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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균영, 바람과 도시 외 11편, 문학사상사, 1986
    책/한국문학 2017. 3. 16. 12:35



    0. 들어가기에 앞서.

    올해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프로젝트 중 하나로, 이상문학상 / 동리문학상에서 수상을 했던 작가이지만, 내가 작품을 접하지 못한 작가들에 대해서 글을 쓰는 걸 계획했다. 그 이유는, 다른 것 보다 '시험'에 관해서 좀 더 폭넓은 안목으로 작품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고, 한 편 혹시 모르는 작가들에 대해서 더 알아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다룰 작가는 '이균영'이라는 작가인데, 안타깝게도 다 읽고 나서 관련 자료를 찾으려고 보니 자료가 너무 없었다. 연구가 매우매우 부족하달까. 아마 시험에 안나오겠지 싶다. 시험에 내려면 그래도 좀 연구가 되어있어야 할텐데 이 사람에 대해서 논한 사람 자체가 없어서 출제 교수가 이 작가 연구자로 들어가기에는 너무 어려운 것 같다. 그러나 소설들은 나름 괜찮았다. 힘든 삶 속에서 전망을 찾아가는 결말을 가진 작품들이 많았다.


    1. 작가 소개

    이균영이라는 작가는 역사학자로서의 삶을 살았다. '신간회 연구'라는 논문으로 단재 학술상을 받았던 기록이 있는 작가이다. 안타깝게도 일찍 세상을 떠서, 많은 작품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그의 작품세계가 80년대로 다루어지는 것으로 볼 때(77년도 등단) 80년대 작가로서 어떤 점을 가지고 있는 지 두 가지만 언급하면 좋을 것 같다.

    1) 후일담

    혹시 후일담 형식의 글을 바로 떠올리지 못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떠올리기 쉬운 작품을 언급하고 싶다. 바로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란 작품이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서술자가 과거에 있었던 엄석대를 떠올리면서 시작하는 후일담 형식의 작품이다. '후일담'을 언급하는 이유는, 이 당시 80년대 작가들의 전형적인 서술 기법 중 하나가 '후일담'이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이게 많이 쓰였는지는 모르겠다. 이 작가도 작품들을 살펴보니 과거 회상의 장면이 정말 다양한 작품들에서 튀어나오는 걸 보고 신기했었다.

    2) 아버지와 '과거'라는 소재

    소재의 측면에서는, 유독 '아버지'와의 관계, 그리고 서술자 자신의 '과거'가 자주 등장한다. 후일담의 포맷, 과거 회상의 포맷이 있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는 서술자의 어린시절을 자꾸 접할 수 밖에 없는데, 여기에서의 '아버지'는 서술자나 주인공에게는 함께 했었지만 아쉬움이 많을 존재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주인공은 할아버지 때 까지 잘 살다가 아버지 대에 넘어와서는 힘든 삶을 살아간다. 땅을 팔지 않으면 돈이 부족한 삶을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이 아버지는 벗어나야 할 과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소설 속의 아버지도 서술자인 주인공에게 나름대로의 직장을 얻어서 안정을 얻기를 바라거나 안정된 대학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태도를 지속적으로 보인다. 그런 집안의 부담을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은 그 부담을 실현하기 힘든 상태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후 시간이 흘러 아버지의 기억을 되살리거나, 아버지와 대화를 하면서 주인공은 과거의 무언가를 기억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을 떠올리거나, 옆에서 들으면서 소설이 마쳐진다.


    2. 작품들

    참고로 이번 작품들은 문학사상사의 대표작품선(문학사상사, 1986)과 같이 정음사에서 출판했던 이균영 창작집 멀리있는 빛 외 10편(정음사, 1986)을 참고하도록 하겠다.

    1) 저 언덕 : 어느 한 대학 강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여기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의 과거 여자친구를 우연하게 만나서, 교외로 여행 가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과거의 애인을 만나고 그녀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사랑'이란 변할 수 있는 것인가, 변할 수 없는 것인가 고민하는 주인공의 심리가 드러난다. 애인인 '혜욱'을 통해서 주인공은 자신이 생각했던 중요한 가치에 대해서 다시 떠올리며 자신이 있던 '거리'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그 도시 거리로 돌아가기 위해서 언덕에 오르며 소설이 끝난다. 전반적으로 음울한 분위기가 강하다. 명문대를 나오지 않아서 과외를 하지 않으면 수입이 부족한 생활고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자신의 처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들이 자주 드러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 어두운 거리의 침묵 : 하숙방에서 사는 '나'와 어느 부잣집의 딸인 '덕지'의 이야기이다. '덕지'는 '나'와 같이 잠도 자고 거의 사귀는 사이니까 결혼을 이야기하지만, 주인공인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주로 다루는 이야기는 이 '덕지'와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과거 이야기이다. 외할아버지로 인해서 자신의 아버지의 승진이 좌절되는 상황이 80년대 초반의 민주화와 맞닿아있음을 그려냈다. 마지막에 나오는 이상한 모습의 '다리'는 뒤이어 나오는 '살꽂이 다리'의 다리와 같은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 다리가 지니고 있는 것은 사람들의 고통, 역사, 시간들이 아닐 까 싶다. 특히 결말 부분에서, '나는 사라진 힘과 사라진 침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대답했다'는 부분을 통해서, 제목인 '어두운 거리의 침묵'이 주인공의 생활과 연결되어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3) 動 動 :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인데, 엄마는 다방가게의 주인이고, 박사장이라는 사람이 이 다방가게를 차릴 수 있도록 지원해준 상황이다. 주인공인 '나'는 이곳을 떠나하고 싶어하지만, 떠날 수 없는 상황에 아쉬움이 크다. 다방에서 만난 미스정의 상태가 좀 다르다며 그녀를 붙잡아 달라는 엄마의 부탁에 미스정과 대화를 하면서, 주인공인 '나'는 미스정의 자유로움을 부러워한다. 결말 부분에서 '나'는 '남성'이 그리워 찾아간 집에서 미스정을 만나고, 이후 자신은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느끼며 소설이 끝난다.

    4) 바람과 도시 : 여기에서의 '도시'는 K시 인것 같고, 바람은 주인공으로 하여금 기침을 나오게 만들었던 과거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결말에서 '바람 없는 따뜻한 도시'로 돌아가겠다는 말은, 이제 힘든 것들을 잊고 건강하게 살아보겠다는 뜻으로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서 따뜻한 도시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으로 결혼을 택하고 있다는 점이 내게는 좀 특이한 소설적 결말이라고 느껴졌다.

    5) 풍화작용 : 풍화는 보통 세월에 지나면서 닳고 없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바람에 의해 돌이 풍화되면 돌이 깎이지 않는가. 여기에서의 풍화작용은 자신의 삶에 대한 풍화작용으로 파악할 수 있다. 책의 내용을 인용해보면,

    그러한 우리들의 삶이란 강과 같은 것이다. 처음 양기슭 사이를 좁게 흐르며 산을 깎아내리고 폭포를 이루기도 한다. 그러나 점차 그 넓이가 넓어지고 둑이 보이지 않게 되며 물의 흐름은 고요하고 침착해진다. 마침내 산을 깎아내리지도 둑을 무너뜨리지도 않고 바다와 만나 아무렇지도 않게 그 고유의 존재를 잃는다.

    하루의 일을 끝내고 집으로 가듯, 오래 떠나 있던 고향으로 돌아가듯 그렇게 하여 우리의 삶은 바다로 돌아간다. 저 바다, 저 산들. 침범할 수 없는 자연만이 남는다.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다.

    - 풍화작용, p.100~101

    이렇다. 즉 서술자는 '삶'역시 바다로 돌아가 영원히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풍화작용은 다름아닌 삶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6) 살꽂이 다리 : 아까 위에서 언급했었는데, 이 살꽂이 다리는 기괴하게 생긴 다리다. 주석에는 살꽂이 다리를 '서울 성동구 사근동의 성동교 동쪽 조금 위에 있는 돌다리'라고 쓰여 있는데 생김새가 살꽂이 다리 같아서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다. 살꽂이 다리는 서술자에게 '학창시절이 유일하게 남겨준 살맞은 자리 같은 유일한 '상흔'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서술자는 자신의 안정되고 편안한 삶에 대한 회의감, 그리고 졸업은 자신의 삶이 지우는 단 하나의 매듭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여전히 자신이 했던 고민들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공간이 살꽂이 다리로 볼 수 있다. 취직하고 자리잡으면 끝날 것이라는 말은 허황된 이야기라고 말하는 듯 하다.

    7) 北邙의 그늘 : 서술자인 '나'는 어머니의 장례식에 향하는 길이다. 그 도시는 '율촌'이라는 곳인데, 율촌으로 가던중에 버스가 멈춰서는 일이 발생한다. 그리고 근처가 화장하던 곳이라는 것도 알게 되어 약간의 불길한 느낌을 가진채로 율촌에 도착한다. 도착해서는 어떤 할망구가 떡판을 들고 파는 것을 사주었지만, 불길한 떡이라는 걸 어떤 사내에게서 듣고는 이상한 느낌을 가진다. 이후 그 사내를 통해서 어머니 집에 도착하고, 어머니의 눈을 감겨 드린 후 주변의 소리들 속에 어지럼증을 느끼며 이야기가 끝난다. 사내와 이야기 하면서 보았던 수족관의 죽은 물고기를 떠올리는 부분을 보면, 이 죽은 물고기가 어머니의 현실적인 죽음과 서술자 자신이 이 율촌에 와서 느끼는 피로감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다만 구체적으로 이 소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어떤 것인지는 나도 잘 정리할 수가 없어서 아쉽다.

    8) 사라진 나라 : 주인공이자 서술자가 자신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회고 형식으로 풀어내는 소설이다. 아이가 등이 굽어서 더 이상 자라지 않고 그의 표현으로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아이를 집이라는 성 안에 가두고 지키려고 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결국에는 아이를 죽였다고 하는 서술자이다. 타인의 시선과 손끝을 싫어하지만 사실 그 '타인의 시선과 손끝'은 자신에게서부터 비롯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는 점에서 자기 성찰적인 성격이 조금은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사라진 나라'라는 표현은 자신이 키우던 '아이'가 없는 것에 대한 비유적인 표현 정도로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

    9) 밝이 전 : 상당히 설화적인 이야기였다. 어찌보면 이런 이야기는 예전 같았으면 김동리 같은 작가에게서나 나왔을 법한 작품이라고 본다. 상당히 '동양적'인 소재?랄까. 어떤 부분에서 이 작품을 정리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밝이'가 살아있으면 미축국도 되살아날 것이라고 말하는 데에서 '밝이'가 단순히 신적인 힘을 지니고 있는 존재라기 보다는 근원적인 에너지라고 파악하는 게 좀 더 바람직해보인다.

    10) 터(基) : 칼을 만드는 장인 '윤익상'과 과거 성밖놈(천민)이었던 이상노의 이야기이다. '터'라는 제목은 소설의 공간적 배경을 드러내는 말이면서 동시에 '상징적인 공간'을 의미한다고 본다.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것을 언급하며 상노는 자신이 모은 돈을 양로당과 고아원에 쓰겠다고 윤익상에게 이야기한다. 내게는 이 소설이 가장 따뜻한 소설이었다. 공동체적인 가치를 보여주는 소설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 드러내는 과정 속에서 소설의 초반부에 나타났던 인물간의 갈등이 봉합되는 부분도 개연성있게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문장인 '첫눈치곤 풍성했다'는 표현이 함축하는 바는 이제는 '따뜻한 사람 사이'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11) 불붙는 난간 : '배종기'와 '이신욱'의 이야기이지만, 이 이야기 속에는 신욱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이야기가 같이 드러난다. 작가의 소재로 언급했던 '아버지'는 이신욱의 아버지로 볼 수 있는데 신욱의 할아버지가 한참 의원생활을 하던 시절, 신욱의 집안은 동네에서 가장 큰 집이었는데, 매년 홍수로 인해서 마을이 잠기는 거 때문애 신욱의 할아버지는 물막이 공사를 했고, 공사를 하면서 자금이 부족해져갔지만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방죽을 완성하게 되었다. 이후 시간이 흘러서 신욱의 할아버지의 덕망으로 이신욱의 아버지인 이정준도 의원생활을 해보려고 했지만 번번히 실패하면서 가세가 기울어져가고, 과거의 영광으로 남은채 이신욱의 공무원 생활로 근근히 삶을 이어간다. 한 편 배종기는 인근 도시인 K시에서 깡패 생활(칠성파)을 해왔다. 자릿세나 이익 배당금, 상가에서 뜯어내는 돈 등으로 돈을 번다. 그리고 이신욱을 만나고 나서는 이신욱에게 '임비초등학교'는 자신에게 과거라면서, 이신욱의 할아버지에게서 받았던 그 순간의 은혜를 갚기 위해 이신욱의 어머니 '능주댁'을 위한 수술자금이나 집안에 보태 쓸 돈을 신욱에게 주곤한다. 한편 이신욱의 동생인 이수진은 임비에서의 답답한 생활을 벗어나려고 몸부림치지만 이게 잘 쉽게 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으며 세상의 풍파를 몸소 겪는다. 돈이 없는 집은 '적적하다'는 표현처럼 이신욱의 집은 더 이상 활기찬 기운이 없지만, 종기가 있음에 신욱은 약간의 기쁨을 얻는다. 종기가 신욱의 집에 와서 신욱의 생활을 도와주며 정준과의 말동무까지 하는 것이 모두 이 은혜를 갚는 것에 있다고 파악하면 대단하기까지 하다. 다만 배종기는 자신의 꼬마(부하)들이 당하는 것을 목격하며 불안감을 느끼고 자신의 삶에 대한 불확실성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후 종기는 수진과 함께 종적을 감추고 신욱에게 돈과 같이 편지를 보내며 필요한 곳에 쓰라고 하고, 이정준은 집을 결국 팔기로 한다. 방죽에서의 대화를 통해 이정준은 자신의 세대는 끝났고 이제는 이신욱에게 '새로운 삶'을 시작하라며 소설은 끝이 난다.

    '방죽'은 단순히 물 막이로서의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정준에게는 과거의 유산과 같은 존재인데 더 이상 이 과거의 유산을 통해서 현재를 지킬 수 없는 상황을 보여줌으로서 이정준이라는 '아버지 세대'가 더 이상 힘이 없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배종기와 이신욱 간의 이야기가 후일담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도 이 작가의 소설적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집이 팔리는 것 또한 과거 세대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12) 어두운 기억의 저편 : 소설을 읽으면서 보니 어째서 이게 전후 소설로 평가받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제목인 '어두운 기억의 저편'이 의미하는 것은 서술자인 '나'가 과거 고아원에 있던 시절 동생과 헤어지게 되었던, 그래서 그 동생을 찾으려고 한참동안 헤매었던 기억을 의미한다. 소설의 내용은 자신이 도대체 왜 이문동에 와있었는지를 기억하려고 사람들을 만나며 돌아다니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 박혜수라는 이름을 떠올리며 술집에서 만났던 미스 민을 떠올려 다시 미스 민을 만나러 가고, 미스민과의 대화를 통해서 '고아'라는 동질적인 신분을 확인하며 소설은 끝마쳐진다. 전쟁의 상흔이 여전히 살아있다고 느끼던 소설은 전에 읽었던 '엄마의 말뚝'이 있었는데, 그 작품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아주 어린시절 이야기로 채워져 있었지만, 이 작품은 '나'가 주인공이 된다는 점에서 조금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이 상을 받던 80년대 중반에도, 여전히 전쟁의 상흔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겠다.

    13) 보리 : 보리는 주인공에게 아버지에 관한 가장 구체적인 기억이라고 할 수 있다. '보리'를 심었던 땅을 다 팔아서 자식들을 학교로 보냈던 아버지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보리'라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에 나오는 영숙이나 민기와 같은 형제들은 도시에서의 삶을 꿈꾸며 생활했지만 주인공이자 서술자인 '나'(석기)는 그렇지 않았고, 아버지의 장례식으로 인해서 민기와 석기는 보리밭을 걸으며 과거를 회상하고 이야기가 끝난다. 과거 아버지가 '보리'의 강인한 생명력을 이야기하며 보리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했던 말을 형제는 떠올리고, 민기와 석기는 그 과거를 생각하며 전망있는 결말로 맺고 있다.

    14) 멀리 있는 빛 : 이 소설 읽고 좀 우울했는데, 지금은 괜찮다. 이 소설은 주인공인 '나'이면서 집안의 첫째가 겪었던 삶의 고통, 외로움, 부담감들을 드러낸다. 집안에서는 대학을 보내려 했지만, 후기대학에 들어가서는 제대로 된 취직도 못한다고 하며 대학을 포기하고 군대로 갔던 나 자신, 동생들을 뒷바라지 하기 위해서 살았던 날들, 어떤 한 여동생을 사랑해갔지만, 그 동생으로부터 '오빠를 남자로 생각한 적은 없었다'는 말을 들은 그 순간 등을 통해 나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소설의 결말부에서 '별들의 먼 빛'을 바라보며 걸었다고 하는 부분에서, 주인공은 10대 소년 같은 꿈을 지니고 있는 순수함을 지닌 채 앞으로도 잘 살아갈 것임을 알 수 있다.


    3. 정리하며

    일단 참고할 자료가 많이 부족해서 몇 편 없지만 읽고 썼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 중 많은 주인공들은 집안을 다시 일으켜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그리고 이 부담감이 막중하다. 동시에 집안의 기대를 다 실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노력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빛을 찾아가거나, 보리를 떠올리거나, 방죽을 떠올리는 것들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이 작품이 시험에 나올 일은 없을 것이다. 연구한 사람 수 자체가 워낙 적으니, 출제 교수진의 풀이 어느정도 정해져 있고, 그 안에서 돌아간다는 걸 생각하면, 이렇게 연구자도 없는 소설들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 작가의 소설은 지금 시대처럼 힘든 시대에 의미가 있지 않을 까 싶다. 항상 삶은 불안정하고 해야할 것은 많은데, 주인공의 아버지들이 말했던 것처럼 과거의 것을 잊지 않고 나도 다음세대에게 전해줄 수 있는 나름대로의 '과거의 것'을 만들며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고 생각한다. 드라마틱하게 삶이 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삶은 변할 테니까.


    참고문헌

    박장례, 이균영 소설의 고향 표상, 한국언어문학 제 94호, 한국언어문학회, 2015

    이균영, 이상문학상 수상작가 대표작품선 바람과 도시 외 11편, 문학사상사, 1986

    이균영, 이균영 창작집 멀리 있는 빛 외 10편, 정음사,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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