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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사랑에 있어서 완벽할 수 있는가
    인간 관계/연애 상담 일지 2017. 12. 1. 16:06

    얼마전 일은 아니고, 한 3달전의 일이다. 시기는 10월 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늘이 12월 1일이니까 2달전인건가, 2달전이네. 2달전 일이다. 어느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가 생각났던 '완벽함'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그 친구(편의상 A라고 부르겠다. 나에게는 이렇게 'A'라고 불리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다. 왜냐하면 그들은 다 'A'일 때 익명성을 얻게 된다. 내가 누군가는 'A', 다른 누구는 'B', 또 다른 누구는 'C'라고 부르려는 순간 나도 헷갈리고 내 이야기를 듣거나, 보는 사람들도 지난번의 'A'인지, 'B'인지 비교하게 될 것 같아서 그렇다. 하여튼 'A'는 연애에 있어서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A에게 있어서 완벽함이란 스스로에 대한 완벽함이었다. 스스로에 대한 완벽함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상대방에게 상처주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도 스스로에 대한 완벽함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 관계의 끝은 결혼이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작은 완벽함이라고 생각한다. 이중적으로 행동하지 말아야지 하는 것도 완벽함이라고 생각하고, 싸우지 말아야지 하는 것도 완벽함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겪어본 바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똑같이 갈등을 겪고, 똑같이 감정을 나누고, 똑같이 위로받는다. 단지 갈등의 주제가 조금 다르고, 감정을 나누는 방법이 약간 다르며, 위로받는 주제나 그 상황들이 다를 뿐, 내가 생각하기에 '행위'로서의 연애는 일반적인 인간 관계의 범주안에 들어온다고 느꼈다. 이런 나의 관점에서 A의 말들과, 내가 바라본 A의 눈빛에서는 자신의 과거에 대한 약간의 후회 비슷한 감정들이 묻어 나왔다.

    세상을 만들어낸 것이 '신'이라면 그 '신'은 인간을 완벽한 존재로 만들지 않았고 불완전한 존재로 만들었다. 그리고, 세상을 만들어낸 것이 '신'이 아니라 '진화'의 산물이라면, 그 '진화'의 결과 인간을 비롯한 모든 존재들은 많은 경우 하나의 존재가 완벽할 수 있는 경우가 드물다고 본다. 자웅 동체의 생물들도 선택을 하여 한쪽의 성을 가지는 방향으로 진화를 해왔고, 신 역시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분리하여 부족한 존재로 시작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러한 부족함이 일반적인 성격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완벽할 수 없는 이유, 당신이 완벽할 수 없는 이유는 구체적인 존재에 '완벽함'이라는 어떤 추상적인 개념을 들이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완벽한 유전자란 어떤 것일까, 병이 없고 신체 능력, 지적 능력이 아주 뛰어난 유전자? 그런 이들은 과연 자신과 다른 이들에 대한 공감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완벽함이라는 기준은 늘 상대적이다. "넌 나에게 완벽해"라는 말은 '나에게만은 완벽해. 다른 사람이 그렇게 느끼는 건 나도 잘 모르겠어.'로 해석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사람과 취향이 다르고, 그 다른 취향으로 인해서 완벽함이라는 추상적인 모습도 다른 구체적인 모습들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 친구 A는 부족함이 연애에 방해된다고 느꼈었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다만 에전보단 더 관대해졌으리라 생각한다. 결국 부족한 존재가 부족한 존재를 사랑하는 과정 속에서 인간은 자기가 지향하는 '완벽함'으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종종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

    "괜찮아, 그래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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