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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피의 선택 part.1
    책/외국소설 2013. 2. 3. 19:33


    소피의 선택. 1

    저자
    윌리엄 스타이런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8-12-2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인류의 죄악과 아픔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퓰리처상 ...
    가격비교


       사실은 이윤아가 인간실격과 소피의 세계를 읽었다고 하길래 음..인간실격은 읽기에 너무 어려울것 같고(나는 이런점에서 어느정도 외모지상주의비슷한걸 겪는게 분명하다. 제목만으로 내용을 판단했네. 왠지 어려울것 같아, 좀 짜증날것 같다는 등의 생각 말이다.) 소피의 세계는 그냥 좀 그래서 마침 소피의 선택이라는 민음사 전집의 책이 있길래 골라들었다. 물론 한가지 아쉬움도 존재했다. 내가 그토록 읽고싶어하던 안나카레리나 3권은 반납이 되지 않았었고, 그로인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내가 원하지는 않지만 다른책을 골라들었던 것이다. 그게 윌리엄 스타이런의 소피의 선택이라는 책이다.


       이 책의 서술자는 스팅고, 그리고 스팅고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삶과 같이 부대끼는 사람이 바로 '소피'와 '네이선'이다. 이 세사람은 각각 자신의 상처와 역사를 가지고 살아왔던 공통된 점이 있다는게 이 소설의 첫번째 특징이다. 예전같았으면 이런걸 읽으면서도 아무느낌없이 지나쳤을텐데 지금은 좀 많이 나아진건가...음....내가 내러티브에 대한 지식이나 플롯에 대한 지식이 없지만 그냥 소설을 몇개월동안 계속 읽었더니 전에는 안보이던게 보이는건 분명하다. 잠시 이야기가 좀 샜는데 스팅고는 자신이 살아온 '미국 남부'라는 지역에 대해서 상처가 있고(자긍심도 있지만 안좋은곳을 찔리면 상처가 돋아나는 느낌이다.) 소피는 폴란드인인데 2차세계대전 당시 어머니를 위해서 고기를 구하다가 아우슈비츠에 끌려가 고문을 받았던 기억이 있으며(하지만 그녀는 유대인이 아니다는 점이 중요하다.) 네이선은 '유대인'이라 2차세계대전 당시 일어났던 학살에 대한 안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두번째 특징은 바로 서술자의 위치이자 시각이다. 서술자 '스팅고'는 이 책을 서술하는 동안 '현재'의 시각으로 말할때도 있긴한데 그건 과거에 대한 회상이 완벽하게 이루어져 그게 대화로 글에 나타날때이고, 대개는 예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서술했다. 순전히 스팅고가 쓰는 자기 일기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이 일기에는 고통받았던 한 여자의 말하기 힘든 이야기도 있고, 스팅고가 잠시나마 관계를 가질뻔했던 레슬리도 있으며 '분홍궁전'도 있고 '네이선'과 '아버지'도 있는것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누구와도 당연히 기대했을 사실들과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빼놓고 하지 않았을까? 그날 밤 그녀가 느꼈던 피로와 우울함 때문이었을 게 분명하다. 그리고 그 밖에도 다른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죄책감이 중요한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그 단어를 자주 썼고,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이야기 해야 할 때에는 끔찍한 죄책감이 마음을 억눌렀던게 분명하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는 그때의 일에 대해서 자기 혐오감을 느끼고 있었고, 이는 그녀와 같은 시련을 겪은 사람들에게는 보기 드문 현상이 아니었다. 시몬 배유(프랑스의 여성 철학자)는 이런 종류의 고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신체적, 정신적 고통은 경멸감, 타인과 심지어 자기에 대한 혐오감, 그리고 죄책감을 인간의 영혼에 깊숙이 각인시킨다. 논리적으로 볼 때는 범죄가 그러해야겠지만 실제로는 고통이 그러하다." 그러므로 이렇게 파괴적인 죄책감과 단순하지만 강한 동기에 의해 유발된 과묵함이 한데 어우러져 소피로 하여금 일부 사실에 대해서 침묵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소피는 대체로 지옥의 중심에 머물렀던 시간에 대해서는 거의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비밀을 지키려고 했고, 그녀가 정말로 그것을 원한다면 이는 존중받아야 했다.


       내 여자친구가 자신의 안좋은 기억에 대해서 보이는 행동과 매우 흡사했기에 순간 여자친구도 이러려나 햇었다. 기억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는 그 기억말이다. '헤스'라는 민간인에 의해서 아우슈비츠에서 자행되는 학살을 보며 그녀도 마음속으로 굉장한 죄책감을 느꼈을것이다. 그녀가 폴란드어와 독일어를 동시에 잘 구사하고 잘 쓸줄 안다는 점과 '속기법'을 알고있다는 것 때문에 '헤스'에게 눈에 띄어 그의 집에서 살면서 그가 히틀러에게 보낼 편지를 대필하며 연명했다는 이야기가 1권 후반부에 나오는데 여기에서 소피는 항상 자신이 죄책감을 느꼈고 그러던 어느 순간 그녀의 '하느님'에 대한 믿음또한 사라졌다고 말한다. 1권을 반틈넘게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이, 어째서 '소피의 선택'인데 소피의 이야기는 이렇게도 적을까하는 것이었는데 그 이유는 서술자가 '스팅고'였기 때문에, 그리고 앞부분에서 너무나도 '스팅고'가 자신의 이야기만 흘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느정도 읽다보니 정말 소피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있는게 보였다. 스팅고가 아버지를 기다리면서 소피와 네이선을 술집에서 만났다가 네이선과 스팅고가 크게 싸우고 나서, 소피와 네이선이 '분홍 궁전'에서 짐을 싸서 각자 다른방향으로 가고 나서도, 그는 아버지에게 쓸 편지내용을 이야기하고서는 예전에 소피가 자신에게 털어놨던 이야기들을 수십페이지에 걸쳐서 서술한다. 소피가 항상 죄책감을 느낀건 아니었지만 죄책감을 어떻게 해서 가지게 됬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증오감과 루돌프 헤스와의 관계때문에 그녀는 비유대인이지만 아우슈비츠를 겪었고 살아남아서 겪는 정신적 고통의 근원을 '스팅고'에게 전하는 것이다. 이게 가능한건 스팅고가 그녀의 '애인'이 아니라 좋은 친구이기 때문이었다.


      네이선이 보이는 특유의 고통에 대한 원인은 1권에서 간접적으로나마 보였다. 그가 아스피린을 좀 먹고나면 증세가 호전되는걸로 보아서, 그가 핏줄이 서고 동공이 커지는걸로 봐서 약간의 '간질'증세같은게 보인다고할까. 그가 보이는 폭넑은 지식과 유창한 말투, 센스있는 위트는 정말 스팅고에게 본받을 대상으로 나오는게 맞지만 서술자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네이선이 가끔씩 광기있는 상태로 돌아가는것만 보면 나도 끔찍하게 황당해서 계속 읽기가 껄끄러웠다.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아무에게나 가시돋힌 말을 쏟아내는걸 보면 그에게도 뭔가 문제가 있다. 다만 아직 내가 모를 뿐이다.


       인상적인 특징 세번째를 아직 말안했는데 그건 바로 '성(姓)'이다. 영어로 XXX와 같은말이 내가 생각하기에도 더 입에 달라붙고 적절한 '어감'을 표현한다고 느껴지긴하다. 스팅고가 가지는 환상과 안좋은 기억들을 이야기할때면 항상 이 주제가 그에게서 나왔다. 그런데 그런 스팅고에게 레슬리가 나타났지만 그녀는 '말'은 그렇게 해도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정신적인 '결함'이 있던 여자였기에 그와 그녀의 바람은 성사되지 못했고 스팅고는 여전히 소피를 보면서 그녀의 가슴선이나 허리, 엉덩이를 상상하며 그녀와 관계를 갖는것에 대한 '환상'을 꾸곤한다. 다만 그 둘이 '친구'관계에 이르러 있기 때문에 '친구'이상의 관계는 아직까지 성립이 불가능했던것만 기록되어있지만, 왠지 2권에 이르면 어떻게 될지 상상이 잘 안간다. 소피의 트라우마를 알아버린 이상 어떻게 보면 더이상 '친구'로서밖에 남을 수 없을듯한 운명이 기다릴것 같아서 '스팅고'에게는 매우 불쌍한 이야기만 늘어놓게 되지 않을까.......



       하루만에 1권을 읽었는데 계속 이 책에서는 '상처'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와서 슬프다. 다만, 윤아가 평소에 안좋은 기억이라고 칭할 수 있는것들에 대해 취하는 태도를 보는것 같아서 그녀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은것들이 몇가지 생겼다는 것이다. 직접 과거의 이야기를 묻는게 아니라 과거의 이야기를 안하는 이유가 이러이러한지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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