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영화 'Flashdance'를 보고, 1983년 개봉작.
    영화 2016. 4. 19. 23:15

    본 글에는 다소간 영화 내용에 관한 이야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이 글을 읽는다면 더 이해가 쉬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

     

    오랜만에 레코드판으로 음악을 들을 일이 있었다. 무슨 음악을 들을 까 고민을 하다가 역시 '사운드 트랙'을 들어보는 게 가장 괜찮지 않을 까 해서 자주 들은 음악이 아님에도 사운드 트랙을 판에 올려놓고 틀었다. 처음에는 위위위위잉 하면서 시작되는 그 음악이 계속 듣다 보니까 어디에선가 들은 음악이었다. 그 중에서 기억나는 음악은 'Maniac'이라는 음악과, 'what a feeling'이라는 이 두 곡이었다. 다른 곡들은 들어 본적이 없었지만 이상하게 maniac은 익숙한 곡이어서 듣는게 좋았다. 그래서 뭔가 아쉬움이 남은 나는 이 사운드 트랙의 영화를 봐봐야겠다 싶어서, 영화를 찾아보니, 'Flashdance'라는 영화를 찾게 되었다.

     

     

    -0.

     

     

    간만에 영화를 보게 된 건 이유중에 하나는, 최근에 영화관에 가려고 했음에도 영화 목록을 보고 실망을 크게 하고 난 뒤, 영화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정확히는 못본 것에 가깝다..볼 만한 영화가 없었으니..) 여전히 '영화관'에서 틀어주는 영화들은 좀 시시하다. 특히 한국영화들 감성적이지도 않고, 진부함에만 찌들어 있으며 어떤 영화가 개봉하려고 하면 그 영화와 비슷한 종류의 영화들이 또 등장하고(아류들이) 사회에 어떤 '특정한 트렌드'라는 게 존재하면 그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에만 바쁜 영화들이 너무 많다. 감독이나 시나리오의 탄탄함과 독특함은 어디에 버려두고 왔는지 아쉬운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물론 이것을 두고서 이럴 수 밖에 없다고 대변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신선한 영화는 아니더라도, '감성적'인 영화는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지 싶다. 그런 영화를 만드는 데는 음악도 중요할 것이고, 배우도 중요할 것이고, 시나리오, 앵글, 감독의 철학 등이 중요하겠지..그래서 이번 영화에 대한 글은 '배우와 표현력', '시나리오', '앵글', '음악'으로 풀어낼까 한다.

     

     

    1. 배우와 표현력

     

    내가 아는 배우들은 없다. 여기에 나오는 배우들은 정말 하나 같이 다 모르는 배우들 뿐이다. 하지만 뭐, 모르는 게 대수인가, 80년대 영화 자체를 거의 보지 않은 내게 이 시절의 배우를 알고 있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나마 예전 배우 이름이라고는 올리비아 핫세, 오드리 햅번, 피어스 브로스넌, 숀 코네리, 알랑 드롱, 그레고리 펙 정도다. 그러니까 본 영화의 사람들은 어떻게 기억을 하겠는 데 이 시대에 이름을 날리던 모든 여배우의 이름을 다 기억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번에 본 영화 배우인 '제니퍼 빌즈'는 아마 두고두고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주인공 이름이 하필이면 '알렉스냐'하고 물으실 사람도 있겠지만, 이 여자의 이름은 '알렉산드라'라서 그냥 줄여서 알렉스라고 부르던 것이었다. 요즘 시각에서 이 이름은 좀 '클래식'하긴 하지만, 그래도 멋진 이름이다. 이런 포부 있는 이름은 정말 뭘 하겠다는 그 의지가 돋보인다고 해야하나, 어찌되었든 주인공 알렉스도 이름값을 한다. 자신의 꿈이 전문 'dancer'(춤꾼이나 무용가라고만 이야기하기에는 어감이 둘 다 맞지 않다. 춤을 추는 사람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알렉스'이다.)이기 때문에 아침에는 용접일을 하면서 생활비를 벌고, 클럽에서 춤을 추면서, 남은 시간에는 집에서 책에서 본 동작들을 따라하거나 길거리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면서 따라한다. 그야말로 열정있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멋진 18세다.

    제니퍼 빌즈는 18세의 당찬 매력과 자신감, 열정, 순수함, 감정에 대한 솔직함 등을 정말 잘 표현한다. 한나와 같이 발레 공연을 본 후, 우연히도 자신과 사귀는 줄 알았던 '닉'이 다른 여자와 차를 타는 것을 보고 닉의 집에가서 유리창을 향해 돈을 던지며 "You are son of bit**"라고 소리를 지르며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고 난 다음날, 닉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알렉스'는 너무 화가나서 그랬다고 하면서 18세로서 보여줄 수 있는 순수함을 정말 잘 표현해낸다. 또한 알렉스의 친구 '리치'가 LA로 떠난다고 하는 그 순간에는, 'I miss you'의 대사가 정말 확 다가왔다. 눈빛과 표정에서 드러나는 이 엄청난 배우의 표현력은 영화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바탕'이 되었다고 할 까.. 경쟁률도 어마어마 했다고 하던데 이 배우는 그야말로 대단한 배우였다.

     

     

    2. 시나리오(소재)

     

    요즘 시각에서 이 영화의 시나리로를 뜯어본다면, 음 진부하다. 이야기가 복잡하지도 않다. 요약하면 이렇다.

    1) 주인공 알렉스는 오전에는 용접공 일을 하고 밤에는 바의 무대 위에서 춤을 추며 현대 무용을 하는게 꿈인 18살의 여자이다.

    2) 이 여자가 클럽에서 춤을 추는 것을 본 '닉'은 알렉스가 자신이 담당하는 공사장에서 일하는 한 명이라는 걸 알게 되고 관심을 표현한다.

    3) 두 사람은 가까워지고,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4) 알렉스가 고민 끝에 학교에 신청서를 내고 난 후, 이를 보고 있던 닉은 자신의 지인을 통해서 오디션을 볼 수 있게 해주지만, 알렉스는 이를 알게 된 후 '자신이 다 이루어야만 하는 것'이라는 걸 닉에게 강조하며 오디션에 대한 마음을 접는다.

    5) 어디에도 보이지 않던 알렉스를 찾기 위해서 '닉'은 알렉스의 집앞에서 알렉스를 기다리고 난 뒤, 만나서 한바탕한다. 이 상황에서 닉은 알렉스에게 '꿈'을 포기하면 죽은 것과 다름 없다는 말을 남기고 나간다.

    6) 알렉스는 고민하는 상황에서 한나를 만나러 가지만, 한나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었고, 결국에는 오디션을 보러 간다.

    7) 오디션을 마친 알렉스는 기뻐하며 닉과 다시 만난다.

     

    이런 이야기의 '변형'을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이미 접했을 것이다. 사실 빌리 엘리어트도 비슷한 맥락에 가깝고, 이후의 영화 중에서 '꿈'을 실현하는 영화들은 대개 '조력자'가 등장하면서, 그리고 그 조력자가 '이성'일 경우 연인 관계가 되면서 꿈을 실현하며 영화가 끝난다. 뭐 어찌되었든 1983년도에 이미 이런 영화가 있었다는 점은 사실 요즘의 영화가 그다지 '신선한 스토리'라고 하기 힘들다는 점을 부여하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다시 돌아가면, '닉'은 알렉스보다 돈이 많고, 약간은 '후원자'처럼 보이지만, 사실 단순히 후원자를 넘어서서 '닉'은 알렉스에게 꿈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상대이다. "When you give up your dream, you die"라는 명대사를 남기는 '닉'은 상사와는 만날 수 없다는 '알렉스'의 거부를 뿌리치고, 닉이 몇 번 더 다가가면서 둘의 사이는 가까워진다.

    가까워지고 난 뒤 닉이 들려주는 닉의 경험담 또한 의미가 있는 부분이다. 경험담은 이렇다. 자신이 처음 결혼했던 부인은 교육받고 수준 높은 여자였지만, 자신이 느끼기에 이게 가장 안전하고 평범한 선택이었던 것을 깨닫고 난 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향해 '점프'했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볼 수 있게 되는 것'만큼 삶에서 의미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가장 진부한 주제는 사실 가장 '보편적인 주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내게 단순하고 중요하지만 의미있는 교훈을 남겼다.

     

    '시나리오의 진부함'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보통의 서사도 어떻게 잘 풀어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나타나는 '철길 데이트'는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상당히 신선하다.

     

     

    영화를 많이 본 사람들이라면, 이런 비슷한 장면들을 어디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영화 이후에 나온 영화들 중에서 '철길 데이트'를 보여주는 영화들은 다 이 영화에서 차용한 게 아닌가 싶다. 당장 내가 먼저 잘 기억나는 영화로는 '건축학개론'정도? 건축학개론에서도 대학생 시절의 두 주인공이 철길을 걸으면서 데이트를 하던 게 기억난다. 이 장면이 이 때 처음나왔던 거라면, 정말 '감각적'이지 않나 싶다. 그러니까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이미지가 묘하게 '철길'에서 아름답게 그려진다고 할 까.. 모더니즘 소설에서 우리가 '도시 이미지'를 생각하면 파편화 되어있고 다 부서져 있는 그런 '도시'의 이미지를 생각하기 쉬운데 이 영화에서는 '도시'이미지를 아름답게 승화해낸다. 그래서 보면서 나는 이 영화가 감성적이고 세련되었다고 느꼈다. 30년 전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요즘 영화에서도 이런게 가능할텐데...왜 못보는 걸까..아쉬워 정말 아쉽다.

     

    또 언급할 부분은 이 장면이다.

     

    음..이 장면은 닉이 저녁으로 뭐 먹겠냐고 해서 '피자'를 사들고 온 뒤 알렉스의 집에 온 상황인데, '창고'를 개조해서 혼자 살아가는 알렉스가 닉에게 자신의 어릴적 이야기와 '음악'과 '춤'을 좋아하게 된 이유 등을 설명하는 장면이다.(자아노출의 시간) 이 장면에서 닉은 피자를 먹지 않고 가려고 하지만, 알렉스는 그냥 가는 '닉'을 붙잡고 둘은 둘 만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 부분인데...음...난 이 장면이 '라면 먹고 갈래'의 할리우드판 원조로 보였다. '라면'이 아닌 '피자'로 그게 바뀌었다는 게 조금 다른 점이지만 말이다.(사실 '라면'이나 '피자'의 기능은 비슷했으니까 말이다.)

     

    어쨌든 소재와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은 진부할 수 있어도,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법은 세련될 수 있다. 이 영화는 감성적이었고 세련된 영화라고 느꼈다. 뭔지모를 특유의 감성 아래에서 말이다.

     

     

    3. 감독과 구조, 앵글

     

    앵글을 설명하려면 사진을 더 많이 가져와야 하는 데 그 사진들이 조금 선정적일 수가 있어서 그냥 '말'로 풀어야겠다.

    1) 남성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 - 바에서 여성들이 춤을 추는 장면을 보여줄 때, 감독은 춤을 추는 장면을 통해서 그들의 절박함을 보여주려고 한 게 아닌가 싶다. 처음에는 왜이렇게 '관능적인 앵글'만 잡을 까 하고 고민했었는데, 결국 이건 수 많은 남자들이 '바에서 춤추는 여자'들을 보는 시각이었다. 전신과 하체를 중심으로한 '격렬한 움직임'을 카메라는 세심하게 잡아낸다.

    이걸 두고서 나는 처음에 감독이 왜이리 '섹스어필'에 치중하나 하고 생각했는데 끝까지 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건 삶을 살아가는 '절박함'의 표현이었다. 영화의 뒷부분에서 '알렉스'가 자신의 옷을 챙겨가면서 동료에게 들은 말중에 'show time'이라는 말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보면 결국은 '하루 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의 절박함이 담겨있었다. 알렉스 또한 이와 다르지 않았다. '닉'을 만나기 전에는 '한나'에게 어떤 말을 들어도 도전하지 못하는 '알렉스'만 있었다. 그런 알렉스가 결국은 자신의 '꿈'에 도전하기로 결정을 하는 것은 드디어 '꿈'을 향해 전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된다. 사실, 누군가가 도와줄 수만 있다면 자신의 꿈에 도전하는 게 정말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요즘 들어 더 하는 상황에서 이런 '알렉스의 선택'은 정말 공감이 간다.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살기가 힘든 상황이라면 사실 '꿈'은 뒷전인데, 운 좋게도 '알렉스'는 '닉'이라는 좋은 사람이 나타났으니 알렉스는 도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이 상황에서 알렉스가 '포기'를 하는 것은 정말 죽는 것과 다름없다. 그런 알렉스가 도전을 하는 것은 개연적이면서 최종적으로 이뤄내야할 '목표'에 해당하며, 알렉스는 이를 '자신만의 방법'이 담긴 '춤'으로 이뤄낸다.

    2) 이 영화는 두 개의 '고해성사'가 알렉스의 심정변화를 보여준다. 첫 번째 고해성사에서는 고민하는 알렉스의 모습을 신부님의 시각에서 보여주지만, 두 번째 고해성사에서는 절망의 끝에 서있는 울고 있는 알렉스를 보여준다. 그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알렉스'는 드디어 자신의 꿈을 향해서 전진할 준비가 되어있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처음 했던 고해성사에서 나타나는 고민이 두 번째 고해성사에서는 더욱 구체화되어서 모든 것들이 어우러지고, 그 이후 드디어 '번데기'는 껍질을 열고 날개를 펼쳤다. 내 개인적인 생각에 '고해성사'를 통해서 이렇게 이야기를 앞뒤로 구조화 시킨 것은 감독의 뛰어난 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본 영화중에서는 이런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해서 더더욱 이 부분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4. 마치며

     

    이 영화의 주제를 한 줄로 요약하면 '꿈을 포기하지 말아라.'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가슴이 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을 향해 가라는 아주 '보편적'이면서 어려운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요즘 같은 시대에 '꿈'을 찾기는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렵다. 내가 진정하고 싶어하는 것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의 불안정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이를 어렵게 만드는 주된 이유 들인데, 이런 상황에서도 '꿈'은 찾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나는 그 끝이 조금은 보이는 것 같아서 좋다. 이 글을 쓰면서도 그릴 수 있는 미래가 있어서 좋다.

     

    여담이지만, 이렇게 우연하게 본 영화 중에서는 가장 좋은 영화였다. 좀 많이 '고전적'이긴 했는데 주인공에 감정이입하면서 잘 봤다.

    이제 또 다시 공부 열심히 해야지.

     

    P.S. 이 노래의 사운드 트랙중에서 유명한 노래는 'Maniac'과 'What a feeling'이 있다. 이 글을 읽었다면 youtube에서 한 번 찾아서 들어보는 걸 추천한다. 옛날 노래 느낌 팍팍나서 촌스럽다고 싫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주관적인 의견이지만 나름 '명곡'이라고 생각한다.

    What a feeling : https://youtu.be/ntqxMICaUdQ?list=PLdhXHBCOdbfXIGliU04fx9lcRdrNhdk_6

    Maniac : https://youtu.be/XYSe-BCvatw?list=PLdhXHBCOdbfXIGliU04fx9lcRdrNhdk_6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