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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리뷰
    영화 2011. 12. 28. 17:36
       FM 음악도시 성시경입니다. 에서 나오는 토요일 코너, 김혜리의 영화이야기에서 스튜디오 지브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이야기를 말해주었다.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만든 영화에 나오는 '소녀'들은, 소녀들만의 패기와, 용기와, 열정과, 순수함과, 섹슈얼리티를 가지고 있다고. 그리고 어른여자가 나오지 않고, 항상 '현명한 노파'가 등장한다고. 단순히 '여성성'이 아니라, '소녀성'이 세계를 구할 수 있는 힘이라고 보여주고 있는데 바로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이라고.

       치히로의 첫번째 소녀성은 바로 '겁많음'이었다. 이상하게 보이는 건물의 입구에서 치히로는 겁을 느낀다. 바람이 빨려들어가는것도, 건물이 우는것도 치히로에게는 무서움의 대상이었다.

       두번째는, 무모함. 어떻게든 유바바에게 일을 시켜달라고 할때, 제니바에게 가겠다고 했을때, 센은 자신만의 당돌함과 무모함과 패기와 열정을 지니고 있는 소녀였다. 그리고, 그런 센이 하쿠에게 경단을 먹일때, 괴물에게 이것부터 먹으라고 할때 그녀는 확실히 결단력 있고 당돌한 소녀였다.

       하지만 소녀에게도 '모성'은 존재했기 때문에, 그 괴물을 잘 포옹해주고, 같이 제니바에게 간다. 괴물은 어찌보면 더 순수했을지 모른다. '센'이 비를 맞지 않게 해준 순간부터, 그녀가 원하는걸 들어주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했으니까. 새로운 약물 패를 주는거나, 금을 만들어주는거나, 어쨋든 그 괴물도 '센'을 싫어하지만은 않았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막 개봉했었던 때에 나는 이 영화를 어김없이 봤었고, 나는 그때 '굿럭'이라는 가마지(가마 할아버지)의 말이 아주 인상깊었다. 그리고 그말을 오늘도 역시, 영화를 통해서 다시 듣게 되는데 또 기억나는건 여전하더라.
       가마할아버지는 참으로 신기한 사람이다. 뭔가....인간미가 가득한 사람이라고 해야할까. 물론 처음에는 검뎅이들의 숯을 옮기는 일을 도와줬다고 화를 내지만, 어찌보면 그건 할아버지도 어쩔 수 없는 이 세계에 대한 '경고'였을지 모른다.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 그 이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다는건, 이 영화를 통해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름'은 괜히 있는게 아니다. 누군가가 부를 수 있는건 바로 '이름'밖에 없기 때문에, 어린아이가 엄마를 잃어버렸을때, 엄마를 찾기위해서는 이름을 아는게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연인이 자신의 연인을 부를때도 이름을 통해서 부르기 때문에, 이름은 소중하다.
       치히로라는 이름을 잊을뻔하다가, 하쿠에게서 '치히로'라는 이름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새기고 나서는, 센은 항상 '치히로'라는 이름을 마음속에 품고 다닌다. 그리고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자신의 원래 이름이 '치히로'라고 말한다. 그렇게 센은 '하쿠'의 원래이름의 일부인 '코하쿠'를 기억해내고, 그로인해서, 하쿠는 자신이 누구였는지 알게 된다.


       내가 윤아에게 전화할때 나는 윤아의 이름을 몇번정도나 부를까....3번은 부르려나....왜 '윤하'의 '비밀번호 486'이라는 노래에 보면 '하루에 네번 사랑을 말하고, 여덟번 웃고, 여섯번의 키스를 해줘'라는 가사가 있는데 나는 하루에도 수십번이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다. 그게 사실 내가 아주 먼거리에서 해줄 수 있는 몇가지 안되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하쿠처럼 '힘이 나는 주문'을 걸어서 빵을 줄 수도 없고, 용이 되서 높은곳을 날아가게 할 수도 없다. 그저 평범한 인간으로서 가능한 것들을 나는 해주는게 다이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은 '일본 영화'인데도 일본느낌이 나질 않는다. 옷입는것을 보면 일본이 아니라 꼭 '유럽'의 중세풍을 보는듯 하고, 도시들도 항상 세계에서 멋진 도시들을 리모델링해서 영화에 옮겨놓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찌보면 그게 이 스튜디오 작품들의 매력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런 '부조화'속에서도 이 스튜디오는 그들만의 색을 고집한다. 3D가 나오는 시대에 2D를 고집하는, 인간이 버리고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항상 이용해서 작품을 만들어 내는, 애니메이션의 모션 하나를 생각할때도 왜 그 모션이 나오게 되는지를 생각하면서 만들라고 하는, 그들의 철학은 내게 여러가지 시사점을 준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 작품은 공연용이 아니라는거.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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