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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ape of water(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을 보고.
    영화 2018. 3. 9. 16:27

    the tale of love and loss


    아카데미 시상식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은 사회적으로 합의된 한 해의 마지막인 '2월'을 마치는 데 가장 시기가 적절한 영화제라서 눈길이 가는 것 같다. 미국의 영화제는 크게 2가지 부류이다. 하나는 상업영화를 필두로 한 'Oscar', 다른 하나는 독립 영화를 필두로 한 'Sundance film festival'. 둘다 주목받는 영화감독들이 분명 존재한다. 그 중에 이번에 나는 오스카를 받은 기예르모 델 토로의 shape of water가 좀 더 눈길이 갔다. 영화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올해 이 작품 말고도 관심이 가는 다른 작품들 - Florida project, darkest hour, the post, call me by your name, I, tonya - 도 다 괜찮은 작품들, 다시 말해서 '작품성'이 있는 작품들로 여겨진다는 점이 신선할 뿐이다. 이렇게 다양한 작품들이 작품성을 논한다는 사실 자체가 기쁘기도 하다.

    본론으로 돌아가면, Shape of water는 사회의 소수자들에 대한 영화이다. 배경은 냉전시대의 미국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오늘날 '소수자'라는 단어는 다양한 계층을 대변하는 언어가 되어있다. 내가 만났던 소수자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disorder라고 이야기하며, 말을 못하거나 듣지 못하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뇌성마비에 걸린적이 있거나, 자페증이 있는 사람들, 윌리엄 신드롬 등 다양한 사람들을 내포한다.), 성적인 소수자들(동성을 성적취향으로 가진 사람들, 또는 둘 다 좋아하는 사람들도), 흑인(당시 미국사회의 시대적 분위기를 고려한 소수자이다. 물론 지금도 백인 사회에서는 백인을 가장 상류층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 사람들에게 여전히 흑인과 황인들은 소수자이다.)등이 나타난다. 영화에서는 이들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지극히 직관적인 장면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신은 나처럼 생겼을 것이라고 말하는 스트릭랜드의 발언이나, 흑인부부가 음식점에 들어왔을 때 당신들을 위한 자리는 없다고 내쫓는 프렌차이즈 파이 가게의 점장들을 통해서 흑인들에 대한 차별이 나타난다. 그 프렌차이즈 점장은 쟈일스(화가)가 동성애자임을 확인하며 그 역시 다시는 오지 말 것을 이야기한다. 영화에서는 이런 차별의 지점을 다양하게 제시했다. 그리고 그 차별에 대해서 저항하는 건 말을 못하는 엘라이자다.

    엘라이자는 사랑할 대상을 갈구하며 샤워하는 날마다 매일 자위를 하고 회사에 출근하지만 입는 옷 색은 늘 칙칙한 색이다. 그런 엘라이자와 교감을 나누는 건 말을 하지 못하고 t-4에 갇혀있는 어인이라는 점은 처음에는 약간 무섭게 다가왔다. 어인이 구조물 안에 갇혀 있으며 구조물을 둘러싸고 있는 유리를 칠 때도 놀랐다. 가장 크게 놀란 이유는 옆자리에 앉은 어떤 여자가 자꾸 먼저 크게 놀랐기 때문이지만..어찌되었든 부분부분마다 사람을 놀래키는 장면들이 가득했다. 그런 '나의 관찰자로서의 놀람'과 다르게 엘라이자는 주인공으로서의 최소한의 놀람과 함께 그 '어인'과 관계를 형성해간다. 달걀을 더 많이 삶아서 어인에게 가져다주고, 그 어인이 수화를 배우고, 음악을 듣고 춤을 추며 교감을 형성해 나간다는 점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감의 장면이었다. 이 부분에서 이들과 우리는 전혀 다르지 않았다. '우리'와 '이들'이라고 구별지으려는 의도는 아니다. 다만 그냥 나와 그녀를 잠시나마 비교해야 한다고 느꼈다.

    영화에서 인상적으로 드러나는 장면들, 예를 들면 스트릭랜드의 가족이 처음 등장할 때에는 집의 분위기가 '밝고 따뜻한 집'이었다가, 그의 삶이 꼬여서 살도 점점 썩어가고 있을 때에는 '어두운 집'의 배경으로 나타난다는 것, 이와 대조되는 엘라이자의 의상변화(흑색에서 빨간색 구두와 빨간색 머리띠, 나중에는 빨간색 원피스까지)가 인상깊다. 그리고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젤다'의 변화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소시민에서 변화하는 젤다의 모습은 뭔지 모르게 가장 일반적인 사람들의 변화 가능성을 짚어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은 자신이 '젤다'같다고 느꼈을 테니까.

    며칠전에 버거킹에서 점심을 먹는데, 어떤 장애인을 아들로 둔 노모를 보았다. 그 아들은 즐거움의 표시로 몸을 앞 뒤로 흔들고 있었다. 아마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이해했었다. 그의 즐거움을. 그가 몸을 앞뒤로 흔드는 것을. 마치 전에 패트릭이 흔들던 것처럼. 패트릭이 그리운 밤이다. 엘라이자가 보여준 'Thank you'의 수화를 나는 기억하고 있을테니까.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할 것 같다. 영국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기억나는 시점이다. 현대사회가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이 다양성을 잘 가꾸어 나갈 자세를 조금씩 갖춘다는 점은, 아마 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데 가장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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