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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을 보고.
    영화 2017. 5. 15. 15:24

    0. 계기

    이 영화를 본지는 좀 되었다. 정확히 언제냐면,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본 그 다음날에 보았다. 이 영화를 미리 인터넷의 한 사이트에서 구매해다가 저장까지 해놨었고, 연달아 볼 생각이어서 연달아 보았었다. 안그래도 얼마 전에 홍대~합정~상수 근처를 돌아다니는데 마치 영화에서 나왔던 장면과 비슷한 카페를 보고나니 영화에 대한 기억이 나서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물론 길게 쓰지는 않을 것이다.

    연달아 본 이유?를 굳이 말하면, 그냥 연달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홍상수라는 감독에 대해서 궁금함이 생겨서라고 말할 수 있다.

     

    1. 줄거리

    영화의 이야기는 직업이 화가인 영수(김주혁)가 자신의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작된다. 한 편, 그 이야기 중에 자신의 여자친구인 '민정'이 나온다. 민정(이유영)은 영수와 술을 마시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밖에서 술을 마셨다는 소문이 허다하게 퍼져 있고 너(영수)만 모른다는 이야기를 친구가 말하며 민정에게 확인해 볼 것을 권한다. 그날 저녁 민정은 영수의 집에 들어오고, 영수는 민정에게 '술마시고 다니냐'는 질문을 시작으로 결국은 둘이 다투게 된다. 이후 민정은 관계에 휴식기를 갖자고 선언하고, 그렇게 민정과 영수는 떨어지게 된다. 이후 영수는 민정을 그리워하며 거의 매번 술판을 벌이고, 민정의 집앞에도 찾아가 보지만 진전되는 것은 없이 그저 헤어짐의 상황이 지속될 뿐이다.

    한편 민정은 그 사이에, 다른 남자 둘을 만난다. 한명은 재영(권해효)이고, 다른 한 명은 상원(유준상)이다. 이 두 사람 모두 민정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카페에서 말을 걸지만, 민정은 '쌍둥이'라고 하거나,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을 한다. 즉 여기에서 부터는 이 '민정'이란 인물이 정말 '민정'인지, 술에 취해서 기억상실증이 수시로 걸리는 것인지, 기억을 못하는 척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강하게 모른다'고 하는 반응 덕택에 관객들은 제목이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시작한다. 이야기의 구조를 좀 더 설명하려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이야기는 생략하고, 영화의 주제의식 대해서로 내용을 좀 넘어가겠다.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은 간단하게 말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는 것'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영화이다. 영화에서 남자 3명(영수, 재영, 상원)은 각각 자신이 가지고 있던 민정에 대한 시각을 민정에게 투영한다. 즉 '민정'을 바라보는데 있어서 '민정'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타인의 이야기 혹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억이나 이야기로 민정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나 민정은 그러한 '타인'들의 이야기에 대해서 강한 부정을 하고, "나는 당신이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던진다. 그러다보니 대화가 되지를 않는다. 그런 '막힌 대화'가 부드럽게 대화가 되는 시점은, 영수와 재영, 상원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민정'에 대한 이미지를 버리고 대화에 접근하려 하면서 시작된다.  

     

    2. 이미지

    누군가를 바라볼 때 이미지를 가지고 바라본다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상대방이 이제까지 보여주었던 모습들을 보고 사람들은 그 모습들을 기억하고 판단하여 머릿속에 저장하기 때문이다. '이 사람은 전에 이러이러 했다.'는 생각을 저장하고 저장하고, 그게 쌓였을 때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다'라는 명제를 끌어낼 수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러한 이미지들의 오류를 지적한다. 영화가 구조적으로, '민정'이라는 주인공의 특성을 애매모호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술을 마셔서 기억을 잃어버린 것인지, 원래 기억상실이 잘 일어나는 지 알 수가 없지만, 영화에서 나타나는 민정은 계속해서 한 사람의 민정이라는 점을 볼 때, 민정은 타인들에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나에 대한 이미지'를 버릴 것을 요구하고, 타인들은 민정을 바라보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대로 민정이 나타나기를 요구한다. 하지만 이건 '양립할 수 없는' 이미지이고, 민정은 타인들에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버리지 않으면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냄으로서, 그들은 민정을 '민정4'로 생각하게 만든다.

    드는 생각이 좀 복잡한데, 그래도 좀 정리를 하자면, 과거에 이런 적이 많았었다는 것, 덕분에 요즘은 이런 '이미지'로 상대방을 보려고 하지 않고, 매번매번 그 순간마다 나타나는 사람들의 새로운 모습을 그냥 '바라본다'는 느낌으로 대하고 있다. 그게 정답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했을 때 사람들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대해준다'라는 느낌을 받는 듯 하다. 그래서 인간관계를 시작할 때, 유지할 때 이런 방법이 상당히 의미있다고 느끼는 중이다. 어떤부분에서 의미가 있냐면, 사람 사이에서 '편안함'을 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느낀다.

     

    3. 남자는 늑대 아니면 애기

    민정이 한 말인데, 공감 많이 했다. 여전히 난 늑대도 애기도 아닌 '외계인'이 되어보고 싶은데 이게 잘 되어가는 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냥 노력할 뿐..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정말 대부분의 남자들은 늑대 아니면 애기인 것 같다. 친구 A에게 이야기를 해보니, 자신의 어머니도 '남자는 애새끼 아니면 개새끼'라는 말을 하셨다고...

     

    4. 마치며.

    짧게 썼다. 이 영화는 볼만하다. 연인이 있으면 더 좋고. 아마 그간 자신의 행동들을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 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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