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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인간 관계/관계에 대해서 2016. 3. 10.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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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 이후로 생각나는 것들 중에서 최근 생각은 가장 회의적인 생각에 가깝다. 아쉽게도 말이다. 그럼에도 오늘 이야기를 적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이 생각은 상당히 '끝 부분'에서 발견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연애'든 '사랑'이든 그 자체에 대한 고민의 1차적 결과라는 말이다. 이게 완전한 것 같지는 않아서 1차적이라는 말을 붙였지만, 1차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법이다. 마치 김승옥의 '서울의 달빛 0장'처럼 말이다.
(이 이야기에서는 부모-자식 간의 사랑은 빼려고 한다. 부모 자식간의 관계는 확실하게 '다른 관계'라고 생각한다.)
0. 만남
만남은 대개, 아직까지는 '본능'적으로 시작되는 게 아닌 가 싶다. 사실 누군가를 만나려고 시작하기 위해서는 뭔지 모를 '느낌'이 중요하다고들 하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 만남이라는 것 이후에 사람들은 '매력'을 느끼거나,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 관계를 이어나가기도, 멈추기도 한다. 친구가 될 수도 있고, 그냥 잠시 만났다가 헤어지는 관계가 될 수도 있고, 연인 관계가 될 수 있다. 그런것들은 다 서로의 '마음'에 의해서 일어난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이 드는 것은 우리 마음의 '작동 방식'에 있다.
1. 익숙함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 것이다. 늘 보이던 아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면 저 사람은 왜 없을까 하게 된다고 말이다. 아 물론, 마음의 여유가 없거나, 애초에 이런 부분에서 그냥 '어디 갔나보다'하고 넘겨버리곤 하는 사람들은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흘려보낼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괜찮다'는 감정이나 인상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면 의문이 들법한게 사람이다. 신은 인간에게 '호기심'이라는 축복이나 저주의 능력을 주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 '익숙한 상대'가 계속 나타날때는 모르지만, 안나타나면 그 사람의 존재는 당장 잊혀지지는 않는다. 먼지가 쌓이듯 잊혀짐도 생겨간다. 반대로, '익숙한 상대'가 되는 법도 먼지가 쌓이는 것과 같다. 당장 하루하루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느 순간 '익숙한 상대'가 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2. 연애의 기준
사람들마다 연애의 기준은 다르다. 그냥 예를 들면 이런 걸 들 수 있다.
1)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과 연애
2)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
3) 나와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사람과 연애
4) 외모가 내 취향에 맞는 사람과 연애
5) 성격이 비슷한 사람과의 연애
6) 성격이 다른 사람과의 연애
7) 도덕적으로 품성이 올바른 사람과의 연애
8) 돈이 많은 사람과의 연애
9)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사람과 연애
10) 자립심이 강한 사람과의 연애
11) 친구와 지내는 것처럼 편한 연애
12) 성적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사람과의 연애
더 이상 적기에도 귀찮을 정도로 원하는 연애의 상들은 참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감정'과 '판단'에서 비롯되는 데, 그 감정과 판단은 대개는 사람에 대한 '첫 인상'에서 부터 온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서 말하는 '첫 인상'은 단순히 '외모'에서만 비롯되는 '첫 인상'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사람의 품성과 행동 습관까지 형성된 상태의 '첫 인상'을 말한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의 '이미지'를 형성했다면 그건 그 사람의 '첫 인상'이 생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첫 인상'이 자신의 기준에 부합한다면 그 사람과 연애를 시작하고 싶을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자신의 기준은 1가지 일 수도 있고, 여러가지 일 수도 있는데 그 기준이 적으면 판단이 금방 끝날 것이고 기준이 많으면 판단이 좀 더 오래걸리는 경우로 나뉘지 않을 까 싶다.
이런 기준들에 통과하고 서로의 마음이 맞으면 연애를 시작하는 것 같다.
3. 그렇다면 도대체 사랑은 뭘까,
사랑해서 연애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난 누군가를 사랑하는 연애를 해왔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를 내 방식대로는 절실하게 사랑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회의감이 드는 건, 내가 어떤 특정한 사람을 만나기 시작하다 보니 그 '관성'과 '익숙함', 그 사람과의 대화에서 느낄 수 있던 '특유의 느낌'등을 좋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것들에는 정리를 하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을 수 있다.(다만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이니 이상하다 싶으면 자신의 기준을 생각해보자.)
그 사람의 옷을 보며 드는 생각, 그 사람의 목소리, 그 사람과 대화했던 주제, 그 사람의 가치관, 추구하는 바, 반응 방식, 웃음, 표정, 그 사람과 같이 있던 공간들 각각의 특유의 분위기-야외에서부터 수업이나 식사시간까지-, 그 사람이 준 선물들 등
예전에는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것들이 행복해보이는 느낌을 받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어째서 '그 사람'을 사랑하는 걸 떠나서 '내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느끼는 건지 잘 모르겠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결국은 내 마음먹기에 달린 게 아니었나 싶은 것이다. 평소에 내가 선호하던 것들도 결국에는 어떤 계기가 생겨서 좋아하게 된 것도 있지만, 어린 시절부터 익숙해 있던 것들이 주로 '좋아하는 대상'이 되었지, 익숙하지 않은 게 갑자기 나이를 25살이 넘어가니 좋아하게 된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 '익숙함'을 찾는 게 사랑이었던걸까, 그 익숙함을 버리기 아쉬워서, 그 관성대로 그냥 누군가를 만나는 게 사랑인건가 싶은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인정하고 싶지가 않다. 내 생각 끝에 내린 결론에서 '익숙함'이 연애이고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설렘, 기다림, 속타는 감정 등 여러가지가 '연애'와 섞여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서로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관해 만큼은 '익숙함'이 상당히 많이 작용하는 것 같다.
4. '첫 인상'
우리는 종종 놓치는 게 있다. 바로 상대방의 '변화'다. '첫 인상'이 형성된 이후에 사람을 만나기 시작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 인상'으로 상대방을 바라본다. '첫 인상'으로 그 사람을 바라본다는 것은 가장 이상적이면서도 가장 현실적이며 동시에 '안타까운'습성인 것 같다. 이런 것들을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던 이전의 연애 상대에게 미안할 정도로 말이다. 상대방은 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첫 인상'에서 보았던 모습을 보고 싶어 하고 그것만 찾는다. 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사람은 자신을 자신이 알기 힘들만큼 복잡하다. 하물며 동물의 행동 패턴도 알아내기가 힘든데 사람이라면 오죽할 까, 그렇지만 이제까지 느껴보니 너무나도 '첫 인상'에 갇혀있던 경우가 많았다는 게 느껴진다. 나 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들도 말이다. '첫 인상'을 믿고 간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면서도 대개가 그렇게 하고, 그러다가 그게 너무나도 사람을 힘들게 해서 지치게 하면 관계가 끝나는 '결론'이 머릿속에 자리했다.
5. 기대를 줄이는 것..
연애는 결국 상대방에 대한 '기대'를 줄이는 것이다. 그 기대는 '첫 인상'에도 있고, 자신의 '이상적인 연애'에도 있다. 그 둘을 잘 줄이면서 상대방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연애는 그 과정이 힘들 수 밖에 없다. 험난했다. 그동안 나도 그랬었고 그래서 그런가 서로가 참 험난한 연애 생활을 겪었다. 그 속에는 '기대'가 있었지 않나 싶다. 내 생각대로 상대방이 반응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을 때 상처를 받는 건 그 기대가 커서 인데, 불현듯 생각이 들어서 보니 '연애'를 하면서 '부모'가 '자식'을 보는 느낌으로 바라본다면 상대방이 다르더라도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사람들은 안좋은 것 때문에 헤어지지 좋은 것 때문에 헤어지지 않는다. 그 말은 '안좋은 것'을 더 크게 느낀다는 말인데, 부모 자식간의 관계에서는 '좋은 것'을 더 크게 보려고 하지 않나 싶은 것이다. 작은 하나하나도 소중한 것인데, 기대에서 어긋난 좋지 않은 것들이 그 '소중한 것'들을 던져버리고 관계가 끝나는 것들은 참 안타깝다고 밖에 말을 못하겠다.
6. 아쉬운 일들..과 마치며,
나는 이제 '행복한 것들'에 대해서 기억하는 습관을 지녔지만, 사람들 중에서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텐데 그게 좀 걱정이다. '좋지 않았던 것'들 위주로 기억한다는 건 너무 슬픈일 아닐까, 적어도 내 생각에서는 슬픈 일이다. 뭐, 그 사람들 걱정할 여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모든 일은 '필연적이다'라는 루소의 말처럼 사실 이 '아쉬운 일'들도 그럴법 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들일 것이다. 사람이 깨닫는 게 빠른 동물이라면, 헤어진 뒤에 이해하는 것들도 '필연적인 일'들이 될 수 있을텐데 그게 아니어서 아쉽다.
쓰고 나니 글이 참 어렵다. 그런데 이게 내 의식의 흐름에서 그냥 쏟아져 나온 걸 생각하면 이번 만큼 머리가 복잡한 주가 없는 것 같다. 하루빨리 상담실에서 이 생각들을 토해내고 토해내다 보면 더 정리가 잘 된, 이해가 쉬운 글이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소설 쓰는 제주는 없지만, 수필 쓰는 제주는 그래도 전보다 늘어난 기분이 드는 데에는 수필을 자주 쓰니까 그렇겠지, 이것도 결국 내 개인 수필집에 놓일테니 말이다. 제목은 '알 수 없는 글'로.
다음에 '연애'는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사람을 '만나는 것'일까, 내가 생각한 연애가 어떤 것이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는 내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그냥 찾아 해맸던 것일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차이는 무엇이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