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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 생활 정리 2.
    여행/19년 봄 섬 생활 2019. 7. 8.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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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글에서는 섬에 들어가게 된 동기와 관사에서의 생활에 대해서 써볼까 한다. 이 이야기에 앞서서 나는 먼저 영국에서 지냈던 이야기를 해야겠다.

    0. 영국 생활

    학교에 있는 학생들에게 여러번 말했지만 나는 섬 생활이 어렵다고 느꼈던 적이 없었다. 그런 데에는, 내가 인터넷도 잘 되지 않는 영국 산골에서의 생활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 다시 지도를 봐보더라도 Coleg Elidyr는 내가 처음에 예상했었떤 것 이상으로 산 속에 있는 곳이었다. 핸드폰의 모바일 데이터 신호는 잡히지도 않는, 내가 생각해보지 않은 곳이었다. 인터넷도 프록시를 거쳐야만 하는 곳이었다. 그 곳은 가까운 곳에 수퍼도 없었다. 가장 가까운 술집은 30분 정도를 걸어가면 나오는 곳이었고, 그 곳의 맥주 한 잔은 5파운드에서 6파운드(당시 한국 돈으로는 9천원~1만원)를 왔다갔다 했다. 거기에서 나는 일상적으로 밥을 해먹었고(Coleg에서 주는 재료들로), 거기에 살고 있는 Volunteer와 staff들과 어울려 지냈으며 공동체 생활을 하였다. 어느날 내가 밥을 하면 그 다음날에는 다른 친구들이 밥을 해주었고, 어느날 내가 쓰레기를 버리면 며칠이 지나서는 그 친구들이 같이 사는 집의 쓰레기를 버려주는 곳이었다. 나는 그 단조롭고 막혔다면 막혔다고 할 수 있는 공간에서 아무런 일 없이 6개월을 지냈었다. 가장 가까운 '마트'를 가려면 차로 20분 이상을 시속 50~60의 속도로 나가야 했던 곳이었다. 걸어가면 한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내가 왜 잘 지냈는 지는 모르겠다. 그냥 잘 지냈다.

    술은 당연히 그때 나갈 때 한 번에 사왔다. 먹을 것은 주는 재료들을 주로 사용했었고 음, 세제는 거기에서 다행히도 주었었다. 그래서 빨래는 문제가 없었다.

     

    1. 하조도 들어가기 며칠 전.

    하조도를 들어가기 전 나는 그 곳에 마트가 있는 지 찾아보았다. 지도 앱을 열어서 찾아보니,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하나로 마트가 있었다. 나는 그 순간부터 별 걱정이 없었다. 영국에서 살던 그 곳에서는 하나로 마트 같은 곳을 가기 위해서 왕복 4시간을 걸을 거리였는데, 하조도는 왕복 해봐야 1시간 이내겠다 싶었으니까.

    게다가 나는 인터넷도 잘 된다는 것을 직감했다. 내가 느끼기에 한국은 도서지역들도 인터넷 시설이 매우 잘 되어 있는 편이었다. 하조도도 예외가 아니었다. 너무 잘 되어서 정말 아무걱정 없이 지냈다. 학생들은 물론 달랐을 것이다. 도시를 나가기 위해서는 최소한 배를 타고 1시간 가까이 나가서 차를 또 타서 움직인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절대적인 시간만 보면 영국은 40분 차를 타고 나가면 진도의 십일시 정도의 시가지가 나오기는 했었다. 그 면에서는 영국에서 지냈던 Coleg가 나았을 수도 있지만 나는 매일 그렇게 나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보통 2주에 한 번 정도를 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도에서 나는 사실 매일 하나로 마트에 갈 수 있었다.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차를 통해서 다녀올 수도 있었다. 그러면 약 20분 정도의 시간이 들었다. 그러니 나에게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어쨌든, 나는 영국처럼 외딴 곳에서의 생활이 그다지 두렵지 않았다. 별 일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랬던 것 같다. 조도에서의 생활은 불편함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영국에서는 집 한채에서 산 것이 아니라, 집 한채의 방 하나에서 살았다. 화장실 겸 욕실을 같이 사용했고 아침을 먹던 식탁도 공동 사용이었다. 그러니까 일종의 '쉐어 하우스'처럼 살았다. 그에 비하면 이 조도는 천국이었다.

     

    2. 실제 생활

    가장 오래된 관사, 노란색의 건물색이 인상적이다. 우측 2층에 살았다.

    내가 살던 관사 사진이다. 대략 이렇게 생겼다. 이 관사는 이 근처의 선생님들이 살 수 있는, 현재 남아있는 관사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편이고 낡은 편이다. 하지만 이 관사 역시도 조도에서 오랫동안 지내왔던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관사인 것 같다. 이 정도의 관사는 충분히 좋은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출입문이 그냥 유리문이었다고 하셨다. 그러던게 철문으로 바뀌었다고 하셨다. 내가 들어가고 나서는 에어컨도 잘 나오기 시작했다. 가스 보충을 했더니 찬바람이 슝슝 잘나오더라. 가스레인지도 아쉽지만 2구짜리가 있었고, 나는 수도 요금만 그 건물에 사는 3명이서 1/3으로 나눠서 내고 전기세는 각자 냈다. 1인 가구 생활을 한 사람은 알겠지만 1인 가구의 전기세는 비쌀래야 비쌀 수가 없다.

    이 관사에서 내가 불편하다고 느낀 것은 화장실, 세탁기, 기름 보일러, 습기를 예로 들 수 있다. 먼저 화장실은, 음 세면대가 따로 없는 것이 가장 큰 불편사항이었다. 이게 너무 불편했다. 전에 학교에서 살 때에도 세면대가 없었던 곳에서 살았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나 이번에나 다를 것 없이 불편했다. 세면대가 없어서 보통은 씻는다는 개념이 '샤워를 한다'의 개념과 유사했다.

    세탁기가 불편했던건, 세탁기가 화장실에 들어갈 만큼 화장실이 크지 않았고, 그래서 부엌쪽에서 배수관을 화장실로 연결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화장실 문을 닫을 수가 없었다. 이것 역시 좀 불편했다.

    기름 보일러는, 일단 '등유'를 썼다는 것, 기름을 사서 채워넣어야 한다는 것, 100L를 사는 게 아니면 기름을 넣는 '말통'에다가 기름을 받아다가 직접 넣어야 했다는 것 등을 말할 수 있다. 이상하게 내 방은 기름냄새가 났었다. 보일러실 문이 2층 관사의 경우 부엌과 연결되어 있었다. 1층처럼 외부에 문이 있으면 좋긴 한데 그렇지가 않았다.

    '습기'는 좋으면서도 안좋았다. '하조도'는 섬이다. 섬이어서 항상 습한 바람이 불었다. 이 습한 바람은 좋은 점이 있었다. 내 목을 지켜줬다. 하루종일 말을 많이 해도 습한 공기 덕에 목이 안아팠다. 주말 2일 동안 관사에 있을 때에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나면 목이 다시 싱싱한 상태로 돌아왔었다. 광주에 잠깐잠깐 나올 때마다 목이 건조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습기'가 안좋은 건, 방에 습기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습기를 샀다. 습기는 '제습기'를 사면 상당부분 해소가 된다. 출근할 때 물통을 비우고 3시간 예약 설정을 해놓고 35%의 습도로 맞춰놓았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제습기에는 물이 가득차 있었고, 그 물을 비우는 것으로 집에서의 집안 일을 시작했다. 제습기가 없으면 곰팡이가 생긴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럴만 한 것 같다.

    앞에 이야기는 안했지만 '벌레'도 하나의 이슈 중에 하나이다. 나는 다행히 지네에 물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네가 주말에 광주를 다녀오는 동안 집 안에 죽어있었던 적은 있다. 그리고 '모기'에는 고통을 많이 받았다. 섬이어서 그런 건지 모기가 정말 많았다. 사실 '섬'이어서 그렇다기 보다는, 자연적이어서 더 그랬다고 봐야할 것 같다.

     

    3. 그 외 이야기들.

    하조도의 관사 생활에서 어렵지 않았던 건 마트 이용이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1) 하조도에는 편의점이 없었다. 그말은 즉 4캔 1만원 맥주 혜택을 쓸 수 없다는 말이었다. 팽목항에 하나 있긴 한데 팽목항에서 맥주를 사면 그걸 차에다가 실어서 차를 배에 태우는 게 아니면 하조도 창유항에서 관사까지 걸어가야 할 그 길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래서 편의점 없는 게 아쉬웠다. 해외 맥주가 없었다. 어쩌다 보니 카스를 자주 찾았다.

    2) 하나로마트에 야채가 못들어왔다. 이건 하나로마트에서 야채를 사는 사람들의 수요가 매우 적었기 때문이다. 알아보니 광주쪽에서 물건을 안보내준다고 했었다. 결국 나는 하조도에 있는 지역 상권 슈퍼를 이용했다. 거기에서 양파도 사고 고구마도 사고 당근도 샀다.

    3) 인터넷은 대체로 잘 되는 편이지만 비가 오는 날이면 좀 불안정해졌다. 이건 어쩔 수 없었다. 나만 불안정해지는 게 아니라 섬 전체가 불안정해지는 원리였다. 전화선을 통해서 연결된 광케이블로 같이 쓰는 것처럼 보였다. 불안정해지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자세히 설명하자면, '끊긴다'.

    4) 고양이가 너무 많았다. 하조도에서 고양이의 상위포식자가 없었다. 그래서 고양이들의 번식이 끊이지 않았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너무 시끄러웠다.

    좋았던 건 이런 것들이 있다.

    1) 옆집 사람, 밑에 집 사람이 좋았다. 나랑 가장 가까워진 두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친구들 덕에 나의 짧았던 기간제 생활은 많은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었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물론 이건 사람마다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축복받았다고 생각한다. 기간제로든 그냥 정규직으로든 새로운 관사에 가게 되었을 때 옆집이나 위아랫집이 좋을 것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 이게 관사의 불편함일 것이다. 공동 주택인데 다 아는 사람이라는 특징.

    2) 학교와 매우 가까워서 좋았다. 출퇴근 걱정을 안했다. 1시간씩 대중교통이든 차를 운전하는 일은 없었다. 물론 주말에 광주나 다른 도시에 갈 때는 그렇게 운전을 해야 할 만큼 하조도가 외딴 곳이기는 했다. 나를 주로 태워다주셨던 두 선생님에게 감사함을 얼른 표해야 할 것 같다. 기름값이라도 넣어야 할 것 같다.

    3) 바다가 있어서 좋았고 별이 보여서 좋았다. 나는 자연 경치를 즐기는 편이다. 도시 풍경도 좋지만, 더 좋은 건 자연의 소리라고 생각하는 타입이다. 그래서 여기 생활이 괜찮았다. 밤마다 별이 보였고, 원하면 언제든 지 바다를 볼 수 있었다.

    4) 시설이 독립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관사는 알다시피 '1인 가구'목적이다. '생활관사'라고 해서 가족들이 같이 사는 것을 염두에 둔 '큰 관사'가 있긴 한데 그건 내게는 해당사항이 아니었다. 그러니 전기세도 혼자 내고 수도세만 나눠서 냈다.

     

    다음에는 학교에서 좋았던 것들에 대해서 좀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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