이죠. '여성은 아름답다' 르누아르가 그린 여성의 아름다움은 풍만한 여성상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반기를 드실 분들도 많겠지만, 개인의 취향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도록 합시다. 사실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르누아르가 그리려던 주제는 크게 '중산층의 삶'과 '여인' 두가지로 구분할 수 있었으니 저는 르누아르의 여인들이라고 컨셉을 만들만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여인 그림들이 많았으니.. 그곳에 있던 그림을 몇 점 링크해둡니다.

    Woman with a Cat, 1875, oil on canvas, Washington National Gallery of Art

    Child with Toys - Gabrielle and the Artist's Son, Jean, 1895~1896, oil on canvas, Washington National Gallery of Art

    A Woman Nursing a Child, 1893~1894, oil on canvas, National Galleries scotland

    Little Girl in a White Apron (Portrait of Lucie Berard), 1884,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3. 관람평

    여자 그림을 굉장히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정말 많이요. 이렇게까지 여자를 많이 그려놓은 화가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인들에 대한 그림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보통의 인상주의 그림을 생각하고 오시는 분들에게는 그다지 흥미롭지 못한 전시가 될 겁니다. 르누아르의 그림들은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자신의 색을 드러내는 그림들이 많지만, 이후 엥그르의 그림과 루벤스의 그림, 라파엘로의 영향을 받으면서 후기에는 그 그림들이 변화를 하기 때문입니다. 초기에 비해서 후기에는 선이 명확해지고, 색의 구성이 초기에 비해서는 단순해집니다. 그러나, 전시회의 특성상 그림이 그려진 연도별로 그림 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일일히 확인하면서 그림을 읽어내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를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르누아르'의 여성 취향을 알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즐겁게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그의 생을 짧막하게나 보고 싶다면 이 역시 추천할 수 있는 전시입니다. 르누아르의 대표적인 후원자였던 뒤엘의 영향으로 르누아르의 그림들은 전 세계에 퍼져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의 그림을 한 번에 다 보기는 힘듭니다만, 이번 전시는 나름 괜찮은 기회가 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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