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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인 에어 part.2
    책/외국소설 2013. 5. 14. 22:25



    제인 에어 2

    저자
    샬럿 브론테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4-10-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영국 문학에서 최초로 욕망을 다룬 작품으로 평가되면서 오늘날까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1편에서 리드 부인의 죽음을 이야기하려다가 말았다. 리드 부인의 죽음은 과거기억에 대한 '청산'을 의미한다. 제인에게 있어 '리드 부인'은 과거의 안좋았던 기억들을 담아놓은 일종의 비밀상자와 같다. 억압된 기억과 악몽, 그리고 몸이 아프게 되었던 그 빨간방까지, 리드부인과 관련된 기억들은 부정적인 기억 뿐이다. 하지만 리드부인이 죽음에 이르러서, 제인은 생각한다. 더 이상 그녀를 미워할 이유도 없고, 스스로는 이제 과거의 일에 더이상 얽매이지 않으며 용서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리드 부인은 죽기전에, 제인에게 숙부가 있다고 알려준다. 리드 부인은 자신의 못된 마음씨로 인해서, 숙부가 제인을 찾는다는 편지를 보냈다는걸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시인하고, 그 편지를 잠깐 보여주는데, 그 편지를 통해서 제인은 스스로가 '신분 상승'의 기회가 있다는걸 인지한다. 표면적으로는 자신에게도 가족이 있다는 것으로 기뻐하지만, 어느정도 내면에는 재산을 얻고 그로인해 신분상승을 하고, 신분상승을 통해 로체스터와 비슷한 수준이 되고싶어하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는점이 눈여겨볼만한 부분이다.

       제인이 어째서 신분상승을 갈망하냐고 묻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나는 당연히 제인이 신분상승을 원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녀는 잉그램양과 로채스터가 결혼설이 나돌때 스스로의 처지를 비관하고 슬퍼했으며, 로채스터로부터 떠나야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건 자신이 확고한 주관아래, 신분의 차이 따위는 극복하고 로채스터와 결혼하겠다고 마음먹었을때 드는 생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 스스로는 알았다. 당시의 사회분위기상, 로채스터와 자신은 결혼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을 말이다. 로채스터는 아무리 생각해도 사회적으로 제인을 택할 이유가 아무것도 없어보였기 때문이리라. 반면에 잉그램양은 성격적인 부분은 하나도 맞지 않지만, 외적인 부분은 넘치고도 남으니 로채스터의 부인으로 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말이다.(어찌보면 비극을 이루는 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잉그램양과 로채스터간의 사이를 제인과 로채스터간의 사이랑 비교했을때, 가장 핵심적인 차이점은 '영혼'있는 교류인가 아닌가이다. 글을 읽었을때, 제인의 시각에서 봐서 인건지 - 그렇기 때문에 잉그램양과 로채스터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질투를 하는건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 잉그램양은 오만과 허영, 위선으로 가득찬 여자이며, 그로인해서 로채스터와 이야기하는 도중에도 로채스터가 원하는 바를 잘 캐치하지 못하고 동시에 너무 추파를 많이 던져서 로채스터가 꺼리게 되는것처럼 묘사가 되어있었다. 이게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판단하기는 힘들다. 엄연히 서술자는 '제인'이기에, 글이 전개되는 시각도 제인의 주관에 의해서 전개된 것이니까. 하지만 로채스터가 실제로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영혼없는 반응을 보이기에 로채스터가 잉그램양과의 대화를 선호하기 보다는, 제인과의 대화가 더 즐겁고 기분좋은 대화라는걸 알 수 있었다. 겉으로만 통하는척 하는건 진실된 대화가 아니다. 하지만 제인과 로채스터는 '진실된 대화'를 하고 있음을 제인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말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듣는 사람도 기쁜 대화 말이다.



       다음 주제는 제인의 '결혼'건인데, 결국 제인은 결혼식 이후 로채스터의 집을 나선다. 이건 '언 에듀케이션'의 제니와 비슷한 행동이다. 제니도 데이빗이 유부남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바로 헤어지며, 제인은 바로 헤어지는것은 아니나 마음속에 '떠나야만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하면서, 몇일 내에 손필드 저택을 빈털털이 상태로 나오게 된다. 제인이 결혼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던 가치관이 다음과 같았기 때문인데, 그 부분을 잠깐 바라보자.


    '둘이서 그렇게 꼭 붙어 있길 잘했구나.' 이 괴물같은 갈라진 나무가 살아 있어가지고 내 말을 알아듣기나 하는 것처럼 나는 말했다. '그렇게 상처 입고 타서 그을린 모습을 하고 있지만 아직 너희들의 내부에는 생명의 의식이 남아 있음에 틀림없다. 충실하고 진실한 뿌리에서 떨어지지 않고 달라붙어 있는 것을 보면. 그러나 다시는 푸른 잎을 피울 수가 없으리라. 다시는 새들이 너희들의 가지 위에서 집 짓고 노래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쾌락과 사랑의 시절은 너희에게서 떠나갔다. 그러나 너희는 외롭지 않다. 너희는 썩어가면서도 서로 위로해 줄 친구가 있는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서 결혼은 빛나는 시절에 행복한 추억만 쌓아가는 행위가 아니라 다 시들고 빛이 바랜 시기에도 서로를 보듬어주고 감싸주고 보살펴주며 바라봐줄 수 있는 그런 관게를 의미한다.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될때까지를 묘사하는 이 부분을 통해서 제인은 자신이 생각하는 결혼의 이상점을 그리고 있었다. 그만큼 제인은 로채스터를 신뢰하고 있었다. 로채스터가 유부남일 것이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었고, 그래서는 안되었는데, 안타깝게도 이 둘의 사랑은 신분을 넘어설뻔 했지만 현실을 넘어서는건 불가능했다. 로채스터의 친구인 메이슨의 누이인 '버사 메이슨'과 결혼한 사이었던 로채스터는 현재 부인의 상태를 보여주면서, 자신의 결혼은 결혼이 아니라고 말한다. 버사 메이슨이 정신병을 앓고 있어 미쳐버린 상태였으니 그럴만도 하다. 


    나는 괴로운 시련을 겪고 있었다. 빨갛게 불에 달군 쇠로 된 손이 나의 급소를 쥐고 있었다. 사투와 암흑과 몸을 태우는 고통으로 가득 찬 무서운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이 세상에 살아온 어느 누구보다도 나는 사랑받기를 원하고 있었다. 이렇게 나를 사랑해 준 분을 나는 절대적으로 숭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사랑도 우상도 버려야만 했다. 쓸쓸한 한마디 말에 나의 견딜 수 없는 의무가 포함되어 있었다. '떠나라' ......생략...... "우리는 애쓰고 참기 위해서 이 세상에 태어났어요. 당신도 저도 마찬가지에요. 제발 애쓰고 참아나가세요. 제가 당신을 잊기 전에 당신이 먼저 저를 잊어버리시겠죠."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제인이 스스로에게 어째서 로채스터를 떠나야 하는지, 그 뭔지모를 의무감을 느꼈는가를 독자들은 충분히 알 수 있다. 제인의 결혼 가치관에는 결혼한 남자의 '정부'가 되는것은 없엇다. 이건 제인의 종교적 가치관에 전혀 어울리는 가치관이 아니었다. 오히려 위배되는 것일 뿐이다. 제인은 종교를 로우드학교에서 '생활'로 체화한 경우이기에 이럴때 굉장히 강하게 자신의 가치관이 나타날 것임을 어느정도 예측했을 것이다. 게다가 매우 적극적인 여성이기에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힘 또한 다른 여자들보다 강했을텐데 바로 그런 부분이 여기에서 나타난다고 할 수 있겠다.

       제니 역시, 데이빗을 떠났지 않은가. 물론 21세기의 작품을 19세기의 작품과 비교하는건 잘못된 비교 방법이라고 꼬집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종교적인 가치관이 많이 퍼져있는 영국사회에서 이런 결혼은 받아들이기 힘든것임에는 공통점이 있다. 데이빗이든 로체스터는 어쨋든 제니와 제인을 속인거니까. 자신이 어떠한 상황에 놓인 남자인지 전혀 말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뢰를 잃게 되는 것이고, 이 신뢰라는건 여자와 남자사이에서 여자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만큼 관계를 끊을 가능성도 가장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제인은 몇일 뒤 손필드 저택에서 조용히 짐을 싸서 떠난다. 이 과정에서 제인은 얼굴이 창백해지고 배는 고프며 굶주린 처녀가 되지만 세상은 그녀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냉혹한 현실'을 맞보게 되는 셈이 된다. 그녀가 로우드학교와 손필드 저택이라는 '온실'속에서 잠시 나왔더니 매우매우 가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던 셈인데, 우리가 잘 알고있던 시중에 하나인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라는 시가 떠오를 정도이다.


    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무우밭인가 해서 내려 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젖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딱 이 시 내용처럼 그녀는 시린상태로 돌아다니다가, 리버스 가문댁에 몸을 의탁하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형제들을 만나게 된다. 이 형제라는 사실도 그들과 매우 가까워지고 난 뒤에서야 알게되는 것이지만, 이 형제중에서 가장 맏이인 '존 에어'는 그녀에게 청혼을 하게 된다. 존 에어는 목사인데, 자신의 종교적 이상을 이성적으로 실천하는걸 자신의 업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감정적이고 정열적인 감정이 로지먼트에게 느껴진다는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걸 실천하지 않고 자신의 이성에 맞춘 행동과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인내함에 더 뿌듯해 한다. 그가 제인에게 청혼을 하는건 제인의 삶을 보고서 그녀에게 이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사랑'을 느껴서 청혼하는게 아닌, 이상적이기에 청혼하는 정말 냉철한 이성덩어리이다. 그런 그를 통해서 제인은 자신이 어떤사람을 사랑하는지 '하늘'을 통해서 알게된다. 전도자인 존 에어가 그녀에게 청혼을 하는 그 과정에서 자신을 누군가가 찾는다는것을 알게되고, 다시금 로채스터를 찾아가게 된다.


       로채스터를 찾아갔을때에는 이미, 손필드 저택읜 화재로 무너져있는 상태였다. '버사 메이슨'이 화재를 일으키고 집이 무너졌으며 그녀는 죽어버리고, 로채스터는 두눈이 장님이 된 상태로 살아남은 것이다. 그동안 제인은 자신의 숙부로부터 2만파운드의 유산을 얻고 이를 공평이 자신의 형제들과 나누오 5천파운드의 재산을 가져가며, 어느정도의 신분상승아래 존 에어의 청혼을 거절하고 점점 자신의 사랑을 찾아왔는데, 그걸 행동에 옮긴 것이다. 로채스터는 기뻐한다. 자신의 짝이 다시금 옆에 왔다는 사실이 환상같다고 느껴진다. 로채스터는 처음에는 조금 우울한듯이 보였으나, 제인의 장난에 조금씩 조금씩 활기를 되찾으며 둘은 행복한 삶을 이어가게 된다.



       적극적인 여성의 가장 첫 표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제인에어'는 19세기에 볼 수 있는 신기한 여주인공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나 독립적인가. 에밀리 브론테가 쓴 폭풍의 언덕과 비교한다면 차이점이 더욱더 두드러질 정도로 당시 여자가 이런정도의 '독립성'을 지닌다는것은 굉장히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제인의 느낌과 생각을 공유하면서 이 책은 여성의 미래상을 그려놓은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고 동시에 지금에 와서도 얼마나 주관이 중요한지, 자신의 가치관이 중요한지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현대사회에서 결혼이란 문제는 점차 서로가 양보해야 한다는 진리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는게 현실이지만, 아직도 자신의 감정과 자신의 생각만 강요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것 같다. 내 생각이 옳고 상대방 생각은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생각을 내 생각에 맞춰야 한다는 생각은 매우 이기적인 생각이다. 물론 이 판단의 문제점은 상대방의 생각도 반드시 옳은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난점이 존재한다. 그 누구의 생각도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두사람의 생각은 모두 '소중하다'고 말할 수는 있다. 어떤 사람이든지, 자신의 의견은 존중받아야 하며 이건 결혼에 있어서도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진리라고 하고 싶다.

       제인처럼 적극적인 여성도 있고, 여전히 소극적인 여성도 존재하는 사회이다. 한편 로채스터처럼 가부장주의를 추구하는 남자들도 있고 남자와 여자가 평등한 위치에서 동등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는 남자도 있으며, 여자가 더 주도했으면 하는 남자들도 있다. 분명한건, 모두가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모두가 옳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결국 결혼이란건 상대방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자신을 낮추고 배려하는 것이지, 자신을 내세우고 의견을 주장하며 앞서가는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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