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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ardening
    여행/봉사활동 하면서 2016. 1. 14. 20:15

    아직까지 Gardening을 해본 적이 없지만, 오늘 와서 본 'Gardening'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 깊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에 '도감'을 굉장히 많이 읽었었는데 그 도감에는 곤충 도감, 식물 도감, 동물 도감이 메인이었다. 묘하게도 그 도감들은 내게 흥미를 상당히 가져다 주었는데 어째서 내가 그 도감을 보는 것을 멈추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에서야 다시 보니 내용이 많다고 느껴지긴 하지만, 그 당시에 만약 꾸준히 읽었다면 지금에 와서는 생각보다 더 많은 식물, 곤충, 꽃, 새의 이름 등을 알 수 있었을 듯 싶다.

    여기에서 Gardening은 보아하니 1주일 짜리 계획과 1년 단위 계획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보인다. 1년 단위 계획에는 크게 '어떤 식물'을 심을 지에 관련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키운 식물들은 팔아서 소정의 수익을 마련하거나 여기에 있는 다양한 하우스로 보내져 식용으로 쓰이곤 한다. 일단 농장에서 만든 걸 바로 쓰는 경우이기 때문에 신선도는 보장이 되며 유기농으로 키우는 데다가 소량이라서 관리도 쉬운 편이다. 유기농을 대량으로 하는 데 어려운 이유는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것들을 일일히 관리해야하기 때문인데,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물도 주고 'Gardening'이 어떤 것인지도 이해한다는 점에서 참으로 괜찮은 수업이다.

    여기에서 키우는 식물들의 목록은 대개 이렇다.

     

    양파 / 호박 / 시금치 / 옥수수 / 토마토 / 고추 / 파 / 양배추 / 마늘 / 당근 / 보라색 브로콜리 / 콩 / 꽃(이름을 잘 모르고 종류가 많아서 '꽃'으로 통칭)

     

    여기에서 갖 열린 토마토를 몇 번 먹었는데 세상에 이렇게 달 수가 없다. 열매에 맺혀있는 상태에서 바로 따다가 먹는 토마토는 그 어떤 것도 필요없는 자연 최고의 음식 중 하나였다. 일단 '탱탱하다'. 바로 따왔으니 당연히 자라고 있는 애들은 탱탱하다. 그래서 그런가 그 토마토 즙을 샐러드 드레싱에 넣었을 때는 설탕이 필요 없으면서 새콤달콤한 맛을 낼 수가 있었다. 그냥 먹어도 물론 속이 알차고.

    호박은 '큰 호박'이랑 '단호박', '쥬키니 호박' 이렇게 3개가 있었는데 큰 호박은 '할로윈' 용으로 주로 쓰였다. 개개인의 창의성이 듬뿍 담긴 호박등을 보는 것은 매우 기쁜일이다. 단호박은 보긴 했는데 쓰질 못했다. 내심 단호박 죽이나 단호박 튀김 등을 해보고 싶었지만 내게 오질 않아서 시도조차 못했다. 쥬키니 호박은 비빔밥용으로 한 번 써보고, 다른 동료들이 요리한 걸 몇 번 먹긴 먹었는데 최고는 역시 비빔밥용이었다. 애호박은 상점에 있는 걸 가져다 쓴 기억박에 나지 않아서 키운 건 아닌 듯 싶다.

    양배추는 칼이 없어서 서리를 단 한 번도 못했고 - 아쉽다. 게다가 양배추+당근을 바탕으로 한 싸우전드 드레싱의 샐러드를 먹은 지 좀 오래된 것 같다.- 파는 제대로 본 적이 없고, 마늘 역시 제대로 본 적은 없다. 단지 'plan'에 있는 것을 옮겨 적은 거라서... 당근은 한 번 빼다가 쓴 적이 있다. 흙에 묻혀 있던 것을 단 한 번 꺼내다가 썼는데 당근, 감자, 고구마류는 따서 시간이 오래될 수록 물렁물렁 해지는데 갖 따다가 쓴 것들은 역시 단단하고 식감이 살아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어머니는 식물을 키우시면서 '얘들은 우리가 노력한 만큼 자란다.'고 하셨다. 맞는 말이다. 큰 일이 없다면, 그러니까 대 자연의 재해가 아니라면 왠만하면 식물들은 물 잘 주고 햇빛 잘 받으면 잘 큰다. 게다가 그 결실이 확실하다. 자식 농사는 힘들지만 식물 농사는 양이 적으면 할 만한 농사다. 다들 자라날려고 하지 죽으려고는 하지 않으니까. 학생들은 여기에서 물을 주고 열매도 따고 나름대로의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가며 효능감을 높일 수가 있다.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Gardening'은 이 기관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활동이 아닐 까 싶다.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 일단 허브 하나라도 키우는 걸 시도해보고, 그 다음에는 음, 한국에 가서도 허브차를 마실 수 있게 허브를 잘 키워다가 가꿀 수 있는 능력을 어서 키워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사실 '기쁨'은 작은데에서 시작하는 거니까. 그리고 그 기쁨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천천히 늘려가는 것일 것이다.

     

     

    201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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