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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11월 8일 #글쓰기에대해서개인적 기록/일기 2020. 11. 8. 23:51
#글스타그램 #글쓰기
국어교육을 배우다 보면, '작문'(글쓰기)'에 대해 배운다. 영어로는 composition이라고 부르는데, composition의 또 다른 뜻은 '작곡'이라는 뜻이다. 비교해보면, 나도 작문과 작곡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철처히 논리적인 사고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문학적인 글쓰기(시, 소설, 시나리오 등)를 하는 경우가 아니라, 논리적인 글쓰기를 하는 경우라면, 정말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작문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고대의 학자들은 글을 잘쓴 사람들의 모범문을 모방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글을 모방한다고 해서, 글의 내용을 만들어내는 방법, 글의 구조를 구현하는 방법들까지 알려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글은 '사고'를 통해 '글쓰기'라는 문제해결을 하는 과정으로 보게 된 것이 인지주의 작문이론이다. 주제와 목적, 독자를 고려하며 필요한 글쓰기 전략을 연습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글은 혼자 쓰는 것이 아니었다. 글이 쓰여진 순간 그 글은 누군가에게 읽히기 때문에, 비고츠키 같은 사람들은 언어를 통한 사회적 의사소통을 한다고 파악하기 시작했다. 담화 공동체의 담화 관습이라는 규칙을 내면화하는 것이 글쓰기였던 것이다.나는 이런 글쓰기들을 모두 체험했었다. 글쓰기란 늘 날마다 컨디션에 따라 달랐다. 어떤 날은 잘 쓰이지만, 이 글을 쓰는 오늘처럼 글이 잘 안쓰일 때도 많았다. 어떤 날에는 내용 생성, 조직하기가 술술 풀렸지만, 어떤 날에는 많이 쓰고도 싹 지워버린 날도 많았다. 이런 쓰기 과정들을 체험했던 나로서는, 부단한 글쓰기에 대한 노력과 나의 관심이 내가 지금 갖게 된 논리적 사고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소위 '기승전결'을 맞추기 위해 앞뒤를 자르고, 붙이고, 새로 추가하고, 자리를 옮기는 경험들을 통해서 나의 논리적 사고력이 향상되었음을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 수업을 하고 싶었다. 내가 글쓰기로 성장했던 기억들이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군 시절, 잘 알지 못하는 세계문학전집을 뒤져 읽으며 논문을 찾아 읽고 이를 요약하며 감상문을 썼고, 나의 연애 경험들을 통해 느낀바들을 정리해서 글로 썼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생각이 드는 것들을 정리해서 글로 옮겼고, 그렇게 한국문학, 영국 생활, 해외 여행, 각종 사회적 이슈, 소송 기록들 까지 많은 것들을 기록하고 정리할 수 있었다. 나의 글쓰기는 나의 삶의 일부가 된 것처럼, 학생들한테도 글쓰기가 가치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음을 느낀다. 많은 이들은 내가 써낸 이 글이 머리를 쥐어 짜낸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을테니까. 하지만 이 글도 머리를 쥐어 짜낸 글이다. 글 쓰기에 대한 나의 심정을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글이다.
같이 글을 쓰자고 하는 사람들이 대학생때는 많았는데, 요즘은 주위에 보이지 않아 아쉽다. 소소한 일상들을 기록했던 날들이 있었는데, 마치 잘 보기 힘든 푸른 달빛처럼 찾기 힘든 날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래서 당분간 사진에 있는 내 개인적인 연습장들을 도서관에다가 두려고 한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