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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적 독립, 정서적 독립
    인간 관계/연애 상담 일지 2017. 12. 7. 20:28

    우리는 부모님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오늘은 어떤 A의 이야기에서 이 글이 나왔다. 그 친구는 많은 부분들에 있어서 부모님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한 영향들에 대해서 A는 긍정적으로 느낄 때도 있지만 부정적으로 느낄 때도 있다. 무엇보다 A는 이제 스스로를 '어른'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부모님은 A를 어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회로에서는 그걸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이제까지의 A가 보이는 것이지, 현재의 A를 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지금 현재의 누군가'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군가 봐온 시간을 볼 때가 있따. 그 누군가를 이제까지 기록했던 백과사전이나, 비디오 같은 것들을 볼 때가 더 많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부모님들은 자식들을 '현재의 누군가'로 보기보단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의 다큐멘터리를 기억하는 유일한 분이기에 의미있으며 동시에 자식에게는 부담이기도 하다. 현재의 자식은 과거와는 같지만 다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어느 순간 부모에게서 독립하게 된다. 물론 요즘은 독립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많은 경우들이 독립한다. 독립할 때 중요한 건 크게 2가지 부분이다. 하나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경제적'부분에서의 독립이다. 우리는 늘 이 부분에서의 독립을 먼저 생각하곤 한다. 나는 이 '경제적 독립'만큼이나 중요한 다른 독립으로 '정서적 독립'을 언급하곤 한다.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독립되지 않은 자식, 자식의 생각을 여전히 자신의 품안에 두고 있는 부모들은 경제적으로 독립하더라도 갈등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정서적인 독립이 덜 되었기 때문이다.

    종종 나는 사람들에게 '여유있는 사람'이 베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걸 언제 보통 말하냐면,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이해받아야 할 사람에 대해 '이해'를를 베풀어야 할 때 말한다. 어떤 경험을 가진 사람은 그 경험을 새로이 하고 있는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해줄 수 있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어쩔 수 없지만, 보통의 경우 더 많은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이러한 공감을 할 확률이 크곤 하다. 연애에 있어서도, 결혼에 있어서도,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갈등이 많았던 쪽이 갈등이 적은 쪽의 갈등을 이해하기가 쉽다. 위에서 언급한 '독립'에 있어서도, 독립을 먼저 했던 쪽은 독립을 이제 하고 있는 가정의 문제들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다. 톨스토이의 소설 속 말처럼, 행복한 가정들은 모습들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들은 제각기의 이유로 불행하기 때문이랄까. 

    정서적으로 독립되지 않은 사람과 만나면 모든 일들이 '부모님'과의 상의 끝에 결정되곤 한다. 나는 이게 틀렸다고 말하지 않지만, 주체적이지는 않다고 말한다.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이라면 난 슬슬 '주체성'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더 이상 법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책임'은 내가 져야 하는 것이 되어있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적 독립보다도 더 중요한 건 정서적 독립이라고 생각한다. 부모의 결정이 나의 현실을 책임져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는 다 나의 결정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직 독립하지 않은 많은 이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당신의 인생은 부모님의 것이 아니라, 당신의 것이라고 말이다. 부모는 당신을 양육할 의무를 지녔지만, 당신의 생각마저 재단할 권리를 지닌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당신의 생각을 교육할 수 있는 권리는 가졌지만, 그러한 교육을 받아들이고 실행에 옮길지는 당신에게도 어느 정도 힘이 있다는 것을 꼭 잊지 말라고 말이다. 부모 아래의 '나'도 '나'이지만, 누구에 의한 '나'가 아니라 그냥 '스스로'로서 발돋움 할 때 그 사람은 진정 독립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먼저 겪은 많은 일들을 바탕으로 다른 이들의 갈등을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어머니께서는 가끔, 나의 빈자리에 대해서 익숙해지시면서도, 가끔 집에 다녀가고 나면 그 빈자리를 느끼신다고 하시는데, 그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어쩔 수 없는 세월의 흐름이라고 받아들이곤 한다. 그게 결국 자라는 과정이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며 부모의 품으로부터 벗어나 온전한 '나'로서 존재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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