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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 단편선, '독 짓는 늙은이'외 19편,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책/한국문학 2016. 9. 8. 17:07
1. 으레 수능 국어(언어)영역을 성실히 공부했었다면 '황순원'의 '소나기'정도는 기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작가 '황순원'에 관한 내용입니다. 왜냐하면 이 '황순원'이라는 소설에는 우리가 너무나도 자주 들었던 '보랏빛 꽃'에 관한 이야기를 볼 수 있고, '바보'라고 남자아이한테 반응하는 새침하고 흰 피부를 가진 여자 주인공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물론 '소나기'외에도 인상 깊은 작품들은 더 있지만, 유독 이 '소나기'만큼은 잊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이런 '입사담'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바로 '문체'입니다. 황순원의 문체를 보통 '시적'이다고 들어본 적이 있을텐데, 여기에서 말하는 '시적이다'라고 하는 것은 사실적인 세부묘사를 통해서 상황에 대한 서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급적이면 간결하고 감각적이며 조금은 아름다운 문체를 통해서 상황을 묘사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현진건'의 단편들처럼 피폐한 현실을 나타내는 것에 있어서도 다소 '감상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입사담'(성장소설)의 요소와, 서정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의 문체, 그리고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전개하는 소설적 구도 등은 그의 가장 기본적인 소설적 특징들입니다. 하지만 이후 나타나는 그의 소설관의 변화를 보면 황순원의 작가로서의 인생은 상당히 다층적입니다. 아쉽게도 여기에서는 '카인의 후예'와 같은 작품이 실려있지 않으므로, 그러한 변화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다소 힘들고, 실려있는 단편들을 위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여기에 있는 단편들은 대부분 '서정성'이 강한 문체를 바탕으로 지어진 작품들입니다. 어린아이의 시선들도 몇 있습니다. 행동이 이상한 아이들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카인의 후예'는 시간이 있을 때 읽고 쓰려고 합니다. 이번 글에서 그래도 중요한 작품들 - '소나기', '별', '독 짓는 늙은이', '목넘이 마을의 개', '학' - 을 다룰 수 있어서 기쁩니다.
2. 책 페이지로는 30페이지 내외인 단편들이 매우 많습니다.
1) 소나기 :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두고서 연구자들은 이 소설을 '성장 소설'로 보느냐 마느냐의 논쟁을 했습니다. 저는 이 소설을 과연 성장 소설로 볼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 결론을 못내렸습니다. 다른 작품과 비교를 한다면, 오정희의 '중국인 거리'나 박경리의 '불신 시대' 등 정말 주인공이 '성장했다'는 느낌을 주는 소설이라면 성장 소설로 부를 만 하다고 느낄텐데, 황순원의 소나기에서는 그런 '성장'을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남자 주인공이 특별히 더 어른스러워지는 모습은 보이질 않습니다. 하지만 연구자들이 이 소설을 '입사담'으로 보는 이유는, '사랑'이라는 의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흰 피부를 가진 소녀를 보고 검은색 피부를 가진 소년은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지며 비가 오는 날 소녀를 배려하는 행동을 보여줍니다. 이 부분에서 소년의 성장을 이야기 한다고 보는 듯 합니다. '성장 소설'이 아이~어른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소설 유형은 아니기 떄문이기도 하며, 성인으로 되어가는 의식 중 하나인 '사랑'을 처음 해보는 점에서는 성장소설로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입사담'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하려면 논문을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이 '입사담'과 비슷한 유형의 개념이 한국에서 생성된 개념이 아니라 외국에서 만들어졌던 교양소설과 같은 장르를 한국에 적용시키면서 '성장 소설'이라는 개념이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죠. 음 참고할 만한 문헌은 이게 괜찮을 것 같습니다.
박영식(2008), 성장소설의 장르적 특성과 「소나기」 분석, 어문학 2008-12호, 한국어문학회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두고서 연구자들은 이 소설을 '성장 소설'로 보느냐 마느냐의 논쟁을 했었습니다. 저는 이 소설을 과연 성장 소설로 볼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는 회색 분자에 가까운 쪽입니다. 오정희의 '중국인 거리'나 박경리의 '불신 시대' 등 정말 주인공이 '성장했다'는 느낌을 주는 소설이라면 성장 소설로 부를 만 하다고 느낄텐데, 황순원의 소나기에서는 그런 '성장'을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남자 주인공이 특별히 더 어른스러워지는 모습은 보이질 않습니다. 비극적인 요소를 내포한 서정소설이라고 정의한다면 그냥 두말 없이 따르겠지만요. 저만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기에 연구자들도 논쟁을 했을겁니다. '성장소설'로 보자는 연구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바로 '입사담'의 요소 떄문입니다. 처음으로 사랑을 하고,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싫은 마음이 들고, 소녀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은 '사랑'이라는 제의식을 치르고 한 단계 성장한다는 부분이 입사담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소설을 서정소설로 보는 이유는 바로 문체에 있습니다. 간결하고 사실적이라기 보다는 다소 비현실적인 묘사가 돋보이기 때문이죠. 사실을 그려내는 현진건의 소설 문체와 다르게 사실을 아름다운 언어로 풀어내는 문체에 주목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소설이 '하나의 부류'에만 들어갈 필요는 없습니다.
2) 별 : '별'에는 아이의 시선과 모성에 대한 그리움이 다 담겨 있습니다. 누이와 죽은 어머니를 비교하면서 누이에 대한 시선변화가 보이는 작품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별'하면 윤동주가 떠오르는 편인데, 이 소설에서는 그러한 '별'을 약간 다르지만 비슷하게 썼다는 점을 기억할 것 같습니다. 누이가 못생겨졌다고 느끼며 어머니는 그렇지 않았다고 비교하는 어린 아이의 시선은 참으로 음..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그냥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3) 겨울 개나리 : 아줌마와 환자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입니다. 1967년 8월 '현대문학'에 발표했습니다. 이 작품에서 나타나는 '아줌마'와 '환자'의 관계는 가족 이상으로 그려진다는 점, 그리고 그 안에 녹아있는 행동의 묘사나, 휴머니즘에 대해서 이해하는 게 주된 작품에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역사성'은 여기에서도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저는 황순원의 소설관 자체가 대체적으로 '역사'와는 무관한 소설을 쓰는 데 있다고 봅니다. 역사의 영향력, 음 가장 가까이는 '이데올로기'의 영향력을 최대한 배제하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회비판에 관한 내용도 잘 보이질 않아서 말이죠. 오히려 한 인간과 인간의 인간관계, 행동을 담고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교훈도 있습니다.
4) 산골 아이 : 산골아이는 결국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아이로 끝을 맺는 이야기입니다. 정말 짧은 단편인데, 이야기의 흡입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어린 아이'임을 파악할 수는 있었습니다.
5) 목넘이마을의 개 : 여기에는 '개'를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마을의 이야기를 그렸는데, 사실 여기에서의 '개'는 단순히 '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단순히 '개'로만 생각하기에는 우화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과연 '신둥이'의 존재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었을지 자꾸 여운에 남습니다.
6) 황소들 : '입사담'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별'에 나타난 주인공 보다는 여기에 나타난 '바우'가 좀 더 똑똑하다고 느꼈습니다. 어쩄든 바우가 아버지의 뒤를 따라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그 전개되는 과정 속에서 바우는 아버지와 연대감, 공감대를 형성하나갔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성장'이 좀 더 초점이 맞춰져있는 것 같습니다.
7) 집 : 전필수와 '막동이'의 이야기, 노름으로 재산을 탕진하는 장면이 나오는 소설에 해당하는 데 도통 이 시기의 소설 중에서 '노름'으로 자산을 탕진하는 내용이 이 작품 외에도 다른 작품들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일종의 특징이라면 특징일 것 같습니다. 또한, 이 소설에서 '갈등'이 그다지 부각되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 또한 기억해야 할 부분이겠군요. 작가는 '묘사'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것 같습니다.
8) 사마귀 : 황순원의 '묘사'위주의 서정 소설 특유의 문체가 가장 잘 발휘된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작품입니다. 간결함을 바탕으로 대화를 바탕으로 한 내용 전개가 아닌, 서술자의 서술을 바탕으로 한 내용전개를 보여줍니다. 정말 '특이한 아이'가 등장하는군요. 정말 특이한 '어린 아이'에 해당합니다.
9) 소리 : 아마도, 이 단편의 제목 '소리'는 소설의 결말에서 볼 수 있는 '병아리 소리'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병아리 소리를 통해서 나타나는 아주머니의 행동을 보고서 자신의 아이와 연관시키는 결말 장면이 가장 인상깊은 건 단편만에 특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느낌의 단편은 '단편'을 매우 잘 써내는 소설가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느낌인데 황순원의 작품에서 여러번 느끼는 것을 보면 정말 황순원이 대단하긴 대단합니다. '서정성'은 잘 보이지 않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10) 닭제 : '닭'에 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년에 대해서 그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수탉'의 죽음이 이 소년에게 상당한 트라우마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한 작품인지는 잘 감이 잡히질 않습니다. 연구자 중에서 수탉의 죽음과 제비의 날아오름이 입사담의 요소를 띄며, 다시 말해서 '상징적인 죽음'으로서의 의미를 겪었다고 이야기 한 경우가 있었는데 이해는 되었지만 딱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입사담'이라는 단어 자체가 내포하는 의미의 스펙트럼이 다른 단어들에 비해서 좀 큰 느낌입니다.
11) 학 : '소나기'에 이어 대부분의 분들이 알고 있을 작품 입니다. 여기에는 '전쟁'의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전쟁을 부각하는 것은 없습니다.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농민 동맹 부위원장을 하면 조금이나마 살기 편할 것 같아서 위원장을 했다는 덕재의 이야기를 들으며 숲을 걷는 성삼이는 '학'을 보면서 과거를 떠올립니다. 소설 자체가 매우 짧은 편인데도 '학'이라는 제목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아주 잘 짜여져 있습니다. 과거를 회상하는 소재로 학은 상당히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소재로 다양한 것을 선택할 수 있지만, 지난날의 추억이 서려있는 소재를 선택함에 있어서 이 '학'은 묘한, 어쩌면 잘 어울리지 않을 수 있는, 소설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12) 필묵장수 : 필묵장수는 마치 이태준의 작품이 떠올랐습니다. 이태준의 '달밤'과 같은 작품이 가장 비슷한 작품이 아닐 까 싶습니다. 비록 그 결말이 '죽음'으로 끝맺어져있는 '필묵장수'이지만 말입니다.
13) 뿌리 : 교회아줌마의 '모성'은 이 작품의 가장 기본을 담고 있습니다. 이 교회아줌마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따뜻하지 않지만, 교회아줌마의 모성은 정말 따뜻합니다. 가슴아픈 이야기입니다. 읽다가 조금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슴이 따뜻해지기는 했습니다.
14) 내 고향 사람들 : '김구장'에 관한 이야기가 이야기의 맥락을 관통합니다. 이 역시 이태준의 '달밤'과 같은 서술자 시선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보면 황순원의 작품 색채가 정말 다양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분명 '서정성'을 획득할 수 있는 문체를 기본기로 지니고 있는데 이것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황을 서술하였으니 내용이 다르지만 '큰 느낌'은 같은 신기한 작품들을 써냈습니다.
15) 원색오뚝이 : 윤노인의 행동은 상당히 가치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 자체가 윤노인의 시각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윤노인의 행동과 생각들이 밑바탕이 된 이 성격이 소설의 구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윤노인'을 제외하면 초점을 둘 수 있는 주인공이 딱히 없다는 점도 윤노인에게 몰입하게 만드는 하나의 요인이기도 합니다.
16) 곡예사 : '작가'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는 작품, 전쟁 후의 삶의 피폐함이 담겨 있는 작품입니다. 정말 고단함 그 자체를 그렸습니다.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이곳저곳을 전전긍긍하며 방을 구하러 다니는 삶을 그렸습니다.
17) 독 짓는 늙은이 : 최근 고3 모의고사인 17학년도 9월 모의평가에 출제된 작품입니다. 작품 발표 시기는 1950년 4월입니다. 6.25가 벌어지기 전, '독을 짓는 늙은이'인 '송영감'의 생활을 짧지만 강렬하게 표현해냈습니다. 황순원의 문체적 특성은 여기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호흡이 짧고 묘사 위주의 간결한 서술은 소설의 분위기 형성에 매우 큰 기여를 하는 데, 이 작품에서는 서정성이 드러난다기보다는, 살아가는 것의 고단함과, 아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송영감의 가슴 아픈 마음이 더 잘 드러납니다. 묘사 위주의 결말은 상당히 인상깊습니다.
18) 황노인 : 동갑과 늙은 재니의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정말 감각적이었어요. 이건 마치 소나기에 나온 '소년'과 '소녀'가 계속 살아남아있다가 헤어진 뒤로 늙은 뒤에 다시 만나서 다시 한 번 만나는 인연을 가지는 그런 느낌을 주던 소설이었습니다. 특히 재니의 과거를 떠올리는 황노인의 모습은 정말 인상깊습니다.
19) 늪 : 태섭과 소녀의 관계를 그렸습니다. 태섭은 소녀의 '과외 선생님' 혹은 '가정교사' 정도 되는 위치인데, 소녀의 어머니의 사연을 살펴보면 전형적인 여성 피해형의 가정임을 알 수 있고,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라난 '소녀'는 어머니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입니다. 묘할 정도로 '자유 연애'가 드러나 있어서 신기했습니다. 영화관에 같이 가자고 하거나, 산책을 하자고 하는 등의 내용들과 대화에서 느낄 수 있는 묘한 연애 감정이 보여서 재미있던 작품입니다. 내면 심리를 드러는 점에 있어서도 아주 괜찮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0) 허수아비 : 남자 주인공인 준근은 우직하고 건장한 이미지로 나타난다기 보다는, 다소 사색을 많이하고 병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이건 그들의 불안정함을 표현하는 하나의 장치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런 남자 주인공이 이끌리는 대상인 '명주'입니다. 명주의 이미지는 근대적인 것에 가깝기 보다는 원시적인 것에 가까운데, 황순원은 대개 이런 원시성에 좀 더 가치를 두고 이에 주인공이 따라가는 형태의 소설을 썼습니다. 즉, 근대적인 공동체의 잘못된 것을 '원시성'으로 극복하려는 작가 의식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3. 정리하면, 황순원 소설의 키워드가 상당히 많기 떄문에 한 두 개의 키워드로 정리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하나하나 정리해본다면 이렇습니다.
1) '입사담'의 요소를 통해서 무언가에 대해 경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소설
2) '근대적인 것'들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원시적 이미지'
3) 간결하고 묘사 위주로 분위기 형성을 해내는 서정적인 문체
4) 역사적 갈등이나 아픔, 문제에 대해서 역사에 매몰되지 현실을 감싸 안으려는 치유의 태도
5)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태준과 비슷)
6) 모성에 대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