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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희경의 '새의 선물'을 읽고
    책/한국문학 2017. 11. 28. 23:04

    1차 시험 끝, 읽고 싶었던 책 중 하나인 새의 선물을 빌려왔다. 뭐 이제는 책 읽는 속도가 빨라져서, 새의 선물 정도는 하루만에 다 가능했다. 한 4시간 남짓 읽으니 400쪽 가까이 되는 은희경의 소설은 상당히 빠르게 읽었다. 당분간은 이렇게 읽고 싶었던 작가들의 작품을 읽을 예정이다. 어느정도까지 읽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당분간은 편하게 글을 써야겠다.

    새의 선물은 나병철 교수님이 가끔씩 언급하시던 소설 중에 하나이다. 은희경의 소설이 시험에 나오고 나서는 자주 언급하셨던 소설이라서 성장 소설이라는 것만 대충 알고 자세한 내용을 오늘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건 처음이다. 대학동기 L이 좋아하는 소설중에 하나이기도 하고./

    서술자가 다른 소설과는 조금 달랐다. 이 소설의 서술자는 일찍 어른이 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좀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게 정말 가능한가 싶었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자기는 어른이 되었다고 말하는 사실이 말이다. 작위와 위선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것도 그렇고, 여전히 서술자는 소설 속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허석과의 사랑에서도 성장을 보여주고, 곱상하게 생긴 혜자 이모의 남동생도 그렇고, 유지 공장에서의 사고 이후 많은 것들이 변했다는 걸 느끼는 것도 그렇고, 달걸이를 하는 것도 그렇고, '성장이 멈춘 주인공'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었다. 원래 그런걸까, 그렇지. 성장이 끝났다는 건 말이 안되는 것 같다.

    지나간 사랑과 얽힌 아픈 기억들을 되살리는 것은 현재의 아무것도 바꿔놓을 수 없으며 그걸로 인해 힘들어 할 것을 알기에 많은 사람들은 덮어두곤 한다. 나도 가끔 덮어둔 것들이 튀어나올 때면 힘들지만 다시 덮곤 한다. 혜자이모의 말처럼 떠돌이의 삶도 있다. 이별의 슬픔의 무의미해지자 사랑마저 시들해지는 건 허석에 대한 진희의 서술을 보기 전부터 생각했던 일이다. 이별의 슬픔이 사라지는 순간 사랑은 이전처럼 뜨거운 형태로 있지 않고 따뜻한 형태로 남곤 한다. 그리고 마음에 둔 상대방이 '편지할게'라고 말하는 것은 90년대까지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뭔가 저 '편지할게'가 '전화할게', '톡할게'로 바뀐 느낌이다. 좋은 글이었다. 특별히 남은 건 없지만, 그냥 나는 다른 사람에게 약점을 잡히더라도 서술자처럼 살고 싶지는 않은 그런 느낌이다. 좀더 솔직하게 살아보자 이런 느낌?

    나 역시 냉소적인 성향을 상당히 많이 띄고 있지만 이 주인공과는 다른 의미의 냉소라고 할 수 있다. 강진희의 12세 시절 냉소는 '자신'을 어린아이로만 바라보고 착각하는 어른들에 대한 냉소가 주된 내용이었다. 반면에 내가 갖고 있는 냉소는 주변의 사람들이 나를 어린아이로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냉소와는 다르다.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세상은 더 나아질 수 없다' 등과 같은 냉소들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냉소는 강진희의 냉소와는 방향이 달라서 내가 공감할 수 있던건 주인공의 냉소하는 태도와 느낌이었지, 냉소의 실체까지는 불가능했다.

    인간관계의 미래가 냉소로 가득하다면 사실 세상은 위선과 작위로만 이루어진 세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을 뿐이다.

    일반적인 '성장소설 담론'인 남성부재형 한국 성장소설에 대한 설명이나 해석은 밑에 있는 참고문헌 중 나병철 교수님의 연구 논문이 가장 쉽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성장 소설 해석은 한국 사회 특유의 '남성부재'로 인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집안에서 '아버지'의 존재가 차지하는 위치는 '사회의 규범'으로 나타나는데 새의 선물의 '강진희'는 아버지의 부재를 겪고 그러한 아버지의 부재를 '허석'과 같은 삼촌 친구에게서 찾는다는 설명을 파악할 수 있다.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나머지는 생략한다.

    (은희경의 '새의 선물'에 대한 성장 소설 관련 시각은 다양한 연구 논문에서 살펴볼 수 있다. 밑에다가 참고문헌을 달아놓겠다. 대부분은 내 생각일 뿐이다. 이 소설에 대한 '아버지의 부재'에 관한 논문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미리 말해둔다.)

    참고문헌

    김주리(2012), 모성애와 육친애 : 은희경의 <새의 선물>속 여성 성장의 의미 고찰, 개신어문학회, 개신어문연구 제36집, p105~132
    나병철(2003), 여성 성장소설과 아버지의 부재, 한국여성문학학회. 여성문학연구 제10권, p183~214
    유소홍(2017), 90년대 여성성장소설 연구 - 은희경의 <새의 선물>을 중심으로,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논문지 제11호 p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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