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영화 '네온 데몬'(The Neon Demon)을 보고 - 아름다움은 최고의 가치일 수 있는가.
    영화 2016. 10. 28. 20:23


    토요일 밤(22일)에 본 심야 영화입니다. 시간은 10시 55분 밤이었습니다. 장소는 CGV청주지웰시티 였는데 어쩌다보니 영화관을 '혼자' 독차지 하고 봤습니다. 영화가 워낙 비주류 영화이기도 하고, 니콜라스 빈딩 레픈이라는 감독이 한국에 잘 알려져 있는 감독도 아니기도 하고요.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인 것도 한 몫 했습니다. 토요일 저녁에 영화를 본다고 하면 보통 '가족 영화'를 떠올리지 이런 스릴러나 호러에 가까운 영화를 보지는 않죠. 게다가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지 않을 수 있는 장면이 많아가지고 150석이 넘는 그 영화관을 혼자 썼습니다. 혼자말 하면서, 다리는 앞 자리에 올려놓고, 정말 이번처럼 영화를 편하게 본 기억이 없는 것 같군요. 하지만 영화의 내용은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정말 거리가 멀었어요.

    간단하게 영화의 이야기 구조를 설명하고 생각해 볼 거리를 하나하나씩 이야기하겠습니다. 제게 니콜라스 빈딩 레픈 감독은 첫 작품입니다. 이전에 '드라이브'라는 영화를 캐리 멀리건 덕에 들어보기는 했지만 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 감독 영화의 성격이 주로 어떤지 아는 게 하나도 없거든요. 그럼에도 나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번 글의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야기 구조 - '아름다움'(Beauty) - '색감' - '음악' - 감독이 던져주는 메세지 - 입니다.

    참고로, 이번 글은 다소 색감이 강렬하고 잊혀지지 않을 만한 사진들이 많습니다.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일찌감치 포기하시고 돌아가셨으면 합니다. 영화가 꽤 잔인했었거든요.


    1. 이야기 구조 ; 호러 또는 스릴러 영화로서의 특징

    이야기 구조 자체에서는 호러 영화나 스릴러 영화로서의 특징을 발견하기 힘듭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 16세의 제시는 LA로 건너와 모델 데뷔를 하기 위해 '딘'이라는 인터넷에서 만난 사진작가를 통해서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은 모델 에이전시에 보여줍니다. 딘과 사진을 찍는 날 만났던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루비'를 만나고 루비와 같이 파티를 갑니다. 파티에서는 새로 만난, 하지만 LA에서 사진을 찍는 모델인 '지지'와 '사라'를 만납니다. '지지'는 성형수술을 많이 한 사람, 사라는 잘 드러나지는 않습니다만, 이 둘과의 관계가 첫 만남에 썩 좋지는 않습니다.

    2) 모델 에이전시에 보여준 뒤 '잭'이라는 유명한 사진 작가에게 가서 테스트 컷을 부탁합니다. 테스트 컷은 전라에 '금색 바디 페인트'를 바르고 촬영합니다. 물론 잭과 제시 단 둘이 남아서요. 이게 끝날 때 까지 루비는 기다리고, 촬영을 마치고 나오는 제시를 만나며 루비는 자신의 연락처를 줍니다. '친구'가 될 수 있는 언니가 되어주겠다면서요.

    3) 에이전시와 만난 날 저녁에는 딘과 같이 도시 인근 언덕에 올라가 달과 도시 구경을 합니다. 제시는 자신의 진짜 나이를 말하고, 그곳에서 거짓 행위를 제안했다고 털어놓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 어떠한 재능도 없지만 '예쁜 것'으로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고 기뻐합니다. 딘은 여기에 답하기로 '네게 재능이 많다'고 합니다. 이후 둘은 다음에도 만나자는 약속을 남기죠.

    4) 테스트 컷 이후 제시는 워킹 시연을 하고 그 디자이너로부터 발탁됩니다. 같은 자리에 있던 사라는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자신의 모델 파일을 화장실 유리창에 던져 깨뜨려버리죠. 제시는 그 화장실에 들어가서 파일에 들어있던 것들을 주우려고 했지만 실수로 손을 다치고 맙니다. 손을 다치고 나서는 집에 황급히 돌아와서 소독을 하려고 알코올을 붓지만 고통으로 인해 정신이 없던 중에 딘이 꽃을 들고 찾아오고 제시는 쇼크로 바닥에 쓰러집니다. 이 후 제시는 깨어나고 손 소독을 딘이 도와주고는 정신을 차립니다.

    5) 제시에 런웨이에 서기 위해서 대기 하던 중 지지가 제시를 발견하고서는 대화 같지 않은 대화를 나눕니다. 이 런웨이가 끝나고 나서는 '제시'는 변해버립니다. 이런 '변한 제시'를 두고서 딘은 제시에게 '그들처럼 되고 싶어'하고 묻지만 제시는 도리어 '그들이 나차럼 되고 싶은 것이다'고 답합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뒤 옆방에서 모텔 지배인인 행크가 어떤 여자를 폭행하는 소리를 들으며 루비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루비의 집에 가서 머무르게 됩니다.

    6) 샤워하고 나온 제시를 보는 루비는 관계를 시도하지만 제시는 이를 발로 쳐내버리고, 립스틱으로 제시를 형상화 한 그림을 거울에 그린 뒤 루비와 사라, 지지에 의해서 제시는 죽습니다. 제시를 죽이며 얻은 나온 피를 온 몸에 뒤집어 쓴 세 여자는 다음 날 각자의 생활을 합니다. 루비는 제시를 정원 어딘가에 묻고, 지지와 사라는 지지의 촬영 때문에 잭에게 갔지만 지지는 촬영장인 '수영장' 때문에 제시를 죽인 것이 떠올라 구역질을 하고 제시의 모든 것들을 자신의 몸에서 빼내고 싶다며 칼로 자신의 복부를 갈라 자살합니다. 지지가 토해낸 제시의 눈을 사라는 다시 삼키고,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얼개는 이러한데 이 속에서 드러나는 어떠한 '공포감'이나 '스릴'은 기본적으로 앵글과 색감, 그리고 주인공의 행동에서 묻어나는 심리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영화 첫 장면인 이 부분들, 그러니까 주인공 '제시'의 포트폴리오를 위한 촬영 장면(바로 아래)과 그 다음 분장을 지우는 장면까지(바로 아래 아래) 말이죠.


    인트로에서 부터 감독은 대비가 매우 강한 색감에 묘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음악들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저는 주인공 역을 하는 '엘르 페닝'이 처음부터 죽어서 나오나 했습니다. 다행히도 촬영이었다는 것에 안도를 하며 계속 봤습니다. 이 장면 외에도 '호러'처럼 보일 수 있는 장면은 피를 뒤집어 쓴 장면이나, 피를 흘리는 장면, 아니면 고통스러워하는 신음 소리를 벽 너머로 듣는다거나, 별의 별 것들이 다 심장 쫄깃하는 장면이 되었습니다. 감독의 연출력이 이리도 대단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공포'라는 감정이 어떤 '피'가 꼭 많이 흘려야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는 것도 느꼈죠. 기억나는 공포스러운 장면들이 있다면, 이런 장면들이 있습니다. 물론 설명을 읽으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다소..조심해야 하실 수도 있겠군요.


    1) 잠자고 있는 제시의 입에 모텔 주인인 행크가 칼을 서서히 집어넣는 장면 - 사실은 제시의 꿈이었다는 점

    2) 루비가 제시와의 섹스 시도를 실패하고 화가 난 표정으로 립스틱을 사용해 거울에 사람 얼굴의 형상을 그리는 장면

    3) 제시가 꿈에서 깨어나자 마자 누군가가 제시의 방에 침입하려 하고 문을 잠그자 옆 방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비명소리를 듣는 장면

    4) 제시가 손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데 이를 빨아먹으려는 사라

    5) 지지가 '수영장' 앞에서 잭의 촬영 때문에 대기 중 제시를 난도질 한 것을 떠올리면서 분장실로 가 제시의 눈을 토해내는 장면

    6) 눈을 토해낸 이후 자신의 몸 안에 있는 제시의 '것'들을 없애버리고 싶다며 자살하는 장면

    7) 지지가 토해낸 눈을 다시 삼키는 사라....... 

    8) '장의사'인 루비가 시체와 섹스를 하는 장면

    9)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물이 차 있지 않은 수영장 다이빙 발판에 서 있는 제시의 모습

    10) 제시가 '네온 데몬'이 되어가는 쇼에서 거울을 보며 거울에 입맞춤을 하는 장면


    2. 생각해 볼 거리들

    이 영화는 다소 음, 혹평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 감독의 이전 영화였던 '드라이브' 이후 이 감독에 대해서 사람들의 기대는 높아져 있는데 정작 나오는 영화들을 뜯어보면 알맹이가 너무 없다, 즉 다시 말해서 '이야기'가 너무 엉성하다고 비판을 받기 때문인 데, 이 영화 역시 이야기가 다소 부족한 건 사실입니다. 대사가 거의 드러나지 않고 앵글이 조금 독특하거든요. 주인공을 직접적으로 화면에서 잡아내는 것도 아니고 '거울'에 비춰지는 주인공의 모습을 잡아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생각해 볼 거리가 없는 건 아닙니다. 분명 이 영화는 '아름다움 / 미 / beauty' 에 대해서 논하려고 했습니다. 아름다움이 유일하게 추구해야 하는 가치라고 말하는 영화는 마치 헤시오도스의 기록에 남아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와 같습니다. '아름다운 이는 사랑스러운 이고, 아름답지 않은 이는 사랑스럽지 않은 이이다'라는 말과 같이요.


    1)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아름다움'(Beauty)

    제시를 처음 본 루비, 지지와 사라, 그리고 모델 에이전시, 행크(모텔 주인), 잭은 여간해서 제시를 믿는 것 같지 않습니다. LA에 처음 도착한 제시를 상대로 '순수함'을 보이는 건 '딘' 뿐입니다. 나머지는 아래 첫번째 박스 안의 이야기를 합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구요? 제시가 남들이 가지지 못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 아름다움은 바로 '외형적인 아름다움', '분위기'이구요.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 입니다. 성형으로 얻어진 것도 아니고 그냥 그저 '타고난 아름다움' 말이죠.  제시에게 모델 에이전시가 했던 말이 생각나는군요. "You are very fit." 즉, 에이전시도, 잭도, 루비도 제시에게서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모델로서의 가능성을 말입니다. 그건 바로 아름다움에서 기인하는 것이구요.

    (사라가 제시에게 첫 만남에서) 예쁜 여자가 보이면 모든 사람들은 도대체 그녀가 '어떤 남자'와 섹스를 하고 있는 것인지 상상한다.

    (루비가 볼 일을 보고 나온 제시에게 '립스틱'을 골라주며) 과일이나 섹스 중에서 어떤 이름이 붙여진 립스틱이 좋은 가

    (모델 에이전시가 제시에게 계약을 앞두고) 사람들은 의외로 사람 말을 잘 믿는다.

    (제시의 방 안에 야생 호랑이가 들어와 있는 것 때문에 지배인에게 도움을 요청 했을 때) 너 지금 약했냐

    (사라나 지지가 제시에게) 순진한 척 하지 마라 ; 이건 너무 많이 나타나는 것 같군요. 이렇게 묻고 난 뒤에는 제시가 항상 'What do you mean'하고 물었는데.

    (디자이너가 지지와 제시, 딘을 앞에 두고) 아름다움은 유일한 것이다.

    (디자이너가 딘에게) 제시가 아름답지 않았으면 네가(딘에게) 과연 제시에게 말을 걸었을까?

    하나 같이 제시가 처음가진 '순수함'은 이야기가 전개되어 가면서 잃어가고 한편  모델로서 이루는 성공이 반비례를 이루어가면서 나타나는 말들입니다. 하나 다른 관점의 말이 있다면 그건 역시 '딘'이 제시와 같이 달을 보러 갔었던 날 했던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거의 이게 유일합니다. '딘'이 유일한 반동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딘이 제시에게 하늘에 달을 보며)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해

    제시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연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시는 분명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으로 성공하는 것에 대해서 그다지 부정적인 입장은 아니었던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딘'이 제시에게 '그들처럼 되고 싶은 것이냐'고 물었을 때 제시는 '그들이 나처럼 되고 싶은 것이다'고 답하는 배짱을 지녔겠죠. 하지만 제시의 그 순수함 속에 내재된 그 잔인함과, 제시가 가지고 있는 그 아름다움에 대한 타인들의 질투가 제시의 죽음을 불러와버리죠. 장의사이면서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던 루비와의 관계가 틀어진 바로 그 순간부터 말이죠.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에 대해서만 다룹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미는 다분히 상투적인 '외형적인 아름다움'에 해당합니다만, '딘'이 유일하게 내면적인 아름다움을 이야기 하는 주인공으로 나타납니다. 그 외에 나머지는 다 겉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에 주목하는 사람들입니다. 언뜻 '루비'가 제시를 두고 지지와 사라에게 'She has that thing'이 있다고 할 때 어떤 '분위기' 비슷한 무언가를 이야기 하나 했는데 이게 결국 직접적으로 이야기 되는 것은 아니고, 루비가 레즈비언이기 때문에 제시에게 느끼는 어떤 동성애나 본능과 비슷한 것이 아니었을 까로 단정짓기에도 애매합니다. 물론 루비는 처음부터 싹이 좋아보이지 않았었는데(부모가 없다는 이야기를 지지와 사라에게 아무렇게나 할 때부터) 이게 영화 후반부에 살인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약간은 예상할 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아름다움'에 대해서 '행크'와 '딘'을 제외한 주인공들은 다 '집착'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1))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

    지지 정말 비호감.

    '지지'는 Bionic Woman, 다시 말해서 성형 수술로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을 보입니다. 하지만 이 아름다움에 집착에는 '겉모습'에 대한 집착은 있어도 알맹이는 없습니다. 한 편 '사라' 역시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을 보입니다. 자신은 쇼에 설 수 없지만 제시는 설 수 있다는 것을 보며 거울에 자신의 모델 포트폴리오를 던져버리고, 제시의 피를 빨아먹습니다. 충격적이죠... 제 주변 사람들 말대로 무슨 중세시대에 마녀의 피를 빨아먹는 장면도 아니고, 현대 극 영화에서 피를 빨아먹는 장면이 나오다니, 그것도 아름다운 여자의 피를 빨아먹으면서 아름다움을 탐하는 장면으로 말이죠. 끔찍합니다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법한 일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제 한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유럽에서 그렇게 '예쁜 여자'의 피로 목욕을 했던 여자 귀족이 있었다고는 합니다.

    아름다움에 집착을 보이는 이유는 '아름다워 지고 싶어서'이겠죠. 이런 면에서 그들은 괴물(Demon)에 가까운 면모를 보입니다. 물론 그러한 '아름다움'의 기준이라는게 영화 내에서는 디자이너 한 명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 같지만, 이걸 페미니즘적으로 해석하면 '남성 권력'에 해당하고, 이걸 그냥 사회 구조적으로 접근하면 '미디어'나 '디자이너'들이라고 할 수 있겠죠. 어찌되었든 모델들이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델 중에서 디자이너의 수요에 적합한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것이죠. 모델들은 거기에 따라가려고 하는 것이구요. '지지'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지만 막판에 지지는 죽어버리고, 남은 괴물 '사라'가 있겠군요.


    2)) 아름다움에 대한 시각

    제시랑 같이 달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장면인데 밝은 장면이 아니라서 그런지 너무 어둡네요ㅜ

    딘을 제외한다면 누구나 다 아름다움을 추구합니다. 외형적인 아름다움을요. 그런데 그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으로 나타납니다. 성형수술을 하려고 하는 모델에게 디자이너는 성형 수술을 절대 권하지 않죠. 제시는 얼굴에 손 한 번 대지 않았지만, 지지는 얼굴에, 가슴에, 눈썹까지 여러 곳을 수술했음에도 제시와 같은 아름다움을 얻지는 못합니다. 디자이너는 여기에 한 마디 덧붙이죠. '아름다움'이 유일하게 추구해야 할 가치이면서도, 아름다움은 타고 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이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이를 보고 있던 딘은 이에 반기를 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만, 제시는 그렇지 않죠. 제시도 자신만이 지니고 있는 '드러난 아름다움'에 대해서 이게 상당히 가치있다고 말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여기에 어떤 개연성이 막 탄탄하고 그런건 아닙니다. 하지만 정말 제시는 자신의 입으로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재능이 없었다'고 이야기 하고 '내 아름다움으로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딘은 '네게서 가능성을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하죠. 여기에서 확 생각이 갈립니다.

    1) 겉으로 드러나는 미모가 의미있다.

    2) 내면에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모습이 의미있다.

    이렇게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는데, 사실 제시에게 2번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시의 부모님은 이미 세상을 떠난 상황이었고, 제시가 어떻게해서 LA까지 왔는지는 정확히 알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나름대로 자신이 먹고 살아갈 방법을 필요로 했고, 그게 마침 자신의 장점과 잘 맞아떨어진 것이죠. 과연 여기에 어떤 옳고 그름이 개입할 수 있는 건가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오히려 '딘'은 자신의 차도 있고 사진기도 있습니다. 사진을 찍을 수 있을만큼 어느 정도 돈도 있었던 것 같고요. 딘이 '금수저'는 아니지만, 분명 제시보다는 괜찮은 상황에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람의 성장 환경만 봐도 집안에서 '내면의 아름다움'을 봐준 집안에서는 다른 이의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려고 합니다. 저는 '딘'의 시각에 공감합니다. 유일한 반동 인물이지만, 가장 깨끗한 눈을 지니고 있었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뭔가 눈 뒤에 감추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았고요.



    2. 색감

    워킹 테스트를 위해서 준비하는 장면, 제시를 앵글 가운데에 위치했습니다.

    사실 저는 올해 유독 파스텔 컬러, 그러니까 '채도'가 낮은 색들을 많이 입고 좋아하는 상황인데 이 영화는 파스텔 톤과는 거리가 매우매우 멉니다. 전반적으로 모든 색들이 '채도'가 매우 높은 색들이면서 대비를 이루는 색에 가깝죠. 음, 우리가 보통 '네온 사인'하면 떠오를 만한 색의 조합이라고 느껴질만큼 다들 색이 반짝반짝 빛나는 느낌이 들고, 붉은 색과 파란색의 대비가 매우 돋보이고, 분홍색이 나오더라도 이건 보라색과의 대비를 이루는 색으로 쓰여집니다. 강렬한 색에 바탕을 두고 '빛이 나는' 소재들을 많이 썼습니다. 분장실까지도 클럽 분위기의 어두운 톤에 밝은 할로겐 조명이 사람들을 비추는 기분이니..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인 런웨이 시작신입니다.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사진을 더 넣고는 싶은데 넣으면 넣을 수록 스포일러에 장면 설명을 해야해서 보고 오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아가지고요.



    3. 음악

    영화 인트로부터 마지막까지 '네온'이라는 이미지와 어울리는 음악들 뿐이었는데 정말 이 음악이 분위기 형성에 한 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일렉트로닉 음악, 그것도 신디를 활용한 다양한 음악들이 들려오는 데 영화관 안에서 이걸 혼자 들으면서 보고 있자니 정말 심장이 쫄깃쫄깃 했습니다. 무섭기도 하고 예측이 잘 안되는 장면들도 너무 많고 한밤중에 네온을 보려면 클럽에 가서나 볼 수 있는데 이놈의 영화는 호러의 분위기를 풍기는 네온을 쓴단 말이죠. 자꾸 검정색 화면 한 가운데에 네온 삼각형을 보여준다거나, 주인공인 '제시'에 네온 사인을 비춘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하여튼 하나 같이 다 이상한 앵글에 이상한 장면에 이상한 음악이 한꺼번에 튀어 나오는데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습니다.

    인상 깊은 사운드 트랙 - Waving Goodbye(엔딩곡)


    4. 감독이 던져주는 메세지

    처음에 영화를 딱 보고 나오는 데, '네온 데몬'이 가리키는 대상을 제시로만 한정지었었습니다. 왜냐하면 제시가 정확히 '네온 사인 삼각형'이 보이는 패션쇼 이후에 확 바뀌어서 등장하기 때문이죠. 여기에서 바로 '데몬'이 되는 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좀 지나서 생각을 해보니까 루비나 지지, 사라도 '데몬'이더라구요. 이들도 아름다움에 미친 사람, 아니 괴물들에 해당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건 제가 추측한 감독의 의도일 뿐입니다. 정말 그런것인지는 알 수 없어요. 감독은 분명 제시를 난도질하는 장면에 대해서 따로 설명하지 않았으며,(보여주지도 않았죠. 피를 흘리며 누워있는 제시를 향해 칼을 들고 가는 사라와 지지, 루비의 모습을 제시의 시선에서 흐릿하게 보여주었을 뿐입니다.) 피를 뒤집어쓴 루비와, 피를 마시며 샤워를 하는 지지와 사라의 모습을 보여주고, 다음 날 아침에 꽃에 물을 주다가 제시가 떨어졌던 수영장 바닥의 위치에 물을 뿌리는 장면을 보여주거든요. 그리고서는 루비는 자신의 '장의사'경력을 활용해 화단에다가 제시를 묻어놓고 담배를 피우면서 시간을 보내는 장면, 그리고 그러한 모습이 루비의 '반 나체'와 함께 나타나는데 그 나체에는 또 문신이 가득하고..저는 그 문신도 정말 괴물 같다고 느꼈는데..

    괴물의 정의가 좀 제게 다양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어느 것에 미친듯이 집착을 보이는 것도 괴물일 수 있다고 느꼈고 - 지지, 사라 -, 자신의 강점에 대해서 이를 극도로 활용하며 '괴물'이 되어가는 제시도 괴물같다고 느꼈습니다. '루비'는 어떤 면에서 괴물이었냐면, 음..겉과 속이 너무 달랐다고 할까, 도대체 왜 제시의 부모님 이야기를 하고 도대체 왜 제시의 의도를 오해해서 제시를 겁탈하려 한 것인지.....하지만 그럼에도 감독은 결국 '아름다움'을 최고의 가치로 보여주는 것 같단 말입니다, 이게 너무 속상하고 안타깝습니다. 저는 굳이 제 입장을 밝히자면 회색분자인데, 외형적인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딘'이 말하는 inner beauty(내면적인 아름다움)이 없으면 과연 그 사람에게 끌릴지... 외모와 다르게 확 깨면 저는 그게 너무 싫어서 말이죠. 아름답지 못한 것 같아요. 그래서 둘 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음..영화를 다 보고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아름다움이란 가치는 굉장히 중요한 가치인데 그것 때문에 저렇게까지(사람을 죽이고, 아름다운 사람의 눈을 먹고, 피를 먹어서 '아름다워 지려고' 하는, 또는 성형 수술과 같은 끊임없는 수정을 가하는 행위)는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 듭니다. 저는 감독이 도대체 무엇을 의도했던 것인지 정확히 추론하기 힘드나, 몇 가지 개인적인 추측은 합니다. 1) 아름다움은 죽을 만큼 가장 의미있는 가치이다 / 2) 외면적인 아름다움은 절대 다가 아니다. / 3) 아름다움은 누구도 통제할 수 없다.

    뭐 이런 이야기도 있지 않습니까, 그리스 신화에서 헬레나의 첫 남편인 메넬레오스가 헬레나를 되찾았을 떄 그녀를 죽이려 했지만 그녀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죽일 수 없었다는 말도 안되지만 기록에 있는 이야기 말입니다.


    한줄 정리 : 아름다움이라는 아름다운 단어와 화려한 색감 속에 숨겨둔 파멸과 그 어두운 면.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