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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아시모프, 'I, robot'(아이, 로봇)책/외국소설 2014. 9. 14. 18:00
제목을 몇번정도 다시 읽어보니까 여기에서의 "I"그러니까, '나'는 내용을 이끌어가는 수잔이 맞는 것 같다. '로봇'은 수잔이 이제까지 기억하고 있던 로봇들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아이 로봇'이라고 그냥 읽고 넘어가는 것 보다는 '나'와 '로봇'으로 의역해서 받아들였으면 좀 더 책 내용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 로봇 아이 로봇 하니까 나는 이게 무슨 로봇인가 하고 읽었는데 내가 멍청했다. 이 책을 분석하는 키워드는 '로봇', '나'(수잔), 책 속의 사회 정도가 있을 수 있고, 번외로 '아이 로봇'영화와 같이 생각해 볼 것들로 추릴 수 있을 것 같다.
앞에서 책 제목이 'I ,robot'인데에는 수잔을 두고 한 것 같다는 생각을 말했었다. 이 책의 서사구조에 있어서 수잔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과거에 대한 기억'을 풀어놓는 서술자인데, 이 서술자가 로봇을 대하는 태도는 매우 원칙적이면서 대등하게 바라보려고 한다. 그러면서 수잔은 '로봇'이란 존재를 매우 '완벽한 존재'로서 인식한다. 어떠한 기능상의 결점은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사람이 시키는 것을 매우 철저하게 지키며 논리적으로 잘못된 실수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하면서 책을 봤다. 사람은 불완전한 사고를 한다. 항상 합리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합리적이지 않은 사고를 바탕으로 만든 '합리성'은 늘 빈틈이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로봇 역시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아마도 영화속의 '수잔'이 문학작품에 투영되어버리는 바람에 생겨난 것 같다. 영화속에서 스프너를 구한 가장 큰 이유가 생존할 확률이 사라보다 높기 때문에, 스프너는 로봇에 대한 평생 잊지못할 반감을 가지게 되지 않는가. 하지만 수잔은 그 이야기를 듣기 전에도 후에도 로봇은 인간을 위해 행동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1. 로봇, 그 자체.
<로비> 로비는 책에서 나오는 거의 '최초 형태'의 로봇이라고 할 수 있다. 간단한 논리만 가지고 있는 최초의 로봇이 아니라, 상당히 '고등 수준'의 능력이 있는 최초의 로봇이라고 추측했다. 시기상으로는 가장 앞섰지만 다소 이해하기 힘들 수 있는 아이의 논리를 상당히 잘 받아내는 점이 돋보였다. 말하는 기능이 없을 뿐 그것 말고는 거의 다 있다. 해달라는 대로 해주고, 자기 의사도 어느정도 확고하다(자기가 원하는 걸 요구하는 점;신데렐라 이야기).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사회적으로 로봇이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고(반년치 수입) 말을 못한다는 이유로 기계는 영혼도 없다고 하며 글로리아의 어머니에게 구박을 받는 로봇이다. 하지만 이 내막에는 가정적으로 아이가 기댈만한 존재가 어머니가 아니라는 점에서 엄마와 딸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상황을 짐작할 수 있고, 로봇들만 일하는 공장이 이미 존재하며 그 공장 역시 잘 돌아가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아이러니 하게도 로비는 좋아하는 아이가 도시에서는 큰 기쁨을 못느낀다는 점에서 도시문명이 곧 로봇문명인 것은 아니라는 작가의 가정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과연 '로봇'과 '도시적인 것'을 떼어놀 수 있는지는 잘 판단이 서지 않았다. 기계 자체는 이미 시골에도 깊숙히 들어가있는 상황에서, 기계의 자동화를 보여주는 로봇이 과연 개별적으로 존재할 수 있을지 도통 결론을 못내렸다. 하지만 로봇을 만드는 사람들은 태양광 충전을 통한 자동 에너지 재생 비슷한 것들을 넣을테니(물론 지금은 충전효율이 낮아서 충전도 하고 상시 연결되어있는 전기도 쓰는 것 같지만) 작가의 가정은 '몇십년 전'이지만 매우 현실적이라고 느꼈다.
<스피디> 스피디부터는 '논리 상의 오류'가 생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로비'에 비해 이후 나오는 로봇들은 약간씩 '논리적인 결함'을 지니고 있다. 스피디의 경우 역시 셀레늄을 구해와야 하지만 강력하게 명령이 주입되지 않아서 자신의 목숨도 지키려고 하다보니 논리회로가 꼬인 경우이다. 여기에서부터 등장하는 로봇의 '3원칙'들은 이후 나타나는 로봇들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며 다시 말해서 앞으로의 이야기가 이 3원칙의 아래 전개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스피디 역시 '매우 비싼 가격'이어서 여전히 '비싸다'는 인식을 가지고 책을 읽었다. 도노반과 파웰은 자신들의 목숨이 위험한 것에 대한 인식을 먼저 했음에도 로봇이 '비싸다'는 것 때문에 더 조심해진다. 소련작가가 이렇게 '자본주의'적 생각을 했다는 점은 책을 읽는 내내 신기하게 다가왔다.
<큐티> 큐티의 존재는 '아이러니'였다. 사람에게 해를 가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사람을 믿지는 않는 로봇이라고 설명하는게 옳을 것 같다. 중요한 점이라면, 자신과 자신의 창조주(기지)가 완벽하다는 가설 아래 사람들을 대하는 장면은 '로봇'의 혁명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I, robot'에서처럼 발전된 3원칙의 사고가 가능하다면, 인류 전체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은 하면서도 개개인에 대한 '제한'은 가할 수 있다는 점이 이 '큐티'에게서도 볼 수 있었다.
<데이브> 데이브는 로봇도 명령을 내리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 말고는 특징점이 없는 것 같다. 사고가 터지지 않기 위해 제식훈련 비슷한걸 시키는 부분은 다분히 인간을 모델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로봇만의 '무엇'은 없는 것인가 하는 안타까움이 조금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부족했다고 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것을 상상을 통해 구현해놓았기 때문에 달리 더 할말은 없다.
<허비>는 잘못된 상담사 역할을 아주 능력있게 해냈다. 상담사의 기본은 잘들어준다는 것인데 그 점에서 허비는 '마음을 읽음'으로서 잘 들어주는 것을 해결했다. 다만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준다는 점에서 '1원칙'의 한계를 보여준다. 인간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 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이다. 인간관계 같은 문제는 '정답'이라고 할 만한게 없다. 누구에게 좋으면 누구에게 나쁜 식이다. 이 점은 허비가 여러가지의 질문과 요구를 받았을 때 응답하지 못하는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불완전한 부분을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원칙아래에서(이건 내 가정이다.) 움직였으니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작가가 어째서 이런식의 전개를 했는지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결말에 가서 수잔이 '로봇'은 완벽하다고 하는 부분과는 대조적이다. 로봇은 여전히 불완전하게 그려져있었다. 이걸 두고서 양전자 두뇌의 '돌연변이'라고 이야기 하기에는 원칙이 지켜지는 가운데 돌연변이어서 그런가보다 싶었다.
<네스터 10호> 모델명이 NS-2다. 영화에 나오는 모델들이 NS4,NS5니까 이건 2세대이고 영화는 4세대, 5세대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외양적인 차이를 책에서 알 수는 없고 비슷한 점이 있다면 둘다 '학습 능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사라지라고 명령받은 네스터 10호와 같이 있던 NS-2들이 학습이 되었으니 이들 역시 위험해서 파괴해야 한다는 것들과,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써니가 다른 NS-5들을 언덕위에서 바라보는 장면은 로봇도 학습을 함으로써 변할 수 있다는 가정을 심어두고 있다. 또한, 이런 장면 말고도 영화에서 차용한 장면(공장에서 1001개의 로봇이 있던 장면)이 있어서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했다. 도망가는 장면과 총을 겨누는 장면들 모두 인간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 상황 내에서 자신을 지키려는 행동이었다는 점이 상당히 논리적이었다.
<브레인>은 영화의 '비키'와 같은 존재지만, 비키보다는 힘이 떨어지는 존재이다. 비키는 어쨋든간에 USR의 건물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면, 브레인은 그렇게 시스템화 되어있는게 아니라 그냥 인공지능 덩어리라고 보여졌기 때문이다.(삽화도 너무 작게 그려져있고.) 흥미로운 점이라면 수잔이 로봇의 심리를 '3원칙'내에서 바라보려고 애쓴다는 것에 있다. 작가는 책에서 시종일관이 원칙을 로봇에 적용하기 위해 고심했던것 같다.
바이어리는 바이센테니얼맨을 부분적으로 떠올리게 한다. (아시모프가 결국 '바이센테니얼맨'의 소설을 써냈으니, '작가가 바이어리의 이야기를 다시 창조하고 싶었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바이센테니얼이 2세기이고, 여기에 나온 바이어리 역시 분신으로서 200년에 가까운듯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것 같다.)내가 바이센테니얼맨을 본 시기는 매우 어렸던것으로 기억하며(중학교 이전이었던것 같다.) 나름 충격을 받았던것 같다. 처음에는 그냥 '로봇'이었다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두뇌, 장기, 기관, 골격등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으며, 나중에는 그것들을 자신의 몸에 하나하나 끼워 맞추면서 나름대로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가지 않던가, 바이어리 역시 자신이 죽어가면서 만들어낸 '로봇'으로서, 동시에 한명의 노인으로서 존재하는 점에서 상당히 신기했던 것 같다. 그리고, 로봇이(바이어리) 로봇은 불완전하지 않냐고 이야기하는 결말 부분을 통해서 내게 의아함을 안겨주었다. 자신의 행동에 항상 원칙을 지키던 바이어리가 정말 '인간'과 비슷하게 사고의 접근을 했다는게, 이미 쇠덩어리로 이루어져있다고 로봇이 아닐 수 있다는 걸 보여준게 아닌가 싶다. 업무 능력으로는 뛰어난 것으로 묘사되어 있으니 달리 할 말은 없다. '수잔'이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로봇이기에 인간보다 인간을 위한 일들을 더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수잔은 책에서 내내 '로봇'의 편이었으니 말이다.
2.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사회
소련출신임에도 그는 다분히 '자본주의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써낸것 같다. 미국으로 건너간것도 한몫하는듯 한데, 이야기 내내 '경제 논리'에 대한 자본주의적 접근은 사라지지 않는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로봇을 그냥 없애버리고 싶어도 비싸다는 이유로 함부로 없애지 못하고, 결말에 가서는 로봇이 통제하는 게 좀 더 안전하지 않느냐는 결론으로 마무리지어진다. 또한 '브레인'을 통해 실험을 제안해서 성공하면 이익의 20퍼센트를 주겠다는 것에 성공하면 괜찮은 제안이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뭔가 '로봇=돈 -> 발전' 인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사회가 발전하고 있는건지는 모르겠다.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저술을 했다고는 하지만 이상적인 세계관에서 '로봇'에 대한 이야기는 있어도 정작 '사람'들에 대한 깊은 통찰은 보이지 않아서 아쉬웠다. 사람들이 직접 생각하고 움직이는 사회가 아니라 로봇들이 모든걸 돕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통제되는 사회'에 대한 좀 더 긍정적인 시선을 내비쳤다는 점은 1984나 멋진 신세계, 뉴로맨서와는 조금 달랐다. 아시모프가 이 책에서 그린 사회가 '긍정적'이라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완전한 사고를 하는 로봇'이라는 가정이 밑바탕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신선했다. 로봇을 통해 발전하고 있는 사회에서 '우열'을 가리는 작업을 로봇이 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인간성의 실종, 엄청날정도의 서열화 등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SF에 대해 지대한 관심도 없고 단지 그것들을 하나의 작품들로만 접근해왔었는데, 이 작품 역시 자꾸 의문이 들게 되는 점이 바로 '완전함'에 대한 작가의 가정이다. 앞에서도 썼지만 작가는 로봇의 완전함으로 인해 사회가 좀 더 발전하는 방향으로 서술했다. 하지만 그 발전이 과연 공평한 발전인지는 모르겠다. 지금 세계가 '중국'의 부상으로 개편되고 있는 것처럼, 책에서는 '열대지역'의 부상과 유럽의 쇠퇴를 이야기한다. 이런 그림들은 다 같이 잘 사는 방향이라기 보다 지금 사회처럼 차이가 있는 사회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다시말해 미래에도 여전히 '자본주의'는 종속할 것이다는 가정아래에 소설이 쓰인 것이다. 그러나 과연 자본주의가 지속될지는 모르는 일이며,(나는 이 부분에 회의적이다.) 완전한 로봇이 만들어질지도 잘 모르겠다. 스피디와 같이 뒤집히는 경우도 충분히 생길 수 있다고 본다. 물론 그 공간에 한정되어있긴 하지만, 자신의 존재를 회의해보면서 세상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은 다분히 '인간적'인 것이고, 로봇이 '인간화'되어 간다면 그건 더 이상 '3원칙'을 지키는 로봇으로서 존재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3. 구조와 서사성, 소재등을 떠나서
작가의 상상력은 대단했다고 본다. 이게 몇십년전 작품(로비를 단편으로 썼던 때부터)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데에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로봇'에 대한 용어를 사용한 건 그보다더 오래된일이라는 것을 이번에 자료들을 수집하면서 알게되었지만, 이걸 어떻게 보면 '구체화'시킨건 아시모프니까 말이다. 어떻게 되었든 아시모프의 문학적 상상력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구체화된 '로봇'이 이렇게 일찍 등장하기는 힘들었을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상상력을 '수잔'이라는 가공의 인물을 통해서 풀어냈다는 점에서 대단했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