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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추' 리뷰
    영화 2013. 1. 10. 19:22

       4번이나 만들어진 작품 '만추'는 두번은 다른이름으로 리메이크되고 두번은 똑같은 이름으로 리메이크 되었다. 한국멜로영화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라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당시 이 영화의 리메이크는 상당히 '화제'가 되었고 마침 당대의 최고의 스타였던 '현빈'과 '탕웨이'를 영화주인공으로 캐스팅하면서 나는 이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내내 어떤영화일까 어떤영화일까 기대했다. 그러다가 현빈이 마침 '시크릿가든'으로 인기를 등에 업고 탕웨이는 '색, 계'로 얼굴을 알리며 순식간에 사람들 사이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이 영화의 공간적인 배경은 시애틀, 연중 60일 이내의 '화창한'날과 300일을 넘는 '흐린날'이 존재하는 어두운 도시이다. 아마도, 이러한 데에는 이 도시가 해류가 멈추는 지점에 위치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서안에 편서풍지대니까, 습기가 자연스레 많이 차게되고 그만큼 도시가 연중 맑기도 힘들겠다. 하여튼, 이전의 영화와 비교했을때 이 영화는 분명 '남자주인공'의 비중을 최대한 높이려고 했다. 예전의 만추보다는 '훈'이 더 자주나오기도 했고, '현빈'이라는 배우의 존재감이 당시 하늘을 찌르고 있었기 때문에 현빈을 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점점 '아 이건 현빈이 메인이 아니라 탕웨이가 메인이군'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그로인해서 이 영화는 결국 '탕웨이'의 영화가 되어버렸다. 객관적인 수치로는 탕웨이가 나오는 시간자체가 훨씬 길고 다양하기도 한데다가, 애나의 '과거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이 굉장히 직접적이고 표현적인 반면에  현빈은 덜 등장하고 '훈'의 과거는 대부분을 '전화통화'로 이야기해주고 몇개의 대화로만 꾸며준다. 애초에 비중이 높은 주인공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다면 그 주인공의 '배경'을 제대로 알아야 할터, 즉 '애나'의 이야기를 말하겠다는 시나리오의 의도가 깔려있었다.


       그간 다른 '만추'들이 '가을'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낙엽'이라는 아주 고전적인 소재를 계속 사용하고 사용하고 사용해왔다면, 김태용 감독의 만추에서는 낙엽이 잘 등장하지 않고, 의상의 '색'과 '안개'로 표현한다. '애나'는 항상 카멜의 트렌치 코트를 입고(단한번 옷을 사서 입지만 그건 입자마자 바로 버리고 나와버린다.) 훈은 갈색의 롱코트를 입고 다닌다. 이게 가장 가을분위기를 내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또 하나가 있다면 그게 바로 '안개'이다. 이 안개는 영화 전반에 걸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안개를 통해서 분위기를 형성하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만추'라는 이미지를 표현하는건 옷의 색보다는 영화에 나오는 '안개'일수밖에 없다. 모든 영화의 안개를 직접 만든건 아니고 CG와 안개만드는 도구를 이용해서, 그리고 현지(시애틀)의 날씨를 이용해서 이 영화의 그림을 만들어냈다. 보는내내 답답하다고 생각이 들지 모르겠지만 이 안개는 나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으로 다가왔다. (약간은 내 학교생각이 났다. 한국교원대학교 정말 안개 많은데.....가을만 되었다 하면 매일 밤이 안개로 가득했던 그런곳이다. 물론 아침에도. 점심때만 빼면 하루종일 안개였던...) 몽환적이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펼치기에는 가장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고 해야할까? 비가 오는건 약간 울적해질 수 있지만 안개가 끼는건 울적해지지도 않는다. 단지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알 수 없는 것이 나타날것만 같은, 그런 관계를 이 영화에서는 '안개'로 표현하려 했나보다.



       그러다가도 뭐, 햇빛이 나타나는게 아닐까, 애나와 훈이 웃으면서 박수를 치던 그 장면에서는 햇빛이 나타난다. 위에 사진이 수륙양용카였는데, 버스를 타다가 갑자기 호수? 바닷가?로 들어가면서 하늘에 해가 뜨더니 햇빛이 쨍 한다. 일순간. 아마도 김태용감독이 지금이 순간이 둘 사이에서 안개속의 '햇빛'과 같은 시간이라는걸 말해주는듯 싶었다. 이때는 애나도 좀 웃음을 찾고, 훈도 웃음을 지으니까. 영화내내 훈이 애나보다 더 밝아서 훈이 어떻게 하면 애나를 항상 웃음짓게 하려고 노력하는게 시종일관 보이는데 음..그게 잘 안되더라. '애나'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오래걸린다는걸 조금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놀이공원, 시장, 터미널, 버스, 장례식장에서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그들이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가고 있다는것을 알려주는데 '놀이공원'에서 범퍼카를 타다가 멈춰 어떤 현지인 남녀의 대화를 '복화술'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정말 잊을 수가 없는데, 이 장면에서 애나와 훈은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열어보인다. 그들이 입모양을 벙긋벙긋하면 훈과 애나는 그에 맞춰서 말을 하는 것이다. 이게 물론 '영화니까'된다고 하겠지만 그래, 영화니까 이 장면을 볼 수 있었고 매우매우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마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간접적으로 대사를 통해 알려준다고 해야할까.

       나중에 이 영화를 같이 보면서 할말이 많은데 결국 저번에는 이 영화를 같이 보지 못했다. 다음에는 꼭 같이 보리라 하고 생각하고 있으니, 기회가 되면 좋겠는데.....젠장 현빈이 너무 멋있게 나오는건 내 부러움이 담긴 마음이겠지......게다가 탕웨이의 저 트렌치 코트는 정말 '가을'을 그대로 표현하는것 같아서 아름답다. 요즘 옷의 '대세'인 핏을 강조하는게 아니라, 약간 헐렁하지만 아름답고 분위기 있는걸 알려주는듯했다. 기대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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