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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스타그램 #일기
오늘은 드는 생각이 많아 글로 조금 옮긴다.
나는 고3이라는 시기가 '혼자 사는 방법'을 연습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20대가 되고나서부터는 그 누구도 '나'의 삶에 대해 관여하지 않으며, 그 누구도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것들을 혼자 찾아나서야 하고, 가끔 주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그 도움의 수는 극히 제한적이며, 지극히 '나의 노력'여하에 따른 결과들에 익숙해져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이 사실을 20대가 한참 넘어서야 깨달았고, 이런 이야기들을 해준 사람들은 왜 내 주위에서 찾을 수 없었나 하는 생각만이 들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내가 맡은 학생들에게 이 말을 다시 한 번 던졌다. 나는 여기 있는 너희들을 '학생'으로 대하지 않고 '인간'으로 대하려고 하며, 너희들과 수평적인 관계로 만나고 싶다는 것을. 졸업 후에 나를 선생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되지만, 나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을. 개개인의 개인차를 존중하고 싶고, 존중하려고 노력하며, 개인의 선택을 중시하되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은 돕겠다는 것을 말했다. 모든 사람들은 내가 먼저 존중받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는 만큼, 나는 그런 마음을 고려해서 '내가 먼저' 여러분들에게 더 베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이야기했다.그게 비록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렇게 내가 마음을 열면 너희들도 열겠거니 하는 생각을 하며, 여러분들이 혼자 살아볼 수 있는 '연습'을 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비록 나는 그들과 비슷한 생활환경, 가정환경을 지닌 것도 아니고, 어찌보면 너무나도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만, 나의 그 '다른 마음'이, '다른 여유'가 내가 맡고 있는 고3 학생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늘 되내이고 있다. 학부모님들도 '올해 담임 선생님은 조금 다르더라.'라는 느낌을 받을정도로, 학생들도 다 조금씩은 내가 '다르다'고 느낄 정도로 나는 이미 학교에서 조금 다른 사람이지만, 그게 만약 내가 만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겠지 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고3까지 자라나오면서 수 없이 셀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믿음을 받지 못했던 기억들, 사람들과 갈등을 겪었더 기억들, 상처입고도 회복하지 못했던 지난 날의 너희 모습들을 나는 그대로 인정하려고 노력하며,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더욱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너희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무한한 신뢰, 따뜻함, 공감 등을 베풀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에 이렇게 까지 그들의 눈빛이 빛난다고 느낀 적이 없지만, 순간 나를 괜찮은 사람 정도로 여겨주는 그 눈빛을 오늘 기억해두어야겠다. 나중에 그들이 내가 오늘 쓴 이 글을 보고 이게 무슨 글이냐고 물어보더라도, 그건 나중에 내가 생각해볼 일이다. 나는 오늘이 기뻤다. 이제 내게 남은 일은 어서 잠을 자고, 내일 아침 일찍 학교에 가서, 그들이 못다했던 마음 속 이야기들을 들어줄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
12시가 넘었다. 그만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