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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생활 정리 3.여행/19년 봄 섬 생활 2019. 11. 28. 10:39
오늘은 학교에서의 일들을 조금 기록해야겠다. 시험도 이제 끝이 났고 당분간은 내가 할 일이 마땅하지 않다. 학교에 나가서 수업을 채우기는 하겠지만 그건 그다지 빡센 수업이 아니라서 어렵지도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글을 다시 조금씩 써놓을까 한다.
1. 학교 조직 생활
나는 학교 조직 생활에 대해서 제대로 경험해 본 것이 올해 초에 갔었던 조도중학교에서의 삶이었다. 학교 조직은 몇 가지 특성을 지니는 곳이다. 교육학에서 배웠던 지식을 살짝 인용해본다면 이렇다.
1) 이완조직적 특성 ; 조금 쉽게 접근하자면 느슨한 결합
- 다른 여러가지 조직이론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잘 들어맞는 두 가지 이론을 고르라고 한다면 첫번째는 바로 이 '이완조직'을 고를 것이다. 모든 학교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있던 조도중학교도 많은 이완조직적 특성이 있었다. 어떤 공통된 목표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 그리고 나와 같은 일반 교사들이 느슨하게만 연결되어 있지도 않았으며 적당한 끈끈함 같은 감정들이 있었다. 또한 몇 가지의 지도 내용, 예를 들면 등교 시간이나 수업 시작 방법과 같은 부분에서는 학교가 통일성을 갖는게 어떠한 지 관리자분들이 이야기하셨던 것들이 있다. 나는 수업을 시작할 때 어떤 특별한 방법으로 수업을 시작한다고 학생들에게 알리는 편은 아니었으나, 교감 선생님께서는 그래도 최소한으로 인사를 하고 일정한 형태로는 수업 시작을 알리는 걸 교사들에게 부탁하셨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후에 다른 인사를 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이와 같이 교육과정이나 교육방법의 실현의 형태가 각자 다양하게 나타나는 모습들을 이완조직적 특성이라고 한다.2) 나름대로의 학습 공동체 ; 자유로운 토론 문화
- 작은 학교일 수록 선생님들과의 관계가 끈끈하고 협력적이라면, 그 학교가 더 잘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그 섬마을 학교는 상당히 성공적인 학교에 가까웠다. 그냥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우리는 수업에 대한 논의를 수시로 자유롭게 진행했다. 작은학교였기 때문에 서로의 과목이 다 다를 수 밖에 없었지만 대체로 고충을 느끼거나 성취감을 느끼는 상황 역시 비슷했기 때문이다. 수업 참여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이 수업 참여를 잘하게 되면 어떻게 해서 수업 참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는지 공유했던 기억이 많았고, 때로는 다른 교과의 수업이지만 들을만 한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한 편 수업을 관통하는 지도 측면의 내용에서도 많은 공유가 있었던 것 같은게, 대부분의 수업 참여 부진은 몇 가지의 공통적인 이유들로 나타났었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 또한 교과를 가릴 필요가 없었다. 지속적인 학습에 대한 성공 경험이 학생들을 수업참여로 이끌기도 했고, 재미있는 학습 과제를 제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수업이 재미있으면 당연히 수업에 잘 참여한다는 것이었는데, 어떻게 하면 재미있으며 어떠한 것들에 최근 관심을 가지는 지를 최대한 자주 이야기하면서 도움을 많이 얻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옆집과 아랫집에 살던 선생님과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학문 간 연계를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할 수 있었다. 아마 관사가 아니었다면 하기 힘들었을 일상적인 이야기부터 학습에 관련지을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관련된 이야기들까지 자주 토론하고 토의하고 생각을 공유했던 것 같다. 앞의 1)에서 말했었던 어떤 '공통적인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속적인 대화는 우리가 '공동체'라고 느낄 수 있을 만큼 충분했다.3) 하지만 역시 어느정도는 관료제 ; 여전한 한계
- 학교 민주화는 요즘 교육계에서 이루고 싶어하는 하나의 과제이다. 그러나 이 학교 민주화라는 것에 대해서 대부분의 교원들은 제대로 고민해본적이 없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제대로 실천해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민주적 의사결정이라고는 투표밖에 경험해보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민주적 의사결정 공동체'라는 거창한 것을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다가 이를 만들어나가고 이뤄나가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 예를 하나 들자면 방과후 학교를 들 수 있다. 도서지역의 방과후 학교는 그 지리적인 특수성 떄문에 애매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일했던 곳은 근처에 학원이 없었다. 학원이 없는 지역이지만 학생들 학업에 관심이 없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학교가 한국사회에서의 학원의 역할을 대신할 수 밖에 없었던 시점이었다. 나를 포함한 중학교 선생님들은 그렇게 해서 일주일에 하루에서 2일정도는 늦게까지 수업을 했다. 방과후 수업을 통해서 학생들의 정규 시간 후에도 같이 공부아닌 공부를 했던 것이다. 물론 그 공부가 100퍼센트 집중을 해서 하는 공부는 아니었지만, 어느정도는 정규 수업시간에 놓친 개념들을 복습하는 시간으로도 썼고, 때로는 학생들과의 친밀감을 올리기 위한 시간으로도 썼다. 하지만 이 시간은 본질적으로 학생과 교사에게 어느정도는 부담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중학생들이 하루종일 공부를 해야하는 삶이라고 나는 생각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부를 하루종일 시킨다고 해서 성적이 오르는 것 역시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리자분들의 요구와 학부모들의 요구는 마치 학교가 대리 양육의 기능을 떠맡아 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 학교에 계셨던 다른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학교도 과거에는 5시면 학생들이 집에 갔었고 선생님들도 퇴근했었다고 했는데 지금은 야자도 하고 방과후도 하고 과거랑은 달라져버려서 아쉽다고 하셨었다. 그 선생님은 그 학교에 초임지로 발령난 뒤4) 배구 ; 어려웠지만 좋음
- 나는 배구를 배워본 적이 없다. 내가 왜 굳이 '배워 본 적이 없다'라고 말을 하냐면, 배우지 않았던 운동들을 내가 바로 잘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배워서 할 수 있었던 운동이었던 탁구나 스케이트, 수영을 제외하고 나면 잘하던 운동이 없었던 내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배구 역시 마찬가지였었다. 배구는 정말 연습이 많이 필요했다. 배구처럼 오는 공을 잘 받아내야 하는 운동이 없었다. 문제는 어디에 맞춰야 공이 적절하게 다시 튀는 지를 내가 파악하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어가지고, 거의 학교를 떠나기 직전에서야 배구에 적응했던 것 같다.
- 내가 '배구'를 괜찮다고 생각한 이유 중에 하나는, 배구를 통해서 팀이 하나로 될 수 있는 '원동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학교 조직은, 그 특성상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같이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조직력이 필요할 때 그 조직력이 잘 발휘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배구'를 통해서 그 조직력을 키운다는 점에서 나는 배구를 괜찮은 활동으로 느꼈다. 나름대로 협동도 하고, 배려도 하고, 개인이 너무 못하면 팀에게 조금 민폐를 끼치다보니 연습도 하고. 물론 그 일련의 배구 과정 자체가 부담이라고 하셨던 선생님들도 계셨지만, 학교 조직이 어떤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수단이 없었던 게 크다고 본다. 그리고 그 일체감을 느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배구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2. 비공식 조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작은 학교, 그리고 중고 통합학교)
- 한국사회에서 통합학교는 매우 특수한 환경이 아니라면 있을 일이 없다. 그 섬은 그런 특수한 경우에 해당했다. 개인적으로 볼 때 통합학교로서 얻는 장점은 바로 교사확보에 있었다. 통합학교라서 다양한 과목들을 가르칠 수 있는 각각의 교과 교사들이 다른 도서지역에 비해서 많았다. 국영수사과를 제외하면 나머지인 도덕, 미술, 음악, 체육, 가정, 기술, 정보 등의 과목들을 1교사가 맡기가 어려운 일인데 통합학교여서 이 부분 교사를 공유하는 형태로 해결하고 있었다.
- 그리고 한편 주 1회의 친목회는 교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자리이자, 나에게는 괜찮은 술자리였다. 물론 이 술자리 때문에 몸이 많이 상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즐겁기는 즐거웠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보니까 학교와 관련된 일들을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일련의 '공동체' 느낌이 좋았다.
- 물론 회식자리를 좀 불편해하고 개인적인 생활이 중시되는 교사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단체 생활이 무지하게 힘들 것이다. 어쨌든 이런 학교에서는 내 개인적인 생활이라고 할 만한 게 거의 없는 게 사실이니까. 그러나 이것에 만족감을 느끼는 교사 입장에서는 또 이만한 비공식 조직이 없다.3. 마치며.
어쩌다보니 그 학교에 대한 좋은 기억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쳤다. 뭐, 그런것들을 떠나서 가장 중요한 건 구성원이라고 생각한다. 그 학교에 있던 당시에, 조직원의 구성원들이 다들 젊었고 서로에 대한 신뢰와 협력적 태도가 밑바탕되어있었기 때문에 이런 느낌들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게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 학교에서의 생활은 정말 많이 불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을 뿐이다. 운이 좋게도 모든 선생님들이 대화의 상대이고 토론과 논의의 상대이며 협력과 도움을 주는 분들이었기에 가능했다.
지금있는 큰 학교에서는 이런 소위 '가족같다'는 느낌을 받기 힘든 것 같다. 그래서 예전 학교의 모습들이 비교적 자주 생각나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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