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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아무르(amour)' 리뷰
    영화 2013. 3. 17. 17:20


    아무르 (2012)

    Love 
    8.3
    감독
    미카엘 하네케
    출연
    장 루이 트렝티냥, 엠마누엘 리바, 이자벨 위페르, 알렉상드르 타로, 윌리엄 쉬멜
    정보
    드라마 |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 | 127 분 | 2012-12-19


       영화본지 약 2달정도 지났음에도, 차분하고 음악이 최소화 된, 화면전환과 CG없이 사람의 이야기로만 만들었던 이 영화를 잊을 수는 없을것이다. 게다가 많이 볼 수 있는 '젊은이'와 '중년'의 이야기가 아니라, '노년'의 이야기다. 예전에 노년의 이야기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그랜토리노'를 본적이 있고, 그 외에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노년의 이야기를 영화로 풀어내기 위해서 나는 '지혜'와 '연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젊은 감독이 노년의 이야기를 풀기에는 뭔가 부족할것 같다. 노년이 되어서 직접 노년의 이야기를 만들때야만 비로소 걸작이 나올것이라고 믿는다. 미하일 하네케 감독은 실제로도 지금 '노년'이고, 아마도 이 영화는 자신의 이야기나 생각을 담기위한 그릇이라고 보는게 맞을듯 싶다.





       이 영화를 이해하는 키워드를 꼽아보자면 하나는 '죽음'이고 다른 하나는 '사랑'으로 꼽을 수 있다. '사랑'앞에서 '죽음'을 맞인하는 부부의 갈등과 번뇌와 고민 그리고 일상을 담아냈다. 미하일 하네케 감독은 아무 흔한 소재라고 할 수 있는 뇌졸증을 이용해서 안느가 점점 병에 걸려서 허약해지고, 조르쥬는 최소한의 도움을 받으며 자신이 결혼 이후 평생동안 같이했던 아내를 돌보기 시작한다. 사랑으로 죽음을 맞이하는것이다.
       영화 초반은 누군가의 죽음이 있고, 그 죽음이 있는 집에 경찰들이 찾아와서 '안느'의 죽음을 보게 된다. 그녀의 주위에는 꽃이 둘러져 있고, 표정은 매우 평온한 모습이다. 고통이 끝나고 더이상은 힘들어 하지 않아도 되는 집에 안느는 그저 눈을 감고 누워있다. 그 후, 연주회 공연을 보고난 뒤에, 집에 돌아온 다음날 아침밥을 먹다가 위의 장면과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조르쥬가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고, 그저 가만히 멈춰버린다. 시간이 멈춘것처럼 말이다. 영화 포스터에서 의미하는건 바로 이 '뇌졸증', 죽음을 이르게 만드는 이 병때문에, '사랑'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가였다.
       갑작스런 아내의 무반응에 당황하는 조르쥬는 이내 물수건으로 안느의 이마를 닦아보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러다가 잠시 안느가 원래대로 되돌아오고, 이전에 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는걸 알게된다. 그래서 병원에 가서보니, 안느가 뇌졸증이라는걸 알게 되는 것이다. 이제 앞으로 더 자주 이런일이 있을거라고 말이다.



       감독이 죽음을 풀어내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고 일상에서 접할 수 있지만 동시에 비참하고 슬프다. 음악을 틀어놓고 자신의 아내가 피아노 앞에 앉아있는 것을 보면서 조르쥬가 느꼈던 감정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했을 것이다. 그 장면을 보자마자 나는 안느가 피아노를 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예전에 음악선생님이었다는걸 영화에서 알려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옆에서 보던 여자친구님은 남편이 음악을 틀어놓고 그걸 듣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하였고 그 말은 사실이 되었다. 더이상 음악을 하지 못하는 안느를 보면서 조르쥬는 아쉬움을 드러내지 못하고 그저 시간이 흘렀음을, 더이상은 안느가 음악을 할 수 없음을 체감한다.

       안느가 이때만 해도 그래도 상태가 괜찮았었는데 점점 나빠지는 그녀의 상태를 난 눈뜨고 보기 힘들었다. 그리고 그런 안느를 보며 최선을 다하지만 지쳐만 가는 조르쥬의 마음도 매우 불쌍했다. 노년에 아프면 힘든건 아픈쪽만이 아니다. 그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왔던 상대방도 힘든것이다. 상대방과 몇십년을 같이 살다가 상대방이 아무런 기억도 해내지 못하고 그저 아파하기만 하는 모습을 본다는건 매우 힘든일일 것이다. 조르쥬는 안느의 아픔을 보면서 결국 그녀에게 영원한 수면을 제공함으로서, 그녀에게 '안락함'과 '평온함'을 주고 싶었던것 같다.

       여자친구과 이 영화를 보면서, 여자친구는 내게 이 영화와 비슷한 영화들이 대개 마지막에 상대방을 죽이고 끝난다고 말했었다. 이 영화에서 까지 죽음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서 자신의 미래상을 그렸다는건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는 영화를 감독하는 감독의 가치관이고 생각이다. 그 생각과 가치관에서 어떤내용을, 어떻게 표현할지 감독이 결정하는건데 '아무르'는 노년의 사랑을 죽음으로 끝맺음을 하고 있으니 긴말이 필요하지 않은것 같다. 쉽게 이해되지만 생각할거리가 많은 영화인 것이다.


       나중에, 내가 직업이 없이 살고 있을때를 난 원치 않는다. 난 노년에도 소일을 하고 싶다. 다만 농사가 아니라 강연위주의 활동을 하고 싶다. 또는 저술이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들을 죽기전까지 하고 싶다. 그게 내 꿈이고 미래이다. 그렇게 함으로서 나는 삶의 활력을 얻을 것이고, 행복을 맛볼것이다. 아직까지는 너무나도 먼 미래일지 모르지만, 그 모습을 조금 그리는건 이 영화가 한몫했다. 그리고 그 미래에는 여자친구가 부인으로 있다는게 좀 신기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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