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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마돈나'를 보고
    영화 2015. 7. 4. 20:52

     


    마돈나 (2015)

    Madonna 
    8.4
    감독
    신수원
    출연
    서영희, 권소현, 김영민, 변요한, 고서희
    정보
    | 한국 | 121 분 | 2015-07-02
    글쓴이 평점  

     

    누구에게도 '마돈나'이고 싶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마돈나가 될 수 없던 '미나'씨의 이야기.

     

    -들어가기에 앞서-

    영화 내용이 다소 들어가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영화를 보셔도 괜찮으리라 생각합니다. 더 많은 사회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영화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먼저 알고 싶지 않다면, 이 글은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생각을 정리하는 글로 읽으시는 게 더 현명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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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내가 보는 영화가 사회의 '검은 부분'을 날카롭게 지르고 후벼 팔 때 묘하게 가슴이 저리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 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직시'하지 않았던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 자책감과 그 이면에 있는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당장은 내 행동으로도 바꿀 수 없는 수많은 사실들에 직면할 떄 이런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이번에 본 영화처럼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영화'는 보아야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보고 나서 마음이 한동안 불편한 영화이기 때문에 좋은 기억을 안고 가지는 못한다. 그런 영화가 오늘 이야기할 '마돈나'이다. 마돈나, 내가 아는 마돈나는 섹스 심벌으로서의 '마돈나'이지만, 여기에서는 굉장히 역설적인 이름으로 '마돈나'라고 불린다. 오늘 이 영화에 대해서 다룰 키워드는 '주제'이다.

      '혜림'이라는 간호사의 철저한 초점 화자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소설로 치면 '1인칭 관찰자 시점'에 해당하지만, 액자식 구성에 가깝기 때문에 액자 안 이야기에서는 '미나'가 주인공이고, 이 미나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학교 친구, 보험회사 동료, 화장품회사 동료가 각각의 서술자로 등장한다. 이 사람들은 모두 '여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영화에서 본질적인 가해자는 딱 누구로 설정할 수 없다. 다만 사회 그 자체가 가해자일 뿐이다. 그 사회의 가해자는 '권력자'의 위치에 놓여있는 사람들인데, 학교에서는 학교 친구들, 보험회사에서는 보험회사 상사, 화장품 회사에서는 화장품 회사 사장의 아들로 나타난다. 이들은 왕따, 임신과 강간 등의 폭력을 저지른다. 남성들이 강간과 폭력을 일으키기 때문에 다소 남성 비하 영화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그렇게 보기보다는, 사회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아주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일이면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여성이 겪을 만한 일이기에 '미나'를 주인공으로 설정했다고 생각한다.

     

     

      1. 주제

      영화에서 다루는 문제는 상당히 여러가지가 있었다. 장기 매매(기증), 생명 연장, 사회 환원, 부자가 어떻게 삶을 살아가는 가, VIP들의 삶, 직업사회에서의 갑을 관계, 낙태 문제, 학교의 집단 따돌림, 가난한 집의 아이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등 '한 가지'의 주제만으로 영화를 풀어내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사회문제들이 얽혀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이 '얽혀 있는 것'이 오히려 영화를 현실적으로 만들어준다는 것 또한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1) 부자들의 생명 연장 방법 및 장기 매매

     

      사실 어느 주제부터 이야기할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 도입부에 나오는 회색 물빛 장면에서 아기 울음 소리가 나오는 부분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간호조무사'라는 직업부터 해야하는 건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는데, 역시 가장 쉽게 '파악'이 되는 'VIP 병동'부터 논하는게 낫겠다 싶어서 이걸 가져왔다.

      환경과 캐릭터로 나누었을 때 먼저 나타나는 건 환경이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VIP 병동'에는 그 병원의 '주인'과 VIP 병동에 있는 '환자'들을 보여주는 데, 내가 생각해도 하루에 300만원 짜리 병실을 보고 있자니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거의 가정집과 다름없는 인테리어, 복도의 카페트는 물론이고 간호사이지만 '화장'을 해야 한다는 파트장의 조언과, 열쇠와 비밀번호가 없으면 돌아다닐 수 없는 상황, 각 개인별 담당 간호사의 존재 등, VIP 병동이란 어떤 곳인지에 대해서 말해주는 '외적'인 부분이 있다. 여기를 이용하는 사람은 총 3명이 나타난다. 첫 번째는 이 병원의 소유주이다. 눈만 뜰 수 있고, 가운데 손가락을 아주 조금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상태인 그는, 자신 앞으로 한달에 10억이 들어온다는 이유로 아들에게 강제로 생명연장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러번의 심장이식과을 통해서 살고 싶지 않은 인생을 계속 살아야만 하는 삶을 살아가는 부자가 바로 병원의 소유주인 것이다. 두 번째는 죄를 지었으나 몸이 안좋다는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지내는 '탐관오리'인데, 딱 한 장면만 나온다. 왼손에 달고 있는 게 많아서 '혜림'에게 옷을 갈아입혀 달라는 장면인데, 혜림은 이 장면에서 VIP 병동에 대한 회의감을 처음으로 느낀다. 세 번째는 영화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마돈나'이다. '마돈나'는 별명이고, 본명은 '미나'인데, 이 '미나'는 병원의 소유주에게 '심장'을 대기 위해서 길거리에서 '발견된' 여자로 등장한다.

     

      병원의 소유주는 자신의 아들 때문에 죽지도 못하고 생명 연장을 하고 있는데 이를 보며 서사를 이끌어가는 '혜림'은 단 하루 만이라도 이렇게 살아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나도 그렇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 300만원 하는 병실에서 입원해 있기란 힘들다. 뭐, 정말 하고 싶어서 딱 하루 하는 게 아니라 아예 그런 식으로 병원에 있는다는 것 자체를 생각해 볼 수가 없다. 그런 헤림에게 병원의 소유주 '철오'의 생명연장이 말도 안되기 때문에 부러운 것이다. 이런 생명연장을 하기 위해서 바로 '장기매매'라는 클리셰가 등장했는데, 지금도 분명 장기매매는 음성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이렇게 영화에서 '전면적으로' 장기 이식을 꺼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버지의 신체가 이식한 심장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얼른 다른 심장을 구해야 한다고 지시하는 아들의 모습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아버지 앞으로 오는 돈이 없으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님을 알기에 걱정하는 존재이다. 아들은 혜림에게 '미나'를 보면서 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소리치지만, 역설적이게도 자신의 아버지가 이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강제로 생명연장을 당하고 있는 '철오'의 모습에서는 행복한 모습보다는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이 가득한 것이다.

     

     

    2) 갑을 관계

     

      요즘 사회의 최대 화두 중에 하나가 바로 '갑을 관계'이다. 이 갑을 관계는 사회 전반에 퍼져있다. 대개는 '고용인'과 '노동자'의 관계로 압축되는데,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가 잘 갖춰지지 않은 사회가 한국사회의 특성이니 만큼 영화에서는 이 특성을 집요하게 드러낸다.

      VIP병동에서 '간호사'가 '간호조무사'를 대하는 관계에서도 간호사는 '갑'처럼, 간호조무사는 '을'처럼 관계가 지어져 있고, 병원의 소유주 철오의 아들인 상우는 운영하는 병원의 의사에게 '갑'으로 행동하며 의사가 '을'이 되는 관계를 보여준다. 또한 매 순간 최선을 다했던 '미나'는 일했던 보험 회사에서 항상 '을'이었고, 화장품 회사에서도 '을'로 나타난다. 여기에서 굉장히 인상깊었던 것은 보통 영화에서 인물이나 환경을 설정할 때 굉장히 단순한 상태로만 묘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에서는 복합적으로 연결되어있는 삶 자체를 매우 자세하게 그려냈다는 점이었다. 부모님은 계시지 않고 할머니와 살며 자란 미나에게 친구는 존재하지 않았고, 그녀는 항상 사랑받고 싶었지만 사랑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을 아주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난 항상 최선을 다했어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한마디에 담겨있는 수많은 의미를 감독은 정확히 집어낸 것 같았다. 난 항상 최선을 다했는데, 그 누구도 내게 무언가를 해주지도, 돌려주지도, 기쁨을 주지도 않았다는 미나의 울림은 영화를 보는 내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만들었다. 미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머리를 염색하라고 해서 가난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염색을 했고, 보험회사의 부장이 시키는대로 일을 했으며, 화장품회사에서도 조치를 취한다는 말을 듣고 고발하지 않았지만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 다른 인상적인 갑을관계는 병원의 젊은 의사와 병원 소유주 철오의 아들인 '상우'와의 관게였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는데, '젊은 의사'는 미나의 의식이 돌아왔음을 확인하고, 이를 보고 하지만 그날 밤 일어나는 '파티'에서 젊은 의사는 상우에게 모욕적인 처사를 당한다. (이 부분은 언급하지 않겠다. 모욕적인 처사는 직접 보면 백번 공감갈만 한 장면이었다.) 사실대로 일을 처리하고 '소신'것 일하려는 젊은 의사에게 '갑'이라는 존재는 너무나도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3) 혜림와 미나, 마돈나, 그리고 아이

     

      영화의 인트로에서 '혜림'이 회색빛 강가에서 버리는 가방 속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데, 이 장면은 혜림이 '아이'를 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혜림이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을 것임을 느낄 수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더 '어려운'환경에 놓여있었음에도 아이를 키우려 했던 '미나'의 과거를 조사하면서 혜림은 반성을 하게 된다. '마돈나'라고 불리우는 여자가 아이를 원치 않았음에도 최대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살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그 누구도 내게 사랑을 주지 않았지만 '아이'는 내게 사랑이 어떤것인지 알려줬다고 하는 장면에서 느끼는 '뭉클함'은 참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혜림'이 스스로의 과거를 다시금 떠올리고 반성하며 '아이'를 꼭 살려야하겠다는 다짐을 가지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그녀 역시 어쩔 수 없이 겪었던 임신의 경험은 아주 대조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 아이를 버린 혜림과, 아이를 보며 더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미나. 아마도 감독은 이 두 여자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면서, 우리가 취해야할 것이 어떤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기 보다는, 어쩔 수 없이 직면한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괜찮은 방법일지, 이들을 어떻게 도와야 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2. 현실

     

      미혼모 문제는 당장 내 주변에 없더라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수많은 남성들이 '자신의 정자'가 개입한 아이를 두고서 여자만을 내팽겨치고는 한다. 영화에서는 미나씨가 바로 이 '미혼모'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돈이 많은 미혼모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여자 집이 돈이 많다면, 결혼을 시켰을 것이고, '미혼'인 상태로 엄마가 되지는 않았을테니까. 가출한 청소년, 집이 없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이 '엄마'가 되었을 때, 그중 대부분은 미혼모가 되어버린다.

      회사에서의 성추행, 성폭력은 여전히 일어나는 일이다. 군대, 대학교, 회사 어느 한 곳 가릴 곳 없이 일어나는 문제를 감독은 가장 접하기 쉬운 '회사'에서 끄집어 냈다. 그리고 이러한 성추행이 대개는 '권력 관계'에 기반한 상황에서 일어난다는 점 또한 잘 집어냈다. 사회가 믾아 변해서 이런 '피해'에 대해 좀 더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여성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말할 수 없는 위치에 놓여있다.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와 사는 아이들에 대한 사회의 지원문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이루어지지 않는 부분이다. 적게 걷어서 적게 쓰는 국가 세금 구조 하에서 이런 가정을 구제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세금은 엉뚱한 곳에 쓰이고 있고, 한 부모가정이나, 조부모 가정 중 가난한 가정들을 어떻게 지원할 지에 대한 해결책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신분의 세습을 감독은 세심하게 포착해냈다.

     

    3. 맺으며

     

      위에 이야기한 문제들은 극도의 '압축'으로 설명했지만, 영화에서는 이러한 장면들을 아주 시놉시스 그리듯이 매끄럽게 펼친다. 정말 신기하다 싶을 정도로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미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피해자이며, 정말로 그녀가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들 정도였다. 그래서 더더욱 '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라고 할 때, 이 말은 상당히 복합적으로 들렸다. 갑부이지만 죽고 싶어하는 '철오'에게 해당되는 말이, 어째서 '미나'에게도 해당되어야만 하는 것인가 라는 안타까움을 자아냈기 때문이리라..

     

      영화의 마지막 부분, 혜림이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상황에서 그녀가 본 '사진관의 사진'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미나가 찍은 '임신 축하' 사진이었다. 이 사진만으로도 '미나'는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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