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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나 카레리나 part.1
    책/외국소설 2013. 1. 30. 23:35


    안나 카레니나. 1

    저자
    톨스토이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9-09-0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대문호 톨스토이의 사상과 고민이 집결된 대작!러시아의 대문호 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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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빈이 이 소설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어느정도 일까. 1권에서 느껴지는건 음..일단 '안나'와는 개별적인 인물로서 그려지고 있기 때문에 두 인물의 중요도는 각각 두는게 맞는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안나와 레빈이 각각 아는게 아니라, 인물을 건너야만 알기 때문이다. 안나는 이 책에서 쉽게말하면 '불륜'을 저지르게 될까봐, 자신의 소신을 잃게될까봐 걱정하는 사람이다. 알렉세이의 아내였으며 아이도 있는 그녀에게 있어서 '불륜'은 사교계에 큰파장을 몰고오게 될것이고, 자신의 아들의 삶에 파멸을 불어넣을 것이며, 남편에게도 자신의 '심연의 문'이 닫혔음을 실감하고 실현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브론스키와 키티는 어떻게 생각해야할 인물일까. 브론스키는 한마디로 썩을놈이다. 내 가치관에서 이런남자들은 정말 사라져야만 하는 타입이다. '레빈'의 청혼을 거절한 키티를 보고서 어느정도 결혼을 결심했다면 그는 안나와 마주르카를 추지 말았어야 했다. 절대 해서는 안됬다. 사람이 기본적인 도리를 지켜야할것이 아닌가. 하지만 브론스키는 안나를 보고서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불꽃을 생각하며 춤을 춘다. 키티는 브론스키와 마주르카를 추기만을 기다렸는데 말이다. 그토록 아름답게 꾸민 여인의 간접적인 요청을 거부하는것은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한것이다. 너무 내가 보수적사고를 바탕으로 말했나? 그럼좀 현대적으로 표현해보자면, 약혼식까지 올렸는데 갑자기 파토내고 딴여자 만나러 간거? 그런데 그 여자가 마침 유부녀??(이건 무슨 행위인가, 내가 그 결혼한 여자보다 매력이 없다는거야 뭐야?) 키티는 자신의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은걸 매우 후회하는 딸이다. '안나'의 오빠와 결혼한 '돌리'의 여동생인 키티. 막내라서 집안의 사랑을 받지만 동시에 마지막으로 잘 마무리해야할 결혼감이기도 하다. 왠지 이 글의 배경으로 된 시기에는 '결혼'이라는게 단순히 좋아해서 하기보다는 '집안'이 상당히 많이 관여한다는게 책에서 느껴진다. 여기에서의 사교는 '취미'가 아니라 필수이기 때문에 키티의 어머니가 키티의 결혼을 성사시키는데 신경이 쓰이는건 당연한 일이다. 레빈의 청혼을 거절하고서, 후일 브론스키에게 버려진뒤 자신의 선택이 잘못됬음을, 레빈을 받아들이는게 맞았음을, 아버지의 말이 맞았다는걸 알고 난 뒤에는 레빈이 다시 찾아오지 않고 있지만, 왠지 3부 이후에는 가능성이 아예 안보이진 않는다.


       내가 예전에 '러시아 문화사 강의'에서 읽었던 내용중에 모스크바와 페테르부르크의 차이점을 서술해놓은 부분이 있었는데 모스크바는 좀더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분위기를 풍긴것에 비해서 페테르부르크는 인공적이고 도시적이며 갓 새로만든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도시로 써놨었다. 이게 고스란히 '안나 카레리나'에서도 드러난다. 모스크바에 사는 레빈은 손수 농사까지 지으려고 하는 천생 '농부형 귀족'스타일인데 스테판공작이나 브론스키는 정말 말 그대로 '도시'사람이다.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뭐랄까, 약간 고위 공직자인 느낌이 팍팍난다. 합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일을 하고싶어하는 그런 사람이다.(실제로도 그렇게 나타난다.)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질투가 많은 편이 아니었다. 그의 소신에 따르면, 질투는 아내를 모욕하는 행위였다. 그는 아내에 대한 신뢰를 가져야 한다고 믿었다. 어째서 신뢰를 가져야 하는지, 즉 어째서 그의 젊은 아내가 늘 자기를 사랑하리라는 절대적인 신뢰를 가져야 하는지, 그는 한 번도 의문을 품은적이 없었다. 그는 불신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아내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었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질투란 수치스러운 감정이고 아내를 믿어야 한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그는 자신이 비 논리적이고 납득할 수 없는 무언가에 직면했음을 느끼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그야말로 자신을 위해서 사는 사람으로 1권에서(1부,2부) 보여진다. 이 말은 즉, 나이차이가 20살이라는 나이차이가 안나와 알렉세이간의 정신간의 거리도 멀어질 수 밖에 없음을 알려주면서, 그(알렉세이)가 안나의 어떠한 감정도 공유를 할 수 없음을, 안나가 알렉세이(남편)을 보며 나중에는 '이기적'이고 자신의 체면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사람으로 느끼게 되는것을 알게 된다. 안나가 브론스키를 만나게되면서 그녀안의 또다른 나를 세상에 내보이게 되면서 알렉세이의 아내 '안나'로서 존재하는게 아닌, '안나 아르카자예브나'로 존재하고,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지는 여자로 존재하는게 알렉세이에게는 자신의 체면을 깎고 가족에게 칼을 꽂는 행위로 보는게 바로 알렉세이이다. 물론 나라도 하루아침에 만난 남자와 사랑에 빠져서 내 관계를 끝내려고 한다면 역시 여자에게 복수를 할 것이다.(이건 종교적인 승화가 아니다.) 알렉세이의 '복수'란 가정을 유지해야하는 의무를 상기시키고, 사회적인 체면을 지켜야함을 알려주며 사교계에서 더이상 이런처신을 하지 않도록 '교육'하는것이었다. 알렉세이에게 있어서 아내와의 '파혼'은 자신이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었으며, 주위에서 숱하게 일어났던 일이었지만 자신에게는 일어나지 않을것이라는 모종의 신뢰가 있었는데, 이 신뢰가 깨진것과 같다. 안나는 알렉세이의 말을 듣기를 거부하며 관계의 종말을 원하고, 위선적인 행동으로 사이가 좋은것처럼 보이게 행동하는데 오히려 이게 서로간의 보이지 않는 '벽'을 보여주는건 의심할 수 없다.


       키티는 자랑스럽게 자기의 친구를 바라보았다. 키티는 바렌카의 노래 솜씨에도, 그 목소리에도, 그 얼굴에도 흠뻑 빠져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신의 노래를 그다지 대단하게 생각지 않고 사람들의 찬사에도 전혀 무관심해 보이는 그녀의 태도에 매혹되었다. 그녀는 그저 '더 불러야 하나요? 아니면 그만 부를까요?'하고 묻는것 같았다.

       '나라면......'키티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얼마나 잘난척 했을까! 창문 밑에 모인 저 사람들을 보며 얼마나 기뻐했을까! 그런데 그녀는 그런것에 전혀 관심이 없어. 그녀가 노래한것은 단지 어머니의 부탁을 거절하고 싶지 않다는 바람, 어머니를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야. 그녀 안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는걸까? 모든것을 무시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힘, 도대체 무엇이 그녀에게 이런 힘을 주는걸까? 그힘을 알아내고 그녀에게 그 힘을 배우고 싶어' 키티는 친구의 차분한 얼굴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공작부인은 바렌카에게 한곡 더 불러달라고 부탁했고, 바렌카는 피아노 옆에 똑바로 서서 앙상하고 거무스름한 손으로 박자에 맞춰 피아노 위를 가볍게 두들기며, 조금 전처럼 막힘없이 또렷하고 아름답게 다른곡을 불렀다.


       내가 생각했던 사랑과 사람의 표현법에 대해서 '이상적이다'라고 할만한 인물이 바로 이 바렌카였다. 굉장히 비중있는 인물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바렌카는 '키티'에게 만큼은 가장 비중있는 인물중에 한사람이다. 키티가 바렌카를 보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고 그로인해서 그녀는 '회복'할 수 있었다. 브론스키에게 버림받고 난뒤, 그녀 마음속에 있는 '레빈'에 대한 사랑을 다시금 확신한 뒤, 그녀는 패닉상태에 빠져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 그녀가 독일로 여행을 와서 '바렌카'라는 여자를 만나게 되면서 자신의 방법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내가 이부분을 마음에 들어하는건 내가 마치 '키티'처럼 생각하고 사랑했던것 같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현재의 나는 바렌카처럼 종교적인 느낌으로 사랑을 하지 못하고 있다.(바렌카는 종교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이게 나도 가능하다면 어떤걸 바라지않고 단지 상대방이 행복함으로서 자신도 행복하다는걸 느끼는걸로 생을 살아가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면 그렇게 하고 싶고 그럴 준비가 되어있다. 하지만 난 그렇지 못하고 그렇게 내 여자친구에게도 상처를 준다. 단지 내가 원하는 형태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녀에게 상처를 주는것이다.  바렌카의 10분의 1만닮아도 이런 나쁜행위를 덜할거라고 생각하는데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게 정말로 한스럽고 미안하다.


       생각보다 내가 1권을 빨리읽게 되었다. 2권은 더 빠르게 읽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래도 '속도'가 붙고 톨스토이가 얼마나 대단한지 몸소 체험하는것도 일조한다.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가장큰 특징을 나는 '주인공의 다양함'이라고 보는데 여러명의 인물 이야기를 동시에 펼쳐놓는다는건 정말로 대단한 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작가들은 그걸해내고 있고 나는 이점에서도 경이로움을 느낀다. 두쌍에서 세쌍의 인물들이 펼치는 이야기덕에 나는 한시도 이 책을 멈출 수가 없다. 다음에 읽게될 2권도 기대된다.



    관련글 : 안나 카레리나 par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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