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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 단편선, '레디메이드 인생'외 7편,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책/한국문학 2016. 7. 2. 11:25
1.
채만식의 소설을 우리가 보통 듣고 배우기로 풍자소설의 1인자로 파악한다. 이렇게 파악하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를 묘사하는 대표적인 소설은 '태평천하', '치숙', '미스터 방'이 풍자소설하면 1순위로 떠오르는 작품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사실 채만식을 '풍자 소설'이라는 키워드 하나로만 파악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그의 또다른 대표적인 작품 '민족의 죄인'은 풍자를 통해서 주인공과 사회를 비꼬고 공격하지 않는다. 단지 지식인으로서의 고뇌를 담고 당대에 '모럴'이라고 불리었던 도덕, 선에 대해서 과연 지식인은 어떤 행동을 보여야 하는 가를 생각한 작품이다. 또한 해방 이후 쓰여진 '미스터방', '논 이야기'와 같은 작품은 단순히 풍자를 넘어서서 광복을 했음에도 이게 바로 삶의 행복과는 직결되어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번에는 참고문헌으로 '채만식 연구'(김홍기(2001), 국학자료원) 을 참고했다. 이런데에는 지난 번에 '김동인 연구'를 김동인 단편집을 읽은 이후 같이 읽었더니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어서이다.(물론 이 부분 글도 쓰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뭐가 먼저 나올지는 모르겠다. 쓰는 대로 덧붙이도록 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한 권 더 같이 곁들인다.
단편집 마지막 작품 '당랑의 전설'은 희곡인데, 읽지 않았다. 사실 내가 희곡에 매우 약한 편이다. 희곡을 잘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하다. 문어로 된 희곡은 어찌나 어려운지, 차라리 직접 공연을 보면 덜 할텐데 말이다. .
2.
1) 논 이야기 : 풍자소설이자 심리소설이라고 불리는 부류에 속하는 작품이다. 일제시대에 논을 팔았다가 광복을 해도 자신이 팔았던 논을 돌려주지 않는다며 광복을 해도 나라가 무슨 소용이냐 하며 인물을 풍자하고 있다. 단순히 인물만 풍자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사회 현실을 잘 담아내어 인물을 풍자할 수 있게 만든 작가의 능수능란함도 담겨있다. 예나 지금이나 '논'(토지)은 부의 규모가 정해지는 가장 큰 부분 중 하나이다.
2) 레디메이드 인생 : 나는 이 '레디메이드 인생' 때문에 채만식의 소설을 단순히 '풍자 소설'로만 분류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바로 아래아래에서 이야기 할 '민족의 죄인'도 같은 이유이다. 레디메이드 인생은 'P'가 취직을 못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인텔리'가 되었으나 취직할 수 없는, 한 편 인텔리가 되었기 때문에 노동직은 할 수 없는 인생을 그려낸다. 작중 표현을 빌려온다.
인텔리가 아니 되었으면 차라리 노동자가 되었을것인데 인텔리인지라 그 속에는 들어갔다가도 도로 달아나오는 것이 99퍼센트다. 그 나머지는 모두 어깨가 축 처진 무직 인텔리요, 무기력한 문화에비군 속에서 푸른 한숨만 쉬는 초상집의 주인 없는 개들이다. 레디메이드 인생이다.지금이라고 해서 과연 다를까 싶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레디메이드 인생'은 넘쳐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이런 말들은 여전히 강한 냉소와 염세주의가 섞인 사회에 대한 시선이 드러나는 내 표현이지만 사실이 그렇다는 말 밖에 못하겠다.)
3) 미스터방 : 미스터 방은 '방삼복'의 출세부터 몰락과정을 그린다. '방삼복'의 허위와 폭로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풍자소설이고, 한편으로는 백주사의 태도가 변하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풍자소설이다. 방삼복이 미군 소위의 통역으로 출세하면서 변화하는 그의 신분상의 변화, 그리고 그의 태도의 변화 등은 당시 해방 후 사회의 혼란상을 보여주며 어지러진 현실 상황을 그려내는 데 기여한다. 이 역시 엄청난 풍자...
4) 민족의 죄인 : 채만식은 해방 후 문단 활동에 참가하지 않으려고 한 문인 중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 이유에는 그 자신이 일제 말 일본을 홍보하는 문인으로서 활동했던 것에 대한 반성이 있다. 여기에서의 '민족의 죄인', 그러니까 주인공 '나'는 사실상 작가 자신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다. 보통 이 작품을 이태준의 '해방전후'와 비교하는 이유는 이태준의 해방전후에서 나타나는 '현'은 사실상 이태준의 행보와 다르지 않으며, 그는 고민을 버리고 행동하는 사회주의 계열 쪽의 문인 단체에서 활동하기 시작하는 것에 있다. 채만식은 자신을 들이려는 수 많은 이들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낙향하여 해방 이후 자신의 또다른 역작(미스터방-1945.11.16, 맹순사-1945.12.19, 논 이야기-1946.4.18, 역로-1946.4.24, 민족의 죄인-1946.5.19)들을 써내며 말년을 보낸다. 당대 문학계열 지식인들은 뼈저린 반성이 없었다고 판단한 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임화를 위시하여 '자기 비판'을 한 사람들의 글은 그 수준이 높지 못했다. 김동인, 이광수 등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한 상황에서 '자기 반성'을 먼저 하지 않고서는 스스로를 바로 세울 수 없었던 채만식이 써낸 '민족의 죄인'은 자기 반성적 문학으로서 그 가치를 가장 높이 살 수 밖에 없는 작품에 해당한다.
5) 치숙 : 치숙은 서술자의 시선으로 사회주의 활동을 한 삼촌을 보여주면서 '서술자'를 풍자하는 소설이다. 이러한 작품은 치숙 전에 제대로 본 기억이 나질 않는다. 미숙한 시선의 서술자가 이런 정도로까지 풍자될 수 있다는 것을 채만식은 자신의 기교를 통해서 보여주었다. 정말 대단한 작가라고 밖에는...얼마전에 시험에도 나와서 당분간 나올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걸 떠나서 작가는 자신이 쓴 '치숙'이나 '태평천하'와 같은 작품을 좋아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리얼리즘 답지 않다고 해야하나..
6) 낙조 : '나'와 '황주 아주머니', '춘자', '영춘'의 이야기는 해방 이후 사회의 결과에 대한 실망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세대의 인식차이와 현실의 비극성, 그리고 어떠한 가치 체계도 제대로 설 수 없는 해방 이후 단독정부 수립에 관한 작가의 시선이 들어있는게 아닐 까 싶다. 말그대로 '낙조'이다. 특히 거의 마지막에 가서 '춘자'와 다시 이야기하는 장면은 참으로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7) 쑥국새 : 타락해버린 시대의 상황을 쑥국새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그리는 작품이다. 앞에 작품들이 너무 강렬했어서 그런가 뒤 작품은 다소 내게는 약하게 다가왔다.
3.
채만식은 와세다 대학을 다니다가 중퇴했었다. 그 자신은 등단할 때 문학이란 천재들이 써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을 천재로 인식하였었는데, 그 바탕에는 막내이지만 뛰어난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안의 몰락으로 인한 '살아나감'은 결코 평탄치 않았고 그게 그의 작품세계에 다양한 방법의 '암울함'으로 나타났을 수 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원치 않았던 결혼 또한 그 종류의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나는 그의 작가로서의 의식을 높이 사고 싶다. 다들 과거를 없는 듯이 취급해버리고(행동은 그렇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뭐 그들이 해방 후 자기 반성을 제대로 했는 가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세력다툼을 하며 문단 내 주도권을 쟁취하려는 상황에서 그만은 해야 할 일을 했기 때문이다.
멋있다. 이런 작가를 두고서 우리는 시에서 읽던 갈매나무를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