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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에서 들은 음악들 / 유럽여행 정리 5 / 15년 12.26~12.31 / 마드리드 여행기 #3여행/15년 12월 유럽여행 2016. 4. 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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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시던지 '음악'을 빼놓고 도시를 논하기는 너무 어려운 게, 대부분의 도시들에서 '음악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나마 '런던'이 제일 적었지만 그렇다고 런던이 없었다는 건 아니다. 다만 파리,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코펜하겐 등 다른 도시들에서 더 보기가 쉬웠어서 이 곳들이 더 기억이 잘 나는 것일 뿐이다. 이번에는 마드리드에서 들었던 음악 이야기다.
'마드리드'는 사실상 12월 휴가 여행의 마지막 여행지었기 때문에(파리 하루와 런던 하루는 특별한 의미는 없던 일정..'쉬어가는 곳'의 개념이 강했다.) 마드리드에서 '연말'을 보내던 기억들은 잊을 수 없다. 해외에서 새해를 보낸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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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쨰는, 마드리드 궁전에서 찍었던 영상이다. 이날 참 음악하는 사람들이 많았는 데, 다음 동영상은 '악단'의 영상이다. 아래 자세히 보면 검정색 자켓/조끼, 바지를 걸치고 흰색 셔츠를 안에 덧대어 입은 후, '빨간색'을 통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상징한 악단들이 보일텐데, 이들이 '전통스러운'음악을 연주하고 있어서 나는 좋다구나 하고 가서 봤다. 물론 이날도 윌리엄과 함께.
음악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어떤 특정한 공간에 쥐가 왔는데 여기에 호랑이도 오고 뱀도 오고 너구리도 오고 등등...잘 기억이 안난다. 하여튼 어떤 '공간'에 여러 동물들이 차례차례로 와서 누구랑누구랑 같이 있는다는 이야기다. '민요'의 성격이 강하게 보이는데 사설시조처럼 열거의 방식으로 노래가 점점 늘어난다. 그래서 듣다가 중간에 다른 곳으로 갔다.
음악을 들으면서 느꼈던 건, 그곳에 있던 수 많은 스페인어 화자들도(시민들) 노래를 같이 부르던 느낌이 참 묘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노래의 느낌이 '전통적'인 것에 가까운 상황인데 그런 노래를 사람들이 이렇게 다 같이 부르는 문화가 있다는 점이 부러웠다. 한국에 이걸 적용시키면, 어떤 한복을 입은 한 무리가 북촌 시내나 서촌 시내, 명동 시내, 아니면 덕수궁 근처에서 이렇게 공연을 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다 둘러싸서 이 공연을 함께 즐기는 것인데, 대개 우리가 '같이 즐기기'는 하지만, '같이 부르기'는 잘 안하지 않나 싶어서 그렇다. 아리랑 부르면 다 같이 부르려나...물론 나이드신 분들은 같이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젊은이들도 아리랑 정도는 같이 부를텐데, 전에 '춘향가'의 한 대목을 예술의 전당 마크로스코 전 채플 코너에서 창하시는 걸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그 때는 뭐 그런 거 없었다. 그러니까 아무도 춘향가를 제대로 모르더란 것이다. 아마 사랑의 묘약과 같은 오페라에서 나온 음악이라면 누군가는 따라 불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춘향가의 사랑가는...(전에 열녀춘향수절가를 완판으로 읽었던 게 기억나서 사랑가의 대목들이 기억나서 나는 그분 따라서 금붕어처럼 껌뻑껌뻑 거렸지만..) 아쉬운 일이다. '민요'에 대한 관심이 사라져가고 있는 한국의 모습과 비교했을 때 이날의 이 광경은 내게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문화를 즐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데 그 즐기는 방법이 참 다르던게 이 스페인에서의 묘미였다. 게다가 겨울에도 날씨가 아주 따뜻한 스페인으로서는(대륙 서안+지중해에 가까운 위도) 이렇게 한 겨울에도 해만 잘 뜨면 날씨가 그다지 춥지 않다는 것도 하나의 메리트... 도시화가 가장 많이 되어있는 유럽의 도시 중 하나인 '마드리드'이지만 인구는 5백만도 안되며, 이곳에 원래 살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 들은 동양의 '설날'과 같은 격인 '크리스마스 휴가'때 가족끼리 이렇게 궁궐 근처에 와서 노래를 같이 부르는 모습은, 설날에 시골에서 더 이상 옛 노래를 듣기 힘든 한국의 시대상과 조금은 비교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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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정말 부자 국가만 할 수 있는 걸까...그러니까 음악을 전반적으로 할 수 없는 사회의 분위기가 좀 더 큰 게 아닐까 싶다. 솔광장 지나가던 길에 만났던 악단인데....이 분들 얼굴보면 나이가 어쨌든 40대는 넘어 보인다. 흰머리 분은 아마 50대가 넘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 들이 어떤 내력으로 이곳에서 연주를 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들도 '연주'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점에서 이 나라의 여유가 조금은 부러울 수 밖에..
최근에 듣고 있는 학교 수업 시간 중에서, 이런 말을 들었던 게 생각난다. 한국은 급격한 사회변화를 겼었는데, 그 급격한 사회변화가 가치관의 변화와 동시에 이루어짐에 따라서 세대 간에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너무 좁다는 이야기었다. 맞는 말이다. 한국 사회는 다른 나라가 130년에 걸쳐서 겪은 변화들을 단 50년 정도에 겪어내고 있다. 그러니까 남들보다 2.2배 정도는 빠른 편인데 그렇다면 사람들의 변화 속도가 거기에 따라가느냐 묻는 다면 못따라가는 것 같다. 프랑스가 '톨레랑스'를 이뤄내는 데 몇 백년이 걸렸다는 데, 그 문화의 일부분 하나에 몇 백년이라면, 한국사회에서도 저렇게 나이드신 분들이 밖에서 악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되기까지는 더 큰 사회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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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경기를 보게 된 것은 순전히 내 생각만은 아니었다. 사실 여행 기간 동안에 축구를 볼 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같이 갔던 형이 레알 마드리드 팬이어서, 경기를 보게 되었다. 티켓 값은 호락호락 하지 않았지만 더 좋은 자리를 구하기는 힘들어서 포기... 하여튼, 'Hala Madrid'는 레알 마드리드가 10회 챔피언스 리그 우승하고 나서 만들어진 응원곡이다. 8만명이 이 노래를 다 같이 부르는 것을 보니 사실 분위기 압도가 장난 아니었다. 이 '팬'의 힘이 엄청나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처럼 경기장이 큰 곳의 팬들이 야유 할 때와 환호 할 때는 그 순간이 참 '강렬'한데.... 경기 시작하면서 나왔던 이 곡들은 잊을 수가 없다.
5. 번외로, 음악과 여유
그냥 음악이랑 여유가 연결지어지길래 글을 좀 더 쓰고 마무리 한다. 나는 '여유'가 음악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무슨 양적 연구를 해서 얻은 결과는 아니지만, 그래도 돌아다닌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음악'은 매우 상징적인 것이다. 특히 거리에 그냥 악기 하나 들고 온 사람들을 볼 때는 더더욱 그렇다. 아직도 기억나는 함부르크에서의 어떤 악기하는 여인과, 마드리드 광장에 그냥 바이올린 하나 딸랑 들고 온 여인 들은 참으로 멋진 사람들이었다. 물론 이 '악기 연주'가 생계형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조금은 있었는데(정말 생계형인지는 내가 알 길이 없다.) 파리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좀 더 생계형에 가까워보였다.(물론 마드리드 경기장의 Hala Madrid는 예외로 하자.) 파리에서 들었던 바이올린 연주, 첼로 연주, 하프 연주 들은 하나 같이 '평범'해보이는 사람들이 했고, 스페인에서 들었던 악단의 연주를 빼면 아코디언이든 유리병이든 다 '평범'한 사람들이 했다. 음악은 '특별한 사람'이 꼭 해야 하는 게 아니다. 누구라도 할 수 있다. 나는 그 평범함이 주는 음악이 좋았다. 홀에서, 소극장에서 특별한 사람이 하는 음악이 싫은 게 아니라, '평범함'과 '거리'에서 주는 음악의 느낌은 내가 정말 일상에서 생각하던 '옆자리'에 놓아둘 수 있는 그런 음악들이었다.
여행에서 음악은 그래서 가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