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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르노그라피아 - 곰브로비치
    책/외국소설 2012. 9. 24. 20:50

       포르노그라피아, 책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어느정도는 '포르노'에 관한 책이다.


    포르노의 뜻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인간 성적(행위 노골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성욕 자극하는 영화사진그림 따위 통틀어 이르는 .-

    다음 국어사전

    과 같다. 이 책에서도 나타내려는건 바로 '인간의 성적행위'이다. 성적행위라고 말하면 뭔가 좀 범위가 애매할것 같은데, 나는 여기에서 성적행위의 범주를 '성적'인 생각을 가지고 하는 모든 행위로 규정하고 싶다. 사실 책에 쓰여진 수사법들을 이렇게 까지 표현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긴 하나, 어느 정도는 가능하기도 해서 나는 '모든 행위'로 규정하겠다. 카를과 헤니아, 알베르트, 프레데릭 그리고 위톨드 이렇게 5명정도가 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주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서술자는 '위톨드'이며,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지휘하는건 '프레데릭'이고(프레데릭이 거의 자물쇠의 '열쇠'역할이다.) 그 연극의 주인공은 '카를'과 '헤니아'이며, 이들을 구경하는 관객은 '알베르트'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하는 부분이 '서술기법'이다. 안그래도 최근에 단테의 '신곡'이라던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나,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같은 책들을 읽게 되면서,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서술기법'에 대한 사고가 약간씩 변화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들 작품 모두 보통 즐겨읽던 '사회과학'류 책이나, 일반 소설들과는 분명 판이하게 차이가 있었으며, 그로인해서 내가 이야기를 파악하는 방법과,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해서 '자아'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달랐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좀 다르다. 전반적으로는 '1인칭 관찰자 시점'에 가까운듯 하지만 또 어떨때보면 3인칭 관찰자 같기도 하다.(물론 고등학교때 배운 1인칭 전지, 1인칭 관찰자, 3인칭 전지, 3인칭 관찰자 와 같은 4개의 시점 구분을 하는게 잘못된 구분일 수도 있다. 이건 어디까지나 만들어낸 '공식'이며, 실제 소설의 서술은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어쨋든, 부분부분적인 요소들이 한데 모여 '포르노그라피아'만의 특색을 만든다.


       프레데릭은 이 책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자연적인 법칙이라는 이름아래 그는 모든일을 주도한다. 위톨드는 이 프레데릭을 처음본 그 순간부터 이상하다고 느끼는데, 그러한 느낌이 이야기 중반부에 나오는 프레데릭의 '성격'에 대한 복선이란걸 이 글을 쓰는 중에 알게됬다.  뭔지 모를 느낌으로 이 책의 분위기를 지배하고 주도하는 자가 바로 '프레데릭'이다. (이름도 프레데터와 비슷하다.) 헤니아보고 카를의 바지밑단을 접으라고 시킨것도 그이고, 알베르트로 하여금 카를과 헤니아와의 관계를 섬에서 목격하게 한것도 바로 그이다. 관계를 파괴하는게 아니라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게 만드는이가 바로 프레데릭인것이다.


       17세 소년 소녀들이 느끼는 '성'이란 과연 무엇일까. 서로엑 느끼는 알 수 없는 감정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성적'인 몸짓들은 어떤 수식어 없이는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하는 행위임에도 카를과 헤니아 간의 '상대방'을 향한 몸짓이 되는것인가. 마음보다는 '느낌'이 더 중요하게 작용해서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정도는 그게 적용되는듯 하다.


       프레데릭에 의해서 모든일이 진행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국은 헤니아와 카를의 의지가 프레데릭의 생각에 반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헤니아가 알베르트와의 약혼이 결정되면서 프레데릭에게 '더이상은 아무에게나 가랑이를 벌리지 않겠다'라고 선언하긴 하지만, 결국은 헤니아와 카를이 서로에게 엮은 줄에 서로가 걸려들면서 다시 관계를 맺는다는걸 암시하고 있는것 같기 때문이다.


       '성'을 표현하는건 특별히 더 강렬하다거나 원색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일만한게 없는것 같고, 전반적으로 시점이 되게 독특하다는게 이 책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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