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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후'를 보고.
    영화 2017. 7. 18. 15:13

    - 미리 말하지만, 당분간 긴 글은 쓰지 않을 생각이다. 최대한 생각을 간결하게 뽑아내는 것에 집중해보려고 한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상당히 '즉흥적인 시나리오'가 바탕이 되는 영화라고 알려져 있다. 이에 관한 좀 더 자세한, 경험자의 설명은 youtube에 유준상이 무릎팍 도사에 나와서 홍상수와 작업했던 이야기를 이야기 한 부분이 있으니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다. 내가 이야기 하려는 건 시나리오의 '즉흥성'이니까 말이다. 시나리오가 즉흥적이라는 건, 많은 부분들이 대본으로 딱 정해져 있지 않고 그때 그때 순간에 맞춰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는 점을 말한다. 그렇게 최근의 작품들을 좀 바라본다면 -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그 후, '클레어의 카메라'는 내가 보지 못했으니 언급하지 않는다. - 소재들은 분명 어떤 남자와의 '불륜'이 있다는 걸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들의 시점은 다 같지 않다. 어떤 영화에서는 남자였다가, 또 어떤 영화에서는 여자였다가, 즉 왔다갔다 한다. 한 쪽으로만 쏠려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영희(김민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지만, '그 후'는 거의 권해효를 중심으로 앵글이 잡혀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중간중간에 김민희(아름)와 김새벽(창숙), 그리고 부인(조윤희)에게도 시선이 간다는 점은 이전에 봤었던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처럼 한 이성을 두고 여러명의 이성이 관계를 맺는 다는 점에서 비슷한 인물 구성인걸까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혼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이야기의 본질은 분명 다르다.

    영화의 시작은 권해효의 아침식사이다. 다만 그 아침식사가 거의 '새벽녘'식사라는 점이 좀 볼만하다. 혼자 일어난 듯한 분위기에 간단하게 밥과 포스터에 보이는 3개의 반찬+국으로 식사를 한다. 왜이렇게 일찍 일어났냐는 아내의 질문은 곧 '여자 생겼지'라는 질문으로 바뀌고, 권해효는 아니라고 말하며 출근길을 향한다 그런 그는 자신이 사장인 출판사에서 다른 여직원과 관계를 가지고 있었고, 출판사에 출근하는 장면부터는 김새벽과 김민희와의 관계를 교차해서 보여준다. 홍상수 다운 영화 전개라고 볼 수 있는데, 두 개의 이야기(김민희와 만나는 이야기, 김새벽과 만나던 이야기)를 처음에는 교차하고 나중에는 김새벽이 어떤 식당 근처에서 우연히 권해효를 만나게 되면서 두 개의 병렬된 이야기는 하나로 합쳐진다. 나는 이 영화의 말로 풀어내기 힘든 독특한 구성에 신선함을 느꼈다. 다만 그 부분을 관객들까지 다 수용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권해효가 김민희에게 건내는 책은 나쓰메 소세키의 '그 후'라는 책이다. 책 내용을 다 설명하기는 그렇고, 어찌되었든 둘다 '불륜'을 소재로 한다는 점, 그리고 두 작품의 남자 주인공들은 모두 무기력해보이는 일상 속에서 '사랑'이라는 하나의 힘으로 생활에서의 활력, 에너지 등을 얻어간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 공통점인 듯 싶다. 결국 '그 후'라는 제목은 다양하게 해석할 수 밖에 없다. 관계가 끝난 그 후이기도 하고, 김민희가 '그 후'에 다시 권해효를 찾아가서 느낀 감정들을 나타난 것이기도 하고, 권해효가 김새벽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원래의 아내와 다시 살아가고 있는 '그 후'이기도 하다. 다양한 면에서 '그 후'의 일들은 전혀 예측할 수 없으며, '그 후'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과거의 일들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점들을 보여준 느낌도 든다.

    이 전의 영화보다 이 영화의 제목인 '그 후'라는 단어를 통해서 생각나는 것들이 너무 많아 정리를 안하기로 마음먹었다. 글은 여기에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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