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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Boyhood'를 보고
    영화 2014. 11. 7. 20:29

     


    보이후드 (2014)

    Boyhood 
    8.7
    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
    출연
    엘라 콜트레인, 에단 호크, 패트리샤 아케이트, 로렐라이 링클레이터, 엘리야 스미스
    정보
    드라마 | 미국 | 165 분 | 2014-10-23
    글쓴이 평점  

     

     

    들어가기에 앞서. (영화를 다 보고 읽으실 것을 추천합니다. 이 영화는 꼭 보셔야 하는 영화에요!)


      사람들은 어떤 영화가 좋은 영화인지 서로 이야기한다. 요즘은 그 가운데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가 있다. 하지만 아직 그 영화를 보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영화가 좋은 영화인지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이 영화에서 찾았다.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도대체 어떤 영화가 정말 신선하고 감각적이며 '삶'의 반영이고 그것을 그려내는 영화인지> 보여주었다. 그것도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지루함 없이 말이다. 간만에 수작을 찾은 내가 오늘 쓸 리뷰의 영화는 '보이후드'이다.

      리처드 링클레이터라는 감독은 한 번쯤 들어보았을만한 '비포 선라이즈 / 비포 선셋 / 비포 미드나잇'을 만든 영화감독이다. 이 3작품은 10년을 주기로 만들어졌던걸로 유명하다. 비포 선라이즈가 만들어진지 10년 후에 비포 선셋을 찍었고, 그 이후 다시 10년 후에 비포 미드나잇을 찍었다. 유래없는 시리즈 형식의 영화를 찍었던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비슷한 형식의 영화를 하나 더 찍었고 그게 바로 이 '보이후드'라는 작품이다. 이번에는 영화를 '기법', '내용'으로 분석하고 여담과 총평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1. 기법

      (1) 촬영 앵글

      비포 선라이즈나 비포 선셋을 본 사람들은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앵글이 기본적으로 큰 화면을 잡지 않는 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고 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애초에 앵글이 아주 큰 샷을 잡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기본적으로 클로즈업을 한 화면을 가장 잘 활용하며, 이를 가장 좋아하기까지 하는 것 같다. 대부분의 장면들이 바스트샷으로 나온다는 걸 감안한다면 그의 클로즈업은 당연한 방법일 것이다. 이렇게 클로즈업을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때문인지 고민을 좀 했는데, 역시 결론은 간단했다. 클로즈업을 통해서 인물의 감정과 심리, 표정 등을 보여주고 이를 관객들이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함인것 같다.

      '보이후드'에서 역시 이 감독만의 영화 기법은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메이슨의 어린 시절, 죽은 새를 묻어주는 장면에서도 그는 슬픔에 젖어있는 듯한 메이슨의 표정을 집어내고, 아빠와 메이슨, 사만다가 같이 차를 타고 도심을 지나가는 그 차 안에서도 감독은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미묘한 심리들을 보여준다. 아빠가 사만다에게 어떤 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지 물어볼 때, 어떤 미술 작품인지 물어볼 때, 메이슨 주니어가 도리어 아빠한테 질문을 할 때 그 표정까지 모두다 감독은 클로즈업을 통해서 보여준다. 이러한 일련의 '기법'은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지니고 있는 그만의 특질이라고 하고 싶다. 다른 감독들도 물론 대단하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영화에서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 지를 관객들과 같이 공유할 수 있는 다리를 매우 잘 만드는 것 같다.


      (2) 배우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 비중을 차지하는 것중 독보적인 것은 주인공들이 정말 커가는 것이다. 사만다가 'oops i didn't again'을 부를때는 무슨 저렇게 어린애가 안무와 노래를 다알고 있어 그러면서 시작했는데, 사만다도 그렇고 메이슨도 그렇고 점점 커가는게 보이니까 정말 대단하다 싶었다. '은교'에서 박해일이 나이먹은 '할아버지'로 분장하고 나오는 것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현실 그 자체였다. 주인공들이 나이를 먹어가니까 나도 나이를 먹어가는 그런 기분, 아마도 해리포터를 몰아서 본다면 이런걸 느낄 수 있겠지만 애초에 해리포터는 시리즈별 런타임이 2시간씩은 잡아먹으니 너무 지칠 것 같고, 그렇게 본다면 이 영화는 정말 편안하게 성장과정을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젊었을 때는 그래도 멋있었던 에단 호크가 메이슨의 졸업식 때 왔을때 보이는 그 '세월의 흔적'은 내게 가슴이 아플 정도로 다가왔지만, 그렇게 해서 이룬 현실성은 CG가 대중화된 요즘 영화계에서 보기 힘든 '현실감'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놀란도 직접 밀밭을 가꾸고 병원 건물을 지어서 폭파시키고 톰크루즈도 스턴트맨을 쓰지 않고 직접 뛰고 날고 하는 거겠지.



    2. 내용

      (1) 소재

      이동진 영화평론가님의 말처럼, 이러한 '삶'을 조명하는 영화는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는 전례가 있었다. 극영화의 경우도 해리포터를 예로 드는 사람들이 몇명 있었는데, 나는 해리포터와 이 영화가 기본적으로 '틀'이 다른 영화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해리포터는 10년동안 8편을 찍었고, 이 영화는 12년 동안 한 편을 찍어내서가 아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서사'가 존재하는 영화다. 해리 포터라는 주인공이 '볼드모트'라는 마법사 세계의 악의 축을 제거하기까지의 여정을 7년으로 풀어낸 이야기가 바로 그 기저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인 '해리 포터'는 볼드모트에 대해서 알아가고 완전히 제거하기까지의 여정을 밟는 스토리에 올라가있다. 하지만 '보이후드'는 그렇지 않다. 이 영화에는 플롯이 없다. 메이슨은 그 어떠한 갈등도 제대로 해결 할 수 없는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한다. 나이가 자라서 시나와 헤어지는 과정까지도 그는 'serious'한 시나와 결혼하는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서 삶을 살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바로 '삶' 그 자체이다. 누구의 삶도 영화가 될 수 있으며, 이 극 영화에서는 메이슨을 예로 들고 있지만, 사실은 모든 사람의 삶 자체가 '영화'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의 삶은 다 각자의 서사가 있고 각자만의 '영화'같은 부분이 있다.

      아직도 나는 기억한다. 대학생 시절 어떤 사람과의 인연을 트고 끝내면서 그러한 과정을 영화 같았다고 했던 적이 기억난다.(나를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은 아마 이렇게만 이야기해도 어떤 이야기인지 기억할 것이다.) '내 삶이 영화같았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우리의 삶이 예측 불가능하고 우리만의 서사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이다. 물론 목적이 있긴 하지만 그 목적을 해결하기 위한 삶을 사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나는 서울대에 가겠어'라는 목표로만 살아가는 아이들은 불쌍한 아이들이다. 수 많은 사건들을 겪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부딪히면서 우리는 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삶 자체가 개개인에게는 '영화'로서 다가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신선하지만 가장 일상적인 것을 가져왔고, 가장 일상적이기 때문에 누구나도 영화를 보고나서 '내 삶은 어떠했는가'를 반추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런 느낌은 해리포터와 다르다.


      (2) 사건

      이 영화는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비현실적이다. 먼저 현실적이라고 할만한 이유에는 영화에서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9.11 테러, 부시 대통령의 집권과 걸프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흑인들의 시위 등 미국의 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역사속에서 주인공들은 역사의 구성원으로 존재한다. 다시 말해 누구나도 다 역사의 구성원인 것이다. 나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유세를 할 때를 기억한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 역시 그의 '상록수' 광고를 보면서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었다. 영화속에 나오는 여자처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키스를 할 만큼 열혈 팬은 아니었지만 나도 그렇고 그 여자도 그렇고, 메이슨과 사만다, 메이슨 아빠도 모두 그러한 삶을 살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감독의 의도이겠지만, 누가 죽는 이야기는 보여주지 않는다. 메이슨이 커가면서 분명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한번 쯤은 경험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부정적으로 해결 될 수 있는 면은 되도록 보여주지 않는다. 물론 부정적인 면이라고 생각되는게 몇게 있긴 하다. 예를 들면 어린 시절 자신의 엄마와 엄마의 애인이 싸우는 장면, 엄마가 다시 학교에 다니면서 교수인 톰과 데이트 약속을 잡는 장면, 톰이 알코올 중독자로서의 면모를 식사시간에 보여주는 장면, 엄마가 톰에게 맞는 장면, 군인 출신 수강생에 호감을 보이는 엄마를 보고 있는 장면 등 여러가지가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것들은 결국 메이슨 주니어를 뿌리채 흔들어버릴만큼의 사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사건들을 통해서 그는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메이슨 주니어는 더 이상 아빠에게 '엄마와 다시 같이 살것이냐고'묻지도 않고, 자동차를 물려준다고 했었던 약속을 어기는 아버지에게 오히려 서운함을 표현하며, 성경을 받고 같이 성당에 가서 강론을 듣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영화에서 메이슨에게 일생에 영향을 끼칠 것 같은 사건과 아닐 것 같은 사건으로 구분해서 보여주지 않는다. 모든 사건이 그의 삶에 영향을 조금씩 조금씩 주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모든 사건들은 우리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것이 기쁘고 슬프고 암울하고를 떠나서 정말 다양하게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매우 현실적이면서 관객 스스로의 삶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3. 여담 및 총평


    by NYtimesby NYtimes



      이 영화를 2번 봤다. 내가 영화를 극장에서 두번 보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 어떠한 경우에도 나는 극장에서 두번 본 영화가 없었다. 그런데 도대체 왜 내가 이 영화를 두번이냐 봤냐고 하면 가장 큰 이유는 영화가 너무 '길어서'였다. 영화가 좋긴 좋은데 너무 길다보니 다 기억이 나지 않았다. 사운드 트랙도 받아서 들었는데 도대체 어디에서 어떤 음악이 나왔는지 제대로 기억나는 부분이 몇개 없어서 그렇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다시 보니까 정말 좋더라. 첫 번째는 여자친구와, 두 번째는 죽마고우와 함께 했는데 둘다 티켓을 내가 지불했지만 아깝지 않고 정말 기뻤다. (같이 본 사람들도 기뻐서 더더욱 기뻤다.)


      소년은 바보로 자라지 않았으며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서 한 개인이 어떻게 '개인'이 되는가를 알 수 있었다. 정말 괜찮은 경험이었다. 영화가 끝나니까 그레이트 뷰티 영화 안에서 자신의 사진전을 열었던 내용이 생각난다. 극중 사진전을 열게 된 인물의 아버지가 직접 하루에 한장씩 사진을 찍어서 만든 사진전이라고 한다. 그 변화들을 보면서 주인공 '젭'도 젊은날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는데, 이 영화는 그런 '무상함'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건 아니고 정말 '삶'자체를 보여주었다는 점이 정말 기쁘다. 왠지 내 자식이 생기면 일년에 한 번씩은 사진을 찍어야 겠다는 바람이 생긴다고 해야 할까.

      감독이 'adulthood'라고 해서 만들면 왠지 암울한 내용 위주가 될 것 같지만, 그렇게 해서 만들어내면 또 보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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