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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내 아내의 모든것'
    영화 2013. 4. 14. 11:32


    내 아내의 모든 것 (2012)

    8.1
    감독
    민규동
    출연
    임수정, 이선균, 류승룡, 이광수, 이도아
    정보
    | 한국 | 121 분 | 2012-05-17
    다운로드 글쓴이 평점  


       오랜만에 영화를 잘봤다. 왜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난 집중력으로 피곤한 토요일밤 10시부터 2시간동안 쉬지 않고 달렸다!! 물론 다음날 늦게일어나는 일이 생기긴 했지만 말이다. 역시 규칙적인 생활을 깨는것만큼 멍청하고 잘못된 행동이 없다고 스스로를 탓하고는 있지만 영화 자체가 워낙 재미있고 마음을 졸이고 심장일 조여오며 짜릿짜릿하게 만든 장면이 많아서 '다 괜찮아'라는 말을 하기에 딱 맞는 타이밍이 아닌가 싶다.


       이두현(이선균)의 말 못하는 그 '침묵'은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서로가 서로를 다 안다고 판단해서 아무말도 하지 않는 그 침묵이 계속되면 그건 결국 멀어지는 길이다. 연인이든 부부이든 간에 계속 말을 시키고 또 시켜야 한다는 연정인(임수정)의 말은 내게 마음깊이 다가오는 말이다. 자신의 공간을 침묵이 지키게 내버려 두지 말라는 이 대사는 음.....모든 커플들에게 고하는 진리가 아닐까. 예전에 한번 했었던 이야기라도, 한번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도 해야한다. 아무리 힘들고 답답하고 두렵겠지만 말을 해야한다. 그래야 소통을 할 수 있고 서로의 마음을 숨기지 않고 열어내보일 수 있다.


       '카사노바'로 나오던 장성기(류승룡). 이 장성기는 '비위맞추기'에 대단히 능한 사람인것 같다. 상대방의 취향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행하지 않는 사람들은 많다. 그게 대다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카사노바'는 조금 다르다. 자신이 특정 여자를 정복하겠다는 '목적'을 실행하기 위해서 그 취향대로 행하는 것이다. 그게 비록 조금 짜증나고 귀찮다고 느낄지라도, 내 가치관과 맞지 않다고 느껴지겠지만 그래도 하는것이다. '여자'를 정복하기 위해서 말이다. 목적지향적이기도 하고, 스스로가 내재하고 있던 가치관과 규칙들을 일순간 마음 한켠에 두는 것이기도 한데 나는 이걸 잘 하지 못한다. 아직 '일'과 '생활'을 완전하게 분리하는 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걸 능히 해내는 사람은 많을테다 분명..(상대적이긴 하지만)


       연정인(임수정)이 투덜대는걸, 그리고 그 이유가 '외로워서'라는걸 이두현(이선균)은 처음부터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자라날 때부터 늘 외로워했다. 할말 다 하는 여자를 좋아할리 없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는 딱 두달만 친했고 그 이후에는 아무와도 친하지못하고 항상 싸우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는걸 보면서 연정인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했다. 그런 아내가 변하면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정인은 외로워하지 않게 된다. 자신의 '무수한 시간'에 어떤 무언가가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말이다. 그게 라디오와 장성기를 만나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한편 두현은 아내가 자신과 점점 접촉이 적어지면서 외로워지기 시작한다. 둘의 상황이 역전되면서 고민하는 것이다. 이대로 정인을 장성기에게 넘겨야 하는것인가 하면서.


       대부분의 남자 관객들은 두현에 감정이입할 확률이 높다. 자신이 싫어하는 부분이어도 함부로 아내에게 말하지 못하는 사실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평소에 몸소 느끼기 때문이다. 연인의 경우도 뭐 다르지 않지만. 모든 이야기를 하나하나 다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야기를 하지 않기 시작하면 오해가 생기고 침묵이 이어진다. 서로에 대해서 묵인하기 시작하고 결국은 자신의 속을 내비치지 못하고 쏘아대기만 한다. 정인이 두현에게 독설을 퍼붓는 것처럼 말이다. 투덜투덜투덜투덜..

    서로를 머리로만 이해하고 가슴으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아는데 하지 않는 것이다.


       '지진'과 '우연'은 이 영화의 키워드중 가장 핵심이다. 하나, '지진'은 두현과 정인을 이어주는 시작이자 끝이다. 지진을 통해서 둘은 만나서 돌아다녔다. 뽀뽀를 자주하고 일본에서 데이트를 했던, 연정인은 예뻣고 이두현은 멋졌던 그 처음의 풋풋함과 느낌들을 장성기를 통해서 다시 '재회'하게 되는건 매우 모순적이다. 서로가 스스로도 만들어낼 수 있던 그 설렘을 카사노바를 통해서 만들었으니 말이다. 이 지진은 영화의 후반부에서 싸우고 있는 도중 '생명'을 위협하며 그들을 덮친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서 지진이 난건줄 알고 착각한 정인이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면서 두현은 옛날 생각이 나고, 미인을 만났으니 밥을 사겠다고 하면서 영화가 마무리되는데 기여를 한다. 두번째는 '우연'. 장성기는 여자를 분류하길, 우연을 믿는 여자와 우연을 믿지 않는 척 하는 여자가 있다고 말한다. 정인은 '후자'이다. 정인이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장성기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만들기 시작한다. 정인은 우연이라고 느낄만한 것들을 장성기는 '필연'으로 만든다.

       우연에 대해서 잠시 딴 이야기를 하자면, 이두현이 연정인을 일본에서 '지진'이 난 상황에서(첫번째 우연) 만난것도 우연이고, 그러다가 싸우는 도중에 또 지진이 나는것도 우연이다. 일상은 모든 사실들이 다 '우연'이다. '필연'을 가장한 우연인 것이다. 그래서 우연이 중요하다. 이게 쌓이고 쌓여서 다시는 돌릴 수 없는 '한번'뿐인 인생에 가치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소설이 대칭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비난 할 수도 없는게, 인생자체가 이미 우연이니까, 인생도 충분히 우연으로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알면 하는게 더 낫다는 결론을 갖게 되고 있다. 그게 상대방을 위해서 더 좋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머리로 이해하는대로'하면서 동시에 해야할게 있다면 내 이야기를 좀 더 많이 해주는 것이다. 나에게는 어떤식으로 해줬으면 하는지를 말이다.


    두가지 결론.


       처음부터 비슷한 이와 만날 것인지. 아니면 다르지만 맞춰가는 이와 만날것인지. 나는 후자에 손을 든다. 난 노력하는쪽이 더 좋다. 물론 전자도 나쁜건 아니다. 하지만 배우는건 후자일것이다. 그래서 노력하겠다. 전보다 더 많이 말이다. 그리고 '카사노바'가 되지 않더라도 내 가치관을 한편에 두고 나를 변화시키겠다. 타인의 기준에 들게 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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