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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이 자유가 될 때'후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전시
    예술 읽기/전시회 후기 2017. 5. 12. 19:44


    0. 본론에 앞서.

    얼마전에 5월 초 연휴를 이용해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진행중인 '예술이 자유가 될 때'(When art becomes liberty)를 보고 왔습니다. 당일 날씨가 최악이었습니다. 하늘은 푸르지만 미세먼지로 인해서 푸른 하늘이 보이지 않는 안타까운 날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달리 이 전시회를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싶어 그냥 강행했습니다. 이번 서울 나들이는 유독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첫날에는 2번의 게스트하우스 오버북킹이 있었고, 전시회를 본 둘째 날에는 전시회 티켓을 미술관 입구 바로 앞에서 잃어버려 입구까지 뛰어가 '재발급'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정말 이번 나들이에에 무슨 마라도 끼었는지.....힘들었던 여행을 좀 차분하게 만들어준 전시회입니다. 미술관 특유의 분위기 덕에...

    뭐 하여튼, 이 전시회의 부제는 '이집트의 초현실주의자들'입니다. 그리고 추측하건데, 전시회 타이틀은 아마도 'When breath becomes air'이라는 책의 제목을 차용한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숨결이 바람될 때'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있습니다. 어느 한 의사의 죽기 전 삶을 담아낸 non-fiction인데 그 책과 이 전시회의 어떤 '공통점'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단지 그냥 타이틀의 구조만 가져온 듯한 느낌입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그 연관성을 언급해 놓은 곳이 없어서요. 그럴거면 뭐하러 문장 구조를 가져왔는지... '예술이 자유가 될 때'라는 제목은 너무 전달력이 떨어진다고 느꼈습니다. 차라리 예술을 통해 자유를 실현하고 싶었던 이들이라고 하는 게 훨씬 더 직관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 이미 진행하고 있는 부분이니 비판은 여기까지만 하죠.

    글의 순서는 '초현실주의'가 뭘 말하는 것인지, 그리고 이집트의 현실과 초현실주의와는 어떠한 연관성이 있었는 지, 마지막으로는 제 전시회 관람평으로 순서를 정했습니다.


    1. '초현실주의'

    '초현실주의자'라는 부제는 이 전시회를 보는 가장 기본적인 틀 중 하나입니다. 또 다른 틀은 밑에 가서 따로 설명을 덧붙이고, 먼저 '초현실주의'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순서를 맨 처음으로 바꿨습니다. '초현실주의'는 보통 'surrealism'이라는 용어로 부릅니다. 사실 '초현실주의'라는 말 자체가 번역어이고, 이러한 경향이 태어나던 것은 'surrealism'이라는 용어로 시작되었으니 '쉬르리얼리즘'이라고 부르는 학자들도 여전히 있습니다. 작품의 경향을 문어로 설명하기 전에, 우리가 알만한 초현실주의 화가 몇 명을 기억에서 되살려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여러분이 알만한 그림을 먼저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Savador Dali, The Persistence of Memory, 1931, Oil on canvas,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City

    달리가 그린 '기억의 지속'(The persistence of memory)이라는 작품입니다. 시계가 늘어져 있는 그림이라 아마 한 번 쯤 보셨을만한 그림이라서 제일 먼저 보여드렸습니다. 아마 '살바도르'달리가 그린 저 '늘어진 시계'는 한국사람들이 학교 미술시간에 배웠던 그림들 중 엄청 '특이하다'고 느껴서 기억하는 몇 안되는 그림들 중 하나가 아닐 까 싶습니다. 다른 초현실주의 그림으로는 아래와 같은 그림이 있습니다.

    Rene Magritte, The castle of Pyrenees, 1959, Oil on canvas, Israel Museum, Jerusalem

    이 그림도 한 번 쯤은 보셨을만한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르네 마그리트가 그린 '피레네의 성'이죠. 떠있는 돌 위에 성이 박혀져 있는 게 참으로 신기한 작품입니다. 르네 마그리트의 경우 전에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을 들리면서 마그리트 미술관에 갔던 적이 있어서 제게는 나름 기억나는 화가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이런 화풍의 그림들을 우리는' 초현실주의'라고 배우거나, 어디에서 들었을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이집트의 초현실주의는 이런 그림들과는 약간 다른 경향을 보입니다. 일반적인 초현실주의, 쉬르레알리즘은 세계대전 이후에 단순히 현실을 재현하는 것으로는 현실에 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없고, 현실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났다고 해석합니다. 초현실주의 이전에는 '리얼리즘'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아주 '간단한 논리'를 생각해보면 이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죠. 한국의 문학작품들도 비슷합니다. 1920년대에는 리얼리즘이 주를 이루지만, 30년대로 넘어오면서 '리얼리즘'으로는 현실 개선이 되지 않았으며 도리어 더 삭막하고 황폐한 현실만이 가득하게 되면서, 초현실주의 작품들이나 모더니즘 작품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기법들에는 '프로타주', '콜라주', '자동기술법'등이 있는데, 이 중 '자동기술법'은 우리가 한 번쯤 들어보았던 이상의 '날개'에 아주 잘 나타나 있습니다.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라는 소설의 끝맺음은 이를 기억하기에 더 쉽게 만들어 놓았죠. 이러한 초현실주의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정립한 이는 앙드레 브르통입니다. 이 '앙드레 브르통'은 '초현실주의 선언'을 통해서 용어 정의를 이뤄냅니다. '용어 정의'를 제가 굳이 언급한 이유는, 어떠한 '새로운 분야'에 대해 사람들이 모험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용어 정의이기 때문입니다. 용어에 대한 개념을 정의함으로써 논의의 폭과 방향을 결정하며, 성격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브르통이 100쪽에 달하는 '초현실주의 선언'을 발표하고 나서, 이후 예술가들 중 많은 이들은 각자의 나라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초현실주의 예술에 관한 운동들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죠.


    2. 초현실주의와 이집트

    사실 이 부분은 제가 관련 영어 서적을 참고하면 좋을텐데 당장 도서관에도 없고 직구하기에도 시간이 오래걸려서 내용 보충이 좀 미흡하다는 걸 미리 알려드립니다. 도록을 인용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어버리면 제가 도록을 내용을 재배포하게 되는 거라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고요. 그래서 저의 대략적인 해석만 덧붙입니다.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 이후 다양한 나라들이 '초현실주의'를 받아들입니다. 이집트도 그 나라들 중 하나였죠. 다만 이집트는 더 현실적인 문제가 걸려있었습니다. 바로 나라의 독립과 정체성의 문제입니다. 어느 나라든 식민지배를 당하면, 그 나라의 문화나 정체성이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또한 '자유'라는 가치에 대한 간절함이 증폭되는데, 이 부분이 바로 그 당시 이집트의 예술가들에게는 핵심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러한 성향을 지니고 있는 그룹의 이름이 '자유 예슐'이라는 점에서만 봐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죠. 어떠한 예술 그룹의 성향이 결정되기 까지는 수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초현실주의 선언'과 같이 누군가가 정의를 내리는 하나의 흐름의 경우, 그러한 정의를 한 것을 바탕으로 따라가기 시작하면 '사상'을 구체화하는 일들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아마도 초현실주의가 그 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각자의 나라 상황, 이 전시회서는 바로 '이집트'에 맞는 방식으로 말이죠.

    전시회에서는 'Art and Liberty Group'이 이집트 내에서의 초현실주의 운동을 주도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그룹이 'Free Art Exhibition'을 5회에 걸쳐 개최하며, 다양한 저술활동들을 통해서 자신들의 이념과 사상, 그리고 예술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였습니다. 물론 이 그룹은 이후 사라지지만, 60년대에 까지 다양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만 언급합니다. 이와 관련된 자세한 자료들은 구글 검색창에 Surrealist of egypt 또는 Egyption surrealist 로 검색하면 영어로 되어있지만 다양한 자료들이 나올테니 참고하실 수 있으실겁니다.



    3. 관람평

    Amy Nimr, The Birth, 1925. Oil on plywood, Museum of Modern Egyptian Art in Cairo

    Inji Efflatoun, The girl and the beast, 1941, Oil on canvas, Museum of Ingy Aflaton Collection, Cairo

    이런 작품들을 가시면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올려놓은 작품 외에도 정말 특이한 작품들이 많았었는데, 안타깝게도 제목을 따로 적어놓지를 않아서 여기에 올리려고해도 올릴 수가 없습니다. 외계인 보는 느낌의 그림들이 한 쪽 벽에 나란히 걸려있었거든요. 그랬었습니다.

    많은 회화들과 몇 점의 조각들을 다 보고 난후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과연 '보통의 사람들 중 초현실주의와 이집트의 연관성을 아는 사람들을 묶어낸다면 얼마나 될까?'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그 '표본'이 적을 것이라고 봅니다. 접근하기에 친숙한 주제가 아니거든요. 두 영역 중 하나인 이집트의 근대사 현대사를 아는 사람들도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나마 '초현실주의'가 가장 접근하기 쉬운 키워드인데, 애초에 초현실주의 작품들을 아는 사람들은 많아도, 그게 왜 생겼는지는 제대로 알고 있는 이가 드뭅니다. 즉 여러 요인들이 이 전시회의 난이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중성, 접근성이 좀 떨어집니다.

    그래서, 제가 팁을 좀 드리자면, 이 전시회를 이해하기 위해서 이집트의 현대사 정도는 알고 가는 걸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집트가 어쨌든 최근까지 '독재'로 골머리를 썩었다는 것, 그리고 상당히 오랜기간 동안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이집트 다운 것'을 이끌어내려는 운동의 한 부분에 '초현실주의'가 자리한다는 점 등을 알고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이 배경을 알고 나서 작품들을 보면, 좀 나을 겁니다. '초현실주의' 작품들은 대체로 어떠한 의식의 정제과정을 거친 작품이라기 보다는 그냥 의식 자체를 끄집어낸 것들에 가깝기 때문에, 그림이나 조각들에 나타나 있는 이미지의 형태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일반적인 일일테니, 미리 공부하고 가도 모를 확률이 높을 것 같고요, 그러다 보니 역사 정도를 좀 알고가면 그 이미지들에 담겨있는 '감정적인 측면'들은 조금 살펴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림을 보고 아픔을 이해하거나, 자유에 대한 갈망을 이해하는 식의 방식으로요.

    물론 작품들 전체가 아예 '이해할 수 없는 이미지'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초현실주의는 '현실을 뛰어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려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이집트의 초현실주의는, 현실을 극복하려는 이미지 표현이 더 부각되는 만큼 현실의 문제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리얼리즘'과 같이 사실적인 그림은 없을 겁니다. 또한 인상주의처럼 사람들의 일상적인 풍경을 드러내는 것 또한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예술작품들은 그 예술작품을 창조해낸 예술가의 자기 표현이고, 이집트의 식민지배 경험은 다양한 형태로 그림들의 소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전시는, 최근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있었던 이집트의 고대 유물 전시와는 다른 방향입니다. 일단 '고대'와 '현대'를 비교했다는 점에서 다른 방향이고, 친숙한 것과 친숙하지 않은 것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다른 방향입니다. 그래서 많이들 어려워 하실 것 같고, 난해하다고 느끼는 작품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평소에 초현실주의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조금 색다른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살바도르 달리나, 마그리트, 후안 미로의 초현실주의는 비교적 그 색감이 밝은 편이었지만, 이집트의 초현실주의는 밝은 색감의 작품을 찾기는 매우 힘들었거든요. 거의 다 어둡고 침울해서 보기가 힘들었던..

    P.S. 글을 쓰다 보니 어떻게 '초현실주의'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설명은 했으니 초현실주의에 대한 개별 포스팅은 당분간은 없을 것 같습니다.

     

    전시회 난이도 ★★★★☆

    친숙함 ★★☆☆☆

    작품의 다양성 ★★★★☆

    티켓 가격 ★★★★★(궁 입장료 포함 2500원이니 이런 혜자 전시회가 없습니다.)

    엽서/책갈피 등 기념품 가격 ★★☆☆☆ - 엽서가 없고 다 'small poster'로 되어 있어 장당 3500원이라는 가격을 보여줍니다. 크기 차이도 얼마 안나는데..ㅂㄷㅂㄷ....

    데이트 코스로의 적합성 ★★★☆☆ - 그림을 이해하기 위한 사전지식이 너무 많고 그림이 난해하므로 추천하지 않습니다만, 지적인 면을 뽐내는 부분으로는 아주 적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난해한 그림 좋아한다면야 뭐 얼마든지..



    참고문헌

    앙드레 브르통, 초현실주의 선언, 미메시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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