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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 생활 정리 1.
    여행/19년 봄 섬 생활 2019. 7. 1. 14:41

    항구에서 바라본 바닷가

    #기간제 #기간제교사 #섬 #섬마을 #섬마을생활 #관사생활

    조도에서의 생활이 끝난지 이제 겨우 3일째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글을 써서 이 생활을 정리해두고 기록해두고 싶어서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어머니께서는 내게 '첫 선생'으로서의 기억이 오랫동안 남을 것이라고 하셨기 때문에, 그 기억들을 굳이 정리할까 싶기도 했지만 역시 정리해두는 게 내 성격에도 좀 더 맞는 것 같아서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다. 당분간 천천히 글을 쓸려고 한다. 생활을 몇 가지의 주제로 나눠봐야겠지만 어쨌든 주된 주제는 '학교'이다. 학교에서 내가 겪었던 많은 것들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한다.

     

    1. 소규모 학교

    내가 있던 중학교는 소규모 학교이다. 소규모 학교라는 점은 다양한 부분에서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내포한다. 모든 학교의 특성이 그렇지만 이 소규모 학교는 정말 제대로 된 소규모 학교였다. 학년당 학생수는 10명이 채 되지 않고 한 학년에 1반씩 총 3개반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전교생은 20명.

    작은 학교라고 해서 보내야 할 공문이 적어지는 건 아니라고 하셨었는데 어머니 말씀처럼 그 학교 역시 작은 학교이지만 보내야 할 것들은 똑같았다. 예를 들면 그 학교에도 역시 도서관이 있었고, 그 학교라고 해서 성적관리위원회의 구성이 없는 것이 아니며, 학교 운영위원회도 똑같이 존재하고, 학칙 개정위원회도 필요하다면 열려야 했다. 도서관 운영위원회도 필요했다. 뭐, 더 이상 말하기가 귀찮을 만큼 학교는 최소한으로 조직되어야 하는 자체 협의기구가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것들이 '전체 인구수'의 많고 적음에 관계 없이 기계적으로 다 존재하는 것이다보니 일이 늘어났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교무실에서 맡았던 일은 기존 선생님의 일이었다. 기존 선생님의 일은 크게 '국어과', '인성교육', '평가 및 기초학력 관리', '도서관' 업무로 나뉘었다. 

    1) 국어과

    국어과 교육은 특별한 요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전에 들었던 일화로는 교육부 상위부서에 유일하게 국어과만 담당 공무원이 없었다고 했던걸 기억할 정도로, 국어과는 국어과 특유의 교육 강조사업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내 기준에서는 '독서 토론'을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독서토론이 '국어과'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보니 그 지점이 난감해지는 것이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국어과'에서 독서토론의 방법과 전략에 대해서 지분을 챙기고, 독서토론의 주제와 내용의 전문성 및 신뢰성, 타당성 등에 대해서는 각 교과별 내용 교과들이 지분을 가져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유일하게 하나 정도 골라보면 '한 학기 한 권 책 읽기'를 고를 수야 있겠지만, 나는 이 성취기준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 성취기준을 없애고 싶어서 없어져야 한다고 설문조사를 보낸 적이 있다.

    학교마다 국어과 교사의 입장이나 전문적 영역이 다를 수 있지만, 우리과는 크게 도구교과 영역(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과 내용 교과 영역(문법, 문학)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중 나는 도구 교과에 힘을 실어서 수업했다. 내용 영역은 보통의 국어교사들이 중점에 두는 부분들이기도 하고, 나는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읽기(독서), 듣기 말하기(토론, 토의, 회의, 발표), 쓰기(작문)은 성취기준이 포함되어 있는 시기라면 더 강조했고, 그렇지 않은 학년들에게도 그 중요성을 매우 강조했다. 수능 시험을 치르든 안 치르든 그 중요성은 문학보다 문법보다 더 높다. 20대가 되어서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갖고 있던 기존의 '의사소통 습관'에 대해 그렇게 관대하지 않았기 떄문이다.

    대회는 딱 한 번만 열었는데(계획상으로는 2번) 독서 감상문 대회를 열었다. 나는 컴퓨터 파일로 접수를 받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서 그렇게도 모집방법으로 사용했고 생각보다는 학생들이 '컴퓨터 글쓰기'를 통해서 쓰기 부담을 낮췄다고 생각했다. 글씨로 직접 쓰는 것 보다는 그냥 내용들을 쭉 나열하는 데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시험문제는 총 50문제씩 2번냈다. (25문제씩 2학년, 중간 기말) 문제 내는 것이 좀 부담이었다. 혼자 50문제를 내는 건 확실히 쉬운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긴 했으니 만족한다. 한 번 나는 복수정답인 문제를 만들어버렸고 그 일로 성적관리위원회를 열었다.

    시수는 4시수씩 3학년 총 12시수였고 시수는 적으나 일주일에 12개 수업을 준비하는 것은 상당히 고된 일이었다. 생각하고 준비해도 딱 1시간 밖에 못쓰니까 조금 허무한 것도 많고 수정해서 다시 해보고 싶어도 그럴 기회가 없다는 게 큰 문제였다. 뭐 어쩔 수 없었다.

     

    2) 인성교육

    사실 인성교육 한 일이 없다. 딱 한 번 인성교육 연수를 받을 수 있는 일이 있었지만, 나는 차도 없고 일찍 가야 할 이유도 모르겠어서 그냥 안나갔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인성교육의 요소는 몇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인성교육의 요소는 배려 존중 공감이다. 이를 학교에서 지도하는 방법은 특정 방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대개는 교과학습 시간 안에서 '협동학습'과 같은 형태에서 녹여내거나, 같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 속에 나타난 주인공들의 행동이나 발언등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는 것, 교사인 내가 생각하는 '배려'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 등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설명했다. 이 외에는 딱히 더 할 이야기가 없는 것이 인성교육이다.

    뭐, 그렇지만 내가 많은 것을 해보지 못한 점이 크다. 인성 교육의 요소를 다양한 교과 속에 집어넣는 형태로 수업을 한느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의 문제에서 교과의 내용 요소를 찾는 것이 더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인성교육의 상황이나 인성교육의 내용 자체는 굉장히 복잡하고 비구조화된 상태로 있는데 그걸 구조화되어 있는 교과 안에서 실현하려고 하니 실현이 될 리가 없다.

     

    3) 평가, 학업수준

    평가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학교에서 평가 담당 선생님이 하는 일은 '중간고사 기말고사'의 계획 및 운영이다. 시험문제 출제는 개별 선생님들이 하지만 그걸 검토하는 건 평가 담당 선생님들이 한다. OMR도 담당하고. 다만 여기는 작은학교이기 때문에 OMR카드의 수가 매우 적어서 편했다. 하지만 각 교과 담당 선생님들이 시험문제를 내는 고생은 이루어말할 수 없었다. 한명당 최소 40문제씩 내버리니 어려운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 외에 내가 했던건 학업수준 관리였다. 기초학력에 관한 일. 모든 학생들은 1년에 한 번 정도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보았다. 우리학교는 도서지역의 학교인 만큼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생각보다는 기초학력 미달자가 나오지 않아서 일이 줄었다. 하지만 어느 지역이든 기초학력 미달자는 학교의 큰 관심사 중 하나였다. 기초학력 대상자들은 갑자기 기초학력 교육 대상자가 된 경우가 아니었다. 중학교에 왔을 때의 경우 이미 '초등학교' 시절의 학습결손이 누적된 경우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할 것이다. 보통은 '수학'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임을 알 수 있고 학생들 중에서는 이렇게 '기초학력'미달로 인해 시험을 지속적으로 보는 게 다소 스트레스가 아닐까 싶었는데 실제로도 학생들은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다. 이미 '낙인'이 되어버려서, 나는 그 낙인들을 지우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

     

    4) 도서관

    작은 학교지만 도서관이 있었다. 아마 그 섬에 있는 도서관 중에는 가장 '어른'들을 위한 서적들이 많은 곳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보통의 시골 중학교들은 면사무소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곳에 있다. 여기 역시 다를 바가 없었다. 그래서 지역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도서관에 있는 서적들은 거의다 최근 책들 뿐이었다. 우리학교는 통합학교였는데, 통합학교란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같이 있는 것을 말한다. 덕분에 도서관은 하나의 '실'안에 중고의 예산을 모두 활용한 책장들이 완성되었다. 당연히 책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도서관 관련해서 일을 했던 건 많지 않다. 책의 구매는 내가 하긴 했지만 딱히 별 일이랄 게 없는 분야였다. 개인적으로 '사서'가 학교에 필요한 건 책의 정리 개념에서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실 '책'을 읽는 교육이나 '책'을 선정하는 교육 역시 국어과 내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이러한 '업무'들과는 별개로, 도서관은 우리 학교의 주된 회의실이었다. 따로 회의실이라고 할 게 없는 우리로서는 도서관과 같이 가깝고 큰 공간이 있다는 게 축복이었다.

     

    일단 첫번째 글은 여기까지만 적어야겠다. 그 학교에서 지내며 겪었던 일들은 적지 않다.

    앞으로 끌 내용들에 대해서만 키워드로 적어놓고 잊지 않아야 겠다.

    방과후 학교, 수학 여행, 배구(전라남도), 세월호 행사, 택배, 관사 생활(안좋은 시설), 선생님들과의 관계, 조직 특성, 회식, 학교에서의 협의, 업무의 전문성, 학생들과의 관계 등 쓰고 싶은 게 많은 데 다 쓸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이번에 써놓을 글들은 나중에 면접 보기전에 다시 보려고 적어둔다. 두고두고 면접 때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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