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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입니다'를 보고.영화 2017. 6. 13. 19:30
- 스포일러가 있지만 제 생각들이 더 많습니다. -
어머니는 '노무현'에 대해서 재평가가 이루어지는 시기가 너무 빠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셨었다. 얼마전에 이 영화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 하신 말씀이었다. 나는 조금 생각이 달랐다. 노무현 정권이 끝난 후 어느덧 10년이 다 되었고, 그가 세상을 떠난지도 8년이 지났으니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시간이 흐른 시점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는 다양한 요인들이 맞물려서 일어난 하나의 사회적 변화라고 볼 수 있다고 본다. 이전 정부들의 '불통'과 비교할 수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소탈한 모습과 소통을 하려던 모습들은 단연 '재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소통하지 않고 꽉막힌 정부와는 비교되는 지도자로서의 자질이랄까. 뭐 그렇다.
- 짧은 영화 이야기와 드는 생각들 -
사실 다큐 영화는 많이는 아니어도 몇 편 접했던 적이 있었지만, 이와 같은 한 '인물'에 대한 다큐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이자 대통령이고 한 때는 변호사였던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어려운 점들을 영화 감독은 '민주당 경선'에서의 노무현과 이전에 '동서화합 및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부산에서 출마했던 노무현을 보여줌으로서 '내가 보여주려고 하는 부분은 이 부분이다'라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했다. 재임 기간 동안 있던 일들은 싹 배제했고, 재임까지의 일들, 그리고 그와 같이 일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노무현'이라는 사람에게 있어서 '노사모'라는 자발적 공동체(팬클럽)는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있게 만들어준 가장 큰 힘을 행사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표현이 나는 이 '노사모'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영화에서 나오는 노사모 회원들의 말처럼, 그 해는 생각하던 일들이 다 이루어지던 해였고, 그들이 '노무현'을 민주당 대선 후보로 만들기 위해서 온 지역을 돌아다니던 때였으며, 돈을 받지 않고 일하고 자발적으로 '노무현'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었것 같다. 내가 그 당시에는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았고, 게다가 나이도 많이 어렸었다. 시민이 중심이 되는 정치, '국민경선'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서 이해하기 어려웠으며 이런 이야기를 제대로 들었던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또한 집안 내부적으로 민주당 당원이 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일들에 대해서 신문을 통해 본 기억도 나질 않는다. 다만, 그때의 기록들을 이렇게 다시 영상으로 보니 내게는 모르던 일들을 접한 기분이었다.
사실 광주 사람으로서, 호남 사람으로서 '동서화합', '5.18', '지역 차별', '지역 감정'등에 대해서, 나는 어렴풋이 호남은 계속 소외되어 온 지역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여전히 진행형이다. 사실 지역 경제 규모나 발전 상태로 보면 경상도를 제외하면, 강원도 / 충청도 / 전라도는 지속적으로 배제되어 왔다고 밖에 말을 못하니 말이다. 다만, 어째서 그것이 '동서'지역 감정으로 나타났을까 생각해보면 양김 시대의 잔재와 두 사람의 불협화음, 박정희 정권의 경부축 위주 발전 등이 이를 만들었다고 밖에 못하겠다. 또한 많은 시민들의 우매함이 노태우를 뽑았던 것도, 한 몫 할 것이다. 사람들은 '산업화'는 생각했지만 '민주화'는 제대로 이루지 못했었던 과거 군사 정권 시절의 흔적들이라고 밖에 이야기를 못하겠다. 다만 지금은 그런 일들에 대해서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이 늘었고, 지금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시대사적 의미가 재조명되어 온 일들을 통해 그의 가치가 되새겨진다고 본다.
P.S. 개인적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 인상깊었다. 음, 누군가의 글을 보고서 그 사람의 고민을 읽어낼 수 있을 정도의 친분이랄까, 문재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 이렇게 글을 간결하게 쓰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까지 글이 만들어지기 전에 수 많은 생각들을 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지우가 있었다는 사실, 노 전 대통령이 '문재인이를 친구로 두었으니 대통령감은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던 말과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